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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보라는 화장도, 후회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보라, 화장도 욕심도 후회도 없이.

BYESQUIRE2020.09.25
 
 
 
 

김보라

1995년 출생. 2005년 아역 배우로 데뷔해 16년째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드라마 〈SKY 캐슬〉 〈터치〉 〈SF8: 우주인 조안〉, 영화 〈암전〉 〈굿바이 썸머〉 〈천국의 아이들〉 등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연희동 카페 ‘보라다방’을 배경으로 한 동명의 웹 예능도 선보이고 있다.
 

① 화장

평상시에는 화장을 잘 안 한다고 들었어요.
사실은 관심이 없어요, 화장에.
드라마 〈터치〉 촬영 때 힘들었겠네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지망생 역할이었고, 화장의 미덕을 말하는 대사도 많았으니까.
아뇨. 오히려 그래서 더 와닿은 부분이 있었어요. 화장이 마냥 외적인 요소를 꾸미는 수단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단점을 가릴 수 있고, 장점을 좀 더 부각시킬 수 있고, 마음을 터치할 수도 있고(웃음) 그렇구나. 촬영하면서 그런 대사를 할 때도 생각만큼 오그라들고 그러진 않았거든요.
맞아요. 〈터치〉는 낯간지러운 대사나 상황이 많았는데 저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넘기게 되더라고요. 연출이 좋았던 건지, 연기가 좋았던 건지.
처음 대본 받았을 때는 저도 그런 걱정을 했어요. ‘하, 이거 소화할 수 있을까’ 하고. 그래도 어쨌든 제 역할이잖아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어요. 우리까지 ‘아, 오그라들어’ 하면서 연기하면 정말 그렇게 보일 것 같아서.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뭐예요?
저는 단순해요. 해보지 않는 역할과 장르. 그걸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요. 오디션을 볼 때도 비슷한 역할이라도 좀 다르게 해보려 하고요. 사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있었거든요. ‘나는 왜 항상 비슷한 역할만 맡지?’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서 돌아보니까 제가 참 짧게 생각했구나 싶더라고요. 비슷한 역할이라도 얼마든지 다르게 방향을 잡아볼 수 있는 건데.
 
 
배우 김보라가 늘 챙겨 다니는 필름 카메라. 김보라의 개인 블로그에서 그 결과물을 볼 수 있다.

배우 김보라가 늘 챙겨 다니는 필름 카메라. 김보라의 개인 블로그에서 그 결과물을 볼 수 있다.

② 욕심

하긴 보라 씨는 벌써 데뷔 16년 차니까. 그런 마음가짐이 아니었다면 스스로를 너무 괴롭혔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예전부터 워낙 욕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혼날 때도 많았고.
아, 그래요?
네. 제가 연기를 초등학생 때부터 했는데 3~4년 전까지도 “나는 배우라는 직업을 안 해야지” 하는 말을 매년 했거든요. 아까 화보 촬영할 때도 보셨겠지만 워낙 숫기도 없고 부끄러움이 많아요. 이렇게 부끄러움이 많은데 어떻게 배우를 계속할까 싶어서 맨날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또 작품을 안 하고 있을 때 보니까 제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더라고요. 배우라는 직업을 내가 선택했으니 끝도 내가 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러다 보니 더 즐기게 됐고, 결국 더 욕심이 없어진 것 같고요.(웃음)
보라 씨 특유의 초연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수고롭지 않게 뭔가를 뚝딱 해낸다는 느낌도 있고. 〈SKY 캐슬〉의 혜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서 더 그런 걸까요? 주위에서는 보라 씨를 어떤 사람이라고 해요?
그냥 저도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들었을 얘기를 똑같이 듣는 것 같은데요. 대체로 그런 쪽인 것 같긴 해요. 생각이 많아 보인다,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특이하다. 조용하다는 얘기, 털털하다는 얘기도 가끔 듣고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그게 다 이런 부분인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는 편이라고 해야 하나, 다른 사람을 크게 신경 쓰지 않거든요. 웬만해선 눈치를 안 보고요. 특히 일할 때는 더 그렇고.
저는 사실 남한테 ‘특이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한테 오히려 편견이 있는 편이에요.
오, 저도요. 나는 그냥 나대로 사는 건데 그걸 특이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마음이 궁금했던 적이 있거든요.
사회의 통념으로 사고하는 데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 특이해 보일 수 있겠다, 저는 그 정도로 이해하고 있어요.
저는 항상 ‘사람이 범죄만 저지르지 않고 살면 되지’ 하는… 아니,(웃음) ‘자기 일터에 가서 일만 잘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더더욱 ‘김보라대로’ 사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가끔 방송에서 비쳐질 때가 있나 봐요. 여유로워 보인다는 얘기도 들었고.  
제가 느낀 초연함도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혜나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뭘 해야 할지 뚜렷이 알고 야망이 있는 캐릭터지만 그게 좀 다른 톤이었잖아요. 사랑했던 하나뿐인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하다가 ‘나는 정말 억울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할까? 그래서 그렇게 해석했던 것 같아요. 또래 친구들은 ‘아, 어쩌라고’ 하는 마인드로 대하고, 반면에 어른들을 대할 때는 ‘그래도 저는 당신한테 꿀리지 않습니다’를 보여주려 하고. 떨거나 긴장하거나, 그런 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직도 혜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네요.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작품 자체가 기억에 많이 남기도 했고, 다른 분들도 저를 가장 많이 기억해 주시는 작품이라고 해야 되나. 그리고 제 경우에 〈SKY 캐슬〉 전과 후가 분명하게 달라졌기 때문에 더더욱 생각나는 것 같아요.
굉장히 많이 회자된 캐릭터인데, 그 뒤로도 많은 작품을 했잖아요. 감사한 작품인 동시에 이젠 그 이미지를 지우고 싶다거나, 얘기를 그만하고 싶어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혜나 이야기를 할 때 신나 보여서요.
네. 딱히 그런 생각은 안 해요. 제 안에서도 굳이 떠나보내려고 하지는 않고요. 이 긴 인생을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잊히는 순간이 올 테니까.
〈SKY 캐슬〉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어요. 보라 씨의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아뇨. 일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그리고 〈SKY 캐슬〉은 워낙 작품 자체가 잘된 경우잖아요. 저는 그 안에서 한 역할을 한 것뿐이고.
그래도 보라 씨 연기가 많이 화제가 됐잖아요. 유튜브 클립 조회 수만 봐도 그렇고.
그런 게 저는 좀 죄송하기도 했어요. 감독님이랑 작가님이랑 스태프분들한테. 혜나가 관심을 많이 받고, 저도 칭찬을 많이 받긴 했잖아요. 그게 저는 좀 신기하면서도 계속 뭔가 죄송했어요. 그래서 끝나고 나서도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했고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③ 자격지심

카페 알바는 배우 일 쉴 때 한 건가요?
부모님한테 집에서 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요. 쉴 때도 하고,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 촬영할 때는 카페 알바랑 병행하기도 했어요.
그럼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아요?
동네 어르신들이 많기도 했고, 뭐 알아보긴 했는데요, 다들 본인들 여가를 채우러 오는 분들이라서. ‘어, 거기 나오는 사람 아냐?’ 하고, 그렇다고 하면 끝이더라고요.
그게 사람들 반응을 떠나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스스로를 괜히 좀 객관화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주눅이 들 수도 있고, 괜히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될 수도 있고.
저는 그게 너무 확실해요. 저는 연기를 하고 있을 때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에요. 근데 카메라 렌즈에서 벗어나면 아닌 거예요. 그 선이 너무 분명해서, 그래서 오히려 바깥에서 알아보고 다가오시는 분들을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냥 거리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에.
배우의 영역과 셀러브리티의 영역을 딱 구분 짓기 힘든 시대이긴 하잖아요.
그래서 좀 힘들어하긴 했죠. 제가 너무 연기만 하고 싶어 해서. TV 보면 배우들이 연기 외의 다양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걸 받아들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꼭 TV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그냥 일할 때도 촬영이 다 끝났는데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한다거나 하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그럼 저는 ‘어? 나는 이미 끝났는데?’ 이렇게 되는 거죠.
제가 ‘특이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한테 편견이 있다고 했는데, 사실 아직까지 블로그를 하는 사람한테도 편견이 있어요.
그래요? 어떤?
‘특정한 이미지를 남에게 표방하는 것보다 그냥 계속 자기 세계를 쌓아나가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 아닐까?’
(웃음) 제가 옛날에 싸이월드를 되게 재미있게 했거든요. 그걸 하다 보니까 사진을 좀 더 여러 장 많이 올리고 싶어서 블로그를 하게 됐고, 하다 보니까 그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냥 자기만족으로 하는 것 같아요. 워낙 사진이나 영상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 혼자 편집해서 이것저것 올리기도 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했는데 어느 순간 알게 된 거죠. 팬분들이 재미있게 본다는 걸. 그래서 인스타그램에서는 저를 짧게밖에 못 보여드리니까 하게 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내 일상을 기록하면서 플러스로 ‘저는 그냥 이러고 지냅니다’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는 사진 올릴 때도 글을 거의 안 남기더라고요.
네. 너무 부끄러워서… 사실 사진 찍을 때도 별생각 없이 찍잖아요. 멘트도 딱히 할 게 없고. 사진도 한장 한장 올리다가 요즘은 그냥 몰아서 올려요.
대신 저작권 의식이 투철한 것 같더라고요. 사진을 누가 찍어줬는지, 누구랑 찍었는지 꼼꼼히 달아놓고.
사진 올리면 지인들이 그러잖아요. ‘야, 내가 찍은 거 올렸네’. 그래서 ‘그래, 네가 찍어줬다’ 하고 달아놓는 거죠.
깐깐한 친구가 많나 보네요.
사실 이런 부분도 좀 있는 것 같아요. 주변에 이쪽 계통 일을 하는 분이 몇 있거든요.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거나, 프리랜서로 모델 일을 한다거나, 사진을 찍는다거나. 그런 친구들은 일부러 태그를 많이 하죠. 저를 통해서 누가 한 번이라도 더 들어가서 피드를 볼 수 있잖아요. 얼마나 끼가 많은 사람인지도 알 수 있을 테고. 그렇게 많이들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영향력을 활용하는 거군요.
일을 하고 싶어 하잖아요, 그들도. 제 인스타그램 보면 제가 막 올리는 사진에 감사하게도 관심을 가져주시는데, 어느 순간 그걸 알겠더라고요. 제가 이렇게라도 친구들한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스물다섯이잖아요. 16년 경력이라고 하면 굉장히 지난한 시간을 상상하게 되지만, 또 나이로 보면 또래에 비해 굉장히 일찍 자리를 잡은 셈이에요.
아역 배우 친구들이 출발점이 빠르니까요. 원래 배우들은 대부분 지금 제 나이 정도에 시작하잖아요. 그러니까 빠르다고 할 수도 있죠. 제 경우를 돌이키면 그냥 자연스럽게 이렇게 흘러온 것 같기도 한데.
보라 씨가 지금 스물다섯의 배우 지망생, 무명 배우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본인을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제가 하는 말이 그분들 입장에서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는데. 아무튼 똑같은 절차를 밟은 사람으로서 얘기하자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이 일이 꿈이라면 계속했으면 좋겠고요. 정말 모르는 거잖아요. 저도 16년을 하다 보니까 이렇게 뜻밖의 행운이 온 거고.
 

④ 후회

인생이 길다. 그럼 혹시 배우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그런 생각도 해본 적 있어요?
당연히 했죠. 했는데… 사실 아직까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후회하지 않는 선에서는 계속하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선택했으니까, 선택에 대한 결말이 나올 때까지는 하자는 마음이 큰 것 같아서요. 뭐, 일단은 안 해본 역할이 너무 많아가지고.
오, 방금 좀 멋있었어요. 특히 ‘많아가지구’ 부분이, 말투는 해맑은데 그 안에 숨어 있는 진지함이 무방비로 탁 쳤다고 해야 하나.
하하하하. 그게 뭐예요.
‘후회하지 않는 선’에서 후회란 어떤 걸 말한 걸까요?
가끔 그런 생각 하잖아요. ‘아, 이거 할걸.’ 저는 이 ‘할걸’이라는 작품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하지 말걸’보다는 ‘할걸’이 더 후회될 것 같거든요. 결과가 좋든 나쁘든 어떤 평가를 받든, 저는 일단 해보는 게 좋다는 생각이 커요. 해봐서 좋으면 다음에 또 할 수 있는 거고, 안 좋으면 피할 수 있고.
인터뷰 시간이 다 됐네요. 마지막으로 저희 독자들이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음, 글쎄요. 잠시만요. (휴대폰을 꺼내며) 제가 맨날 이렇게 써놓는 게 있거든요.
메모 제목이 ‘생각하며 살아 임마’네요.
네.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들인 거죠. 사실 저는 지금 당장 힘든 상황에 빠져 있는 사람한테는 위로나 공감이 될 말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그래도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를 전하는 건…. 아, 이걸로 할게요. “상황 속에 갇혀 있지 말자.” 저는 모든 게 언젠가 다 경험하게 될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의 어려움을 일주일 뒤에 똑같이 경험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니까 지금 그 상황 안에 너무 갇혀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도 당연히 힘들긴 하겠지만, 그냥 다들…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0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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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이기석
  • STYLIST 최자영
  • HAIR & MAKEUP 권호숙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