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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영화 음악감독, 외주 프로듀싱, OST 작업, 심지어 유튜브까지 하는 이유 part.1

노래하지 않는 순간에도, 선우정아는.

BYESQUIRE2020.10.23
 

소리 없는 정아 

 
 
헤어스타일이 좀 단정해졌네요. ‘선우정아’를 검색하면서 본 어떤 머리보다 얌전한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일단 탈색을 안 했으니까.
가발도 많이 쓰셨잖아요.
네. 그런데 그게 제가 엄청난 변신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머리가 약간 답이 안 나와서 하는 거예요.(웃음) 원래 머리숱도 많고 곱슬도 굉장히 심한데, 이게 요즘 제가 갖고 있는 음악적인 바이브랑 안 맞는 느낌이 있어서요. 아무리 눌러도 눌러지지 않고 답이 안 나와서… 그래서 가발을 쓰고 있습니다.
 
블레이저 문선. 니트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벨티드 팬츠 옵세스. 스니커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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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시인 장정일 씨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본인은 굉장히 모던한 시를 쓰는 사람인데 행색이나 취향이 너무 딴판인 것 같아서 일부러 정장을 입고 무스를 바르고 디스코텍에 들어가 멍하니 앉아 있다 온 적이 있다고.
오오, 저도 약간 그런 느낌이에요. 추리닝, 완전 목 늘어난 티, 머리는 이렇게 되어 있고. 이게 원래 인간 선우정아거든요. 그런데 음악은 훨씬 정돈되고 깔끔한 걸 좋아하는 편이니까. 그 사이에 괴리가 있죠.
삭발도 한 적 있잖아요. 그것도 비슷한 이유인가요?
그냥 다른 스타일을 해보려고 그랬다…고 설명하곤 했는데요. 사람들이 너무 놀랄까 봐 한 말이고. 사실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한 거였어요. 나의 뭔가를 당장 털어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때가 있잖아요. 너무 답답해서 옷 벗어 던지고, 옆에 있는 쿠션 때리고, 그런 감정의 일환인 거죠. 그때 저는 제 머리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견딜 수가 없었어요. 밀었더니 너무 시원하고 좋더라고요.
저는 사실 헤어스타일을 계속 바꾸거나 가발을 쓰는 게 뮤지션으로서의 연출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역시 선우정아는 음악만 잘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무대나 영상의 연출까지 고려하는구나’ 하고.
그렇게 봐주시니 너무 감사한데요. 사실 저는 음악적으로는 모르겠는데, 비주얼 쪽으로는 연출이 잘 안 되는 것 같거든요. 다만 이런 건 있죠. 음악이 메인이라면 그 음악을 포장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소개글이라든가 재킷 디자인, 제 비주얼 같은 것들. 그런 요소들로 하여금 제 음악을 최대한 표현하고 연결하고 하는 거죠. 제가 음악 스타일이 다양하다 보니 스타일도 함께 다양하게 바뀌는 것 같고.
선우정아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건 노래 외적인 콘텐츠도 대체로 재미있고 감각적인 느낌이에요.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정아 씨가 원안이나 디렉팅에 많이 참여하는 편인가요?
네. 대체로 ‘비하인드’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단순하게 한 가지 이야기, 한 가지 감정에서 곡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생각지 못한 여러 가지가 겹쳐서 나오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 창작 과정을 많이 공유하는 편이고 감독님, 작가님도 대부분 잘 이해해주세요. 그들도 다 창작자이니까요. 그게 유독 잘 맞는 분과는 여러 작품을 계속 같이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디렉터는 아니고… 원작자? 제가 쓴 원작 소설이 있고 그게 영화화되는 느낌이거든요, 작업들이.
그럼 원작자로서 특히 훼손되면 안 된다고 여기는 요소가 있을까요?
그건 노래마다 다른데요. 왜 한 끗 차이로 결이 달라지는 것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보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슬픈 노래인데, 제 생각에는 ‘슬픈데 어두우면 안 되고 찬란해야 돼’ 이런 게 있으면 꼭 이야기하죠. 만약 거기에 대해서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공감하지 못한다면 설득이 될 때까지 대화를 많이 나누고요. 끝내 안 된다고 하면 반대 의견도 잘 들어보고. 결국 제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게 고집이 센 편은 아닌가 봐요.
영상 작업이나 스타일링 면에서는 그래요. 제가 가수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걸 메인으로 신경을 써주시는 거잖아요. 그런데 음악 작업을 할 때는 다르죠. 같이 오래 해서 편한 밴드 연주자들은 저한테 그래요. “이제 우리한테 의견 묻지 마. 어차피 네 마음대로 할 거잖아.” 그런 ‘답정너’ 캐릭터가 된 것 같은데…. 확실히 뮤직 프로덕션을 할 때는 고집을 못 버리는 면이 있죠.
하긴 ‘백년해로’ 메이킹 필름 같은 것만 봐도 밴드 녹음을 끝낸 정아 씨가 대뜸 사과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더라고요. ‘갑자기 편곡을 바꿔서 여러분께 죄송했다’면서 죄인처럼…
(웃음) 그랬죠. 그때 밴드가 고생해서 녹음했는데 아예 안 쓰게 됐거든요. 어쩔 수 없더라고요.
 
블레이저, 롱 슬리브 셔츠 모두 올세인츠.

블레이저, 롱 슬리브 셔츠 모두 올세인츠.

(메이킹 필름 속에서) 보컬 레코딩도 다들 괜찮다고 하는데 계속 다시 불렀고요.
사실 사람들이 듣기에는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어요. 이 편곡이랑 저 편곡이랑 뭐가 다른지. 그런데 작업을 하는 저희끼리 느끼는 일종의 ‘결’이 있잖아요. 저는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도 변화를 주면 결국엔 다른 감상으로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해요, 분명히. 보컬의 경우는 물론 잘 부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때그때 나오는 게 달라서 여러 번 한 거였어요. 물론 제가 만든 노래고 어떻게 부를지도 대충 정해뒀죠. 그런데도 그날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서 완전 달라지거든요. 그냥 나오는 것 중 하나로 해도 대세에 지장이 없는 노래도 있어요. 반면에 ‘백년해로’나 ‘도망가자’ 같은 노래는 정말 여러 번 불렀고요.
그런 섬세함이 적어도 저한테는 효과가 있었나 봐요. 제가 그 노래를 처음 들은 게 한밤중이었는데 너무 감동받아서 바로 어머니한테 링크까지 보냈거든요. 정작 어머니 반응은 좀 심드렁하긴 했는데….
(웃음) 저희 엄마도 잘 모르세요. 전달성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젊은 분들은 이런 느낌으로 해도 잘 알아듣는데, 그 윗세대들에게는 전달과 설득을 좀 더 확실히 해야 하는 거죠. 보컬이나 편곡이나. 그런데 제 내공이 아직까지는 젊은 세대에만 통용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 잘 늘려가야겠죠.
선우정아 씨 노래치고는 굉장히 직설적인 편 아닌가요? ‘지겹도록 내 곁에 있어줘’ 하고 정확하게 말을 건네는 노래잖아요.
그 가사를 잘 못 듣더라고요. 뭐라 그러는지 잘 모르겠대요.(웃음) 그래서 ‘아,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아, 대신 제 어머니는 ‘봄처녀’를 좋아하셨어요. 이번에 제가 성묘 가는 차 안에서 틀었는데, “컬러링 바꿔야겠다” 하시더라고요.
익숙한 가곡 멜로디가 들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노래는 전달이 좀 더 확실했던 것 같아요. ‘백년해로’가 부드럽게 다가가는 느낌이었다면, 그 노래는 딱 ‘봄처녀!’ 하고 ‘생’으로 들어가니까. 그리고 어르신들이 대부분 축 처진 거 별로 안 좋아하고 리드미컬한 걸 좋아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흥이 나야 마음이 좀 열리나 봐요.
본인 노래 중에 누군가 좋아한다고 하면 유독 기분 좋은 곡이 있을까요?
하나같이 다 좋죠. 다 제 자식들이고 다 똑같이 사랑하니까. 그래도 그런 건 있어요. 반가움. 좀 덜 알려진 곡을 좋아한다고 하면 아무래도 반갑죠. 정규 앨범을 좋아하지 않으면 정말 모를 곡들도 있으니까요.
1집도 반가우려나요?
하… 1집은… 부끄러워요. 그것까지 들었다고 하시는 분들한테는 감사하지만, 너무 부끄러워요. 저는 사실 ‘지금의 선우정아’ 1집은 2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마 듣는 분들도 그 갭을 느끼실 텐데요. 그때는 저라는 뮤지션의 성질이 너무 달랐을 때라서요. 환경도 달랐고, 너무 뭘 모르기도 했고. 제 이름이 올려져 있지만 온전히 프로듀싱을 했다고 보기에는 좀 애매한 곡도 있거든요.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고 또 그들의 의견을 따라간 것도 많았죠. 아무튼 그래서 좀 부끄러워요.
사실 저는 한동안 2집인 〈It’s Okay, Dear〉가 1집인 줄 착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많이들 그래요. 1집 〈Masstige〉가 2006년에 나왔으니까 제가 스무 살, 스물한 살 때 쓴 곡을 스물두 살에 낸 거였거든요. 편곡도 잘 못했고 그냥 ‘곡 쓸 줄 아는 보컬’ 느낌이어서… 여러모로 애매했죠.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영화 음악감독, 외주 프로듀싱, OST 작업, 심지어 유튜브까지 하는 이유 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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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