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RINK

역사가 보증하는 동유럽의 강자 '몰도바 와인'

모히토는 몰디브, 와인은 몰도바. 헷갈리지 말 것.

BYESQUIRE2020.09.05
 

Moldovian Legend 

 
(왼쪽) 네그루 드 푸카리 2017, 10만원대. (오른쪽) 카르페 디엠, 배드 보이즈 2017, 9만원대.

(왼쪽) 네그루 드 푸카리 2017, 10만원대. (오른쪽) 카르페 디엠, 배드 보이즈 2017, 9만원대.

몰도바에는 구원의 황새에 대한 전설이 전해진다. 때는 ‘몰도비아’로 불리던 15세기. 슈테판 대제가 다스리던 시절 몰도비아는 타타르족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타타르족은 몰도비아의 젖줄 드네르스트강 서안을 지키는 요새 ‘소로카’의 사방을 포위했다. 배급 통로가 사라진 상황에서 수개월째 공성전이 이어졌고, 병사들은 굶주림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 황새 떼가 나타났다. 포탄학을 전공이라도 했는지 황새들은 부리에 문 포도송이를 성채 안쪽에 던지기 시작했다. 최고의 열량원인 포도로 원기를 충전한 병사들이 이교도들을 무찌르고 요새를 지켜냈다. 이름하여 ‘구원의 황새 전설’로 불리는 이야기다. 몰도바에는 와인을 관장하는 국가 기구가 따로 있다. 이 기구에서 관할하는 몰도바 와인의 상징에 황새와 포도가 그려져 있는 이유다. 그러나 황새가 전설의 주인공은 아니다. 진짜 주인공은 바로 슈테판 대제다. 슈테판 대제는 나라의 흥망성쇠를 관장하는 와중에도 수도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와인 양조와 포도밭의 작황을 관장하는 관리를 둘 만큼 와인에 대한 사랑이 대단했다. 황새가 물고 온 포도와 몰도바 와인의 역사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점이 없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도바 와인’을 떠올릴 때 황새의 전설을 들먹이는 이유는 바로 슈테판 대제의 와인 사랑에 대한 우화적 표현일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역사다. 문헌으로 따지면 이 지역 와인 역사의 시작은 기원전 3000년께로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양조에서 역사는 기술의 완성도를 보장하는 몇 가지 요소 중 하나다. 역사의 몰도바 와인을 논할 때 1878년 파리 세계박람회에서 서유럽 와인을 제치고 금메달을 딴 ‘네그루 드 푸카리’를 빼놓을 수 없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조지 5세, 엘리자베스 2세, 그리고 현대의 차르인 블라디미르 푸틴이 즐겨 마셨다는 바로 그 와인이다. 2017년 빈티지의 네그루 드 푸카리를 입에 머금어보면 세월을 거치며 완벽하게 다듬어진 단단한 양조의 기품을 느낄 수 있다. 이 와인은 훌륭한 블렌디드 와인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다. 카베르네 소비뇽(70%), 사페라비(25%)의 든든한 블렌딩 위로 토착 품종 라라 네아그라(5%)의 마법 같은 터치가 빛난다. 진한 베리 계열 향의 사이를 뚫고 흐르는 마른 라벤더의 숨결이 무척 아름답다.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경계의 포도 품종의 묘미를 더욱 진하게 느껴보려면 카르페 디엠의 배드 보이즈를 추천한다. 몰도바 토착 품종인 페테아스카 네아그라와 조지아 토착 품종인 사페라비를 정확히 반반씩 섞었다. 혀끝에 굴리자마자 품격 있는 레스토랑 주방에서 느낄 수 있는 복잡한 향, 후추와 팔각이 섞인 이국의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눈으로 감각하는 빛깔은 미디엄이 분명한데 입안에서 묵직하게 느껴지는 깊은 보디감이 무척 신비롭다. 모히토는 몰디브, 와인은 몰도바. 기억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