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화제와 논란을 일으킨 룩 15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2019년 화제와 논란으로 기록된 룩 15개를 선정했다. | 키아누 리브스,카니예 웨스트,조커,유르겐 텔러,프랭크 오션

  「 KEANU REEVES 키아누 리브스  」 키아누 리브스가 생 로랑 2019 F/W 광고에 등장했다. 검은색 가죽 블루종과 검은색 실크 셔츠를 입고 들풀 같은 수염을 기른 키아누 리브스가 바람에 흔들렸다. 영화 <존 윅> 시리즈에서도 그는 검은색 슈트만 입었다. 때로는 종속의 의미로, 때로는 슬픔을 담아서. 검은 옷을 입은 키아누 리브스는 그 어느 때보다 입체적이다. 검은색의 힘.   「 KANYE WEST 카니예 웨스트 」 레드 카펫이었다. 물에 젖은 듯한 드레스로 온몸의 실루엣을 드러낸 킴 카다시안보다 옆에 있던 카니예 웨스트가 더 난리였다. 검은색 면 재킷과 팬츠에 부츠 차림. 작정하고 꾸민 킴 카다시안의 경호원쯤으로 보였으니까. 그 재킷이 고작 43달러짜리 디키즈로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멧 갈라의 드레스 코드는 물론 레드 카펫 공식에도 어긋났지만 재킷은 당연하게도 품절 사태였다. 카니예 웨스트라서 가능했던 해프닝.   「 JOKER 조커 」 역대 조커는 보라색 슈트 혹은 코트에 보색 대비 강렬한 이너웨어를 입었다. 미치광이의 전형이 되어버린 룩과 색.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커>에는 적갈색 슈트에 초록색 셔츠, 개나리색 베스트를 입은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가 나온다. 코스튬 디자이너 마크 브리지가 제작한 것으로 넓고 호방한 라펠, 단단한 어깨 패드, 구찌풍의 복고적인 실루엣은 다분히 2019년적이었다. 올해 핼러윈 최고 인기 룩.       「 JUERGEN TELLER 유르겐 텔러 」 팔라스 스케이트보드의 2018 F/W 룩북은 사진가 유르겐 텔러가 찍었다. 그때 팔라스가 짧고 빵빵한 주황색 다운재킷을 만들었고 유르겐 텔러는 그때부터 쭉 그 옷을 입는다. 1년에 최소 8개월은 입어서 너무 꾀죄죄한 주황색 옷을 입고 예술인의 밤 같은 격식 있는 행사에도 참석한다. 치명적으로 시선을 강탈하지만 당사자는 천연덕스럽다. 최고의 애티튜드. 유르겐 텔러는 올해도 주황색 옷을 입고 루이 비통 쇼를 보러 파리도 가고 디올 맨 때문에 도쿄도 가고 런던 전시회도 가고 책 사인회도 했다.   「 FRANK OCEAN 프랭크 오션 」 2019 멧 갈라의 테마는 ‘캠프: 패션에 대한 단상’이었다. 테마에 맞춘 옷을 입고 공작처럼 휘황한 차림새를 뽐내는 셀러브리티 사이에서 가장 돋보인 사람은 프랭크 오션이었다. 프랭크 오션은 프라다의 아노락 점퍼를 입고 멧 갈라에 등장했다. 누군가는 테마에 맞지 않는 룩이라며 비난하기도 했지만 ‘아노락 점퍼를 입는 가장 귀여운 방법’이라고 소개해도 될 만큼 인상적이었다. 한 손에는 콘탁스 카메라를 들고, 멧 갈라와 조금 거리를 두고 관망하겠다는 태도까지. 완벽했다.   「 BRAD PITT 브래드 피트 」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히피 문화가 최고조에 달한 196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다. 그 시절 할리우드에 대한 동경과 사랑으로 점철된 이 영화에 또 다른 사랑이 있다. 브래드 피트다. 대충 기른 머리와 탄탄한 몸, 얼룩진 구릿빛 피부만으로 이미 끝났다. 낡은 청바지와 더 낡은 티셔츠, 웨스턴 벨트와 스웨이드 부츠, 에이비에이터 선글라스와 싸구려 가죽 팔찌, 불쑥 튀어나온 하와이안 셔츠마저 방탕하고 불안하고 외설적인 과거 할리우드 그 자체다.   「 MARC GOEHRING 마크 괴링 」 베를린 잡지 <032c>의 패션 디렉터이자 스타일리스트인 마크 괴링은 지금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피플 중 한 명이다. 전형에서 벗어나 본인의 취향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방식으로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베를린 무드를 마구 뒤섞는다. 지난여름 패션위크 당시 보테가 베네타를 입은 마크 괴링이 회제였다. 보테가 베네타의 남성용 가죽 셔츠와 쇼츠를 입고 여성용 카세트 백을 대수롭지 않게 둘러메는 기개. 여기에 아식스 젤 카야노 5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탁월한 스타일링을 보여줬다.   「 EZRA MILLER 에즈라 밀러 」 어반 디케이의 모델로 서울에 방문한 에즈라 밀러가 이번에도 선을 넘었다. 정확히 말하면 선을 뭉개버렸다. 화려한 눈 화장에 붉은 입술, 짧은 드레스와 퍼 장식 재킷, 한 뼘은 족히 넘을 듯한 굽의 레이스업 부츠. 그는 얼굴에 눈을 7개 그려도, 하이패션의 정점에 선 몽클레르의 패딩 드레스를 입어도, 코치 여성 컬렉션의 나풀거리는 보헤미안풍 원피스를 입어도 에즈라 밀러였다. 에즈라 밀러가 옷 입는 방식은 ‘앤드로지너스’나 ‘젠더플루이드’라는 추상적인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 LOUIS VUITTON 루이 비통 」 버질 아블로의 두 번째 루이 비통 컬렉션. 런웨이는 뉴욕 뒷골목을 재현했다. 첫 번째 쇼와 달리 묵직한 색의 옷이 쇼 중반 이후까지 이어지던 중 관객들이 일사불란하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여러 나라의 국기가 장식된 옷과 액세서리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놀랍게도 태극기가 무척 큰 비중으로 쓰여서 더 흥미로웠달까. 태극기를 특별히 크게 쓴 이유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 이 룩이 공개되자마자 SNS는 한동안 시끌벅적했다.   「 LUDOVIC DE SAINT SERNIN 루도빅 드 생 세르넹 」 루도빅 드 생 세르넹의 옷은 아슬아슬하고 모호하고 의뭉스럽다. 실오라기 하나만 간신히 걸친 듯 관능적인 옷. 남성 컬렉션에서 쇼를 하고, 남자 모델에게 입히지만 남성복이라고 감히 특정할 수 없는 옷. 옷보다는 예술 작품에 가까운 루도빅 드 생 세르넹의 옷은 단 하나의 사이즈와 디자인으로만 만든다. 누구든 입고 싶으면 알아서 해석해 입도록.    「 GENIE 지니 」 실사화된 <알라딘>의 지니는 단연 올해 최고의 캐릭터다. 날 때부터 파란 피부였대도 어색하지 않을 조화. 파란 분장 아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할 수 없다. 윌 스미스의 능청스러움 때문에 더 자연스러웠달까. 몸은 왜 또 저렇게 쓸데없이 좋은지. 깡똥한 변발과 옹졸한 턱수염, 주렁주렁한 금붙이마저 치명적이다. 모든 요소가 웃기고 유쾌하다는 게 가장 섹시한 지점.   「 JONAH HILL 조나 힐 」 배우이자 감독인 조나 힐은 단연 2019년을 대표하는 남자 중 하나였다. 그가 감독한 영화 <미드 90>의 성공, 새로운 세대의 패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는 이유 때문에. 스트리트풍 옷을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입는 방식이 오히려 더 현재적 패셔너블함이었다.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열린 <미드 90> 시사회 당시 입은 넉넉한 실루엣의 체크 슈트와 네이비 니트 톱, 오렌지색 스니커즈의 조합은 조나 힐식의 유쾌한 파격이었다.   「 JADEN SMITH 제이든 스미스 」 2017년 제이든 스미스가 샤넬을 입고 멧 갈라 레드 카펫을 밟았다. 싹둑 자른 레게 머리를 들고. 그때 우리는 눈치를 챘어야 했다. 이 젊고 자유분방한 남자가 얼마나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올해 제이든 스미스는 머리와 눈썹을 핑크색으로 염색했다. 올여름 총천연색 버즈컷 남자들이 쏟아져 나온 데에는 제이든 스미스의 역할도 크다. 그는 자신의 피부색에 놀랍도록 잘 어울리는 핑크색을 찾아내자 보란 듯이 질주했다. 루이 비통 여성복을 입는 것쯤은 아주 소소한 선택.   「 BILLY PORTER 빌리 포터 」 2019 오스카 시상식 레드 카펫에 오른 빌리 포터가 새까만 벨벳 재킷 아래 길게 치마가 늘어진 턱시도를 입었다. 커밍아웃한 배우이자 가수인 빌리 포터는 본인이 걸어 다니는 예술 작품이자 남성성과 여성성, 성 소수자에 대한 논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수단이 되길 원했다. 성별, 나이, 정체성에 상관없이 원하는 옷을 입는 것, 더 나아가 모두가 스스로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 드레스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 빌리 포터가 불러일으킨 반향이었다.   「 TIMOTHÉE CHALAMET 티모시 샬라메 」 버질 아블로는 루이 비통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처음 선보인 2019 S/S에 하네스를 등장시켰다. 억압과 폭력 대신 자주성의 상징으로. 그리고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한 티모시 샬라메를 위해 반짝이는 비즈 장식을 주렁주렁 달았다. 칠흑처럼 검고 차분한 셔츠 위에 은하수처럼 형형한 하네스를 더해 가히 파격 아닌 파격이 됐다. 하네스라는 문제적 존재가 우아하고 기품 넘치는 액세서리로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