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MBC 연기대상 남자 신인상의 주인공 이재욱과 함께한 하루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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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MBC 연기대상 남자 신인상의 주인공 이재욱과 함께한 하루

배우 이재욱은 시청자를 설득하는 게 자신의 일이라고 했다. 장우라는 인물에 대해 설득하려 한다고. 마르꼬, 개태, 지환이, 백경이에 대해 설득하려 했다고. 다만 지금껏 단 한 번도 만족해본 적은 없다고, 맨 얼굴로 앉아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ESQUIRE BY ESQUIRE 2020.03.20
 
 

누구도 대변하지 않던 날의 이재욱 

 
티셔츠 빠흐. 데님 팬츠 오피신 제너럴. 스니커즈 컨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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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벨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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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마음에 들어요?
아유, 뭐. 김영준 사진가님이 촬영해주시면 항상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요.
촬영 중에는 안 보더라고요, 결과물을.
맞아요. 그냥 OK라고 하시면 ‘잘 나왔으니까 OK 해주셨겠지’ 하는 편이에요.
연기할 때도 OK 컷을 잘 확인하지 않는다고 했던 것 같아요. 이유가 뭘까요? 영향받기 싫어서? 감독의 영역을 존중해서?
일단은 존중의 의미가 커요. 그게 가장 크고요, 부가적인 이유로는, 왜 눈에 보이는 부분에 신경 쓰다가 본질적인 걸 놓치는 수가 있잖아요. 표정을 예쁘게 하려다가 대사나 감정 전달이 잘 안된다거나. 그래서 스스로 좀 애매한 것 같을 때는 그냥 감독님께 물어보는 편이에요. “괜찮았나요?” 하고요.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OK를 주신 거라면 그럴 때 한 번만 더 가보자고 하시니까요. 만약 정말 괜찮았다고 하시면, 저는 그냥 그 말을 믿고 의심치 않는 거죠.
OK 컷을 확인하면서 놓쳤던 부분을 캐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오히려 확인을 안 하는 쪽이 더 남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다음 장면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되니까요. 매 컷을 확인하고 ‘다음 장면에서는 이렇게 해야겠다’ 하는 것보다는 그 편이 저한테 맞는 것 같은 거죠.
방영본으로 처음 보게 되는 거겠네요. 여느 시청자나 마찬가지로.
네, 맞아요. 그래서 되게 재미있을 때도 많고, ‘아 저게 저렇게 나왔구나’ 하고 놀라는 신도 많고요. 예전에는 TV에 제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어색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뭐랄까, 갈구하는 입장이 되었달까요.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이죠. ‘아, 저 부분은 아쉽다’, ‘다음에 저런 대사를 받으면 이런 식으로 풀어봐야겠다’ 하고요.
결국 아쉬운 부분은 생기게 마련이군요.
그냥… 절대 만족을 얻을 수 없는 직업을 선택한 것 같아요. 아쉬움이 남더라도 그 마음을 잘 가지고 다음 작품에 임해야 맞는 거겠죠.
그렇게 스스로 보기에도 생소하고 아쉬운데, 방송을 보통 가족과 함께 본다고 들었어요. 민망하지는 않아요?
그렇죠. 민망한 것도 있고, 좀 어색한 것도 있고. 일단 키스 신은 같이 못 봤어요. 그거는 어머니 앞에서 쪼금… 그렇더라고요. 갑자기 물 마시고 싶어지고, 갑자기 방에 들어가게 되고….(웃음)
오늘 촬영 콘셉트가 ‘내추럴’이었잖아요. 어땠어요, 자연스러운 이재욱을 요청받으니까?
일단은 걱정이 됐어요. 의상이든 메이크업이든 다 미니멀하게 하는 거니까. 저의 부족한 부분이 부각되는 게 아닐까 하고요. 그런 걱정을 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근데 또 워낙 업계에서 실력으로 정평이 난 분들과 함께 하는 거고, 가장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고르는 거잖아요. 그리고 요즘은 뭐 사진 보정 기술도 좋고.(웃음) 대충 골라놓으신 것들로 보기에는, 후반부에 나온 사진들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사진가님이 디렉팅을 잘해줬고 저도 점점 더 풀어졌던 것 같고요. 사실 늘 이렇게 끝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아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더 맘껏 풀어질 수 있었는데 하고.
꽤 드라마틱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잖아요. 사진가가 특정 움직임을 요청했을 때 재욱 씨가 팔을 휘둘렀고, “어, 재욱 씨 춤출 줄 아세요?”, “현대무용 했어요”, “그럼 그런 노래 좀 틀어볼게요” 하다가 결국 춤추는 모습을 담게 됐죠.
어… 뭐… 맞아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런 요소들이 만나게 되는 것도 너무 재미있는 것 같고요… 굉장히 민망하네요. 하하하. 입시 준비할 때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배웠어요, 부전공으로. 잘하는 건 아니고요. 다 까먹기도 했고. 그냥 ‘배운 적 있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숨길 것도 없지만 자랑할 수준은 아니니까. 근데 또 사진가님이 다음번엔 아예 무용가 콘셉트로 촬영해보자고 하셨잖아요. 그렇게 우연히 발견한 어떤 요소에서 확장되는 건 좋은 일인것 같아요, 저는.
인간 이재욱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어요. 워낙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했으니까.
맞아요, 상반된 캐릭터를 많이 맡았죠. 사실 제가 뭘 의도한 건 아니었고요. 신인인 제가 다음 작품을 고르고 방향을 의도하고 그런 걸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으니까. 그냥 운이 정말 좋았던 거죠. 들어오는 작품의 캐릭터가 다 달랐고, 그게 다 좋은 캐릭터였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마르꼬는 연기하면서도 ‘이런 캐릭터를 또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참 인상 깊은 친구였고. 뭐 지환이(〈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백경이(〈어쩌다 발견한 하루〉, 그리고 이제 장우(〈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까지, 참 감사할 따름이죠.
방금 ‘지환이’라고 할 때 좀 신선했어요. 설지환 캐릭터의 극 중 나이는 30대잖아요. 재욱 씨는 올해 23살이고요.(웃음) 그러고 보면 연기할 수 있는 나이대가 굉장히 넓은 것 같아요. 고등학생부터 30대까지.
저한테는 정말 너무 좋은 칭찬인 것 같아요. 흉내라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나온다는 게 참 감사한 거죠. 그런데 사실 그 배역 자체가 일반적인 30대에 비해 워낙 순수하고 어린 면모가 많은 친구잖아요. 좀 이례적이랄까. 그래서 그냥 “30대예요” 하면 ‘아, 30대구나’ 하고 볼 수 있는 캐릭터였던 같아요. 제가 딱히 뭐 성숙하다, 그런 걸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많이 어려웠어요.
인물의 디테일이 제시되지 않고 그냥 너무 완벽한 남자로 나오니까요, 유니콘처럼.
맞아요. 굉장히 4차원이면서, 또 굉장히 박력 있고, 또 엄청 순수하고… 뭐랄까, 다양한 인물의 성격을 조금씩 빼온 인물 같았다고 할까요. 또 설지환의 극 중 직업이 배우라서 막장 드라마의 악역 추민혁 연기도 하잖아요. 그것까지 합하면 정말 굉장히 많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친구였죠. 그래서인지 끝나고 참 많이 아쉬웠어요. 정말, 많이.
아쉬웠군요. 마르꼬 한은 어떻게 남았어요? 호평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 제가 ‘사이즈’가 뭔지도 몰랐거든요. 어떤 카메라에서 제 모습이 어떻게 잡히는지. 정말 무방비 상태로 스페인까지 촬영하러 갔죠. 분위기나 외모까지 포함해서, 말씀하신 것처럼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요. 그런데도 저는 모니터링을 못 하겠더라고요. 제가 그 친구의 날카로운 면을 훨씬 잘 살릴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한데… 마르꼬도 참 아쉽죠.
 
셔츠 살바토레 페라가모. 와이드 팬츠 던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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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팬츠 모두 벨루티. 플립플롭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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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첫 오디션이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오디션이었죠. 저는 그냥 연극영화과 1학년 학생으로 간 건데, 가보니까 막 매니저 대동해서 오신 분들도 많고… 사실 제가 그때 감독님께 저 뽑지 말라고 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되게 건방지네요.(웃음) 물론 연기는 시원하게 했죠. 근데 마지막에 감독님이 “이거 제작비 엄청 많이 들어가는 작품이고 하반기 기대작이야” 하시는데, 제가 지레 겁을 먹은 거예요. 아, 그러면 저 쓰지 마시라고, 저는 아무것도 모른다고.(웃음) 다행히 그런 모습도 귀엽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지금도 겁나는 게 있어요?
저 스스로가 제일 겁나죠. 캐릭터를 잘 구축하고 잘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가장 큰 관건은 늘 저니까요.
스스로의 실력이? 아니면 게으름이?
둘 다죠. 제 연기력, 그리고 준비하는 과정이. 그런데 그 겁이라는 게 어감처럼 부정적인 요소는 아니고요. 저는 이렇게 제 자신을 의심하지 않으면 오히려 힘든 것 같아요. 매일매일, 매 과정, 매 신마다 의심해야 하죠.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는데, 결국 그래서 모니터링을 안 하는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작년 MBC 연기대상에서 남자 신인상을 받았어요. 〈어쩌다 발견한 하루〉로. 감회가 남다른 작품일 것 같은데요.
상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는 않으려고 해요. 사실 그 작품 덕분에 팬들의 큰 사랑을 받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그 작품이 각별하다고 말하기엔 사실 전 지금껏 촬영한 작품 모두 다 소중하거든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장사리〉 모두 제 안에 깊이 갖고 있는 작품이에요. 물론 〈어쩌다 발견한 하루〉도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고요.
본인은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연기가 아쉬웠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여러 번.
백경이라는 인물의 반의반도 이해를 못 시켜드린 것 같아요. 자칫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느끼신다면 그건 이 친구가 계속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며 얼마나 비극적인 삶을 살아왔는지, 그 부분을 제가 잘 설명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해요.
어려운 구석이 있는 캐릭터죠. 스스로가 순정 만화 〈비밀〉의 세계관 속에 있다는 걸 깨친 인물이고 그 세계관의 클리셰에 냉담한데, 또 한편으로는 설정 자체가 순정 만화의 클리셰를 품은 인물이니까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부잣집 아들이라는 설정이라든지, 주인공을 짝사랑하지만 성격 때문에 끝까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순애보라든지.
사실 저도 웹툰을 봤을 때는 잘 그려지지가 않았어요. ‘이걸 영상으로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순정 만화적인 순간, 오글거리는 대사를 밀어내는 캐릭터인데, 그런데 또 세계관 창조주인 〈비밀〉의 작가가 의도한 대사는 소화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사실 백경이 같은 경우에는 제 애드리브로 넣은 부분도 많았어요. 대사 자체를 제 언어로 바꿔서 풀려고 많이 연습했던 것 같고요. 음… 클리셰라… 대사나 행동이 워낙 세고 부각되는 부분이 있긴 했죠. 하지만 그 안에 이 아이의 아픔, 슬픔, 같은 게 있잖아요. 백경이는 클리셰라고 정리하기에는 아까운 캐릭터인 것 같아요. 그걸 이제…. 제가 잘 설명해드렸어야 하는데….(웃음)
잘 표현했으니까 신인상을 준 게 아닐까요? 그간 선 굵은 다양한 캐릭터를 맡았는데, 심지어 작품들의 촬영 시기가 조금씩 겹치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갓 데뷔한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려웠어요, 사실. 쉬웠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와 〈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겹쳤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영화 〈장사리〉가 조금 겹쳤는데요, 그런데 오히려 180도 다른 인물을 연기하니까 전체적으로 다 반대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각 캐릭터 특유의 말투도 잡히기 시작하고 인물도 잘 구축됐고요.
너무 다른 캐릭터여서 오히려 서로에게 도움이 됐다?
그렇죠. 표현이 좀 서툴다는 거, 그거 하나만 빼면 지환이랑 백경이는 완전히 정반대였으니까요. 생활 환경, 성격, 말투까지. 완전히 뒤집어서 생각할 수 있었던 거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장사리〉는 아예 시대 배경부터 다르잖아요. 마르꼬는 ‘양끼’ 넘치는 유학생이고, 개태는 순수한 포항 소년이고. 뭐, 그렇게 애매하게 겹치는 부분이 없어서 오히려 구축하는 데 더 용이했던 것 같아요.
 
슬리브리스 톱 던힐. 네크리스 락킹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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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벨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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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이야기네요. 촬영장 밖까지 캐릭터를 품고 가는 스타일은 아닌가 봐요.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계속 가지고 있어야 돼요. 일단은 대본을 계속 봐야 하기 때문에. 백경이 같은 경우에는 감정을 좀 드러내는 신이 있는 날은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어요. 하루 종일 그 감정에 몰입해 있어야 표정이나 말투가 잘 나오기도 했고요. 촬영 딱 들어가면 캐릭터에 빙의했다가 현장에 놓고 오는 그런 배우는 아직 못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굳이 커리어에서 흐름을 찾자면, 점점 더 현실적인 캐릭터를 맡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맞아요. 그것도 제가 의도한 건 아니긴 한데요.(웃음) 아무튼 지금 방영하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장우 같은 경우에는 정말 실생활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친구죠. 굉장히 유쾌하고….
평생 1등을 놓쳐본 적 없는 서울대 출신 수재라는 것만 빼면요.
(웃음) 그 설정값만 딱 빼면. 그러면 그냥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친구죠. 그런데 사실 제가 하고 싶었던 연기도 그런 거였거든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잘 섞일 수 있는 연기. 그래서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껏 맡은 배역과는 결이 다른 것 같아요. 물론 극 분위기나 캐릭터 설정은 매번 달랐지만, 이장우는 좀 더 ‘받쳐주는’ 배역인 것 같다고 할까요.
우뚝 선 나무가 아니라, 잘 섞여 있는 숲을 보여드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일단은 이 드라마 자체가 누구 하나가 뭔가를 탁 튀게 잘해서 끌고 가는 성격의 작품이 아니라 다채롭게 어우러져 만드는 서정적인 휴먼 드라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안에서 장우가 재미있게 풀어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했고요.
이장우 캐릭터가 재욱씨 본인과 좀 비슷한 부분이 있나요?
장우가 저랑 잘 맞아요. 잘 맞는다? 이렇게 표현하는 게 좀 웃기긴 한데, 제 본래 성격에 도움을 받아서 인물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 나오는 제 말과 행동에서 영감을 많이 얻기도 하고요.
늘 그렇게 부르네요. 백경이, 지환이, 장우… 캐릭터를 평면적으로 대하는 걸 피하는 걸까요?
그렇다기보다 저 자신이 그 친구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촬영할 때는 제가 그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제로 제 역할은 그 사람의 대변인 정도라고 생각하는 거죠. 배우 이재욱이 대신 설득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자꾸 3인칭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장우라는 친구는’ 하는 식으로 ‘친구’라는 표현도 자주 쓰는 것 같고. 이제는 그냥 습관이에요.
데뷔 2년 만에 정말 많은 걸 보여줬잖아요. 연기는 언제부터 한 거예요?
고3 때 연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대학교는 한 번 떨어지고 재수해서 들어간 거고요.
1학년 1학기에 데뷔했다고 했으니, 정말 빠르게 성공했네요.
네, 다른 배우들과 비교하자면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저는… 하루하루 시간을 흘려보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그런 말을 들으면 배우 지망생들이 분노하지 않을까요? ‘우리도 하루하루 흘려보내는 거 아니다’, ‘타고났다는 걸 인정해라’, ‘차라리 천재라고 해라’….
(웃음) 근데 이게 어떤 거냐면, 늘 하는 얘긴데요, 저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정말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어요. 제가 받은 배역과 캐스팅 과정을 저도 한 번씩 다시 생각해보게 되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답은 하나인 것 같아요. ‘나는 2019년에 운이 정말 좋았구나.’
재욱 씨가 무대 위에서 모노드라마를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게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입시 영상이었더라고요. 몰랐어요. 오디션에서 할 법한 스타일의 연기가 아닌 것 같아서.
맞아요. 〈세일즈맨의 죽음〉의 해피 역이었는데요, 사실 입시에서는 형인 비프 캐릭터를 많이 하죠. 굉장히 극적인 인물이고 짧은 시간에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크니까. 반면에 해피는 입시에서 절대 안 하는 캐릭터고요. 제가 하겠다고 했을 때도 학원 선생님부터 친구들까지 다들 말렸어요. 너무 보여줄 게 없다고. 그런데 뭐 결국 재미있게 잘 준비해서, 잘 풀렸던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신선하다’는 평을 많이 받았거든요.
연극에 욕심이 있진 않아요?
있어요. 지금도 소속사와 논의 중이에요. 시간만 맞으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연극의 어떤 점에 끌리는 걸까요?
연극을 ‘배우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한두 시간 동안 관객과 직접 소통하고, 극 초반부터 클라이맥스까지 감정을 쌓아서 가져가니까. 그래서 공연 하나를 끝마쳤을 때 특유의 희열이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는 순서대로 촬영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제가 연기를 끝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후반 작업을 거쳐야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아무래도 감흥이 좀 다르죠. 연극의 그 느낌은… 뭐랄까, ‘살아 있다’고 표현할 수 있으려나.
슬슬 다음 스케줄 갈 시간이네요. 마지막 질문을 할까 봐요. 재욱 씨가 가진 배우로서의 원칙은 뭘까요?
음, 스스로 창피할 일 만들지 말자. 지금 생각해낸 말이긴 한데요. 인물 분석이든 구축이든 물론 끝나고 나면 늘 아쉬울 수밖에 없겠지만, 후회할 일은 하지 말자는 거죠. 저는 대본을 보고 캐릭터를 구축할 때 고민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혹시라도 이 시간이 줄어들면 분명 후회하게 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너무 노력파 이미지로 마무리하는 것 아니에요? 끝까지 천재 아닌 척하려고….
하하하하. 저 근데 (속삭이며) 정말 노력파예요. 수고 많으셨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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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ASHION EDITOR 고동휘
    FEATURES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김영준
    STYLING 남주희
    HAIR 백흥권
    MAKEUP 이영
    ASSISTANT 윤지수
    DIGITAL DESIGNER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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