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YLE
2019 MBC 연기대상 남자 신인상의 주인공 이재욱과 함께한 하루
배우 이재욱은 시청자를 설득하는 게 자신의 일이라고 했다. 장우라는 인물에 대해 설득하려 한다고. 마르꼬, 개태, 지환이, 백경이에 대해 설득하려 했다고. 다만 지금껏 단 한 번도 만족해본 적은 없다고, 맨 얼굴로 앉아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
누구도 대변하지 않던 날의 이재욱
」
티셔츠 빠흐. 데님 팬츠 오피신 제너럴. 스니커즈 컨버스.

재킷 벨루티.
사진은 마음에 들어요?
아유, 뭐. 김영준 사진가님이 촬영해주시면 항상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요.
촬영 중에는 안 보더라고요, 결과물을.
맞아요. 그냥 OK라고 하시면 ‘잘 나왔으니까 OK 해주셨겠지’ 하는 편이에요.
연기할 때도 OK 컷을 잘 확인하지 않는다고 했던 것 같아요. 이유가 뭘까요? 영향받기 싫어서? 감독의 영역을 존중해서?
일단은 존중의 의미가 커요. 그게 가장 크고요, 부가적인 이유로는, 왜 눈에 보이는 부분에 신경 쓰다가 본질적인 걸 놓치는 수가 있잖아요. 표정을 예쁘게 하려다가 대사나 감정 전달이 잘 안된다거나. 그래서 스스로 좀 애매한 것 같을 때는 그냥 감독님께 물어보는 편이에요. “괜찮았나요?” 하고요.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OK를 주신 거라면 그럴 때 한 번만 더 가보자고 하시니까요. 만약 정말 괜찮았다고 하시면, 저는 그냥 그 말을 믿고 의심치 않는 거죠.
OK 컷을 확인하면서 놓쳤던 부분을 캐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오히려 확인을 안 하는 쪽이 더 남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다음 장면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되니까요. 매 컷을 확인하고 ‘다음 장면에서는 이렇게 해야겠다’ 하는 것보다는 그 편이 저한테 맞는 것 같은 거죠.
방영본으로 처음 보게 되는 거겠네요. 여느 시청자나 마찬가지로.
네, 맞아요. 그래서 되게 재미있을 때도 많고, ‘아 저게 저렇게 나왔구나’ 하고 놀라는 신도 많고요. 예전에는 TV에 제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어색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뭐랄까, 갈구하는 입장이 되었달까요.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이죠. ‘아, 저 부분은 아쉽다’, ‘다음에 저런 대사를 받으면 이런 식으로 풀어봐야겠다’ 하고요.
결국 아쉬운 부분은 생기게 마련이군요.
그냥… 절대 만족을 얻을 수 없는 직업을 선택한 것 같아요. 아쉬움이 남더라도 그 마음을 잘 가지고 다음 작품에 임해야 맞는 거겠죠.
그렇게 스스로 보기에도 생소하고 아쉬운데, 방송을 보통 가족과 함께 본다고 들었어요. 민망하지는 않아요?
그렇죠. 민망한 것도 있고, 좀 어색한 것도 있고. 일단 키스 신은 같이 못 봤어요. 그거는 어머니 앞에서 쪼금… 그렇더라고요. 갑자기 물 마시고 싶어지고, 갑자기 방에 들어가게 되고….(웃음)
오늘 촬영 콘셉트가 ‘내추럴’이었잖아요. 어땠어요, 자연스러운 이재욱을 요청받으니까?
일단은 걱정이 됐어요. 의상이든 메이크업이든 다 미니멀하게 하는 거니까. 저의 부족한 부분이 부각되는 게 아닐까 하고요. 그런 걱정을 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근데 또 워낙 업계에서 실력으로 정평이 난 분들과 함께 하는 거고, 가장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고르는 거잖아요. 그리고 요즘은 뭐 사진 보정 기술도 좋고.(웃음) 대충 골라놓으신 것들로 보기에는, 후반부에 나온 사진들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사진가님이 디렉팅을 잘해줬고 저도 점점 더 풀어졌던 것 같고요. 사실 늘 이렇게 끝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아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더 맘껏 풀어질 수 있었는데 하고.
꽤 드라마틱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잖아요. 사진가가 특정 움직임을 요청했을 때 재욱 씨가 팔을 휘둘렀고, “어, 재욱 씨 춤출 줄 아세요?”, “현대무용 했어요”, “그럼 그런 노래 좀 틀어볼게요” 하다가 결국 춤추는 모습을 담게 됐죠.
어… 뭐… 맞아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런 요소들이 만나게 되는 것도 너무 재미있는 것 같고요… 굉장히 민망하네요. 하하하. 입시 준비할 때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배웠어요, 부전공으로. 잘하는 건 아니고요. 다 까먹기도 했고. 그냥 ‘배운 적 있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숨길 것도 없지만 자랑할 수준은 아니니까. 근데 또 사진가님이 다음번엔 아예 무용가 콘셉트로 촬영해보자고 하셨잖아요. 그렇게 우연히 발견한 어떤 요소에서 확장되는 건 좋은 일인것 같아요, 저는.
인간 이재욱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어요. 워낙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했으니까.
맞아요, 상반된 캐릭터를 많이 맡았죠. 사실 제가 뭘 의도한 건 아니었고요. 신인인 제가 다음 작품을 고르고 방향을 의도하고 그런 걸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으니까. 그냥 운이 정말 좋았던 거죠. 들어오는 작품의 캐릭터가 다 달랐고, 그게 다 좋은 캐릭터였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마르꼬는 연기하면서도 ‘이런 캐릭터를 또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참 인상 깊은 친구였고. 뭐 지환이(<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백경이(<어쩌다 발견한 하루>, 그리고 이제 장우(<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까지, 참 감사할 따름이죠.
방금 ‘지환이’라고 할 때 좀 신선했어요. 설지환 캐릭터의 극 중 나이는 30대잖아요. 재욱 씨는 올해 23살이고요.(웃음) 그러고 보면 연기할 수 있는 나이대가 굉장히 넓은 것 같아요. 고등학생부터 30대까지.
저한테는 정말 너무 좋은 칭찬인 것 같아요. 흉내라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나온다는 게 참 감사한 거죠. 그런데 사실 그 배역 자체가 일반적인 30대에 비해 워낙 순수하고 어린 면모가 많은 친구잖아요. 좀 이례적이랄까. 그래서 그냥 “30대예요” 하면 ‘아, 30대구나’ 하고 볼 수 있는 캐릭터였던 같아요. 제가 딱히 뭐 성숙하다, 그런 걸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많이 어려웠어요.
인물의 디테일이 제시되지 않고 그냥 너무 완벽한 남자로 나오니까요, 유니콘처럼.
맞아요. 굉장히 4차원이면서, 또 굉장히 박력 있고, 또 엄청 순수하고… 뭐랄까, 다양한 인물의 성격을 조금씩 빼온 인물 같았다고 할까요. 또 설지환의 극 중 직업이 배우라서 막장 드라마의 악역 추민혁 연기도 하잖아요. 그것까지 합하면 정말 굉장히 많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친구였죠. 그래서인지 끝나고 참 많이 아쉬웠어요. 정말, 많이.
아쉬웠군요. 마르꼬 한은 어떻게 남았어요? 호평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 제가 ‘사이즈’가 뭔지도 몰랐거든요. 어떤 카메라에서 제 모습이 어떻게 잡히는지. 정말 무방비 상태로 스페인까지 촬영하러 갔죠. 분위기나 외모까지 포함해서, 말씀하신 것처럼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요. 그런데도 저는 모니터링을 못 하겠더라고요. 제가 그 친구의 날카로운 면을 훨씬 잘 살릴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한데… 마르꼬도 참 아쉽죠.

셔츠 살바토레 페라가모. 와이드 팬츠 던힐.

재킷, 팬츠 모두 벨루티. 플립플롭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첫 오디션이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오디션이었죠. 저는 그냥 연극영화과 1학년 학생으로 간 건데, 가보니까 막 매니저 대동해서 오신 분들도 많고… 사실 제가 그때 감독님께 저 뽑지 말라고 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되게 건방지네요.(웃음) 물론 연기는 시원하게 했죠. 근데 마지막에 감독님이 “이거 제작비 엄청 많이 들어가는 작품이고 하반기 기대작이야” 하시는데, 제가 지레 겁을 먹은 거예요. 아, 그러면 저 쓰지 마시라고, 저는 아무것도 모른다고.(웃음) 다행히 그런 모습도 귀엽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지금도 겁나는 게 있어요?
저 스스로가 제일 겁나죠. 캐릭터를 잘 구축하고 잘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가장 큰 관건은 늘 저니까요.
스스로의 실력이? 아니면 게으름이?
둘 다죠. 제 연기력, 그리고 준비하는 과정이. 그런데 그 겁이라는 게 어감처럼 부정적인 요소는 아니고요. 저는 이렇게 제 자신을 의심하지 않으면 오히려 힘든 것 같아요. 매일매일, 매 과정, 매 신마다 의심해야 하죠.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는데, 결국 그래서 모니터링을 안 하는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작년 MBC 연기대상에서 남자 신인상을 받았어요. <어쩌다 발견한 하루>로. 감회가 남다른 작품일 것 같은데요.
상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는 않으려고 해요. 사실 그 작품 덕분에 팬들의 큰 사랑을 받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그 작품이 각별하다고 말하기엔 사실 전 지금껏 촬영한 작품 모두 다 소중하거든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장사리> 모두 제 안에 깊이 갖고 있는 작품이에요. 물론 <어쩌다 발견한 하루>도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고요.
본인은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연기가 아쉬웠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여러 번.
백경이라는 인물의 반의반도 이해를 못 시켜드린 것 같아요. 자칫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느끼신다면 그건 이 친구가 계속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며 얼마나 비극적인 삶을 살아왔는지, 그 부분을 제가 잘 설명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해요.
어려운 구석이 있는 캐릭터죠. 스스로가 순정 만화 <비밀>의 세계관 속에 있다는 걸 깨친 인물이고 그 세계관의 클리셰에 냉담한데, 또 한편으로는 설정 자체가 순정 만화의 클리셰를 품은 인물이니까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부잣집 아들이라는 설정이라든지, 주인공을 짝사랑하지만 성격 때문에 끝까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순애보라든지.
사실 저도 웹툰을 봤을 때는 잘 그려지지가 않았어요. ‘이걸 영상으로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순정 만화적인 순간, 오글거리는 대사를 밀어내는 캐릭터인데, 그런데 또 세계관 창조주인 <비밀>의 작가가 의도한 대사는 소화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사실 백경이 같은 경우에는 제 애드리브로 넣은 부분도 많았어요. 대사 자체를 제 언어로 바꿔서 풀려고 많이 연습했던 것 같고요. 음… 클리셰라… 대사나 행동이 워낙 세고 부각되는 부분이 있긴 했죠. 하지만 그 안에 이 아이의 아픔, 슬픔, 같은 게 있잖아요. 백경이는 클리셰라고 정리하기에는 아까운 캐릭터인 것 같아요. 그걸 이제…. 제가 잘 설명해드렸어야 하는데….(웃음)
잘 표현했으니까 신인상을 준 게 아닐까요? 그간 선 굵은 다양한 캐릭터를 맡았는데, 심지어 작품들의 촬영 시기가 조금씩 겹치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갓 데뷔한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려웠어요, 사실. 쉬웠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와 <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겹쳤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영화 <장사리>가 조금 겹쳤는데요, 그런데 오히려 180도 다른 인물을 연기하니까 전체적으로 다 반대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각 캐릭터 특유의 말투도 잡히기 시작하고 인물도 잘 구축됐고요.
너무 다른 캐릭터여서 오히려 서로에게 도움이 됐다?
그렇죠. 표현이 좀 서툴다는 거, 그거 하나만 빼면 지환이랑 백경이는 완전히 정반대였으니까요. 생활 환경, 성격, 말투까지. 완전히 뒤집어서 생각할 수 있었던 거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장사리>는 아예 시대 배경부터 다르잖아요. 마르꼬는 ‘양끼’ 넘치는 유학생이고, 개태는 순수한 포항 소년이고. 뭐, 그렇게 애매하게 겹치는 부분이 없어서 오히려 구축하는 데 더 용이했던 것 같아요.

슬리브리스 톱 던힐. 네크리스 락킹에이지.

재킷 벨루티.

재킷 벨루티.
신기한 이야기네요. 촬영장 밖까지 캐릭터를 품고 가는 스타일은 아닌가 봐요.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계속 가지고 있어야 돼요. 일단은 대본을 계속 봐야 하기 때문에. 백경이 같은 경우에는 감정을 좀 드러내는 신이 있는 날은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어요. 하루 종일 그 감정에 몰입해 있어야 표정이나 말투가 잘 나오기도 했고요. 촬영 딱 들어가면 캐릭터에 빙의했다가 현장에 놓고 오는 그런 배우는 아직 못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굳이 커리어에서 흐름을 찾자면, 점점 더 현실적인 캐릭터를 맡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맞아요. 그것도 제가 의도한 건 아니긴 한데요.(웃음) 아무튼 지금 방영하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장우 같은 경우에는 정말 실생활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친구죠. 굉장히 유쾌하고….
평생 1등을 놓쳐본 적 없는 서울대 출신 수재라는 것만 빼면요.
(웃음) 그 설정값만 딱 빼면. 그러면 그냥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친구죠. 그런데 사실 제가 하고 싶었던 연기도 그런 거였거든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잘 섞일 수 있는 연기. 그래서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껏 맡은 배역과는 결이 다른 것 같아요. 물론 극 분위기나 캐릭터 설정은 매번 달랐지만, 이장우는 좀 더 ‘받쳐주는’ 배역인 것 같다고 할까요.
우뚝 선 나무가 아니라, 잘 섞여 있는 숲을 보여드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일단은 이 드라마 자체가 누구 하나가 뭔가를 탁 튀게 잘해서 끌고 가는 성격의 작품이 아니라 다채롭게 어우러져 만드는 서정적인 휴먼 드라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안에서 장우가 재미있게 풀어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했고요.
이장우 캐릭터가 재욱씨 본인과 좀 비슷한 부분이 있나요?
장우가 저랑 잘 맞아요. 잘 맞는다? 이렇게 표현하는 게 좀 웃기긴 한데, 제 본래 성격에 도움을 받아서 인물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 나오는 제 말과 행동에서 영감을 많이 얻기도 하고요.
늘 그렇게 부르네요. 백경이, 지환이, 장우… 캐릭터를 평면적으로 대하는 걸 피하는 걸까요?
그렇다기보다 저 자신이 그 친구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촬영할 때는 제가 그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제로 제 역할은 그 사람의 대변인 정도라고 생각하는 거죠. 배우 이재욱이 대신 설득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자꾸 3인칭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장우라는 친구는’ 하는 식으로 ‘친구’라는 표현도 자주 쓰는 것 같고. 이제는 그냥 습관이에요.
데뷔 2년 만에 정말 많은 걸 보여줬잖아요. 연기는 언제부터 한 거예요?
고3 때 연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대학교는 한 번 떨어지고 재수해서 들어간 거고요.
1학년 1학기에 데뷔했다고 했으니, 정말 빠르게 성공했네요.
네, 다른 배우들과 비교하자면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저는… 하루하루 시간을 흘려보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그런 말을 들으면 배우 지망생들이 분노하지 않을까요? ‘우리도 하루하루 흘려보내는 거 아니다’, ‘타고났다는 걸 인정해라’, ‘차라리 천재라고 해라’….
(웃음) 근데 이게 어떤 거냐면, 늘 하는 얘긴데요, 저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정말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어요. 제가 받은 배역과 캐스팅 과정을 저도 한 번씩 다시 생각해보게 되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답은 하나인 것 같아요. ‘나는 2019년에 운이 정말 좋았구나.’
재욱 씨가 무대 위에서 모노드라마를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게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입시 영상이었더라고요. 몰랐어요. 오디션에서 할 법한 스타일의 연기가 아닌 것 같아서.
맞아요. <세일즈맨의 죽음>의 해피 역이었는데요, 사실 입시에서는 형인 비프 캐릭터를 많이 하죠. 굉장히 극적인 인물이고 짧은 시간에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크니까. 반면에 해피는 입시에서 절대 안 하는 캐릭터고요. 제가 하겠다고 했을 때도 학원 선생님부터 친구들까지 다들 말렸어요. 너무 보여줄 게 없다고. 그런데 뭐 결국 재미있게 잘 준비해서, 잘 풀렸던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신선하다’는 평을 많이 받았거든요.
연극에 욕심이 있진 않아요?
있어요. 지금도 소속사와 논의 중이에요. 시간만 맞으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연극의 어떤 점에 끌리는 걸까요?
연극을 ‘배우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한두 시간 동안 관객과 직접 소통하고, 극 초반부터 클라이맥스까지 감정을 쌓아서 가져가니까. 그래서 공연 하나를 끝마쳤을 때 특유의 희열이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는 순서대로 촬영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제가 연기를 끝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후반 작업을 거쳐야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아무래도 감흥이 좀 다르죠. 연극의 그 느낌은… 뭐랄까, ‘살아 있다’고 표현할 수 있으려나.
슬슬 다음 스케줄 갈 시간이네요. 마지막 질문을 할까 봐요. 재욱 씨가 가진 배우로서의 원칙은 뭘까요?
음, 스스로 창피할 일 만들지 말자. 지금 생각해낸 말이긴 한데요. 인물 분석이든 구축이든 물론 끝나고 나면 늘 아쉬울 수밖에 없겠지만, 후회할 일은 하지 말자는 거죠. 저는 대본을 보고 캐릭터를 구축할 때 고민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혹시라도 이 시간이 줄어들면 분명 후회하게 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너무 노력파 이미지로 마무리하는 것 아니에요? 끝까지 천재 아닌 척하려고….
하하하하. 저 근데 (속삭이며) 정말 노력파예요. 수고 많으셨습니다.(웃음)
Credit
- FASHION EDITOR 고동휘
- FEATURES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김영준
- STYLING 남주희
- HAIR 백흥권
- MAKEUP 이영
- ASSISTANT 윤지수
- DIGITAL DESIGNER 이효진
JEWELLERY
#부쉐론, #다미아니, #티파니, #타사키, #프레드, #그라프, #발렌티노가라바니, #까르띠에, #쇼파드, #루이비통
이 기사도 흥미로우실 거예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에스콰이어의 최신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