거장의 언어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이번 ‘클럽 에스콰이어’ 행사에는 삼성 갤럭시와 준지가 함께했다. 이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장인 강윤제와 준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욱준을 초대했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그들의 이야기를 지면으로 옮겼다.

처음에는 ‘클럽 에스콰이어’가 어떤 성격의 행사인지 몰랐다. 브랜드나 사람,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그리고 꼼꼼히 알리려는 취지의 행사라는 걸 알고 난 후에는 왜 물리적으로 제한이 있는 오프라인에서 할까 싶었다. 그렇게 좋은 행사라면 영상으로 기록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를 포함해 동네방네 뿌려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10월 8일에 있었던 ‘에스콰이어× 삼성 갤럭시×준지’ 행사를 직접 경험하고 나니 느끼는 바가 많았다. 에디터가 잘못 생각했다.
일단 오프라인 행사를 영상으로 촬영해 온라인으로도 공개했다. <에스콰이어> 인스타그램 피드를 찾아보면 그날의 기록을 포함해 관련 영상이 다수 업로드되어 있다. 하지만 현장과 영상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영상 길이에 제약이 있고, 현장에서 느낀 감동이 영상에는 온전히 담기지 않았다. 대신 영상은 더 흥겹고 멋진 장면으로 가득했다. 같은 장면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인 듯싶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떻게든 현장의 감동을 글로 옮겨보고 싶어서.
공간에 현장감을 부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이다. 말하고, 말하는 동안 머뭇거리고, 머뭇거리는 동안 표정이 바뀌고, 그걸 보고 듣는 이들은 끄덕이고 탄식하고 때로 탄성을 뱉는다. 그렇게 공간에 어떤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런 면에서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장인 강윤제와 준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욱준이었다. 행사장에 놓인 갤럭시 노트10과 갤럭시 폴드도 이목을 끌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 그 자리에 참석한 두 인물과 그들의 언어였다.

준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욱준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장 강윤제. 행사가 열린 준지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2019 F/W 컬렉션을 만날 수 있었다. 준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욱준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장 강윤제. 행사가 열린 준지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2019 F/W 컬렉션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이 쉬운 언어로 솔직하고부드럽게 이야기해줄 때 듣는 이들은 감흥이 일어난다. 이 두 명이 그랬다. 강윤제는 과거 보르도 TV와 더 세리프 TV 등 수많은 가전을 히트시키고 현재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 파트를 진두지휘 하고 있는 인물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갤럭시 노트10이나 갤럭시 폴드 모두 그의 손을 거친 제품이다. 수천억원, 많게는 조 단위 돈이 움직이는 산업의 디자인 수장이라는 뜻이다. 그런 그가 강조한 것은 다름 아닌 지속가능성.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가 그걸 샀을 때 삼성과 디자이너의 역할이 끝나는 게 아니라, 그걸 포장했던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을 어떻게 다시 재생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그리고 제품이 수명을 다해 폐기될 때 어떻게 해야 최대한 많이 원자재로 환원할 수 있을까에 대한 숙고와 노력을 강조했다. 그건 단순히 환경보호 개념을 넘어 기업이 이윤을 남기려는 목표에 부합하고, 그런 이유로 디자이너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브랜딩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요즘은 기업이든 자영업이든 브랜딩에 성공하면 살아남고 실패하면 오래가기 어려울 거예요”라고 말할 때 그의 눈매가 벼린 듯 빛났다. 정체성에 대한 언급도 꽤 여러 번 했다.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삼성과 갤럭시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그래서 다른 경쟁사 분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라고. 과연 보르도 TV로 시장의 판도를 바꾼 남자다웠다.

그 어느 때보다 멋진 이야기에 열렬히 화답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클럽 에스콰이어 멤버들.그 어느 때보다 멋진 이야기에 열렬히 화답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클럽 에스콰이어 멤버들.
“조금 쓸쓸해요.” 준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욱준은 파리 컬렉션이라는 커다란 무대의 피날레에 서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충격받았다. 전 세계의 수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무대, 모두가 박수갈채를 보내는 자리가 쓸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해서다. 하루 중 언제 디자인 작업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새벽 3~4시에 사무실에 나와서 작업해요. 누구는 음악을 틀기도 한다는데, 저는 적막 속에서 작업하는 게 편해요”라고 답했다. 그의 말에서 창작의 쓸쓸함이 옅게 묻어났다. “인생에서, 직업에서 얼마나 타협해야 하나요?”라는 클럽 에스콰이어 멤버의 질문에는 “타협이라는 건 결국 나와의 싸움이에요. 계속 나에게 말을 걸고 답하는 과정이죠. 쉽지 않아요”라고 답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브랜드와 제품의 매력은 만드는 이들의 개성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부디 이 글을 읽는 이들이 언젠가는 글이 아닌 말로 두 남자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
이번 ‘클럽 에스콰이어’ 행사에는 삼성 갤럭시와 준지가 함께했다. 이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장인 강윤제와 준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욱준을 초대했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그들의 이야기를 지면으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