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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의 박태훈 대표와 나눈 콘텐츠 서비스 기업의 경쟁력과 가능성

왓챠는 ‘한국형 넷플릭스’가 아니다. 영화를 넘어 문화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서비스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축된 정확도 높은 추천 엔진이며, 이미 수년 전부터 세계 무대를 준비해온 글로벌 브랜드다. 적어도 박태훈 대표에게는 그렇다.

BYESQUIRE2020.05.30
 
 

취향을 코딩한 남자 

 
이 뒤에 바로 투자자 미팅이 있다고 들었다.
맞다. 갑자기 미팅이 잡혀서 급하게 인터뷰 시간을 좀 앞당겼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자칫 불경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 시국이 왓챠플레이 같은 서비스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더라. 실제로 이용량이 대폭 늘었다는 기사도 많고.
글쎄. 우리는 가입자 수 같은 단기적인 상황만 보는 게 아니라 콘텐츠업계의 전반적인 추이를 본다. 지금은 업계 자체가 너무 위험해지고 있지 않나. 콘텐츠 회사들이 만드는 것을 수입해서 서비스해야 하니까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다.
하긴 기존에 제작을 발표했던 영화나 드라마가 대부분 연기 또는 취소됐다.
세계적으로 지금 드라마를 제작 중인 나라는 아마 한국밖에 없을 거다. 전부 다 멈췄다.
며칠 전에 큰 뉴스가 하나 더 있었다. 국회에서 소위 넷플릭스법 개정안이 논의됐는데, 그 내용이 논란이 됐다.
음… 글쎄. 그 이야기를 얼마나 심도 있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는데, 깊게 이야기하면 결국 통신사를 까야 하는데 패션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좀 어색하지 않을까?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고.
〈에스콰이어〉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게 어떤 사안인지 궁금해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거다.
흔히들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라고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트래픽을 초래하는 CP(콘텐츠 제공 업체)들이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 그러니까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그간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해외 업체는 이런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임승차’라는 표현을 쓰는 것 같고.
왓챠 같은 국내 사업자들은 이미 돈을 내고 있지 않았나.
돈을 내고 있지. 내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그것부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이중 부과의 문제다. 사람들이 왓챠나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에 연결하려고 이미 통신사에 인터넷 사용료를 내고 있지 않나. 그런데 서비스 제공자에게도 돈을 받아야겠다는 거다.
넷플릭스가 다른 나라에서도 그 나라의 법 사정에 맞게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당위를 내세우기도 한다.
한국의 사용료가 터무니없이 높으니까 안 내겠다고 하는 거 아닐까? 전 세계에서 제일 비싼 수준이니까.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7배에서 많게는 15배까지 비싸다는 통계도 있다. 심지어 미국, 유럽은 최근 망 비용이 연평균 39%씩 떨어진 데 반해 한국은 비슷하거나 증가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땅덩어리가 좁고 인구 밀집도는 높아서 제일 저렴해야 맞는 건데. 전기료도 싸고. 결국 글로벌 경쟁력이 없는 국내 통신사와 글로벌 ISP 사이의 문제라고 본다. 통신 시장에서는 망이 서로 연결될 때 하위 계위 사업자(망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자)가 상위 계위 사업자(망 규모가 큰 사업자)에게 사용료를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국내에서야 1계위 사업자지만 글로벌 투자가 적었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2~3계위 사업자로 분류된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해외에서 트래픽이 들어오고 나갈 때 비용이 발생하는 거다. 그러니 의심할 수밖에 없다. 증가하고 있는 해외 트래픽 비용을 CP들에게 전가하는 게 아닌가 하고. 행정부나 입법부가 힘을 많이 써주고 있기는 하지만….
개정안은 해당 사안에 대한 국회의 이해가 균형적이지 못해서 벌어진 문제 아닌가?
아직 입법부가 뚜렷하게 해준 게 없는 건 맞다. 21대 국회가 되면 그분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우리가 많이 노력해야지. 그런데 사실 통신사에는 대관 업무(경영 여건 조성을 위해 관을 상대하는 활동)하는 팀이 워낙 크고. 우리는 두세 명밖에 없으니까. 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글로벌 브랜드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게 왓챠 같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라는 주장도 있더라.
그 거대한 회사가 1년에 망 비용 몇백억 낸다고 경쟁력이 떨어지겠는가. 그건 말이 안 되는, 너무 순진한 발상인 것 같다. 이건 결국 ISP가 CP들에게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해주는 법이다. 현 상황에서 통신사들의 협상력을 높여주고 CP들에게 규제 의무를 부과하면 결국 망 사용료만 상승할 거고, 나는 그냥… 아, 그래. 오버하면 안 되지.(웃음) 아무튼 그렇다.
왓챠는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맞다. 일단 올해 안에 왓챠플레이 재팬이 론칭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취향 데이터 기반 콘텐츠 추천 서비스인 왓챠를 론칭해 데이터를 모은 후 그걸 기반으로 OTT(온라인 영상 제공 서비스)인 왓챠플레이를 론칭했다. 일본에서도 동일한 단계로 진행될까?
이미 2015년에 왓챠 재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 충분히 데이터가 쌓였으니 2020년 안에 왓챠플레이 재팬을 론칭하려는 거다. 2018년에 왓챠 영어 버전도 냈다. 해당 앱으로 글로벌 데이터를 모으고 있고,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도 그냥 왓챠플레이를 론칭할 수 있다.
박태훈 대표는 왓챠를 하나?
물론이다.
평가를 몇 개나 남겼나?
드라마나 도서까지 합치면 더 많겠지만, 일단 영화는 600편 조금 넘는 정도다. 업계 사람치곤 낮은 편이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높은 편이고.
   
 
박태훈 대표는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궁금해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아까 촬영 대기하면서 랩톱으로 일하고 있을 때도 궁금했다. 어떤 일을 할까. 업무적인 영역에서는 콘텐츠에 얼마나 관여하고 있을까. 혹시 아직도 코딩을 하는 걸까.
(웃음) 나는 코딩을 안 한 지 꽤 됐다. 회사 설립 초기에는 잠깐 했지만. 왜냐면 나는 나보다 잘하는 개발자만 뽑으니까. 이제 내가 우리 회사에서 제일 개발을 못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당연히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 최근에는 투자 유치 미팅 때문에 바쁘다. 재무 투자가 많이 일어나는 건이나 새로운 사업에는 다 관여를 하는 편이다. 결재하려면 내가 다 알아야 하지 않나. 왓챠플레이 초창기에는 콘텐츠 계약 같은 건 다 내가 직접 했기 때문에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다. 그래서 콘텐츠 계약 담당자들이 있지만 큰 건에 대해서는 아직도 내가 들여다보고, 토론도 하고 그런다.
어느 회사, 어느 콘텐츠와 계약해야 하는지도 관여하나?
그것도 초반에는 내가 하긴 했다. 그런데 지금은 콘텐츠가 너무 많아졌으니까 뭐, 검토하고 컨펌하는 위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큰 틀에서 방향을 정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흐름이다. 내가 ‘이제 왓챠에서 한 달에 하나씩 독점 공개 콘텐츠를 올립시다’ 말하면 담당 팀에서 열심히 검토해서 후보군을 올린다. ‘이걸로 하자’, ‘데이터를 보니까 이게 괜찮다’ 그러면 내가 ‘그럽시다, 가격 협상만 좀 더 잘해봅시다’ 하는 거고. 방금 예로 든 게 올해부터 왓챠플레이에서 하고 있는 ‘왓챠 익스클루시브’다.
독점 공개 콘텐츠 선정 기준도 궁금했다. 워낙 화제가 될 만한 콘텐츠를 잘 고르는 것 같아서.
기본적으로 우리 회사에는 ‘콘텐츠 덕후’가 많다. 입사 지원하는 사람들부터가 개발자나 디자이너 아니면 전부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 안목이 있는 인재가 많기 때문이기는 한데, 사실 그보다 핵심은 왓챠의 데이터다. 왓챠에서 만든 추천 엔진의 분석을 보면 이 작품을 얼마나 시청할 거고,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할 것이라는 게 나오니까.
그런 것치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콘텐츠보다 다양성을 고려한 듯한 콘텐츠가 많아 보인다.
우리는 국제 영화제에 다 간다. 뭐 칸부터 토론토, 베를린, LA… 그런데 요즘은 어떤 영화제를 가든 글로벌 콘텐츠 제작에 ‘퀴어’, ‘젠더’ 같은 방향이 뚜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한국 회사들은 그런 콘텐츠를 잘 수입하지 않더라. ‘여자가 주인공이면 관객이 덜 든다’, ‘시청률이 안 나온다’ 하는 오래된 미신 같은 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콘텐츠업계의 의사 결정이 그 업을 오래 해온 사람들의 ‘감’에 의존해 이루어지니까. 우리는 데이터란 기준이 선택을 도와주면 훨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런 차원의 선택이다. 퀴어와 젠더 이슈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고, 데이터가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 우리가 나서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 믿는 거다. 물론 그 한편으로 대중에게 두루 사랑받을 수 있는 콘텐츠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이 실제로 넷플릭스에서 뭘 많이 보는지 까보니까, SNS상에서 화제가 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그냥 TV에서 방영하는 한국 방송 프로그램이 많더라는….
아,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커뮤니케이션되는 콘텐츠 중 다수가 사실은 오리지널이 아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80%는 실상 라이선스다. 어떤 거냐면, 그냥 돈을 조금 더 주고 사서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거다. 해외 넷플릭스로 보면 〈미스터 선샤인〉이나 〈동백꽃 필 무렵〉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한국과 일본은 비독점, 나머지 국가는 독점, 이런 식으로 콘텐츠 계약을 하는 거다.
몰랐던 사실이다.
업계 사람들 외에는 잘 모르더라. 검색해보면 기사가 좀 나긴 했는데. 아무튼 독점 계약 작품에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을 붙이니 사람들이 라이선스 콘텐츠를 자체 제작 콘텐츠로 인지하게 되는 거다. 독점 계약 드라마는 우리도 매달 하나씩 공개한다. 올해 3분기부터는 영화를 하나씩 독점 공개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고.
왓챠도 곧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그럼 왓챠 내부에서 직접 제작까지 소화하나?
왓챠 내부에 영상 제작팀이 있다. 올해는 예능과 다큐 위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거고, 내년에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 인기 드라마도 많고 웹 드라마도 많이 나오지 않나. 그런 것과는 어떤 차별점을 둘 수 있을까?
한국에서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일단 지상파, CJ, JTBC 같은 회사에서 만드는 드라마가 있는데, 이런 드라마는 무조건 S급 스타를 캐스팅해야 하는 구조다. 왜냐면 시청률이 잡히기도 전에 광고를 팔아야 하니까. ‘누구누구 주연 드라마’ 하는 식의 마케팅이 필요한 거다. 웹 드라마는 정반대다. 모든 곳에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는 요소가 있고, 간접광고를 잘 팔 수 있는 구성과 내용을 갖추고 있다. 왓챠가 만들려는 드라마의 정답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광고 판매를 전제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아니니까. 미국의 방송 채널인 HBO의 경우가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유료 채널이라서 광고를 안 팔지 않나. 〈왕좌의 게임〉 같은 드라마에도 우리가 잘 아는 배우는 한 명도 안 나왔다. 그런데 작품이 또 엄청 재미있고. 그래서 인기가 많고. 그런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좀 더 콘텐츠 본위적일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재미있으면 사람들이 본다는 거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된 〈인간 수업〉만 봐도 주연배우들이 다 신인이지 않나. 그런데도 인기 순위는 최상위권이다.
 
 
HBO와의 계약은 왓챠에게 큰 사건이었겠다.
맞다. 좋은 작품이 많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채널이었고, 우리가 계약하고 싶었던 회사 중에서 가장 늦게 성사되기도 했고. 계약하기는 까다로웠지만 그만큼 호응도 좋았다. 타이밍도 우리가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서 딱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까지 나오게 돼서. 여러모로 우리한테 의미가 있었다.
HBO는 ‘프레스티지 미디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콘텐츠 퀄리티가 좋아서이기도 하고, 요금이 비싸서이기도 하고. 계약 비용도 높진 않나?
HBO라는 이름부터가 ‘홈 박스 오피스’의 약자다. 집에서 영화 퀄리티의 드라마를 즐기게 하겠다는 콘셉트로 시작한 회사인 거다. 계약 금액 관련된 건… 이야기하기 어렵다. 계약의 핵심 보안 사항이기 때문에.
그럼 어떤 형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지는지 정도는 알 수 있을까? 시청률에 따라 책정되는건지, 편당 계약을 하는 건지.
기본적으로 왓챠의 계약 방식도 대부분의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여러 작품을 ‘볼륨’이라는 단위로 묶어서 계약을 한다. 최신작이나 인기작은 작품 단위로 계약할 때도 있고. 왓챠 익스클루시브 같은 경우에도 작품 단위로 계약을 진행한다.
이제는 기존 계약이 신빙성이 되어 다음 계약을 부르는 그런 상황이겠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한 군데라도 계약이 되어 있는가, 그걸 유의미하게 보는 것 같긴 하다.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뭐 큰 영향을 끼치진 않는 것 같다. 왓챠플레이가 처음 론칭할 때 디즈니, 소니와 계약되어 있었다. 디즈니가 보안적으로 만족시켜야 하는 기술 수준이라든지 조건을 굉장히 까다롭게 보는 곳이라서 그게 신뢰도에 도움이 되긴 했을 거다. ‘디즈니도 오케이했으니 우리도 괜찮을 거다’ 하고.(웃음) 그래도 그게 결정적인 영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영화 추천 서비스를 계속해왔다는 이력 덕분에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계약했던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식으로?
다른 플랫폼의 경우에는 첫 화면에 무엇을 띄우는가, 인기 순위에 무엇이 올라와 있는가에 시청이 많이 좌우된다고 들었다. 우리는 각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올리기 때문에 유통사 쪽에서 매력적으로 보는 것 같다. 신작이나 화제작이 아니라도 작품만 좋으면 꾸준히 매출이 나오니까 소문이 돈 거다. 우리와 계약한 콘텐츠 유통사가 80개인데 그중 50개 정도는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우리와 계약하고 싶다고 한 경우다.
IPTV가 시청자 접근성은 더 높지 않나?
물론 신작의 매출은 그쪽이 더 높겠지. 1200만 명이 쓰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쪽도 신작이 아니면 소비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보통 공개되고 몇 주만 지나면 매출이 잘 안 나온다고 들었다.
주위에 왓챠플레이를 써보고 놀랐다는 사람이 많다. 누구는 이탈리아, 대만, 태국 등 온갖 국가의 콘텐츠가 두루 갖춰져 있다고 놀라고, 거장 예술 감독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다는 사람도 있고, 또 일본 드라마가 많아서 놀랐다는 사람도 있고….
우리는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유통되는 건 다 계약하려고 한다. 거기에 더해 미개봉작까지 찾아서 해외 유통사와 직접 계약까지 하는 거고. 왓챠플레이가 딱히 특정 영역을 공략했다기보다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니까 저마다 놀라는 부분이 다른 것 같다는 뜻이다. 굳이 검색해보지 않아도 그 사람이 보고 싶어 하는 걸 띄워주는 경우가 많으니까 ‘어, 내가 찾던 게 여기 있네?’ 하는 놀라움을 주게 되는 것도 같고.
흔히들 왓챠라는 비즈니스의 요체는 왓챠플레이라고 생각할 텐데, 듣고 보니 결국은 왓챠의 데이터가 핵심 역량이다.
왓챠에서 만든 추천 엔진이 핵심이다. 그게 왓챠플레이의 핵심이자 왓챠의 핵심이다.
어느 기사에서 왓챠의 추천이 넷플릭스보다 36% 정도 더 정확하다는 이야기도 본 적이 있다. 그게 그렇게 수치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건가?
정확도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RMSE 지수를 얘기하는 것 같다. 예상 별점과 실제 별점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비교하는 거다. 2017년에 비교했을 때 왓챠가 36% 정도 더 정확하다는 수치가 나온 걸로 알고 있다. 그후로는 넷플릭스가 별점 시스템에서 ‘좋아요, 싫어요’ 시스템으로 바꿨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하다.
왓챠의 추천 원리를 좀 쉽게 설명해줄 수 있나?
일단은 우리가 별점 평가를 굉장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의 40배가 넘는 데이터를 갖고 있으니까. 그걸 머신 러닝, 딥 러닝으로 분석하면 일정한 패턴이 나오는 거다. 그런데 그 평가 패턴이 비교적 유사한 사람들도 있을 거 아닌가. 사용자가 500만 명이 넘으니까. 그럼 그 사람이 뭘 얼마나 좋아했고, 뭘 얼마나 싫어했는지를 바탕으로 비슷한 패턴의 사람에게 어떤 콘텐츠를 추천해야 할지를 알 수 있는 거다.
단순히 한 사람의 취향을 키워드로 분석하는 게 아니었나 보다.
물론 그것도 한다. 특히 그 사람이 내린 별점 평가 수가 적을 때. 의미 있는 데이터가 적으면 사용자들끼리 비교를 할 수 없으니 그런 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건 정확도가 떨어진다. 예를 들면 내가 〈어벤져스〉를 좋게 평가하면 ‘아, 도심에서 괴생명체와 싸우는 영화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디 워〉를 추천하고, 〈해리포터〉를 재미있게 봤다 그러면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마법 써서 겨루는 그런 영화’라면서 〈화산고〉를 추천하고.(웃음) 그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거다. 전문용어로 말하면 개인화 추천의 두 갈래로 ‘콘텐츠 베이스드’와 ‘유저 베이스드’가 있는데 우리는 그 둘을 접목시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이는 거다.
도서 분야에서도 데이터가 많이 쌓이고 있을까?
일단 네이버,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리디북스 같은 플랫폼의 보유 별점을 다 합쳐도 왓챠의 별점 수가 훨씬 많다.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경우에는 몇십 배 많고. 지금 그 데이터를 활용할 방식을 준비 중이다. 자세한 건 지금 단계에서 공개하기 어렵고. 재미있고 유용한 기능을 많이 준비하고 있다.
확장의 방향 정도를 알려준다면?
왓챠플레이에서 사용자들의 목소리에 많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여러 의견 중에서 실현 가능하고 임팩트가 큰 것 위주로 준비하고 있고. 기본적으로는 추천 영역을 다른 문화 콘텐츠로 넓혀가는 중이다. 영화로 시작해서 지금 TV와 도서까지 하고 있고 음악, 공연, 웹툰, 웹 소설, 게임…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다.
 
왓챠는 넷플릭스와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뉘앙스의 말을 꾸준히 해왔다.
보완 관계에 가까운 것 같다. 시장 성장 가능성이 한참 많이 남았기 때문에 함께 시장을 키워나가는 중이라 생각한다. 애초에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 양쪽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다르기 때문에 두 서비스를 모두 사용하는 이도 많은 것 같고.
하지만 내 주변만 봐도 번갈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흔히 ‘갈아탄다’고 표현한다.
2019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구당 평균 4.5개의 OTT 서비스를 구독한다고 한다. 나는 이게 세계적 변화의 추세라고 생각한다. 결국 양쪽 플랫폼에서 볼만한 것을 계속 잘 서비스하면 둘 다 보는 사람이 많아질 거다. OTT는 일반적인 IT 서비스와는 좀 경우가 다르니까. 1등 업체가 독식하는, 1등 서비스를 사용하면 2등 서비스를 쓸 이유가 없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왓챠가 만우절에 출시한 넷플릭스 콘텐츠 추천 서비스 ‘왓플릭스’도 큰 화제가 됐다. 전제를 모르는 상황에서는 모종의 자신감으로 비쳤으니까.
뭐, 자신감 같은 건 아니고. 이런 거다. 넷플릭스가 대형 오리지널 콘텐츠의 마케팅 비용으로 많게는 100억원씩 쓴다고 하는데, 그에 가려 덜 알려졌지만 괜찮은 작품을 참 많이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걸 좀 소비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우리는 다양성을 더 추구하는 브랜드니까. 왓챠의 목표는 ‘다양한 콘텐츠를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연결시켜서 세상을 더 다양하게 만들자’는 거다. 해당 이벤트는 왓챠플레이가 아니라,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인 왓챠의 영역이었던 거다.
왓챠는 박태훈 대표가 병역 특례 시절 혼자 하나씩 써 모은 사업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들었다. 왓챠 전에 했던 소셜 커머스 쿠폰 추천 서비스 ‘쿠폰잇수다’도 거기에서 나온 건가?
아니다. 그건 그때 한창 소셜 커머스가 생기는 상황에서 친구가 제안해서 시작했던 거다. 이제 그러지 말아야지.(웃음) 6개월 만에 접었다. 기본적으로 핵심 전제가 틀린 사업이었다. 소셜 커머스업체가 300개가 넘고 하룻밤에 쿠폰이 몇천 개 넘게 쏟아졌는데 그게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빠르게 서너 개로 정리가 됐지. 커머스 영역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란 걸 깨달았고, 콘텐츠 영역에서 잘해보자 하고 집중하게 된 거다.
그럼 왓챠의 출발점은 뭐였을까?
군필이 될 때쯤 사업 아이디어가 40~50개 정도 쌓였다. 그런데 다시 훑어보니 그게 전부 특정 키워드로 엮여 있는 거다. 개인화, 자동화, 추천. ‘그래, 내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는 이런 거구나’ 하고 그 세 가지 덕목을 비전으로 열심히 친구들을 꼬셔서 시작했다. 영화로 시작한 건 그 분야가 추천 엔진을 만들기에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장르가 나뉘어 있고, 주연·조연·감독 등의 조건이 있고, 박스 오피스 스코어가 다 공개돼 있고. 이용할 수 있는 메타데이터가 굉장히 많았다. 대중적이기도 하고. 책 안 읽는 사람은 있어도 영화 안 보는 사람은 없지 않나.
박태훈 대표가 워낙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지 않나. 카이스트 재학 시절 동아리에서 단편영화도 만들었고.
좋아했지. 잠깐 영화감독의 꿈도 꿨고. 그런데 영화감독은 정말 재능 있는 사람이 엄청나게 오랫동안 배고프면서 노력하고, 그중에서 정말 운 좋은 사람 몇이 ‘입봉’을 하고, 그리고 그 첫 작품에서 운이 좋은 사람이 두 번째 작품까지 하는 그런 영역이지 않나. 일단 내가 재능이 있는지부터 진지하게 생각해봤는데 그리 뛰어난 것 같지 않더라. 그래서 ‘그럼 이제 공돌이로 잘 살아보자’ 했던 거다. 뭐, 공돌이가 내 적성에 안 맞는 것도 아닌 것 같았고.(웃음)
그럼 왓챠 대표로서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나?
여러 타이밍에서 운이 정말 잘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주위 환경과 상관없이 좋은 성과가 나오는 그런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하고.
운이 좋았다는 것만으로 굴지의 스타트업 대표가 되긴 힘들지 않을까?
그런데 그 부분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왓챠의 시작 시점이 1, 2년만 빠르거나 늦었어도 절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다. 그때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면 앱스토어에 굉장히 자주 들어가던 시절이었다. 서비스를 잘 만들어놓기만 해도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서 다운받던 시절이기도 했고. 지금 그 정도로 다운받게 하려면 마케팅에 굉장히 많은 돈을 써야 한다. 시작부터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 거다. 왓챠플레이를 시작할 때도 운이 좋았다.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데 넷플릭스가 한국에 론칭한다는 게 아닌가. 우리가 하려는 게 어떤 서비스인지 어렵게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홍보할 필요가 없어진 거다. 통신사와 언론이 넷플릭스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면서 왓챠플레이와 비교해주고, 그게 자연스럽게 홍보에 도움이 됐고 말이다.
그래도 스스로의 강점을 하나만 꼽아보면 어떨까? 독자들의 영감을 위해서라도.(웃음)
일단 운이 좋은 사람이고, 그것 빼곤, 음, 호기심이 되게 강하다. 장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질문을 많이 한다. 모두가 ‘이렇게 해야 된다’고 하는 무언가에 대해서 단 한 번도 그대로 받아들인 적이 없는 것 같다. 더 좋은 방법에 대해 질문하고, A라는 방식으로 지속되는 뭔가가 있다면 B, B가 안 되면 A’로 시도해보는 걸 고민한다.
계속 눙치다 내놓은 것치고는 뚜렷한 장점이다.
이런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지 나 스스로는 잘 모르겠어서.(웃음) 간혹 사람들이 그런 피드백을 해주더라. “아, 이 회사는 좀 다른 식으로 하네요”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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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박기훈
  • STYLING 윤샘
  • HAIR & MAKEUP 김지혜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