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임스 터렐의 작품에 매료될 시간 '뮤지엄 산'

제임스 터렐의 조각을 갖는 일.

BYESQUIRE2020.08.11
 

The Mind of Light 

 
©James Turrell, Courtesy Pace Gallery

©James Turrell, Courtesy Pace Gallery

James Turrell 〈Atlantis, Medium Rectangle Glass〉, 2019
L.E.D. light, etched glass and shallow space 142.2 cm × 185.4 cm
Runtime 2 hours 30 minutes 문의 페이스 갤러리
 
 
©courtesy Pace Gallery photography by Sangtae Kim

©courtesy Pace Gallery photography by Sangtae Kim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사진으로 본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무의미한 일 중 하나다. 일단 사이즈가 다르다. 대표작인 〈로덴 크레이터〉를 생각해보자. 이건 뭐 작품이나 박물관이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세계다. 터렐은 1979년 애리조나 북부 오색사막 지역에 있는 약 4.8km 너비의 40만 년 된 사화산 분화구 로덴 크레이터를 사들여 벌써 40년 넘게 깎고 파고, 수천 톤의 콘크리트를 붓고 다져 빛의 대성전을 완성해가고 있다. 〈크레이터 볼〉 〈알파 터널〉 〈선 | 문 챔버〉 〈이스트 포털〉 〈크레이터스 아이〉 등의 공간이 완성됐으며 각 공간은 지하 터널로 연결되어 있다. 아직 대중에 공개하지 않은 이곳에는 현재로서는 초대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참고로 2015년에 열린 기금 모금 초대 행사 당시 투어하기 위해 내는 돈은 6500달러(약 784만원)였다. 미뤄지고 미뤄져 올해는 꼭 대중에게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또 미뤄졌다. 안달이 난다.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에 있는 한솔그룹의 ‘뮤지엄 산’에서는 이 위대한 선지자의 뒷다리를 만져볼 수 있다. 이곳에 있는 ‘제임스 터렐관’엔 〈간츠펠트〉 〈스카이스페이스〉 〈웨지워크〉 〈호라이즌 룸〉 네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네 작품을 관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 30분 동안 관람객들은 터렐이 말한 ‘빛의 먼지’가 부유하는 공간을 거닐며 빛과 지각의 마술에 매료되는 경험을 한다. 〈간츠펠트〉가 전시된 공간에 들어서면 안내자가 ‘두려워 말고 빛 안으로 들어서라’고 말한다. 평면인 줄 알았던 빛으로 된 사각형 안에 발을 디디면 그 안에 둥글게 파인 또 다른 공간이 있다. 이런 마법을 어떻게 글로 혹은 사진으로 전달할 텐가? 전달할 순 없지만, 소유할 순 있다. 페이스 갤러리의 전시 〈Bending Light〉에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 〈Atlantis, Medium Rectangle Glass〉가 설치되어 있다. 살 수 있는 작품이다. 매트한 질감의 벽에 생긴 초월적 빛의 포털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간츠펠트〉의 사각형과 닮았다. 이 사각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벽으로 막은 공간이 필요하다. 마법은 벽 뒤의 공간에 숨은 12개의 LED 조명이 내뿜는 광원으로 만들어진다. 2시간 30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로 185.4cm, 세로 142.2cm짜리 빛의 사각형을 개인의 공간에 둔다는 건 우리 시대 최대 스케일의 세계를 창조한 이가 부리는 마법의 작은 주문을 소중하게 독점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