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생태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공동 육아

생태학자의 눈으로 나의 쌍둥이를 보았다.

BYESQUIRE2020.10.05
 

생태학자의 눈으로 나의 쌍둥이를 보았다 

 
생태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공동 육아

생태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공동 육아

지난 7월 두 아이가 태어났다. 쌍둥이는 엄마 배 속에서 37주를 보내고 세상으로 나왔다. 막 눈을 뜨고 물끄러미 내 눈을 바라보는 아이를 마주 봤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르려 했지만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아이들은 신생아실로 들어갔고, 하루에 두 번씩 찾아오는 면회 시간에 유리창 너머로 간신히 얼굴을 봤다. 그리고 태어난 지 닷새가 지나 병원에서 퇴원해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 산후조리원은 24시간 아이를 돌봐주는 분들이 계셔서 내가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아내 옆에서 몸조리를 도와주고 가끔 아이들을 안아서 수유와 기저귀 가는 연습을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3주간의 조리원 생활이 끝나고 집에 도착한 순간, 모든 것이 오롯이 우리 부부의 일이 됐다. 집에 온 첫날은 나와 아내 모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신생아에 가까운 아이들은 두 시간 간격으로 분유를 찾았다. 분유를 먹이고 나면 등을 두드려주며 트림을 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사이에 소변이나 대변을 보면 기저귀를 갈아준다. 그렇게 아이를 눕히고 시계를 보면 이미 다음 수유 시간이 다가와 있다. 엄마 배 속에 익숙한 아이들은 밤낮 구분이 없었다. 한밤중에도 밥을 달라고 울었다. 한 명이 울면 다른 한 명이 깼다. 두 아이를 보느라 두 어른은 몽롱한 상태가 되어 꾸벅꾸벅 졸면서 심신이 지쳐갔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내와 나는 가끔 눈물을 흘렸다. 행복한 감격에 나온 눈물과 피로감에 지쳐 나온 눈물이 섞여서 나왔다. 육아는 대체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걸까? 아이들을 키우며 느끼는 피로와 쇠약은 인간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이 힘든 일을 혼자 할 수는 없다. 내가 박사과정에서 연구한 까치는 암컷과 수컷이 함께 힘을 모아 새끼를 키운다. 보통 6~8개의 알을 낳아 암컷이 20일 동안 품어주는데, 새끼들이 깨어나면 암수가 번갈아 먹이를 잡아 와서 새끼에게 먹인다. 집중 육아 시기가 되면  한 시간에 스무 번 이상 부지런히 둥지를 드나든다. 태어났을 땐 불과 7~8g밖에 나가지 않고 털도 나지 않은 상태지만 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한 달이 지나면 몸집이 150g에 근접하며 부모처럼 멋진 깃털도 자라나 날갯짓을 시작한다. 만약 까치의 육아에서 수컷이 빠지면 어떻게 될까? 암컷 혼자서도 새끼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1989년 캐나다 조류학자 피터 던과 수전 하농은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실험을 했다. 까치 둥지 20개를 찾아서 인위적으로 수컷을 붙잡아두고 육아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 모든 둥지에서 새끼들이 제대로 크지 못하고 죽었다. 암컷 혼자서 분주하게 먹이를 잡아다 먹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수컷이 함께 육아를 하는 둥지와 비교하면 먹이를 잡아 오는 횟수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동물 윤리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던 30년 전이라 가능했던 실험이지만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까치의 육아에서 수컷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남극 세종기지 인근에서 연구 중인 젠투펭귄 역시 암수가 함께 새끼를 키운다. 암컷은 알을 2개 낳는데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 알을 품는다. 번식기엔 배 안쪽에 있는 깃털이 빠지면서 포란반이라 부르는 맨살이 드러나는데, 이 부위로 알을 깔고 앉아 35일 동안 품으면 새끼가 깨어난다. 갓 태어났을 때 무게는 100g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게가 두 배로 늘어나는 데 불과 3~4일밖에 걸리지 않으며 이후 몸무게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한 달이 지나면 처음의 스무 배 가까이 늘어나 부모만큼 덩치가 커진다. 새끼를 키우기 위해 암컷과 수컷은 평균 9~10시간 간격으로 바다에 나가 크릴을 잡는다. 먹이는 배 속에 잘 담았다가 둥지에 돌아와서 적당히 먹기 좋은 만큼 뱉어내서 새끼의 입속에 넣어준다.
 
육아 행동의 보다 극적인 예는 황제펭귄에서 찾을 수 있다. 황제펭귄은 펭귄 18종 가운데 유일하게 남극의 겨울에 번식한다. -40℃에 이르는 날씨에 번식을 시작하면 포식자가 전혀 없기 때문에 추위만 버틸 수 있다면 새끼들이 잡아먹힐 위험 없이 안전하다. 그리고 새끼들이 다 커서 독립할 시기가 되면 남극의 여름이 되기 때문에 생존율도 높다.
 
덩치가 큰 황제펭귄은 알을 하나만 낳는다. 암컷은 500g 가까이 되는 알을 낳자마자 수컷의 발등에 알을 건네고 먹이를 찾아 바다로 떠난다. 수컷은 발등에 있는 알을 뱃살과 깃털로 덮어 추위로부터 보호한다. 알을 품으며 수컷 황제펭귄은 극단적인 단식에 들어간다. 이 기간 동안 무게가 38kg이었던 녀석이 18kg까지 줄어들기도 한다. 그렇게 약 70일을 버티면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는데 이 시기에 맞춰 암컷이 배 속에 먹이를 잔뜩 담아 돌아온다. 수컷은 새끼를 암컷에게 건네어 먹이를 받아먹게 한 뒤 바다를 향해 간다.
 
우리 집 쌍둥이는 2.5kg, 2.2kg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50일이 지난 지금 몸무게가 처음의 두 배로 늘어났다. 수유 간격은 조금 길어져서 3시간에 한 번꼴로 분유를 타서 한 번에 130mL씩 준다. 이제 트림 소리가 제법 커져서 마치 어른이 하는 것처럼 ‘거억’ 하고 입을 벌린다. 아이의 트림 소리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가끔 배냇짓으로 눈과 입을 움직이는데 마치 나를 보고 웃는 것처럼 보인다. 기분이 좋아서 웃는 게 아니라 근육이 저절로 움직인 거란 사실을 알고 있지만, 미소 짓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 나도 함께 웃는다. 그동안 힘들었던 게 갑자기 녹아서 사라진다. 우리 집 복 덩어리들. 육아는 동물의 생활사에서 가장 큰 숙제이다. 특히 까치나 펭귄처럼 비교적 덩치가 큰 동물들은 새끼를 키우기 위해 암컷과 수컷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생태학자들은 이런 육아 과정 때문에 일부일처제가 진화되었다고 말한다.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육아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는다. 흔히 말하는 ‘독박 육아’로만 아이를 키우긴 어렵다. 따라서 엄마와 아빠가 공동으로 육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역할을 나누고 분담하느냐의 문제가 남았다.
 
WHO'S THE WRITER?
이원영은 동물의 행동 생태를 연구하는 학자로 〈펭귄의 여름〉 〈물속을 나는 새〉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등의 책을 썼다.

Keyword

Credit

  • EDITOR 박세회
  • Illustrator 노준구
  • WRITER 이원영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