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디올 맨의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와 나눈 하우스의 유산과 현대적 감각

디올 맨의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는 하우스의 유산과 현대적 감각을 절묘하게 믹스한다. 그 능력이 지금 디올의 남성복을 미래로 이끌고 있다. 그와 2020-2021 겨울 남성복 컬렉션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BYESQUIRE2020.10.10
 

WORLD OF KIM JONES

with

KIM JONES

 
 
 
Photographer Brett Lloyd for dior

Photographer Brett Lloyd for dior

2020-2021 겨울 남성복 컬렉션을 준비하며 당신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것은 무엇인가?
크리스찬 디올의 1950년대 작업들이다. 디올 맨 컬렉션을 꾸릴 때마다 디올의 아카이브와 하우스를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아이템을 찾는다. 그것이 작업의 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시간을 초월한 디올 하우스의 우아함을 표현하고자 한다. 또한 마르크 보앙(Marc Bohan)의 자수와 프린트도 참고했다. 무엇보다 패션 신의 선구자이자 나의 절친한 친구인 주디 블레임이 이번 컬렉션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번 시즌의 메인 테마를 간단히 정리한다면?
쿠튀르의 우아함. 이것을 주디 블레임의 스타일로, 다소 파괴적으로 해석했다.
 
 
©Alfredo Pi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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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fredo Pi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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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e Carre

©Sophie Carre

 
마르크 보앙의 드레스에서 영감을 얻은 남성 코트. 자수 장식은 세 가지의 글리터와 은색 실로 구성되었다. 베르몽 아틀리에의 재단사들이 900시간에 걸쳐 제작했다. ©Sophie Carre

마르크 보앙의 드레스에서 영감을 얻은 남성 코트. 자수 장식은 세 가지의 글리터와 은색 실로 구성되었다. 베르몽 아틀리에의 재단사들이 900시간에 걸쳐 제작했다. ©Sophie Carre

‘쿠튀르’가 매우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다. 이것의 핵심은 결국 디올 하우스가 차곡차곡 쌓아온 아틀리에의 노하우일 텐데 이를 어떤 방식으로 강조했나?
맞다. 아틀리에의 장인 정신과 노하우가 없었다면 이번 컬렉션은 현실이 될 수 없었을 거다. 그 노력에 대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 정교한 테일러링, 니트 위에 펼쳐진 복잡하고도 세밀한 자수 장식, 섬세한 드레이핑을 더한 테일러링 셔츠, 재킷과 코트 라펠의 다양한 디테일 등. 진주를 비롯해 다양한 비즈를 옷감에 프린트처럼 붙여 넣는 핫픽스 기법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런웨이의 마지막에 새의 깃털 같은 화려한 코트가 등장했다. 남자의 드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눈이 부셨다. 대단히 공들여 만든 것 같은데.
디올 아틀리에의 노하우가 집약된 옷이 바로 그 래글런 오버코트다. 디올이 1969년 가을·겨울 시즌에 선보인 마르크 보앙의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참고했는데, 자수를 완성하는 데에만 자그마치 900시간이 걸렸다. 블랙 캐시미어에 3종류의 글리터를 은색 실로 한땀 한땀 새겨 완성한 것으로 매우 특별한 코트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인의 기술과 혁신의 균형은 어떻게 이루었나?
가죽 세공 기법과 아우터웨어 디자인을 통해 밸런스를 찾고자 했다. 가죽을 가공하는 기술은 디올 하우스 유산의 상징 중 하나다. 전통적 방식을 고집한다는 뜻은 아니다. 장인 정신은 유지하면서 매 시즌 기술은 업그레이드된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이번 시즌의 새들백이다. 가죽을 더욱 부드럽게 가공해 좀 더 유연한 실루엣을 구현했다. 또 광택이 나는 송아지 가죽 소재로 다양한 백을 디자인했다. 스포츠 엔지니어링으로 제작한 지퍼를 컬렉션 곳곳에 활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혁신적인 테크니컬 패브릭, 그 위에 수놓은 쿠튀르 감성의 자수 디테일 역시 같은 맥락이다.
테크니컬 패브릭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나?
면처럼 얇게 가공한 가죽, 테크니컬 실크 혼방 소재, 데보레 가공을 거쳐 벨벳 같은 촉감을 구현한 저지와 면 등이다. 소재 자체뿐만 아니라 활용하는 방식도 약간 비틀었다. 클래식한 패브릭을 미래적인 스포츠웨어에 적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번 시즌엔 무아레 실크를 많이 활용했다. 나무의 자연스러운 나이테처럼 일렁이는 패턴이 특징인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실크. 무슈 디올이 초기 컬렉션에서 자주 사용한 소재이기도 하다. 프랑스 전통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이 역사적인 쿠튀르 소재를 스포티한 아이템으로 제작해 남성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싶었다.
 
  
백스테이지에서 포착한 2020-2021 겨울 남성복 컬렉션의 면면. 디올 하우스의 쿠튀르 정신과 주디 블레임의 대담한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었다.백스테이지에서 포착한 2020-2021 겨울 남성복 컬렉션의 면면. 디올 하우스의 쿠튀르 정신과 주디 블레임의 대담한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었다.백스테이지에서 포착한 2020-2021 겨울 남성복 컬렉션의 면면. 디올 하우스의 쿠튀르 정신과 주디 블레임의 대담한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었다.백스테이지에서 포착한 2020-2021 겨울 남성복 컬렉션의 면면. 디올 하우스의 쿠튀르 정신과 주디 블레임의 대담한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었다.백스테이지에서 포착한 2020-2021 겨울 남성복 컬렉션의 면면. 디올 하우스의 쿠튀르 정신과 주디 블레임의 대담한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었다.백스테이지에서 포착한 2020-2021 겨울 남성복 컬렉션의 면면. 디올 하우스의 쿠튀르 정신과 주디 블레임의 대담한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었다.백스테이지에서 포착한 2020-2021 겨울 남성복 컬렉션의 면면. 디올 하우스의 쿠튀르 정신과 주디 블레임의 대담한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었다.백스테이지에서 포착한 2020-2021 겨울 남성복 컬렉션의 면면. 디올 하우스의 쿠튀르 정신과 주디 블레임의 대담한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었다.
이번 시즌의 컬러 팔레트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역시 디올 아카이브에서 많은 부분 영향을 받았다. 아이코닉한 디올 그레이, 은은한 에그셸 블루 등 무슈 디올이 디자인할 때 즐겨 사용한 색감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특히 블루는 크리스찬 디올이 유난히 애착을 가졌던 색이다. 미묘하게 다른 에그셸 블루의 스펙트럼은 무슈 디올이 사랑한 블루의 현대적 해석이라고 보면 된다.
다양한 가방도 눈길을 끌었다.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좀 더 크고 유연한 모양의 소프트 새들백. 디올 오블리크 패브릭을 태피스트리로 재해석한 버전도 있다. 이와 함께 구조적인 라인이 돋보이는 메탈 카나주 백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아기자기한 스타일링 역시 당신의 장기 중 하나다. 이번 시즌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나?
디올 하우스의 우아한 쿠튀르와 주디 블레임의 모던하면서도 대담한 스타일을 적절히 융합하는 것. 일단 모든 룩에 오페라 장갑을 매치했다. 가죽, 벨벳, 망사 등 장갑의 소재 역시 다양하다. 장갑이 잘 보이도록 소매는 조금씩 걷어 올렸고. 실크 드레이핑 셔츠를 코트처럼 길게 드리우거나 코트에 거대한 코르사주를 장식 하기도 했다. 브이존은 색다른 방식으로 꾸몄다. 클래식한 패턴의 타이를 매듭 없이 진주 링 액세서리로 마무리하거나 얇은 가죽 스카프를 셔츠 안으로 둘렀다. 이런 장치를 통해 전통적인 쿠튀르의 매력을 강조하고 싶었다. 주디 블레임의 펑키한 뉘앙스를 더하기 위해 클립을 활용한 목걸이, 체인 장식을 더하고 눈 주변에 비즈를 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단추와 클립 장식을 더한 스카프, 메탈릭한 핀 장식, 베레모를 활용한 것도 1980년대 런던의 버펄로 무드(주디 블레임이 선구했던)를 반영한 것이다.
 
 
 
©Jean Baptiste Mondino

©Jean Baptiste Mondino

 
©Jean Baptiste Mondino

©Jean Baptiste Mondino

여기서 주디 블레임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어떤 인물인가?
주디 블레임은 1980년대에 런던을 주름잡은 걸출한 아티스트다. 당시 ‘아티스트의 성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 클럽 타부(Taboo)에서 레이 보워리, 존 갈리아노, 데이비드 홀라 같은 친구들과 어울렸다. 1985년엔 영화감독 존 무어와 함께 아티스트 집단인 ‘하우스 오브 뷰티 앤드 컬처(The House of Beauty and Culture)’를 만들었다. 크리스토퍼 네메스, 마크 르봉, 데이브 베이비 등이 여기 소속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그가 레이 페트리와 어울리며 만들어낸 버펄로 룩이다. 런던의 펑크 문화와 대담하고 중성적인 코드가 뒤섞인 버펄로 무브먼트는 당시 패션계의 지각변동이나 다름없었다. 자유로운 발상과 파격적인 코드에 나 역시 크게 영향을 받았다.
직접 만난 적도 있나?
물론이다. 주디 블레임은 내 10대 시절의 우상 중 한 명이다. 그는 당대 문화를 선도하는 주요 인물이었다. 뮤지션의 앨범 커버나 패션 매거진에 나온 그의 작업을 볼 때마다 설레었고 감동받았다. 런던의 어느 콘서트장에서 만난 이후 그의 팬이자 친구로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당신은 이번 시즌 컬렉션을 ‘주디 블레임에 대한 헌사’라고 표현했다. 그를 오마주한 이유가 무엇인가?
주디 블레임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그는 내게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큰 영감을 주었다. 나의 세대가 보고 자란 최고의 아티스트 중 한 명이기도 하고. 그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경의를 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는 쿠튀르를 사랑했다. 주디 블레임만큼 옷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게다가 그의 스타일은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이고 뚜렷하다. 이것이 이번 컬렉션에서 그를 뮤즈로 선정한 이유다.
이번 시즌 디올 로고에 안전핀을 더했다. 주디 블레임의 영향인가?
100%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안전핀은 주디 블레임이 사랑했던 아이템이자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오브제다. 공교롭게도 안전핀은 마르크 보앙이 행운의 상징으로 늘 착용했던 것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이보다 적절한 건 없었다.
액세서리, 특히 주얼리 파트에 주디 블레임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
맞다. 주디 블레임은 일상 속 오브제를 한데 모아 새로운 주얼리로 탄생시키곤 했다. 남성 주얼리를 담당하는 디자이너 윤안은 그런 그의 수공예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은 주얼리 컬렉션을 만들었다. 트러스트 주디 블레임 재단의 협력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아티스트의 초상화, 동전, 장미, 왕관 같은 주디 블레임의 오브제와 디올 오블리크, 화이트 비즈, 은방울꽃 같은 디올 하우스의 전통적인 상징을 흥미롭게 섞었다.
주디 블레임 스타일을 컬렉션에 어떻게 표현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겠나?
안전핀, 가위, 자물쇠 등 그가 즐겨 사용한 오브제를 커스텀 주얼리로 만들었다. 안전핀을 이어 만든 팬츠 체인, 네크리스, 펑키한 브로치 등이 그 예. 그뿐만 아니다. 디올 오블리크 캔버스 백에 안전핀을 더한 디올 로고와 비즈 등을 장식해 주디 블레임의 시그너처 중 하나인 DIY 스타일링 방식을 표현했다. 투알 드 주이 모티브는 주디 블레임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투알 드 주디’로 새롭게 해석했다. 스테판 존스가 디자인한 베레모에도 버펄로 패션을 반영해 볼드한 지퍼와 메탈 오브제 참 등을 장식했다.
쇼장 세트의 의미도 궁금하다. 오렌지, 블루, 그레이 컬러의 연기가 피어오르던 투명한 글라스 큐브. 이번 컬렉션과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나?
크리스찬 디올부터 주디 블레임에 이르기까지, 더 이상 곁에 없는 이들을 포함해 우리와 지금껏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다. 그들의 재능과 영혼을 컬러풀한 구름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하면 쉽다.
마지막으로 이번 컬렉션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아이템을 꼽는다면?
무아레 코트. 디올의 정신을 가장 잘 담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주디 블레임의 스타일과 대조를 이루며 이를 강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Alfredo Piola

©Alfredo Piola

 
©Brett Lloyd for dior

©Brett Lloyd for dior

 
©Adrien Dirand

©Adrien Dirand

 
 
우리 모두에게 영감이 될 만큼 쿠튀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녔던 패션 세계의 선구자이자 나의 절친한 친구였던 주디 블레임을 추모하며 그에게 이번 쇼를 바칩니다.”
-킴 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