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 최종화 탈고를 마친 작가 광진을 만나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이태원 클라쓰>의 작가 광진에게 물었다. 요즘 술맛이 어떻습니까?



새로이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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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약 대본을 거지같이 쓰면 배우는 이 거지 같은 글을 연기해야 하는 거잖아요. 얼마나 짜증이 나겠어요. 제가 봤을 때 〈이태원 클라쓰〉의 문제는 하나입니다. 글. 대본 구성의 미숙함, 사회 인지에 대한 미숙함.

어제 작가님이 〈이태원 클라쓰〉 최종화를 탈고했다는 기사가 났어요. 만족스러운 마지막 화인가요?
방송으로 봐야 객관적으로 알겠더라고요. 이번 화를 마음에 들게 썼는지 아닌지. 마지막 화를 봐야 알 것 같습니다.
드라마 인기가 상당했죠. 그럴수록 주변에서 결말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상황이 종종 생기잖아요.
방영하기 전에 이미 드라마 구성안이 거의 끝나 있었고요, 그래서 방향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구성안은 누구와 함께 짰어요? 드라마 집필은 처음이죠?
방송국 내에 여러 분이 있습니다. 감독님, 보조 작가분들 그리고 저. 제가 초안을 가지고 오면 여러 분이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 문제점을 해소하는 게 저죠. 웹툰 작업할 때 제가 글을 담당하고 그림 그리는 작가와 함께 해본 적은 있어도 글만 두고 협업해본 적은 처음이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재미있었어요? 내가 쓴 글을 두고 누군가 ‘이걸 이렇게 고치면 어때?’라고 했을 때 납득이 안 되는 경우도 있지 않아요?
납득이 안 되면 안 씁니다.
명쾌하네요.(웃음) 이번 작업에 그런 경우가 있었나요?
굉장히 많았습니다. 제가 드라마 작가 경험이 없다 보니까 구성적인 면에서 ‘다른 드라마는 안 이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여주인공이 2화 내내 안 나오는 경우는 없다, 혹은 1, 2화까지 남주인공의 감정을 쭉 따르다가 3, 4화에서는 갑자기 여주인공에 대해서만 너무 설명한다, 이런 부분들. 감독님이 논리 정연한 분이에요. 말로 하면 제가 못 이길 정도로 굉장히 똑똑하십니다. 그래도 제가 납득이 안 가는 부분에 대해 “저는 그냥 이게 재미있어요. 다른 거 필요 없고 이게 더 재미있어요”라고 말하면 그걸 존중해주셨어요.
밀어붙였군요.
그걸 또 납득해주셨고. 그런데 감독님이나 저나 각자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서로 납득이 안 되면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어요. 감독님은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저도 제 방향이 맞는 것 같으면 계속 의견을 제시하고. 144번 수정했습니다.
1화 완성하는 데만요? 144번을 다 셌어요?
아니요, 1화부터 최종 16화까지. 이렇게 말하고 보니 엄청 많은 횟수는 아닌 것 같네요. 어쨌든 납득이 되면 그 수정 사항에 대해서는 한 번도 ‘그냥 이렇게 가시죠’, ‘너무 힘들어요’ 이런 말 한 적이 없었습니다. 저도 몇 번 수정이 오갔는지는 몰랐어요. 얼마 전에 컴퓨터가 망가졌는데 다행히 파일은 문제없더라고요. 한번 정리하자 싶어서 날짜순대로 정리하다 보니 144번 수정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실제로 방송 보면 감독님이 그때 왜 이런 얘기를 했는지 알겠다 싶은 장면도 많았고요.
수정이 회당 평균 아홉 번 있었다는 건데,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스케줄이 가능했어요? 드라마는 일주일에 두 번 방영에, 네이버 웹툰 〈링크 보이〉도 금요일마다 연재하잖아요.
드라마 1화 대본을 쓰기 시작한 건 2018년 11월쯤이에요. 원래 2019년 8월 방영을 예정으로 했다가 2020년 1월 말로 바뀌었어요. 제가 예상한 스케줄과 좀 꼬였죠.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어요. 그런데 ‘만약 예정대로 8월에 첫 방송 했으면 큰일날 뻔했다. 1월에 하게 돼서 천만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웹툰 연재야 제 사정인 거고. 웹툰 쪽에도 한 번도 ‘나 드라마 대본 써야 하니까’ 뭐, 이런 말 한 적 없습니다. 그건 제 사정인데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냥 잠을 덜 자고 했습니다.
애초에 드라마 대본을 어떻게 쓰게 됐어요? 웹툰 원작가가 드라마까지 쓰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김성윤 감독님이 갑자기 전화해서 만나자고 했어요. “만나서 별로 도움 드릴 수 있을 게 없을 것 같은데요?” 그랬어요. “어? 원작자님 아니세요?” 그러시더라고요.(웃음) 결국 만났을 때 저한테 제안하더라고요. 거절했습니다.
일언지하에 거절했어요? 왜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서 모르기도 했고요. 호흡이 다르잖아요, 웹툰이랑 드라마랑. 그리고 저는 소설 한 번, 수필 한 번 써본 적 없는 사람이라서 글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어요. 재미를 떠나서, 글로써 사람을 납득시킬 수 있는 대본을 뽑을 자신이 없었죠. 감독님이 ‘극의 호흡 같은 건 자기가 도와줄 수 있다, 한번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 그러셨는데도 거절했습니다.
그랬는데 갑자기 왜 생각이 바뀌었어요?
낚였습니다.(웃음) 감독님이 제 장점을 말씀하시면서, 거기다가 원작자가 드라마까지 쓴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아무도 안 해봤다고 하니까 재미있잖아요. ‘어? 괜찮은데?’ 싶어서 아내한테 전화했더니, 아내는 드라마 작가가 멋있어 보였나 봐요. 당장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바로 결정 내리지는 않고, 저는 이 드라마가 잘되기를 바라니까, 그럼 일단 대본을 한번 써볼 테니 보고 판단하시라고 감독님께 1, 2부 대본을 써서 보냈어요. OK 사인이 나더라고요. 감독님도 OK, JTBC 드라마국장님도 OK.
그때 쓴 1, 2부 대본 그대로 드라마 1, 2화가 나온 건가요?
아니죠. 그러니까 낚였죠. 감독님이 1, 2부 대본 보고 잘 썼대요. 잘 쓴다, 괜찮다, 그래서 하기로 했는데 그때부터 문제점을 말하기 시작하는 거죠. 원래 1부 대본은 이틀 만에 썼어요. 그런데 확정된 후 구성에 대해 감독님이 문제점을 막 제기하기 시작하면서는 다음 대본이 나오기까지 일주일 걸렸습니다.
감독이 본 광진 작가의 장점은 뭐예요?
구성이라든가 지문이라든가, 그냥 대본이 너무 투박했대요. 그런데 그 대본이 재미있었대요. 재미를 아는 사람 같다고 그랬어요. 무엇보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드라마화할 때 드라마 작가가 원작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만 반년이 걸린대요. 그런데 원작가는 이미 캐릭터 이해가 끝난 사람이니까, 그런 데다 제가 쓴 대사를 보니 드라마 쓸 만한 사람이겠다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16화까지 왔네요. 끝까지 해보니까 어떤가요?
16화까지 와보니, 앞으로도 계속 가보려고요.
드라마를요?
네. 웹툰도 계속 그리고, 드라마도 계속 쓰고. 재미있었습니다. 제일 재미있고 제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습니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까 더 그랬어요. 드라마를 만들 때 거의 100명의 스태프가 함께합니다. 저는 민폐 끼치는 일을 제일 싫어해요. 그런데 작가가 글을 못 쓰면 그게 곧 민폐잖아요. 최근에 느낀 건데 배우가 제일 무섭더라고요. 왜냐하면 제가 만약 대본을 거지같이 쓰면 배우는 이 거지 같은 글을 연기해야 하는 거잖아요. 얼마나 짜증이 나겠어요. 제가 봤을 때 〈이태원 클라쓰〉의 문제는 하나입니다. 글. 대본 구성의 미숙함, 사회 인지에 대한 미숙함…. 그런 미숙함들이 글에서만 보이고, 모든 배우가 연기 잘하고 스태프들과 감독님은 연출 잘하고, 저만 문제예요. 그러니 되게 미안하고 아쉽더라고요. 원래 저는 아쉬우면 더 해야 하는 사람이라서 계속 드라마를 쓰려고요.
아쉬워서 더 해보고 싶군요.
제가 안 해본 일을 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번 기회에 안 해본 드라마를 경험해보게 됐는데 못해서, 만족 못 해서 더 해보고 싶습니다. 하루도 안 쉬었습니다.
실제로, 물리적으로요?
네.

재킷, 이너 톱, 팬츠, 슬리퍼 모두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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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이 그냥 방이에요. 일하다가 졸리면 자고, 일어나면 또 일하다가 자고. 한 이틀 정도 안 씻으면 사람이 이상해지잖아요. 그러면 집에 가서 씻고 오고. 그냥 하루 종일 일합니다.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일해요?
하루에요? 작업실이 그냥 방이에요. 일하다가 졸리면 자고, 일어나면 또 일하다가 자고. 한 이틀 정도 안 씻으면 사람이 이상해지잖아요. 그러면 집에 가서 씻고 오고. 그냥 하루 종일 일합니다.
그래서 작업실 상태가….
이상하죠? 그런데 금요일이면 청소해주는 분이 오셔서 리셋돼요.
오늘이 목요일인데 6일 만에 이렇게 된 거예요?
신기하죠? 저도 너무 신기해요.(웃음) 아, 이건 사람 성향입니다. 제가 작가를 대표하면 안 돼요. 그냥 제가 이런 사람인 거지 깔끔한 작가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극 중 조이서가 작가님 딸 이름이죠? 작업실에만 있으면 아빠 보고 싶어 하겠어요.
네. 페이스톡 오고 그럽니다. 씻으러 잠깐 집에 가도 아내랑 아이는 장모님 댁에서 지내서 자주 못 만나요. 이서가 다섯 살이라 말을 한창 잘해요. 전에는 이런 얘기를 안 했는데 이제는 보고 싶다고 해요. 그 말이 가슴을 막 후비더라고요. 요즘은 못 보는 기간을 2주까지는 안 넘기려고 해요.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있기는 해요.
일에 빠져 사는 게 말이죠?
네. 이렇게까지 일을 안 해도 살 수 있을 텐데, 그런데 ‘물이 들어왔다’는 사실은 알겠고, 그렇다면 노를 저어야 할 텐데 어떤 게 가정을 위한 길일까 고민입니다. 일을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게 가정을 위한 길인가, 아이와 시간을 더 가져야 하는 건 아닌가…. 일을 하면서도 이상한 마음이 계속 들어요. 사실 저는 그런 이야기를 별로 안 좋아해요.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 부모인 내가 자식인 너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했다, 이런 이야기. 이런 건 자식한테도 안 좋고 부모한테도 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짚어보면 저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일하는 거죠. 이렇게 삶을 대하는 모습이 오히려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리화하면서. 제게는 ‘제일 중요한 건 자식의 삶이 아니고 내 삶이야’ 이런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부모로서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죠.
자식에게 “그러니 너도 네 삶을 살아라”라고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 자식은 부모 등짝 보고 자란다고, 어느 작품에도 나오죠.
사실 저희 엄마가 그렇게 살아요.(웃음) 제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분입니다. 자기 인생을 사실 줄 아는 분이에요.
작가님도 그렇게 자랐군요.
그래서 저희 가족은 별로 안 친합니다. 엄마, 아빠, 저, 이렇게 세 식구인데 셋이 있으면 자주 싸워서 20대 때 이후로 떨어져 살았어요. 세 식구 중에서 아빠가 제일 정감 있는 성격이고, 그래서 엄마와 저하고는 좀 안 맞죠.(웃음)
대학교 만화과에 입학했다가 한 학기 만에 그만둔 게 가정형편이 어려워져서라고 알고 있어요.
아닙니다, 오해예요. 제가 그때 입학하고 한 학기 동안 학교에 여섯 번인가 출석했어요. 노느라. 그때 장학생으로 들어갔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그냥 부모님 등골만 빨아먹는 놈이었던 거죠. 학교에 다니면 안 되는 놈인 거죠. 당시에 엄마가 항상 하던 말씀이 “나나 네 아빠나 몸 건강해서 우리가 알아서 먹고사는데, 네가 책임질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너는 네 몸만 챙기면 된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였어요.
그래서 그만뒀어요?
네. 학교는 안 가고 놀기만 하니까. 그런데 만화는 계속 그리고 싶으니까 아르바이트하면서 생활비 벌어서 틈틈이 만화 공모전에 작품 내고 그랬어요. 별일 다 했어요. LCD 공장, 물류 센터, 막노동, PC방, 휴게소, 호프집…. 호프집 일이 좀 재미있었어요. 취한 사람들이 오는 데니까 별의별 일이 다 있고, 장사라는 키워드도 트렌드에 맞는 것 같고. 이런 일을 그리면 재밌지 않을까, 그게 〈이태원 클라쓰〉의 시작이에요. 가끔 사람들이 저를 오해해요. 되게 애써서 지금 잘 살고 있다, 대단하다, 이런 식으로 보는데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그냥 보통의 20대를 겪고, 보통의 30대를 사는 사람이에요.
끝까지 만화는 놓지 않았네요.
그냥, 할 수 있는 게 만화밖에 없었어요.
어머니는 요즘 뭐 하세요?
다양한 일을 하시는데 요즘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탁구 배우면서 남는 시간에 요양원 가서 할머니들 돌보고 그러세요. 저 중학생 때 엄마가 갑자기 고등학교 다니고 싶다고, 검정고시 보는 게 아니라 교복 입고 학교 다니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정말로 학교에 입학 허가 받아서 다녔어요. 저는 중학교, 엄마는 고등학교로 등교했어요. 그래서 그전에는 청소라든지 몸 쓰는 일만 하셨는데 졸업하고 나서 자동차운전면허학원 경리로 취직도 하시고… 저희 엄마 인생도 (말하다 보니) 되게 재미있네요.
피는 못 속이는군요.
요즘은 제가 효도란 걸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엄마가 이렇게 자주 연락하신 적이 없어요. 항상 드라마 재미있게 봤다고 연락하시고, 유튜브에서 드라마 관련 영상 구해서 보내오시고.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엄마도 웹툰 작가보다 드라마 작가를 훨씬 좋아하는구나. 드라마 계속 써야겠다’ 합니다.(웃음)
구상 중인 차기작이 있어요?
드라마는 두 편 계약했고요.
벌써요?
입봉이 어려운 거지, 한번 미니시리즈 쓰고 나면 그 경험이 엄청 귀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대요. 운 좋게 계약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웹툰도 구상 중이고요. 방송국, 드라마 감독에 대한 이야기예요. 김성윤 감독님과 일하며 이번에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그런데 웹툰은 지금 작업 중인 일 먼저 끝내고 그릴 예정입니다.
첫 드라마를 어제 탈고했는데 그사이 작업 중인 일이 또 있어요? 뭐가 이렇게 빨라요?
제가 원래 좀 빠릅니다. 영화 촬영하려고요.
〈이태원 클라쓰〉로요?
아니요, 새로운 이야기로요. 어디 투자 안 받고, 호프집 아르바이트할 때부터 같이 일해온 저희 스튜디오 마파람 친구들끼리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스토리 쓰고, 감독도 제가 하고, 제작·연출부도 저희끼리 꾸려보고. 투자처를 알아볼 수도 있는데 그보다는 이번에 번 돈으로 해보고 싶었어요. 투자받으면 배역에서부터 스토리, 여러 면에 관여받게 될 텐데 그전에 스스로 제작사 업무 전반을 경험해보고 싶어서요.
몇 년짜리 계획이에요?
올해 안에, 2020년 가을 안에 제작 완료하는 게 목표입니다.
영화가 한두 푼 드는 일도 아니고, 뚝딱 완성되지도 않을 텐데요.
사실 이건 날아가는 돈이죠. 수익성을 좇는 영화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하는 도중에 제가 얻는 게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작 과정을 알게 되고, 배우고, 참여해서 만드는 거잖아요. 겪고 나면 이다음에는 오히려 투자자를 모을 만큼 제작에 익숙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나는 영화를 찍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겠죠.
김성윤 감독도 이 계획을 알고 있나요?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연출은 하면 안 되는 거라고, 그냥 작가 하라고, 얼마나 좋으냐고, 자기 힘든 거 안 보이냐고.
하지만 광진 작가는 또 제 갈 길 가고 있네요.
그렇죠. 제가 말을 안 들을 거라는 걸 감독님이 눈치채셨는지, 찍더라도 영화는 자기 돈으로 찍는 게 아니라고, 자기가 나중에 투자받는 방법 알려주겠다고 하시는데 “아뇨, 제 돈으로 해보겠습니다” 했습니다.
박새로이 고집은 누굴 닮은 건가 했더니….
만약 여기에 감독님의 지분이 있으면 그땐 감독님의 이야기를 들어야죠. 폐 끼치면 안 되니까. 그런데 이건 제 일이니까요.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이런 부담요? 어… 전혀요. 너무나 하고 싶었던 일이잖아요, 만화가라는 일이. 그 일부터 시작해서 거기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새로운 일을 하게 된 건데,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불안감이 있기는 했죠. 그런데 딱 됐을 때는, 이렇게 노선에 올라타게 됐을 때는, 제가 열심히만 하면 앞으로 계속 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욕심이 큰 사람이라서 계속 움직여보려고요.
열심히만 해서 안 될 때도 있잖아요.
열심히 해서 안 되면 안 된 이유를 찾아 파악한 다음에 보완하면 잘되겠죠? 그런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144번 수정이 괜히 나온 횟수가 아니네요.
저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럴수록 자기 객관화를 잘해야 하고, 거기서 보이는 부족함을 채워야겠죠.
요즘 술맛이 어떻습니까?
여기 오기 전에 〈이태원 클라쓰〉 제작사인 쇼박스 분들 만나서 그동안 고생했다고 맥주 한잔씩 했는데 한 입만 마셨습니다. 오늘 (촬영) 자리 와야 하니까. 맛있었습니다, 시원하니. 사실 저, 술 잘 못해요.
<이태원 클라쓰>의 작가 광진에게 물었다. 요즘 술맛이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