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레토의 법칙이 섹스에서도 통할까?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사회 전체 부의 80%를 20%가 가져간다는 파레토의 이론. 섹스도 비슷하다.



섹스의 파레토 이론


파레토의 법칙이 섹스에서도 통할까?

파레토의 법칙이 섹스에서도 통할까?


사회 전체 부의 80%를 20%가 가져간다는 파레토의 이론을 대입하면 문석민 씨는 상위 20%다. 그의 말인즉슨 섹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요즘 제 주변에서 섹스 제일 많이 하는 애들은 여자 친구 있는 애들입니다.” 새벽 2시, 24시간 커피숍에서 문석민 씨가 말했다. 문석민 씨는 미국 회사와 일하느라 자주 야간조로 출근한다. 일이 끝나면 종종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자기 여자 친구랑도 섹스하고, 다른 여자랑도 하는 거죠.” 문석민 씨는 나와 같은 나이지만 그와 나의 생활은 2군 야구선수와 프로야구팀 레귤러 멤버만큼 차이가 있다. 박찬용 씨의 걱정이 ‘중고나라에 7만원에 올라온 그 물건 팔리면 어쩌지?’라면 문석민 씨의 고민은 ‘신촌 그랑자이와 경희궁 자이 중 어느 자이를 사지?’ 같은 것이다. 사회 전체 부의 80%를 20%가 가져간다는 파레토의 이론을 대입하면 문석민 씨는 상위 20%다. 그의 말인즉슨 섹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파레토의 법칙이 섹스에서도 통할까? 궁금해져서 주변 사람들에게 두루 물어보았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기 주변에 섹스 많이 하는 사람이 한 명은 있다”고 말했다. “정말 많이 하는 친구가 한 명 있어요. 스포츠처럼요.” 고르곤졸라 피자를 먹던 신유나 씨도 말했다. 대기업 마케팅 팀에서 일하는 손준호 씨도 동의했다. “최근 고향으로 내려간 명호라는 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는 정말 많이 했어요. 제가 들은 이야기 중에서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무슨 일이었냐고요? 말씀드릴 수 없어요. 제 이야기도 아니고.” 하지만 손준호 씨는 대패삼겹살을 구우며 마음도 녹아내렸는지 명호 군의 온갖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명호 군이 친구 약혼자와 잔 사연, 잔 여자 남편에게 걸린 사연 등등. 고기가 다 익을 때쯤 손준호 씨는 정신을 차린 듯 마무리했다. “명호야 미안해!”
“섹스의 파레토 법칙이 통하겠냐고? 나는 우선 섹스 상위 20%에 안 속할 것 같은데?”라고 하면서도 권헌준 씨는 친절하게 권헌준 씨 버전 섹스의 파레토 법칙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권헌준 씨는 ‘나도 돈 없어서 힘들다’는 강남 좌파의 레퍼토리 같은 말을 늘어놓다가 내가 재차 물었더니 그제야 대답하기 시작했다. “섹스를 많이 하는 사람들끼리 모이긴 하지. 나도 15~20명 정도 모여 있는 단톡방이 있어. 이 방에서 사람을 모아서 클럽에 가는 거야. 테이블 비용은 비싼데 매번 ‘조각’(비용을 나눠 냄)을 하자니 귀찮으니까.” 트레이더 주변에 주식 정보가 모이고 에디터 주변에 멋 부린 신장개업 식당 정보가 모이듯 클럽에 자주 가는 사람들 주변에 그런 정보가 모이는 모양이었다. “자본, 의지, 매력.” 권헌준 씨가 짚은 클럽 오리엔티드 즉석 만남&섹스의 3요소다. “제가 놀러 다닐 때도 상위 20%가 섹스 총량을 많이 가져갔습니다. 늘 그랬던 것 같아요.” 문석민 씨도 동의했다.
“사람은 잘되는 일을 반복합니다.” 왜 섹스에서까지 파레토의 법칙이 적용될까? 트레이더 문석민 씨가 명쾌하게 설명했다. “실패하기 전까지는 성공했던 방식을 반복하죠. 섹스든 뭐든 안될 때가 많아진다면 성공-반복 루프가 고장 나니까 다른 흥미를 찾게 되겠죠.” 그런데 꼭 섹스 총량이 많아야 할까? 문석민 씨는 이 질문에도 명쾌했다. “원래 남자들은 늘 새로운 대상과의 섹스를 갈망합니다. 그건 20이든 80이든 마찬가지예요. 불알이 쪼그라들기 전까지 일편단심.” 나는 ‘남자들은 갓 들 힘만 있어도 한다’는 속담을 떠올리며 재차 물었다. 꼭 그렇진 않다 해도 남자의 갈망을 상수라 친다면, 그 갈망을 이루는 자들의 특징은 무엇인지. “여자의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여자가 상위 20%를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상위 20%의 남자는 여자들이 만든다는 결론이다. 일리 있는 것 같다.
“네? 하인리히의 법칙요? 아, 아니구나. 파레토의 법칙과 헷갈렸습니다.” 파레토의 법칙이 섹스에서도 적용된다고 하자 마용성 지역 초등 교사 신준형 선생님이 되물었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또 뭐지?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그와 비슷한 사고가 이미 많이 일어난다’는 법칙이라고 한다. 1931년 당시 미국 보험회사 직원인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사고를 모아 조사하고 낸 결론이다. 하인리히는 산업재해에서 1명의 사망자가 생기면 같은 이유로 부상을 입은 사람이 29명 있고, 그리고 같은 이유로 부상을 당할 뻔한 사람이 300명쯤 된다는 패턴을 찾아냈다. 그래서 하인리히의 법칙은 1:29:300의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듣다 보니 이것도 솔깃했다. 섹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까?
“섹스를 1명과 했을 때…” 권헌준 씨는 이 질문 앞에서 자신의 지난 밤(과 낮)들을 돌아보는 듯 생각에 잠겼다. “보통 키스를 해야 섹스를 하고, 연락처를 받아야 만나서 호감을 쌓고 나서 키스를 할 수 있으니까….” 권헌준 씨는 본인의 경험에 따라서 역사적인 ‘권헌준 지수’를 만들어냈다. “보통 내 경우에는 2명과 키스했으면 그중 1명이랑은 섹스했던 것 같고, 그 전에 연락처는 30번쯤 받은 것 같아.” 즉 권헌준 씨의 경우 섹스-키스-연락처의 계수는 1:2:30이다. 권헌준 씨가 30대에 섹스한 여자가 50명이라면 권헌준 씨가 받았던 여자의 연락처만 1500개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쯤 되면 섹스를 많이 하는 건 호불호를 넘어 정말 대단한 일이다. 대체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나오지?
“지금 이런 말할 때가 아니에요. 코로나19는 정말 위험합니다.” 나의 쓸데없는 생각을 문석민 씨가 끊었다. “코로나19는 여태까지 일어난 적 없는 방식으로 경제에 충격을 줄 겁니다. 총소비와 총공급이 동시에 감소할 때는 답이 없어요.” 파레토의 법칙 역시 부의 이동에 대한 하나의 모델이다. 파레토의 법칙을 훨씬 앞서는 변수도 있다. 그중 하나가 인간의 심리, 그중에서도 공포다. 공포는 인간의 소비 등등 정상적인 판단을 마비시켜서 우리의 이성적인 판단을 막는다.
그 면에서 코로나19는 인간의 건강과 경제뿐 아니라 사회의 총 섹스 수 역시 엄청나게 떨어뜨릴 것이다. 호텔에 빈방이 넘치고 온갖 프로스포츠 리그까지 멈추는 마당에 숙박업소 실내 스포츠라 할 만한 섹스 횟수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면 무슨 모텔 몇 호에 머물렀는지까지 세부 동선이 다 나오는 공포의 하이테크 국가다. 21세기의 섹스는 점차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사회 전체 부의 80%를 20%가 가져간다는 파레토의 이론. 섹스도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