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6차 혁명, 옹성우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며칠 전에 첫 솔로 앨범 활동을 마친, 며칠 후에 드라마 첫 촬영을 앞둔 옹성우를 만났다. 음악과 연기와 여행에 대해 물었고, 답변에서는 늘 사람 옹성우의 냄새가 났다.



그 사이의 옹성우


(테라스에서 들어서며) 와, 여기 진짜 예쁘네요.

하와이안 셔츠 아크네 스튜디오 by 10 꼬르소 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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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천천히 보셔도 돼요. 사진 찍으려면 찍고.
괜찮습니다. 오늘 카메라를 안 갖고 왔거든요. 스튜디오 촬영 같은 일정이 있을 때는 잘 안 챙겨서요.
사진 촬영이 취미잖아요. 보통은 뭘 찍어요?
다 찍어요. 그냥 내가 보기에 이쁜 거? 왜 사람마다 시선이 다 다르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게 다르잖아요. 예를 들어 이 창가 풍경에서도 누군가는 일몰 볕이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에 주목할 테고, 또 누군가는 저 너머 건물 풍경에 주목할 수도 있고요. 저라면 이 식물을 찍을 것 같아요. 잎 너머로 햇빛이 비치는 느낌, 부분 부분 말라 죽어가는데도 잎 끝은 아직 초록이 살아 있는 느낌 같은 거.
왜 애초에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사진 정리하다 깨닫게 되기도 하잖아요. ‘아, 내가 이런 걸 많이 찍는구나’ 하고.
음, 저는… 거리의 사람? 거리와 사람. 그런 걸 많이 찍었던 것 같아요. 그게 어떻게 보면 아주 당연한 장면인데 저한테는, 뭐라 해야 할까요. 기법 측면에서는 포커스 아웃이 된 사진을 많이 찍는 것 같고요. 뭔가 하나가 강조되고 나머지는 살짝 날아간 사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사진이 좋더라고요.
오늘 같은 화보 촬영에서도 얻는 영감이 있을 것 같아요.
JDZ 실장님과는 이번이 세 번째 함께 하는 작업인데요, 결과물 볼 때마다 그 특유의 ‘필름 감성’이 참 좋아요. 괜히 저도 도전해보고 싶어지고요. 필름 카메라에 대한 호기심은 늘 있었거든요. 예전에 친구가 여행에 필름 카메라를 챙겨 온 적이 있는데, 사실 그때는 별생각이 없었어요. 일단은 결과물이 안 보이니까. 그냥 혼자 ‘드륵 드륵 드륵 툭, 드륵 드륵 드륵 툭’ 하고 다니나 보다 했는데, 여행 끝나고 현상한 파일을 보니까 너무 예쁜 거예요. 내가 가진 카메라에서는 나올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달까요. 내가 보정으로나마 내고 싶었던 분위기?
보정으로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해도, 방금 말한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는 필름 카메라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묘미일 테죠.
네, 맞아요. 결과물을 받아보면 정말 생각도 못 했던 색감이 담겨 있으니까요. 색감이라기보다는 느낌? 필름으로 찍은 사진만이 내는 그 느낌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낯가림이 좀 있다고 들었는데 오늘 보니 딱히 그렇지도 않네요.
가, 가려요.
뭐야, 너무 드라마틱하게 갑자기 낯가리는 거 아니에요?(웃음) 제가 괜한 말을 해서….
(웃음) 아뇨. 낯을 가리긴 하는데, 그래도 이런 상황은 좀 나은 것 같아요. 어쨌든 제 이야기를 하고 제 생각을 꺼내놓아야 하는 시간이잖아요.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모르는 사람과 맞닥뜨려서 친해져야 한다거나, 밥을 먹어야 한다거나, 그런 거였다면 말을 덜 했을 거예요. 좀 안절부절못하기도 했을 거고요.
낯가림에도 종류가 있잖아요. 천성적으로 멋쩍어하는 경우도 있고, 스몰 토크에 자신이 없는 경우도 있고. 성우 씨의 낯가림은 어떤 걸까요?
완전히 친해졌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저도 모르게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나라는 사람이 지금 어떻게 보일까’ 하고요.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 있을수록 더 그렇죠. 그냥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대화 나누면 좋을 텐데, 너무 의식하다 보니 오히려 낯을 가리게 되는 거예요. 누군가가 좋은 사람처럼 보이면 한발 다가설까 싶다가도 ‘그럼 나는 좋은 사람인가’ 괜히 돌아보게 되고, 괜히 더 조심하게 되고.
너무 진실되고자 하는 사람이라서 낯을 가리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대충 이러저러한 사람이라고 표방할 수가 없고, 대화를 할 땐 정말 서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서.
그럴 수도 있죠. 너무 좋은 해석이긴 한데요.(웃음) 맞아요, 진실된 나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성우 씨가 나온 예능이나 인터뷰를 보다가 느낀 거예요. 직업적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어느 정도는 타인을 표면적으로 대하게 될 텐데 그러질 않는구나 하고.
사실 전 그런 건 못하거든요. “안녕하세요! 옹성우예요!” “아, 그거 봤어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하이텐션으로 대하는 거요. 그런데 제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나 봐요. 놀라는 분이 많았거든요. “어, 생각했던 느낌이랑 다르네요” 하고.
여기저기서 선보인 재치를 재미로 오해한 걸 수도 있죠.
제가 또 센스는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주어진 상황에서 뭔가를 탁 꺼내고, 해결하고, 그런 재치를 좋아해요. 대학 생활 할 때도 그랬어요. 새로운 친구들 만나면 저만의 센스를 보여주고 싶어 했죠. 하지만 사람을 쉽게 웃긴다거나 밝은 기운을 준다거나 그러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인터넷 게시판에서 본 글 하나를 베껴 왔어요. “옹성우라고 아세요? 왜케 매력 있죠? 잘생기고 성격도 좋은 거 같고 완전 매력남.” 옹성우의 첫인상이란 대체로 이런 느낌 아닐까요?
하하하하. 그저 칭찬이네요.
‘포항맘수다방’이라는 커뮤니티에서 본 글이에요. 어쩌다 들어가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아무튼 그 덧글은 이랬어요. “옹성우~ 잘생긴 데다가 노래도 잘 부르고 연기도 잘하는 듯하더라고요~” 언급된 부분 중에 어떤 칭찬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웃음) 되게 민망한데요. 일단 사실 제가 이것저것 잘한다는 칭찬에 막 공감이 되지는 않아요. 기분은 좋지만 ‘욕심을 내고 열심히 하니까 이런 말을 듣기도 하는구나’ 정도랄까요. 다만 이 이야기는 출처가 좀 특별하게 다가오네요. 기존에 저를 좋아해주던 분이 아닌, 저를 몰랐던 분에게서 그런 칭찬을 듣는다는 게. 물론 팬분들의 응원도 기분 좋지만 “TV에서 옹성우라는 친구를 봤는데 그 친구 참 매력 있더라” 그런 말을 들으면 또 새로운 뿌듯함이 있잖아요.
아, 매력남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드는 걸로?
(웃음) 제가 좀 많이 돌아왔죠? 빙빙 돌아왔는데. 맞아요. 매력.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정말 편한 상황이 아니면 드러나기 힘들잖아요. 근데 그게 자연스럽게 방출되는 종류의 매력이라면 정말 복 받은 게 아닌가 싶어요. 저도 그렇게 매력을 좀 더 꺼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저는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을 재미있게 봤거든요. 인터뷰 준비 차원에서 몇 화만 보려다가 끝까지 다 봤는데….
아, 그래요?
칭찬보다 이런 이야기에 화색을 띠네요.
또 이런 말은 기분이 되게 좋아요. 연기 잘한다는 말은 제가 그렇게 공감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저는 늘 더 잘하고 싶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아냐” 할 수도 없고, “그렇지” 할 수도 없고. “어… 그…” 하고 말을 끌면서 동공 지진을 일으키게 되죠. 물론 제가 하는 일을 누군가가 좋게 봐줬다는 건 너무 좋은 일이지만요. 그때 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기도 한 것 같아요. 스스로의 부족함을 통감하고, 더 잘하고 싶고, 더 커다란 산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는 ‘연기 잘하더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움츠러들게 되는 부분도 있죠.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때도 있지만, 저한테는 방해가 될 때가 더 많거든요.
아이고, 그럼 칭찬을 더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하필 제가 하려던 얘기가 연기 칭찬이네요.(웃음) 〈열여덟의 순간〉은 하이틴 드라마고, 결국 해피 엔딩이잖아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 드라마를 떠올릴 때 감도는 어떤 비애감 같은 게 있어요. 준우의 눈빛으로 대표되는.
일단은 준우라는 캐릭터 자체가 너무 좋았죠. 되게 따뜻한 캐릭터여서 제가 많은 애정을 담았고, ‘준우’라는 그 이름이 아직도 뭔가, 제 마음 한편에 남아 있어요. 이 친구가 엄청 많이 등장하지만 많은 말을 하지는 않잖아요. 그 또래가 할 법한 일상적 대화를 하는 법이 없고, 한마디 한마디 던지는 게 굉장히 중요한 말이고. 그래서 그 한마디에 담긴 진심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 결론은 ‘뭔가를 많이 하려고 하지 말자’였죠. 찰나의 디테일로 뭔가를 보여주기엔 제가 아직 부족하니까. 감정을 너무 표현하려고 하기보다 좀 차분하게, 눌러서 소화를 하고, 대신 준우의 마음을 눈으로 좀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죠.
같은 고등학생이지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연기한 건 좀 다른 역할이죠?
맞아요. 주인공의 첫사랑 선배인데요. 물론 준우도 누군가의 첫사랑이긴 했지만, 그보다는 사랑으로 인해 스스로가 변화하는 캐릭터라는 부분이 컸잖아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좀 더 ‘첫사랑’ 할 때 딱 떠오르는 이미지적 요소가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이커 재킷 아크네 스튜디오 by 육스. 시퀸 셔츠, 브라운 팬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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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코트, 데님 베스트, 슬리브리스 톱, 레더 팬츠, 스니커즈 모두 셀린느. 목걸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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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재킷 제이백쿠튀르. 후디 폴로 랄프 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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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촬영을 시작하는 드라마 〈경우의 수〉에서도 첫사랑 역할이던데요. 시놉시스 보니까.
그렇죠. 제가 첫사랑 역할을 좀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은데.(웃음)
첫사랑처럼 생긴 걸 뭐 어떡합니까.(웃음) 계속 그런 역할이 들어오는 걸.
시청자분들에게도 그런 느낌이 잘 전해진다면 좋을 텐데 말이죠. 아무튼 〈경우의 수〉의 이수는 조금 다른 느낌의 첫사랑이에요. 좀 까칠하고 자기 멋에 취해 사는, 자기중심적이고 사랑에도 이기적인 사람이죠. 뭐 첫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법이고,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이 첫사랑이기도 할 테니까요.
왜 중학생, 고등학생 때는 그런 까칠한 스타일이 더 잘 먹혔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죠. 그런 게 통할 때가 있었을 텐데. 그런데 저는 사실 그래본 적이 없어서요.
그러니까요. 성우 씨와는 꽤 상반된 캐릭터 같은데, 어때요 해보니까?
다음 주 월요일이 첫 촬영이고, 그 전에 모여서 대본 연습해보는 자리가 몇 번 있었는데요. 음, 우선 재미있어요. 그게 가장 좋아요. ‘아, 재밌다!’ 하고 느낌표가 딱 뜨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걸 떠나서 대본 읽고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순간이 너무 즐거워요. 경험상 저한테는 캐릭터 소화에 대한 걱정보다는 그런 게 더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탐구하고, 고민하고, 그 과정을 즐기는 자세. 그리고 촬영 현장까지 가져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어떨 때 제일 재미있어요?
‘내가 대화를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 때요. 저는 내 대사만 생각하고 있을 때가 가장 어려운 것 같거든요. ‘저 사람이 이렇게 말을 하고, 어디까지 말하고 나면 나는 저런 말을 하면 되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게 대화가 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읽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문득 우리가 정말 대화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그때 기분이 되게 좋죠.
개인의 역량보다 상대와의 호흡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걸까요, 연기에서?
물론 디테일한 연기와 미세한 표정 변화로 뭔가를 표현하고 싶은 욕심도 있죠. 그런데 아직은 제가 그런 걸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제가 좀 더 의존할 수 있고, 깊이 있게 준비해야 할 건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상황에 대한 이해, 호흡,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
작품이나 캐릭터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어요?
아직은 제가 선택한다기보다 선택을 받는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데요, 뭐 다들 하는 얘기겠지만 저는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캐릭터로 따지자면 정말 무슨 역할이든 다 해보고 싶고요. 왜 그런 양자택일 형태 질문을 많이 받거든요. ‘무슨 역할 대 무슨 역할! 당신의 선택은?’ 하는 거요.(웃음) 선택을 하긴 하지만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말 어려워요. 작품에 대한 질문이라면 좀 더 쉬울 텐데요. 따뜻한 작품을 하고 싶다든지, 강한 메시지를 안기는 작품을 하고 싶다든지, 큰 웃음을 주는 작품을 하고 싶다든지. 그런데 캐릭터는, 저는 정말 뭐든 다 해보고 싶거든요. 다작 하고 싶습니다.
그렇군요. ‘무슨 역할 대 무슨 역할’, 이 질문들을 지워야겠구나.
아, 그 질문이 있었나요? 하하하. 아니에요. 해주세요, 해주세요.
농담이에요. 딱 사흘 전에 미니 앨범 〈Layers〉 활동이 마무리됐죠. 성우 씨에게 의미가 큰 앨범이라고 들었어요.
그렇죠. 의미가 크죠. 첫 솔로 앨범이고, 전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했고. 무엇보다 팬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그게 참 좋았어요. 제 앨범을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스물다섯의 옹성우가 가진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앨범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가사는 누구나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좀 범용적으로 표현됐던 것 같고요.
좀 쉽게 쉽게 표현했어요. 직설적으로. 말을 아름답게 꾸미거나 시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전하려고 했달까요. 투박하다면 투박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그 투박함으로 전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고요. 타이틀곡인 ‘GRAVITY’만 해도 딱 표면의 가사 그대로죠. ‘우주에 혼자 떠 있는 것처럼 허무했다, 중력에 이끌렸다, 바다에 빠졌다, 다시 용기를 얻었다.’
처음에는 그 노래가 좀 복잡한 서사를 가진 것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곡 대부분이 팬들을 생각하며 영감을 얻었다’는 말을 듣고 나니까 의미가 확 이해되더라고요.
맞아요. 예전에는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곤 했는데요, 이번에는 그 편지를 앨범으로 대신했던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시기가 있었어요. 자꾸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보다 마음을 차곡차곡 쌓고 준비해서 한 번에 딱 표현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확실히 잘 정제해서 한 번에 터뜨리는 그 순간의 짜릿함이 있더라고요. 좋았어요. 앨범을 발표하고 나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죠.
‘After Dark’는 ‘Gravity’와 내용 면에서 연결되는 노래죠. 다만 좀 더 공허함이라는 감정에 주목하는 노래고, 그걸 긍정적인 메시지로 포장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어요.
감정 그대로를 담았을 때 오히려 더 크게 전해지는 위로와 공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젠 나아졌어’라거나 ‘나아질 거야’ 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공허함이라는 감정에 오롯이 집중하고 싶었죠. ‘아, 성우도 그렇구나.’ ‘나도 요즘 그런 마음이 있었는데.’ ‘나 혼자만 그런 게 아니네.’ 누군가 그 노래를 들으며 이런 느낌을 받는다면 좋을 것 같아요.


재킷, 터틀넥 톱, 팬츠 모두 구찌. 스니커즈 나이키.

재킷, 터틀넥 톱, 팬츠 모두 구찌. 스니커즈 나이키.


캐멀색 스웨이드 재킷 아크네 스튜디오 by 육스. 팬츠, 부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캐멀색 스웨이드 재킷 아크네 스튜디오 by 육스. 팬츠, 부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데님 셔츠 폴로 랄프 로렌. 볼로 타이 제이미앤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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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Guess Who’의 메시지가 좋았어요. ‘궁금해하는 것들을 알려줄 순 있지만, 정말 나를 알고 싶다면 시간을 들여 천천히 알아가야 할 거야’, 이런 이야기를 하는 노래죠.
왜 취향이나 표면적인 특징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주지는 않잖아요. 저는 캐러멜 마키아토와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그 사실만으로 옹성우가 어떤 사람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어요. 사람의 깊은 면은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야 아주 조금 알 수 있는 거죠.
무대도 재미있었어요. ‘Gravity’ 무대는 슬픈 멜로디에 비트가 없는 구간에도 꽤 격렬한 안무가 들어가잖아요. 그런데 꽤 댄서블한 곡인 ‘Guess Who’ 무대는….
(말을 받으며) 가만히 서서 아무것도 안 해.(웃음) 다들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이 노래에는 분명히 춤을 출 줄 알았는데 스탠드 마이크 하나 잡고 서서 노래만 부르니까. 물론 의도했죠. 그 노래에서는 위트와 여유를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음… 사실은 처음에는 그 무대에 커피까지 하나 들고 올라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요.
지금도 연기의 요소가 있는 무대이긴 하지만, 좀 더 콘셉추얼한 방향으로 갈 뻔했네요.
뭐 커피가 별 역할을 하는 건 아니고, 그냥 느낌만 내는 거죠. 아니면 정말 커피를 담아 가서 1절 끝나고 중간에 살짝 마실 수도 있고요. 캐러멜 마키아토로.(웃음) 결국에는 안 하게 됐지만요.
몰입감이나 폭발력이 있는 노래가 아니잖아요. 기분 좋게 리듬을 타는 노래인데, 혼자 서서 부르는 것만으로 무대를 채우는 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힘들었어요. ‘아, 이거 진짜 힘든 거구나’ 생각했고요. 놀랐어요, 너무 힘들어서. 무대에 올라보고 나서야 ‘어? 야, 이것 봐라?’ 한 거죠. 일단은 그 노래가 좀 어려운 음역대예요. 무대 위에서 여유 있어 보여야 하는데 음이 높아서 잘 안 올라갈 때가 있죠. 녹음할 때는 뭐 그렇게까지 생각을 못 한 거예요. 그냥 테이크를 아무리 많이 내더라도 좋은 작업물을 만들어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무대에 오르고 나서야 아차 싶었던 거죠. ‘Gravity’도 그렇게 힘든 안무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다 붙여놓으니까 무대 한 번 하면 폐가 터질 것 같았고요.
이번 앨범에 대한 반응 중에 가창력에 대한 칭찬이 유독 많더라고요.
맞아요. 이런 것도 소화할 수 있을 줄 몰랐다, 그런 피드백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은데… 네, 저도 몰랐네요.(웃음) 노래는 딱히 훈련을 한 건 아닌데요, 만들면서 그 노래를 소화하기 위한 고민도 많이 하게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성장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보여준 라이브 무대들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고요.
와, 그걸 어떤 분이 MR을 제거한 파일로 올려놓으셔서요. 저는 그게 막, 어후, 너무 힘들어요. 제가 버거워하는 목소리가 저한테는 더 잘 들리잖아요. 어디서 어떻게 힘들어하는지.
저도 봤어요, 그거. 아예 데뷔 초창기부터 ‘Gravity’까지 라이브 무대를 다 MR 제거 버전으로 붙여놓은 것도 있던데요.
그래요? 하… 잘한다고 그렇게 해주시는 거겠지만, 어우, 저는 도무지 못 보겠어요.
앨범 활동을 딱히 인스타그램에 홍보하거나 하지는 않더라고요.
그건요, 음, 말로 풀기 좀 어려운 이야기이긴 한데… 저는 사실 〈Layers〉 홍보를 안 하고 싶었어요. 좀 이상한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죠. 홍보하러 예능에도 많이 나가서 앨범 얘기도 많이 해놓고 홍보를 하기 싫었다고 하는 게.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긴 했지만 제가 이 앨범에 가졌던 생각은, 제가 본래 원했던 건, 팬들만 들어주셔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정말로. 이를테면 TV 프로그램 〈트래블러〉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고, 그래서 홍보 포스팅도 많이 올렸거든요. 그런데 〈Layers〉는 좀 달랐죠. 저도 나중에서야 깨달았어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옹성우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00만 명이나 되는데 왜 앨범 홍보를 안 하나’ 하고요. 그제야 ‘어, 그러네. 내가 왜 그랬지’ 하고 돌아봤죠. 좀 지쳐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앨범 홍보에.
〈Layers〉는 스물다섯의 옹성우가 풀어낸 내면의 다차원적인 이야기들이고, 그 안에는 좀 내밀하고 어두운 얘기들도 있으니까요. 홍보하고 싶지 않았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여러분 내 감정이 이렇습니다!’ ‘저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러고 싶지는 않았던 거죠. 그런데 또 팬들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잖아요. ‘성우가 진심을 담아낸, 이렇게 애착을 가진 앨범인데 순위가 이 정도면 안 됩니다, 여러분’ 하는 거죠. 팬들끼리 매일 순위랑 성적 공유하고, 다 함께 힘내서 순위 올리자고 다독이고, 서로 이용권 선물하고. 그 상황을 저는 실시간으로 다 봤거든요. 그런 걸 보면 제가 음, 참 마음이… 너무 감사하죠. 그런데 정말 그런 거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앨범의 성과에 대해서 팬들이 죄책감을 가지고 그럴 문제가 전혀 아니잖아요. 저는 팬들이 잘 들어주셨다면 그것만으로 정말 괜찮거든요.
듣는 제가 다 속상하네요. 팬들의 마음도 마음인데, 성우 씨가 다 보고 있었다는 게.
다 보이죠. 근데 그렇다고 제가 ‘여러분, 전 괜찮아요. 전 순위에 연연하지 않아요’ 그럴 수도 없잖아요. 앨범에 애정을 갖고 노력을 쏟고 있는 사람들한테 그만큼 상실감을 주는 말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계속 지켜보면서도 뭐라고 전할 수 있는 말은 없고, 그냥 계속 발만 동동 구르는 거죠.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에라도 전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요. 참 고마웠고, 그리고 상처 안 받았으면 좋겠다고.


화이트 셔츠 폴로 랄프 로렌. 데님 팬츠 더니트컴퍼니. 스니커즈 컨버스. 니트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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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팬츠 모두 르메르. 데님 셔츠 골든구스. 화이트 티셔츠 캘빈클라인 진. 스니커즈 아디다스.

재킷, 팬츠 모두 르메르. 데님 셔츠 골든구스. 화이트 티셔츠 캘빈클라인 진. 스니커즈 아디다스.


말씀하셨듯이 〈트래블러〉 사진을 굉장히 많이 올리더라고요 인스타그램에.
〈트래블러〉는 여행의 묘미, 감흥, 그런 걸 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공감하는 프로그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요. 저한테 ‘여행이란 좋은 것’, 이런 인식이 있어서 그렇겠죠?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고, 함께 나누고 싶고 그래요.
여행지에서만 보이는 사람의 면면이 있죠. 성우 씨만 봐도 그렇고요. ‘아, 스카이다이빙이 버킷 리스트 중 하나구나.’ ‘그걸 형들하고 같이 하고 싶어 하는구나.’ ‘그래도 조르진 않는구나.’
조를 수가 없죠. 스카이다이빙이잖아요, 어디 서점 잠깐 들렀다 가자는 것도 아니고. 제가 계속 같이 하자고 하면 형들도 하겠죠. 그런데 그 전에 부담을 가질 거고, 그런 부담을 주기가 싫었던 것 같아요. 마음은 같이 뛰면 좋겠는데… 뭐 사실 제일 중요한 건 내가 뛰는 거였거든요.(웃음) 그런데 또 다 함께 해주시니 너무 감사했죠.
다행히 좋았나 보더라고요, 다들.
네. 형들도 좋아했고, 저도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고요. 너무 행복했어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침 시간을 각자 보내기로 했잖아요. 그때 혼자 공원을 택했죠.
〈트래블러〉 제작진이 아무런 요구나 터치를 하지 않았어요. 지금부터 자유 시간이라고 말하면 진짜로 자유 시간이었거든요. 그래서 생각하게 됐죠. 나는 뭘 하고 싶을까. 산책하고 싶더라고요. 햇살 맞으면서 걷고, 사진 찍고, 카페 있으면 들러서 커피 마시고. 명승지를 돌아다닌다거나 특별한 액티비티를 하는 것도 여행이지만 그곳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보는 것도 여행이잖아요.
세 사람 각자의 시간 보내는 법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는데 성우 씨는 걷다가, 다음 장면에서는 공원에서 사진을 찍다가, 그다음 장면에서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태극권을 하더라고요. 혼자 보다가 소리 내서 웃었어요.
맞아요. 공원에 갔는데 태극권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친 거예요. 왜 저는 영화 보면서 그런 장면이 참 좋아 보였거든요. 각자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 주말에 모여서 같이 뭘 배우고, 취미 생활을 함께 한다는 거. 기회만 된다면 저도 꼭 참여해보고 싶었는데, 딱 기회를 맞닥뜨린 거죠. 너무 좋았어요.
사실 그다음 장면이 더 좋았어요. 다시 합류할 시간이 되어서 카메라가 숙소 안을 잠깐 비췄는데, 옹성우 씨가 안재홍 씨 앞에서 태극권 시범을 하고 있더라고요. ‘아, 스물다섯의 옹성우는 저런 친구구나’ 생각했달까요.
(웃음) 보여주는 거죠. ‘나 이거 했어요’ 하고. 자랑이기도 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고요. “형, 저 공원에서 태극권 해봤어요. 처음 해봤는데, 막 이런 자세에서 팔을 이렇게 하는데, 손에 막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고요” 신나가지고 말이죠.
성우 씨는 참 독특한 포지션의 아이돌 같아요. 담백한데 재치 있고, 재능이 많지만 소위 말하는 ‘아티스트돌’ 같은 느낌은 또 아니고, 조심스러운 것 같다가도 자기 약점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와, 너무 좋게 봐주신 것 같은데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 거예요. 인터넷에서 본 글 중에 이런 것도 있었거든요. 해외 팬이 쓴 덧글이었는데 내용이 이래요. “옹성우는 최고의 아이돌이다. 이렇게 재능 넘치고 가슴 따뜻한 사람이 있다니.”
감사한 말씀이네요. 일단, 저는 사람 냄새 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저는 옹성우라는 사람이기도 한 거잖아요. 때로 울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화날 때도 있고, 누구나처럼 그렇죠. 사람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고민을 하고. 그럼 그걸 공유하기도 하는 거예요. 가수로서, 배우로서, 때로는 그냥 옹성우로서. 사람들에게도 제가 그런 느낌이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연예인 옹성우’가 아니라 ‘사람 옹성우’라면요.
며칠 전에 첫 솔로 앨범 활동을 마친, 며칠 후에 드라마 첫 촬영을 앞둔 옹성우를 만났다. 음악과 연기와 여행에 대해 물었고, 답변에서는 늘 사람 옹성우의 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