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어반플레이가 말하는 2020 도시 공간 업데이트

동네 중심의 콘텐츠를 만들던 어반플레이가 공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BYESQUIRE2020.06.20
 
 

City Update 

 
어느 동네에 사나?
임동길(이하 임) 연희동에 산 지 4년쯤 된다.
홍주석(이하 홍) 2012년부터 연남동에 살다 결혼하고 상암동으로 갔다가 최근에 신촌역 근처 대흥동으로 다시 이사 왔다.
홍주석 대표가 2013년에 연남동에서부터 시작해 동네 콘텐츠를 발굴하고 기획하는 회사가 어반플레이라고 알고 있어서, 궁금했다. 지금은 어느 동네에 사는지.
우리는 아파트를 좋아한다.(웃음) 편리해야지. 이 일도 여기저기 고치느라 정신없는데 집까지 고치면서 살 수가 없다. 이 동네는 비싼 주택밖에 없어서 신혼집 구하기가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결혼하면서 상암동으로 이사 갔다가 지난주에 대흥동으로 다시 이사 왔다. 집이 어디든 생활권은 이쪽이다. 집에서는 잠만 자고 계속 이 근방(연남동, 연희동)에 있다.
창업한 지 7년 됐는데 그사이 이 근방에 변한 게 있나?
예전에는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스튜디오가 많았는데 요즘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보인다. 내추럴 와인을 다루는 분도 있고, 그런데 그것 역시 일반적인 리테일 숍이 아니라 관련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와인을 경험하게 하고 판매하는 형식의 라이프스타일 숍이 많이 생겼다.
요즘은 저쪽 광흥창과 대흥, 신촌 뒤쪽부터 한강까지 이어지는 곳이 바뀌긴 했더라. 특히 효창공원부터 상수역으로 가는 길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는데 아파트 사이사이에 재밌는 가게와 커피숍이 많이 생겼다. 우리가 아는 연남동, 연희동, 소위 핫해진 동네 말고도 그 주변 동네에서 나름대로 재밌는 문화가 생기는 것 같다. 무슨 길, 무슨 동네가 유행하고 거기 문화만 발전하던 시절에서 이제는 좀 더 일반적으로 변화가 생기는 추세가 아닐까 싶다.
임동길 디렉터는 홍주석 대표와 대학 건축학과 동기이고 어반플레이 설립 6개월 후 합류한 걸로 알고 있다. 당시 홍주석 대표가 어반플레이에 대해 뭐라고 설명하면서 입사를 제안하던가?
기억이 잘…. 딱히 뭐라고 설명하진 않은 것 같다.
놀면 뭐 하니, 나와서 일이나 하라고 했다.
이제 그만 퇴사하고 싶은 건 아닌가?(웃음)
옆에 있는데 말하기가….(웃음)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때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내가 공부한 건 건축인데 어반플레이에서 하는 건 콘텐츠 관련 일이고, 내가 학교에서 배운 건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어떻게 고치고 디자인하는가였는데 어반플레이에서는 공간 자체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보다 소프트웨어적인 면을 고민하더라. 같이 일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반플레이 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도시에도 OS가 필요하다”라는 슬로건이 그 의미인 것 같다.
맞다.
그 슬로건 아래 이런 문장이 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융복합 기술을 통해 도시 속 사회적 이슈를 해결함으로써 감성의 문화 도시를 디자인한다.” 누가 썼나?
2013년에 처음 회사 창업할 때 쓴 거다. 우리가 기술을 만드는 회사는 아니지만 융복합 기술을 통해 새로운 도시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다.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어반플레이가 말하는 융복합 기술이란 무엇인가?
효율적인 도시,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술이 적절히 작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상에 다양한 기술과 신기술이 있지만 그 기술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R&D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여기 공간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디스플레이를 위해 미디어 기술이 들어갈 수 있고, 결제를 위해 포스(POS, point-of-sale) 단말기가 들어갈 수도 있고, 온라인 마케팅을 위해서는 AI 기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요즘은 커피도 AI가 내리지 않나.
하나의 공간과 그 공간에 콘텐츠를 담는 데에는 기술이 필요한데, 그 기술은 다 뒤에 숨어 있기에 모르는 거다. 기술이 먼저 드러나는 게 아니라 기술을 가지고 문화를 만들자는 의미다. 어차피 기술로 인해 라이프스타일이 변하기 때문에 우리도 그에 맞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화 콘텐츠적 기술을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 실제는 테크놀로지적 기술을 지향한다고 들린다.
기술이 라이프스타일의 최전방에서 리드할 거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5G, AI 등 지금도 기술이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나. 우리를 아날로그, 레트로적 감성으로 보거나 디지털과 정반대의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우리는 IT로 시작해서 IT로 끝난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술을 직접적으로 소비하지는 않으니까 기술을 콘텐츠화하고 문화로 만들어 소비할 수 있게끔 하는 거다.  
융복합 기술로 해결하려는 사회적 이슈는 무엇인가?
도시의 비효율이다. 자본과 권력이 낳은 비효율이 분명히 있다. 지금 시대는 그런 비효율이 테크놀로지에 의해 해체되고 깨지는 시대다. 결국 도시에 존재하는 문화의 본질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효율적이려면 본질에 가까워져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예를 들어 우리 지역에서 밀가루를 가지고 직접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40년 된 빵집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체인점이 더 많다든지 여러 이유로 파리바게트에 갈 수밖에 없는 자본의 흐름이 있지 않나. 도시의 효율을 강조하며 만든 구조인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여기서 생산한 걸 당장 옆집에 보내고 싶다고 해도 물류 센터에 갔다가 다시 옆집으로 배송해야 한다. 엄청나게 비효율적이고 에너지 낭비다. 우리는 로컬 안에서 소비와 생산이 함께 이루어지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동네 빵집 같은 개인 브랜드가 활성화되고 가치 있는 콘텐츠가 소비되는 것, 그게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여긴다. 지금 우리가 하는 가장 큰 프로젝트가 유휴 공간 사업인데, 공간의 가치를 업시키는 일이다. 도시의 공실률이 심하지 않나. 그런 다양한 문제를 우리가 미션 클리어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어반플레이의 포트폴리오가 이러한 미션 해결의 과정이었다고 보면 되나?
2015년부터 매해 진행한 ‘연희, 걷다’ 행사나 2017년부터 발간해온 매거진 〈아는동네〉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부분이고, 연남방앗간이나 연남장처럼 유휴 공간을 활용한 셰어 비즈니스는 최근 3~4년 전부터 해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감성의 문화 도시를 디자인한다’, 감성의 문화 도시를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가 가진 소스를 콘텐츠라고 본다. 그걸 어떤 식으로 어떻게 표출할지를 고민하는 건데, 그 과정부터 일단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디자인인 것은 아니니까. 유휴 공간을 예로 들면, 비어 있는 공간에 어떤 콘텐츠가 어떻게 들어가느냐에 따라 경험할 수 있는 게 다르다. 연남방앗간은 단독주택이고 연남장은 층고가 높은 공간인데 이 안에 들어올 각각의 크리에이터의 개성도 전부 다르기에 그걸 어떻게 모아 시너지를 낼지 고민하는 거다.
우리가 하는 건 경험과 커뮤니티 디자인이라고 보는 게 맞다. 기획과 디자인의 중간 단계. 경험 디자인에 좀 더 가깝다.
 
 
1층은 복합 문화 라운지, 2~3층은 코워킹 공간으로 이뤄진 연남장. 유휴 공간을 활용한 셰어 비즈니스의 예이다.

1층은 복합 문화 라운지, 2~3층은 코워킹 공간으로 이뤄진 연남장. 유휴 공간을 활용한 셰어 비즈니스의 예이다.

2019년에 뮤렉스파트너스, 한국벤처투자 등 투자 기관 네 곳으로부터 26억원을 투자받았다. 어반플레이의 어떤 점을 보고 투자한 건가?  
기존에 문화기획사는 많았다. 그러나 관공서 문화 기획을 위탁받는 등 대행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 자신만의 본질적인 서비스로 성장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게 후배 문화기획자를 양성하지 못하는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공 자금으로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게 아니라 대중 서비스로 소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았고, 우리가 그 접점을 만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려면 VC(venture capital) 투자자도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민간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했다. 처음에는 무시도 많이 당했다.
어떤 점을 지적하던가?
스케일업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배달의민족처럼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분류가 애매하니까. 투자자들은 올해 안에 흑자가 나건 적자가 나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회사가 더 커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야 투자 가치가 있으니까. 스케일업이 가능하느냐에 대한 질문이 90%였다.
투자를 받았다는 건 스케일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이겠다.
우리가 앞으로 하려는 일이 가능하다고 여긴 분들이 투자했다.
그 계획 중 하나는 2018년에 문을 연 연남방앗간과 연남장, 2019년 연희대공원과 연희회관까지 꾸준히 늘려나가는 공간 비즈니스라 생각된다.
공간이 하나의 미디어라 생각하고 계속 콘텐츠를 불어넣으려고 한다. 그 콘텐츠란 로컬 크리에이티브와 만드는 콘텐츠다. 우리가 처음 정의한 게 로컬 크리에이티브라는 말이다. 창의적인 소상공인이자 비즈니스를 하는 문화기획자를 뜻하는 말이라고 보면 되는데, 우리가 생각하기에 그간 소상공인은 장사의 성격이 강했고 문화기획자는 운동가의 성격, 공공의 성격이 강했다. 우리는 이 두 성향을 합쳐 로컬 크리에이티브로 만들고 싶었다. 지금 연남·연희동에 문 연 공간을 우리는 하나의 미디어이자 플랫폼이라 생각한다. 그곳에 로컬 크리에이티브가 들어오고, 우리 공간을 활용해 콘텐츠를 공급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그 수익을 나누는 순환 구조가 이뤄지는 플랫폼이다.
지난 주말에 어반플레이가 만든 연남방앗간과 연희대공원, 연남장을 둘러보았다. 슬슬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 모두 있더라. 두 분은 어디를 가장 좋아하나?
홍, 임 음, 모두 자식 같은 친구들이라 어느 하나 꼽기가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연남방앗간이 가장 좋았다. 방앗간을 콘텐츠로 참기름 짜는 장인의 상품을 팔고, 참기름을 활용한 커피 메뉴를 선보이고, 공간 역시 동네의 오래된 이층집 모습 그대로 활용해서 이게 어반플레이가 말하는 동네 콘텐츠, 도시 재생, 로컬 크리에이티브와의 협업이구나 싶었다.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방앗간의 문화적 원형을 살리면서 우리와 협업하는 식음료 관련 크리에이터의 제품과 콘텐츠를 판매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싶었다. 태어나서 참기름을 가장 많이 먹어본 것 같다. 알고 보면 참기름이 커피와 매우 비슷하다. 나도 공부하면서 알게 됐는데 참깨마다 착유하는 온도가 달라서 색깔도 다 다른데, 시중에 나온 진한 색깔의 참기름은 고온에서 볶아서 그런 거다. 연남방앗간 참기름을 홍보하려는 건 아니고,(웃음) 하여튼 어반플레이가 만든 첫 공간이기도 하고 어떤 콘텐츠를 넣을지 고생한 만큼 재밌기도 했다.
그런데 그곳을 나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기가 다른 카페와 다른 게 뭐지?
그 질문 많이 듣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건 카페로서의 공간보다 콘텐츠를 경험하게끔 하는 거다. 코로나19 때문에 타이밍이 안 좋은 면도 있다. 초반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모셔서 다이닝 프로그램이나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운영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오시는 분들의 90%는 카페로 경험하고 갈 수밖에 없다. 나머지 10%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따로 예약하고 결제해서 오시는 건데, 프로그램이 항상 있는 건 아니다 보니까 결국 카페만 경험하고 가는 소비자들이 있다.
우리도 콘텐츠를 어떻게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온라인을 통해 보여줘야 할지 등 기술적인 부분도 고민하고 있다. 아직은 숙제로 남아 있는 부분이다.
 
 
어반플레이 직원인 반려인과 함께 매일 출근하는 푸들 멜리. 어반플레이는 2018년에 반려동물과 함께 할수 있는 공간, 연희대공원을 문 열기도 했다.

어반플레이 직원인 반려인과 함께 매일 출근하는 푸들 멜리. 어반플레이는 2018년에 반려동물과 함께 할수 있는 공간, 연희대공원을 문 열기도 했다.

콘텐츠의 생명력도 중요한 부분일 듯하다. 의도, 콘텐츠, 스토리텔링 모두 좋아도 요즘은 소비 패턴 자체가 워낙 변화무쌍하지 않나.
대중의 소비 형태 변화가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우리 공간들도 콘텐츠가 계속 바뀌는 거다. 커피숍 하나 냈다고 20~30년 먹고살려면 커피 원두부터 파고들어야겠지. 그런데 우리가 만드는 공간은 미디어 성격이라서 공간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면 그 안에서 콘텐츠가 계속 소비돼야 한다. 트렌드를 민감하게 분석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수급해서 채워야 하는 거다. 우리가 정말 좋은 원두를 가지고 있다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웃음)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의문도 피할 수 없다. 연희동, 연남동에 모여 있는 연남장, 연희대공원, 연남방앗간을 걸어 돌아다니면서 어반플레이는 건물주일까 임차인일까 궁금해지더라.
전부 임차다.(웃음)
임차인이면 동네 부동산 변화를 더 깊이 체감하겠다.
엄청 느끼고는 있는데… 지금 당장의 단계를 놓고 보면 젠트리피케이션에 일조하는 것 아니냐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지 임대료를 틀어막는 걸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젠트리피게이션이 발생하는 이유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가치가 건물주에게 가는 현상 때문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가치가 있다는 걸 아는 문화가 생기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생길 수 없다. 이들이 임차를 하면 오히려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줘야 하는 현상이 일어나야 옳다고 본다. 우리는 건물주에게 싼 가격으로 통임대를 받는다. 우리 때문에 이 건물의 가치가 올라갈 거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낡은 주택이나 오래된 건물을 타깃으로 삼는다. 건물주도 건물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들어와서 건물의 문제를 고치고, 좋은 콘텐츠를 넣어 건물을 정상화시키고, 그에 대한 가치를 나누는 일을 기꺼이 반긴다. 우리는 중간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공간이 필요한 로컬 크리에이터에게는 몇억씩 들여 인테리어하고 그러다 실패하면 다 잃는 그런 리스크가 없도록 우리가 건물주와 공간에 대한 부담을 나누고, 이 공간에서 실패했을 때의 위험은 우리가 가져가되 잘됐을 때 나누자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건물주가 어떻게 부담하나? 월세를 깎아주나?
월세를 낮게 해주는 방식도 있고 매출을 나누는 방식도 있다. 공실률이 높은 건물의 경우에는 아예 월세를 받지 않고 건물주가 우리에게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고쳐야 할 건물, 돈 안 받을 테니 너희 마음대로 한 다음에 잘되면 이익을 나눠 갖자는 거다.  3자 협업 체계를 구축한다고 보면 된다. 건물주는 투자자가 되고, 로컬 크리에이터는 자기 콘텐츠 아이템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소비자는 여기 와서 좋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이 구조가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어반플레이가 판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봐도 되겠다.
그렇다. 그래서 플랫폼 역할도 한다고 말하는 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공실률이 더 높아진다고 가정했을 때 공공이 됐든 건물주가 됐든 가만히 앉아 임대료 받아먹는 일은 힘들 거라고 본다. 공공에서도 오프라인 창업을 위해 무언가 지원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당장 어반플레이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는 건 아닌가? 쉐어빌리지라는 프로젝트로 연희회관 같은 공유 공간도 운영하고 있지 않나. 이곳 연남장도 2층은 코워킹 스페이스다. 언택트가 만연화되어가는데 ‘공유’라는 키워드가 앞으로도 유효할까?
우선 쉐어빌리지는 유휴 공간을 활용해 로컬 비즈니스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유는 완전한 공유가 아니다.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거다. 예를 들어 정원이 있는 2층 주택을 활용해 만든 연희대공원은 마당이 필요한 펫 관련 사업이나 스몰 웨딩 같은 비즈니스 크리에이터들과 셰어하자는 의도였다. 연남장 같은 경우는 1층에 라운지가 있고 2~3층에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는데, 우리가 일부러 필터링해서 신청받은 게 아닌데도 문화·예술 분야의 회사가 주로 입주해 있다. 그들이 이곳 1층 라운지 공간을 활용해 공연도 하고 전시도 한다. 예를 들어 그들이 다른 곳은 1000만원 주고 대관해야 한다면 우리는 입주자에게 훨씬 저렴하게 대관하거나 수익을 나누는 방법으로 대관하니까 서로 시너지가 나는 거다. 쉐어빌리지는 이런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하는 프로젝트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행사 자체를 못 하게 돼서 직격탄을 맞기는 했다. 연남장의 경우 평균 2.5일에 한 번꼴로 이벤트가 열렸는데 근 6개월 동안 두세 번밖에 못 했으니까. 이를 대비해서 오프라인 공간이 지향해야 할 본질에 대해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변화가 예상보다 빨리 왔다. 오늘 뉴스 보니까 스타벅스가 앞으로 18개월 동안 미주 지역 매장을 약 400개 줄이고 픽업 매장을 늘릴 계획이라고 하더라. 지역에서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모델이 필요한지 살펴보려고 한다. 그걸 제일 빠르게 대중에게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게 어반플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평균 2.5일에 한 번 열리던 그 이벤트들이 다시 열릴까?
홍, 임 어렵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 사태는 끝나지 않을 거라고 본다.
그럴수록 오프라인 공간이 지향해야 하는 본질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당장은 힘들겠지만 그럴수록 사람이 다시 모이는 공간이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먹는 건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의 경험과 공감대 형성이 있는 무언가, 그것은 커뮤니티가 될 수도 있고 동네 미용실이 될 수도 있는데, 그 무언가가 곧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앞)와 임동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앞)와 임동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해 ‘연희, 걷다’는 어떻게 되나? 2015년부터 매해 열린 행사이지 않은가. 동네 주민, 로컬 크리에이터, 시민들이 동네 산책이라는 행위를 통해 한데 어우러지는, 이것이야말로 어반플레이의 아이덴티티가 아닐까 싶은 행사인데.
맞다. 특히 올해 쉐어빌리지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처음 맞는 ‘연희, 걷다’라서 우리도 각별히 생각했는데, ‘연희, 걷다’는 한날한시에 사람이 몰리게 하는 이벤트라서 지금은 열기 적절하지 않으니까 온라인 콘텐츠로 소화해야 하나 생각 중이다. 주목적은 동네의 좋은 콘텐츠를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소비자가 언제든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연희동, 연남동을 방문할 수 있게끔 하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다. 마치 자유이용권처럼.
그런데 왜 연희동, 연남동인가? 어반플레이의 주 활동지는 연희동, 연남동이다.
대한민국에서 자기만의 콘텐츠가 가장 밀도 높게 자리 잡고 있는 동네라고 생각한다. 어반플레이를 만든 2013년 당시에 이미 그러했다. 그런 동네는 성수동, 을지로 등 많지만, 도시의 문화적 속성과 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크로스되면서 지역 문화가 발생한다고 보는데 그런 면에서 연남동은 개인 창작자가 가장 많은 동네라고 생각한다.
연희동에는 조금 연령대가 높은 개인 창작자가 많다. 연남동은 신진 창작자가 많고.
어반플레이의 다음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준비하고 있는 공간이 두 곳 더 있다. 하나는 새로운 콘텐츠를 테스트해보기 위한 공간인데, 연희대공원 근처에 하나 더 확보해둔 단독주택이 있어서 그곳을 여러 크리에이터가 공간을 활용하고 콘텐츠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전시장 겸 스튜디오 형태로 만들 계획이다. 이르면 7월에 오픈하려고 한다. 두 번째는 연남장을 1년 정도 운영해본 뒤 어느 정도 검증이 되어서 강남 역삼동 쪽에 진출하려고 한다. 연남장 1층 라운지가 문화·예술 중심이라면 역삼동은 오피스 라운지로 계획 중이다. 역삼동은 소셜 벤처가 모인 지역이다 보니까 그들에게는 워크 라이프스타일 라운지가 필요할 거라고 판단했다.
연희동, 연남동뿐 아니라 흥미롭게 보는 지역이 많다. 우리만의 기준이 있다. 지역 헤리티지가 받쳐주고 그곳에 젊은 층이 재밌어하는 콘텐츠를 가지고 들어가면 시너지를 낼 곳이 많다고 본다.
기업과 기업의 네트워킹보다 개개인이 네트워킹할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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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은희
  • PHOTOGRAPHER 송시영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