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서울의 카페 인터뷰 : 5. 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어떤 게 좋은 커피고, 어떤 곳이 좋은 카페일까? 리이슈 커피 로스터스의 공경식 대표를 만나 물어봤다.

BY오정훈2020.07.24
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공경식 대표

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공경식 대표

자신만의 방식으로 커피를 선보이는 카페, 취향을 탐험하는 진지한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커피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어떤 게 좋은 커피고, 어떤 곳이 좋은 카페일까? 서울의 개성 있는 카페에 물어봤다. 다섯 번째는 연남동의 새로운 공간으로 다시 돌아온 리이슈 커피 로스터스다. 리이슈 커피 로스터스의 공경식 대표는, 에스프레소 블렌드를 전문으로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커피를 선보인다.
 
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처음 커피에 빠진 계기는 무엇이었나?  
원래 음악을 하고 싶어서 고등학교 때 밴드 활동을 했다. 열아홉 살에 극장에 있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사람들에게 뭔가를 만들어서 주는 게 재밌더라. 커피뿐만 아니라 핫 초콜릿, 아이스티도 만들었다. 음료를 전문적으로 만든다기보다는 재료를 조합하는 정도였는데 그 기억이 너무 좋아서 음악을 그만두자 했을 때 커피가 떠올랐다.  
 
예전 리이슈는 어둡고 펍 같은 느낌이 강했다. 어떻게 구상했던 건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카페의 모습을 똑같이 재현하고 싶진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공간을 구성하고 싶었다. 실제로 타투 숍이나 펍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처음엔 이름도 ‘리이슈 커피’나 ‘카페 리이슈’로 쓰지 않고 ‘리이슈’라고만 했었다. 근데 손님들이 그렇게 부르더라. 결국 법인화하면서 ‘리이슈 커피 로스터스’가 되긴 했다.  
 
리이슈란 이름은 음반 용어에서 가져온 건가?  
음반이나 악기 등 재발매 및 재생산된 모든 것을 가리킨다. 커피에도 유행이 있다. 유행에 따라 커피가 획일화되는 게 아쉬워서 예전의 커피 맛을 세련되게 가져오자는 생각으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슬로건도 '올드 패션드 커피(Old Fashioned Coffee)'였는데, 어떤 커피를 뜻하는 건가?  
지금은 그 슬로건이 오히려 나를 가두는 느낌이라 쓰진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만드는 커피가 바뀐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제일 익숙한 커피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커피,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커피 말이다. 요즘의 커피 트렌드를 보면 커피에서 과일 향과 꽃 향 등 다른 요소를 많이 찾는다. 커피를 즐기는 데 너무 많은 강요가 있는 것 같다. 만드는 사람이 커피 한 잔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산지, 고도 등 과다한 정보를 제공한다. 물론 커피에는 여러 향미가 있고 그런 재미를 찾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어떤 지식이나 정보 없이도 커피를 맛있게 마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 말 없이 건네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추구한다. 전문용어로 컵 노트를 써서 그 향과 맛을 소비자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다. 커피의 다양한 향과 맛을 표현하되 그걸 마시기 쉽게 전달하는 게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에 쓴 '좋은 음식이나 음료는 해박한 지식이나 학습,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는 말이 그런 뜻인가?  
장단점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커피와 관련된 많은 정보가 오히려 마시는 사람에게 혼란을 준다고 생각한다. 컵 노트에 쓰여 있는 향과 맛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그게 맞다. 그 사람이 마셨을 때 어떤 향과 맛이 난다고 느끼면 그게 맞는 거다. 향과 맛은 마시는 사람의 영역으로 남기고 싶다.
 
리이슈 커피 로스터스리이슈 커피 로스터스리이슈 커피 로스터스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리이슈란 이름처럼 올해 봄, 새 공간으로 다시 돌아왔다. 로스팅 공간의 비중이 커졌고 나머지 공간은 에스프레소 바 형식으로 구성했다. 그간 생각의 변화가 있었나?
그전의 공간은 너무 마니아적이어서 이번엔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다. 1층에 마땅한 데가 없어서 2층으로 올라왔을 뿐이다. 커피 생산이 우선이라 로스팅 공간을 먼저 만들었고 그 외에 남는 공간은 손님들이 잠깐 머물면서 가볍게 커피를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커피 마시는 공간은 자유롭길 바랐다. 사람들이 계단식 의자에 자유롭게 앉아서 커피 마시는 모습을 보면 좋다. 우리끼리는 캘리포니아 느낌이라고 한다(웃음).
 
리이슈의 기조는 기본적으로 ‘only coffee’다. 그간 커피와 관련된 색다른 메뉴를 선보였다가 없애기도 했는데, 메뉴에 대한 고민이 많았나? 심지어 인기가 많은 리이슈 라테도 없앴다.  
맞다. 원래 독창적인 음료를 만드는 걸 좋아하긴 한다. 메뉴는 기본적인 것들로만 구성하고 보여주고 싶은 메뉴가 있으면 한 번씩 제공하기도 했는데, 그 메뉴들로 인해 사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바닐라 앤 아니스가 그 대표적인 예다. 짜이를 응용해 만들어본 음료였다. 생강, 카다멈, 정향, 계피, 팔각 등 여러 향신료와 바닐라빈으로 시럽을 만들고 거기에 커피와 우유를 넣은 거다. 인기가 많았지만 향신료 때문에 호불호도 강했다. 문제는 그 음료가 sns에 퍼지면서 그 음료만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거다. sns용 사진을 찍으러 오는 손님도 많았다.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내일부터 당장 안 팔 거야’ 하면서 통쾌하게 그 메뉴를 빼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메뉴 팔 때 돈은 제일 많이 벌었는데 그게 너무 싫었다. 에스프레소 블렌드를 전문으로 한다고 생각했는데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 같아 싫었다. 좀 고지식하지만, 커피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카페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에스프레소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에스프레소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에스프레소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에스프레소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에스프레소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블렌드 위주의 카페를 하는 이유가 있나?
에스프레소를 제일 좋아한다. 사람들이 에스프레소를 많이 마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아르바이트하던 카페에서 처음 에스프레소를 마셨을 때는 사약 같았다. 에스프레소 가격이 제일 저렴하고 어디서 들어본 듯해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열에 아홉은 ‘이게 뭐냐, 왜 이렇게 주는 거냐’ 그랬다. 당시에는 ‘나도 모른다, 이렇게 주라니까 준다’ 그랬다(웃음). 이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본격적으로 에스프레소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마시다 보니 에스프레소에 이런 향이 있구나 이런 균형감이 있구나 알게 됐고 점점 커피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블렌드 커피가 폄하되는 분위기지만, 하우스 블렌드야말로 그 가게의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콩을 조합해서 하나의 다른 맛을 만들어내는 게 재미있다. 여러 개의 콩을 섞었을 때 나오는 시너지도 좋다. 리이슈의 에스프레소 블렌드에는 5가지 다른 콩이 들어간다. 커피 역시 농작물이라 수확 시기, 기후 환경 등에 따라 맛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 그 변수의 폭을 줄이기 위해, 맛과 향을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해 5가지를 블렌딩한다. 에스프레소 블렌드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고, 싱글은 다양한 라인업보다는 정말 좋아하는 몇 가지만을 다루고 있다.  
 
리이슈 커피 로스터스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리이슈에서 선보이는 하우스 블렌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보편적으로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커피를 기준으로 한다. 그게 균형감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커피를 과일 향이 나는 신맛의 커피와 초콜릿 향이 나는 고소한 커피로 나누는데, 커피 맛이 꼭 그렇지마는 않다. 사람들이 다크 블렌드에 대해 “이건 신맛이 없는 건가요?”라고 물어본다. 그렇게 학습돼서 그렇다. 다크 하게 로스팅 해도 다양한 향미의 표현이 가능하다. 신맛이 있는 커피도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잘 잡으면 누구나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다. 다크 로스팅 하면 쓰고 고소하고 미디엄 로스팅 하면 시고 가볍다고 하는데, 절대적인 건 아니다. 에스프레소 만들 때 가장 고려하는 건 의도한 향과 맛이 다채롭게 나오는지와 균형감이다. 또한 입안에 넣었을 때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래야 맛있게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디엄 블렌드가 다채로운 향과 맛을 균형감 있게 마실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커피라면 다크 블렌드는 좀 더 낮은 톤의 신맛과 무거움과 바디감이 있는 커피다. 농도가 다르다고 보면 된다. 예전 커피의 뉘앙스를 추구하다 보니 우리가 제공하는 미디엄 블렌드도 다른 곳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더 다크 할 수 있다. 미디엄 블렌드와 다크 블렌드 모두 똑같은 다섯 가지 생두를 블렌딩한 것인데, 다만 배합비가 다르고 로스팅 과정이 다르다.
 
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요즘 커피 업계에서 외면받고 있는 브라질 커피에 대한 애호가 있는 것 같다.
브라질 커피는 개성이 강하지 않다는 인식이 많아 폄하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오히려 브라질 커피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블렌드를 만들 때도 브라질 커피는 꼭 넣는 편이다. 브라질 커피는, 커피 하면 떠오르는 맛에 제일 근접해있다. 특정한 맛에 치우치지 않아 균형감이 좋다. 전통적인 에스프레소에도 브라질 커피가 많이 사용된다. 최근엔 브라질 커피의 품종 및 재배 방식도 다양해졌다. 브라질 커피에 대해서는 유독 더 까다롭게 찾는 편이다.  
 
싱글 오리진 원두는 어떤 기준으로 선별한 건가?  
블렌드를 리이슈의 정체성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싱글 오리진을 메뉴에 넣고 싶진 않았다. 손님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 넣었다. 내가 잘 만들면 내 커피가 아닌 건 아니니까. 대신 싱글 오리진 원두 역시 누구나 마시기 편하도록 균형감 위주로 선별한다. 에티오피아는 보통 향이 밝고 신맛이 높은 편이지만, 균형감 있는 맛을 내기 위해 생두 선택부터 로스팅까지 세심하게 고려한다. 예전엔 한 달에 3~4개의 생두를 선별해 1주일에 하나씩 새로운 원두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속적으로 마음에 드는 생두를 찾기가 힘들어서 방법을 바꿨다. 좋아하는 3가지의 원두로만 구성하고 있다. 손님들이 원두를 사가면서 집에서 물 온도는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내려야 하냐고 물어보는데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말한다. 집에서 아무렇게나 내려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추구한다.
 
왜 에스프레소는 설탕과 함께 마셔야 하나?  
설탕만큼 커피와 잘 어울리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설탕이 커피의 향과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실 줄 몰라서 설탕을 사용한다고 여기기도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손님들에게도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어 마시는 걸 권한다. 커피를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는 하나의 옵션으로 인식되기를 바란다.
 
여러 종류의 설탕을 제공하는 이유가 있나?  
에스프레소를 중점적으로 다뤄온데다가 메뉴가 다양하진 않으니 작은 요소라도 더하고 싶었다. 에스프레소에 탄산수를 함께 제공하고 설탕을 다양하게 제공하면 어떨까 싶었다. 녹차 소금, 트러플 소금 등 여러 소금과 소스를 주는 고깃집에서 착안했다. 브라질 고이아사 유기농 비정제 설탕, 라빠르쉐 퓨어 케인슈거, 백설탕에 타히티 바닐라빈이 블렌딩된 바닐라 설탕, 이렇게 3가지다. 괜찮은 설탕이 있으면 추후에 또 추가할 생각이다.  
 
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라테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라테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라테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라테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라테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라테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라테
리이슈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건 라테인가?
매달 다르다. 에스프레소가 가장 많이 판매될 때도 있고, 라테가 가장 많이 판매될 때도 있다. 판매 순위에서 에스프레소가 항상 상위에 있는 게 만족스럽다.  
 
록, 힙합 음악을 트는 건 본인 취향의 반영인가?  
내 취향도 있고 직원 취향도 있다. 지금 일하는 직원을 면접 볼 때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는 점이 마음에 들어 채용했다. 카페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음악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음악을 틀고 싶었다.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선곡은 조금씩 달라진다. 날씨가 어두우면 음침한 음악을 틀고 날씨가 좋을 때는 해변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을 틀기도 한다.  
 
리이슈의 공간과 가장 어울리는 뮤지션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조지 해리슨을 제일 좋아한다. 그의 사이키델릭한 음악도 좋고 사상도 좋다.
 
서울에 좋아하는 커피숍이 있다면 어디인가?
상수동의 카페 더 블루스. 문 연지 오래된 카페로, 무심하게 커피를 만들어서 좋다. 커피를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지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유난 떨지 않고 허세 부리지 않아서 좋다. 예전에 마셨을 때와 지금 마셨을 때, 그 맛이 일관되게 유지된다는 점이 존경스럽다. 다크 하게 로스팅 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과 카페 갈 일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하나?
아무 데나 간다. 커피면 다 잘 마신다. 집에서 커피 만드는 게 귀찮을 때도 많다. 그럴 땐 집 앞에 있는 메가 커피를 자주 간다. 저렴하고 양이 많다.  
 
새롭게 다시 오픈한 리이슈, 앞으로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커피는 누구나 편하고 쉽게 마실 수 있는 거였으면 한다. 커피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좀 더 힘을 빼고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싶다. 우리가 하는 방식이 계속 멋있었으면 한다. 우리의 커피가 여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일상의 한 부분이 되길 바란다. 어떤 날은 커피가 조금 별로여도 그 자체로도 좋을 수 있는, 그렇게 자연스러운 곳이 됐으면 한다.
 
 
Info.
리이슈 커피 로스터스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로 35 2층  
연락처 02-336-6884
영업시간 화~일 12:00~20:00,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 프리랜서 에디터 / 나지언
- 사진 / 박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