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할 때 롤렉스를 찰까? 애플 워치를 찰까?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섹스할 때 차는 시계


’시계가 꼭 필요해?“

’시계가 꼭 필요해?“

옷 벗기 전에 시계부터 풀어요
라고 말한 심규민 씨는 올해 롤렉스를 샀다. 오이스터 퍼페추얼 36mm 흰색 다이얼. 그는 롤렉스를 사기 전에 엄청나게 고민했다. 지름, 다이얼 색, 날짜 창…. 똑같이 생긴 시계 같지만 변수가 많았다. “흠집 생길까 봐 애지중지해요. 좋은 시계를 차본 경험도 없고.” 애잔하면서도 무슨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애잔하니까 무슨 기분인지 알 것 같았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안 한다고 했지만 방에 들어갔을 때 자기가 시계를 풀길래 알았지. 결국 오늘도 할 생각이라는 걸.” 심규민 씨는 롤렉스를 사고 여자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여자들은 어쩜 그렇게 날카로운지. “저도 그 말 듣고 놀랐어요.” 심규민 씨가 부끄러워하며 말을 이었다. 심규민 씨는 그분과 잘 만나고 있다.
섹스를 하다 보면 시계를 언제 풀어야 할지 애매할 때가 있다. 시계를 풀려면 두 손을 다 써야 한다. 막상 섹스를 시작하면 두 손을 다 쓸 정신이 없다. 섹스가 다 끝나고 나서도 겨울 내내 감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은 감처럼 헐벗은 몸에 시계가 매달려 있을 때도 있다. 그것도 그것대로 머쓱하다.
“난 시계가 없어.” 섹스 칼럼 단골 권헌준 씨가 말했다. 푸는 순간이 애매해서일까. “그건 아니고, 사업을 하는데 싼 걸 아무거나 차기도 그렇고 비싼 걸 차자니 그것도 안 내켜서.” 매번 느끼지만 권헌준 씨는 섹스 이야기할 때 빼고는 굉장히 합리적이다. 왜 섹스에서만 그럴까. 권헌준 씨는 최근 두 번째 여자 친구를 만나기 시작했다.
“좋은 시계를 찬다고 섹스할 수 있겠냐고?” 모범 인생 양다리남 권헌준 씨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표정이었다. “그걸 누가 알아보겠어?” 역시 최근 롤렉스를 산 김인권 씨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파텍 필립 같은 시계가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그걸 알아볼 여자가 많을 것 같지 않아요.”
“남자들이 좋은 시계를 많이 차고 왔어요.” 이지훈 씨가 말했다. 그는 한때 클럽을 정말 많이 갔다. 한국의 클럽에는 여러 이유로 여러 종류의 사람이 와서 온갖 일이 다 생긴다. 그는 그 자극적인 현장에서 술을 마시고 놀기 위해 클럽에 갔다고 했다. 불타는 로마를 보며 술을 마셨다는 네로 황제 같은 취미다. 이지훈 씨는 그 안에서 혼자 또렷했다.
“남자들의 사치품은 별로 없잖아요. 신발과 달리 시계는 클럽 같은 환경에서 망가지지도 않고요. 그래서 좋은 시계를 찬 남자들이 많았던 것 같긴 해요.” 중요한 건 다음 이야기다.” 좋은 시계가 (여자를 유혹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걸 찬다고 누가 알아보는 것도 아니고.” 시계란 남자들끼리 으스대고 끝나는 아이템일까?
“의미가 있을 때도 있어요.” 정수민 씨가 말했다. 그는 가끔 가는 해외 출장에서 모르는 여자를 만났다. “상하이 파크 하얏트에서 학회에 왔다는 여자를 만난 적이 있어요. 둘 다 혼자고, 방은 비어 있고, 술은 취하고.” 심지 없는 양초처럼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지만 촉매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시계가 심지가 되었다.
“여자가 차고 있던 까르띠에를 자꾸 만지작거렸어요. 그게 되게 자극적이더라고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고. 그래서 ‘내 방에 갈래?’라고 했죠. 여자가 따라왔고요.”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해외 출장을 혼자 간다면 손목시계를 차는 것도 좋겠다. 정수민 씨는 그때 차기 좋은 시계로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를 추천해주었다. “시계의 케이스가 돌아가니까, 한번 돌려보라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유도할 수 있어요.” 대단한 창의력이다.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기계식 시계를 차고 섹스할 때 시계에 무리가 갈지도 궁금했다. 고가품 아닌가. 고장이 나면 곤란하다. 권혁재 씨는 시계 무브먼트를 분해하고 관련 원서를 읽을 정도의 시계 애호가다. “(섹스 정도로) 기계식 시계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겁니다. 스팽킹이나 채찍질 같은 걸 하는 게 아니라면요.” 하긴 강한 충격은 기계식 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시계 브랜드의 서비스 센터에는 골프를 치다 고장 난 물건이 많이 들어온다.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차고 나의 섹스 지속 시간을 잰다면? “사람의 몸이 흔들릴 테니 측정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왜 차고 해야 하죠?” 나는 가능한 상황을 설명했다. 섹스를 하다 보면 시계를 못 풀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허어…” 권혁재 씨는 점잖은 사람이라 한숨도 점잖았다. 경망스러운 나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섹스 중에 땀이 나면 가죽 스트랩의 수명이 줄어들까? “전혀 그럴 일 없습니다. 육수를 쏟는 정도가 아니라면.” 권혁재 씨가 작작 하라는 목소리로 말했다.
21세기가 낳은 최고의 시계 애플 워치는 어떨까? 섹스할 때의 신체 변화도 기록될까? “차고 해본 적은 없어서요.” 애플 워치 유저 김신준 씨가 답했다. “카운트다운 기능을 쓰면 좋을 것 같긴 해요”라며 그는 카운트다운 기능을 보여주었다. 3, 2, 1, 카운트다운이 지나면 그다음부터 내 소모 칼로리와 심박수를 보여주는 기능이었다. “이걸 켜두면 뭔가 이겨야 할 것 같아요.” 김신준 씨가 말했다. 뭘 이기지?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시계를 차고 섹스해도 운동 측정 안 되던데? 내가 운동을 안 해서 그런 건가? 운동은 남자가 하잖아.” 판교의 애플 애호가 한수진 씨는 너무 솔직해서 내가 어쩔 줄 몰랐다. “애플 워치는 걷기도 10분쯤 해야 ‘걷고 계신 것 같네요. 기록할까요?’라는 메시지가 뜨거든.” 한수진 씨가 애플 워치를 차고 10분 이상 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다 보니 애플 워치를 차고 섹스했는데 움직일 때마다 불이 들어오더라고.” 거침없는 애플 애호가 한수진 씨가 말을 이었다. “불빛 때문에 항의가 들어와서 푸르고 계속했어. 다음에 극장 모드로 해두고 ‘운동’ 기능 켜고 해볼까?” 극장 모드가 뭐지? “손을 휘저어도 조명이 켜지지 않는 모드야.” 스마트워치의 기능은 정말 다양하다. →
섹스할 때 차는 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