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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이 드라마 허수아비의 결말을 존중하는 이유

박해수와 이희준이 <허수아비>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건 연쇄 살인마를 붙잡는 액션 활극이 아니다.범인을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답답함을,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비통함을, 고통 속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를 기억하는 마음이다.

프로필 by 박호준 2026.06.24
(박해수) 재킷, 셔츠, 넥타이 모두 페라가모. (이희준) 재킷, 셔츠 모두 렉토.

(박해수) 재킷, 셔츠, 넥타이 모두 페라가모. (이희준) 재킷, 셔츠 모두 렉토.

잡지 화보 촬영은 즐기는 편인가요?

연기하는 것보단 확실히 어색해요. 이번에 제안을 받았을 때도 해수랑 같이 하는 거라서 흔쾌히 응했어요. <허수아비>의 끝을 기념하는 의미로요. 한 가지 재밌었던 점은, 오늘 촬영을 앞두고 제가 AI한테 물어본 적이 있어요. ‘박해수라는 배우랑 <에스콰이어>에 들어가는 화보를 찍을 건데 어떤 콘셉트면 좋을까?’라고요. 그랬더니 AI가 누아르 콘셉트를 추천해 주더라고요. 근데 오늘 와서 보니 진짜로 저희가 누아르 느낌으로 촬영한다고 하길래 신기했죠. 낡은 자동차 안에서 담뱃불을 붙여보라고 구체적인 앵글까지 추천해 주더라니까요.(웃음) 세상 참 많이 바뀌었죠.

슬리브리스 톱, 네크리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슬리브리스 톱, 네크리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몸이 조금 커진 것 같아 보여요.

<무빙> 시즌 2 촬영을 앞두고 몸을 만들고 있어요. 운동은 웨이트트레이닝 위주로 해요.

<허수아비>를 준비하면서 두 분이 ‘척하는 연기를 하지 말자’라고 다짐했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척하지 않는 연기는 어떤 걸 말하는 걸까요?

배우가 스케줄이 바쁘다 보면 고민하는 연기를 할 때 진짜로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고민하는 척만 하는 경우가 있어요. 물론 보는 사람 입장에선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죠. 하지만 같이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끼리는 알 수 있거든요. 그게 아주 사소하지만 달라요. 그래서 해수랑 ‘우리 진짜 고민을 하자’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촬영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장면은 뭔가요?

연쇄 살인마에게 살해당한 어린아이 시신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형사들과 설왕설래하는 장면이요. 스스로 촬영을 하면서도 좀 소름이 끼치고 무서웠어요. 삐뚤어진 욕심 때문에 인간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니까요.

강태주가 한결같이 곧은 캐릭터라면 차시영은 선과 악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인물로 그려졌어요. 덕분에 드라마에 긴장감이 이어졌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복합적인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염두에 둔 디테일이 있나요?

제가 무언가 상황을 부여했다기보단 애초에 작가님이 대본을 치밀하게 잘 써주신 덕이 커요. 회차가 거듭되면서 차시영이라는 인물이 어째서 이런 괴물이 됐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니까요.

4화까지의 대본을 본 후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허수아비> 출연을 결심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작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나요?

4화까지만 봤을 땐 차시영과 강태주가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 힘을 합쳐 열심히 범인을 잡는 흐름으로 가는 줄 알았어요. 근데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4화 이후에 펼쳐지는 더 많은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일반적인 수사물에선 범인을 잡아 넣는 쾌감이 주가 되지만, <허수아비>는 그 사건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는 감독님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희준) 네이비 코트 esc스튜디오. 셔츠 페라가모 (박해수) 레더 코트 노이스. 셔츠 조르지오 아르마니.

(이희준) 네이비 코트 esc스튜디오. 셔츠 페라가모 (박해수) 레더 코트 노이스. 셔츠 조르지오 아르마니.

이번 작품도 그렇고, <1987>과 <남산의 부장들> 같이 실제 사건에 기반한 작품을 더 선호해요?

음, 그게 크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그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기고 가슴이 두근거리면 그걸로 충분하죠. 저 스스로도 작품이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으면 결국 시청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허수아비>가 방영되고 나서 주변에서 들은 말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을까요?

최근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OTT 오리지널 드라마 위주로 활동을 했었는데요. 오랜만에 TV를 통해 시청자를 만나다 보니 상대적으로 알아봐 주시는 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헬스장 같은 곳에서도 오며 가며 “드라마 잘 보고 있어요”라고 말해주는 식으로요. 특히 저보다 연배가 더 있는 어르신들이 많았어요.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결말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어요. 배우이자 연출자이기도 한 입장에서 결말을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요.

방송된 것과 다른 결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알고 있어요. 아무래도 흥행 측면에선 통쾌한 결말이 조금 더 안전한 선택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감독님도 저희랑 결말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누었고요. 배우이자 연출자의 시선에서 본다면 저는 전적으로 감독님의 결정을 존중하고 존경해요. 그건 일종의 용기이기도 하거든요. 처음 드라마를 준비하며 의도했던 바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니까요. 다른 이야기지만, 현장을 세심하게 살피는 모습을 보면서도 여러 번 감탄했어요. 더운 날씨에 배우와 스태프가 지치고 불편하지 않도록 여러 노력을 하셨거든요. 감독님도 똑같이 힘들었을 텐데 말이죠.

<허수아비>는 주연 배우뿐만 아니라 ‘명품 조연’들의 연기도 호평을 받았죠.

저도 나중에 알았는데, 후배 배우들 7~8명이 따로 모여서 대본 리딩도 하고 합을 맞추면서 열정을 불태웠다고 하더라고요. 저랑 해수랑 (정)문성이랑 (곽)선영 배우가 리딩하는 걸 보고 ‘선배들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우리가 누가 되면 안 된다’라고 으샤으샤 하면서요. 그런 모습이 참 고맙죠. 덕분에 시청자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에는 여러 종류의 허수아비가 등장해요. 그중 차시영은 어떤 허수아비인가요?

편집돼서 아쉬운 장면이 하나 있어요. 들어갔다면 아마 마지막 화에 삽입됐을 텐데, 노년의 차시영이 넓은 거실에서 커다란 TV 앞에 혼자 앉아 비싼 양주를 마시는 장면이에요. 안주라고는 라면이랑 깍두기가 전부고요. 검사를 거쳐 국회의원까지 된 차시영이 겉으론 허울 좋아 보이지만 실은 속이 텅 빈 외로운 껍데기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오늘 화보 촬영을 할 때 보니 두 분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화기애애하더라고요. <허수아비> 촬영장 분위기도 그랬나요?

매번 화기애애할 순 없지만 대체로 좋았어요.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은 욕구가 아주 많은 사람이거든요. 개그맨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문제는 제가 웃기는 데 전혀 재능이 없다는 거예요. 그에 비해 해수는 위트가 있어요. 그런 면에서 제가 그를 좀 질투합니다.(웃음) 저는 연기를 잘한다는 말보다 ‘너 진짜 웃기다’라는 말을 들을 때 더 기분 좋아요.

이제서야 희준 씨가 <피식쇼>에 나간 게 이해가 되네요.

피식대학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유지하고 있어요.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요. 앞서 농담처럼 말하긴 했지만 진심으로 저는 코미디언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순간적인 센스가 엄청 나요.

어쩐지 <핸섬가이즈>에서 보여준 코믹 연기가 예사롭지 않았어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런 영화가 흔치 않아요. 저한테 제안이 와서 정말 다행이고, 지금까지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핸섬가이즈>의 남동혁 감독과도 친분이 두텁다고 들었습니다.

감독님도 엄청 웃긴 사람이거든요. 같이 한 달 정도 유럽에 간 적이 있어요. 스페인의 ‘시체스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초대받았거든요. 흔히 생각하는 영화제랑 달리 시체스는 콘서트장처럼 영화를 보더라고요. 신나게 웃고 떠들면서요. 처음 보는 분위기였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비슷한 시기에 ‘파리 한국 영화제’에도 갔었고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건 항상 즐거워요.

코믹 연기 외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사극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영화 <올빼미>의 유해진 선배님이나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한석규 선배님처럼요.

둘다 왕 역할이네요.

(웃음) 왕이라서 하고 싶다기보단 나이에 따라 어울리는 배역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그럼 반대로 전에 작업했던 것 중 다시 찍으면 더 멋질 것 같은 작품은요?

<오! 문희>라는 영화가 있어요. 코로나가 극성일 때 개봉을 해서 관객수가 좋지 않았죠. 거기서 제가 여섯 살 난 딸을 혼자 키우는 아빠 역을 맡았는데 그땐 아직 자녀가 없었거든요.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짜리 아들이 있고요. 그래서 지금 다시 그 작품을 찍는다면 아빠로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훨씬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끝으로 함께 고생한 해수 씨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요?

해수 배우여서 다행인 순간들이 참 많았다고 말하고 싶어요.

Credit

  • PHOTOGRAPHER 채대한
  • STYLIST (박해수)이명선
  • (이희준)박선용
  • HAIR (박해수)공탄
  • (이희준)박재경
  • MAKE UP (박해수)유혜수
  • (이희준)김정남
  • ASSISTANT 정서현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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