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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영화 음악감독, 외주 프로듀싱, OST 작업, 심지어 유튜브까지 하는 이유 part.2

노래하지 않는 순간에도, 선우정아는.

BYESQUIRE2020.10.23
 

소리 없는 정아 

 
 
3집 〈세레나데(Serenade)〉는 총 16곡을 3개의 EP 형태로 나눠서 발매했잖아요. 3~4개월 간격으로. 16곡 전부 뮤직비디오를 만들었고요.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회사에서 지원을 굉장히 잘해주는구나 싶기도 했고.  
저는 일단 저희 회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를 만난 후로 하기 싫은 걸 한 적이 거의 없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보통은 안 맞는 부분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니까. 회사는 생산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하는데, 아티스트는 그것만으로 움직여지지가 않잖아요. 그런데 저는 다행히 아티스트로서의 이기심도 있으면서 생산자의 마음도 이해하는, 그게 밸런스가 잘 맞아떨어진 상태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회사나 저나  ‘큰 무리 없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최대한 널리 전달되도록 노력해보자’ 그런 한뜻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하는 그런 건 아닌 거죠. 이게 너무 중요한 게 하고 싶은 걸 다 하면 저도 망하고 회사도 망해요. 재미있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하고 싶은 걸 계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걸 아는 거예요. 사실 그게 당연한 건데 싱어송라이터처럼 자기 이야기를 쓰고, 여러 가지 일을 혼자 처리하는 사람들은 좀 (자기 세계에) 갇히기 쉽거든요. 저도 되게 오랫동안 그랬고. 그런 게 조금씩 풀릴 때 회사를 만나서 지금 너무 좋은 거죠.  
 
블레이저, 롱 슬리브 셔츠 모두 올세인츠.

블레이저, 롱 슬리브 셔츠 모두 올세인츠.

회사 내 입지가 커지면서 부담이 생기지는 않아요? 점점 책임질 사람이 많아지잖아요.
부담보다는 자존심이 상할 때가 있어요. 내가 성적을 못 낼 때. 음원 성적을 말하는 건 아니고요, 사실 전 그런 것과 크게 상관 없는 뮤지션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하… 뭐랄까. 잘 못 해내는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중요한 무대, 어렵사리 기회를 얻은 방송에서 제가 퍼포먼스를 잘 못 했다든지, 컨디션 조절이 안 됐다든지, 뭔가에 꽂혀서 막 설득하고 밀어붙였는데 조금 지나고 보니 후회가 된다든지, 그럴 때 자존심 상하고 너무 미안하죠. 그것도 부담이라면 그런 부담은 있는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이 내 선택 때문에 같이 쪽팔릴 수도, 같이 자랑스러울 수도 있는 거니까.
다 잘 해내기에는 일을 정말 많이 하잖아요. 가끔 ‘이게 선우정아라는 이름의 팀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어요. 대체 한 사람이 저렇게 많은 일을 할 수가 있나 하고.
저를 잘 모르는 분이 그러더라고요. 선우랑 정아의 혼성 듀오냐고.(웃음) 그건 이름 때문이긴 한데, 아무튼 저도 정말 제가 팀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다행인 건 그래도 활동을 오래 하면서 정말 팀 같은 무리가 생겼다는 거예요. 그들 덕분에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죠. 동료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닌데 ‘힝’ 하면 ‘흥’ 하고 알아듣는 사람들이 몇몇 있거든요. 그것만으로도 효율이 좋아지죠.
물론 다른 분들의 도움이 있겠지만 반드시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 것만 꼽아도 놀라운 수준인 것 같아서요. 공연도 하고, 방송도 하고, 다른 뮤지션 프로듀싱도 하고, OST 작업도 하고, 음악감독도 하고, 간간이 ‘재즈박스(선우정아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하는 라이브 재즈 합주 콘텐츠)’ 같은 것도 만들어 올리고…
(웃음)
재미있는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걸까요, 아니면 일 욕심이 많은 걸까요?
둘 다인 것 같아요. 저희 회사의 좋은 점이기도 한 것 같고요. 제가 재미있는 게 떠올라서 회사에 농담처럼 던지잖아요. 그럼 ‘어 재미있겠다’ 하는 사람이 반 이상이면 실행이 되는 거예요. 회사 입장에서는 ‘재즈박스’도 사실 돈이 안 되는, 오히려 돈을 써야 하는 여러모로 손해인 콘텐츠거든요. 그런데 의미와 재미가 그것보다 크다는 걸 본 거죠. 그리고 제가 기본적으로 욕심이 많아요. 더구나 이제 빨리 늙고 있잖아요. 나이가 드니까 시간이 더 빨리 가고. ‘더 늙기 전에 이걸 해야 되는데’ 하는 그런 게 자꾸 생겨요.
쓴 곡들 내용만 보면 굉장히 초탈한 사람 같은데, 또 조바심도 있군요.
아, 그럼요. 시간이 너무 짧아요.
음악을 시작한 게 다섯 살 때였다고 들었어요.
그때 처음 피아노를 배웠어요. 그런데 억지로 다닌 게 아니라, 제가 피아노 치는 걸 진짜 좋아했어요. ‘피아노랑 놀아야지’, ‘너 나랑 오늘 노래하고 놀자’ 하면서 말을 걸기도 했고요. 윤선생 영어교실 때문에 집에 있던 카세트테이프에 피아노 연주를 녹음하기도 하고. 그걸 듣는 걸 너무 행복해하고.
연주를 녹음해서 들었다고요? 몇 살 때요?
그때도 미취학 아동일 때였어요. 막 만화영화 주제가 같은 것 쳐보고 그랬거든요. 〈세일러문〉이나 〈피구왕 통키〉 같은 노래. 나중에 보니 그게 팝과 재즈를 하는 데 되게 중요한 훈련 중 하나더라고요. 귀로 듣고 느낀 걸 다시 표현하는 거. 영어 노래도 하고 싶은데 읽을 수가 없으니까 한국어로 개사하고 그랬어요. 멋대로 바꾼 가사로 〈인어공주〉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나요.
 
 
블레이저, 롱 슬리브 셔츠 모두 올세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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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부터 달랐네요. 그때부터 쭉 ‘잘한다 잘한다’ 승승장구한 거예요? 부침은 없었어요?
일단 20대 때까지는 ‘잘한다 잘한다’였고요. 30 넘어서, 최근이 저는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성장의 한계라는 느낌이 들어요. 재고가 소진된 것도 같고. 그래서 더 일을 많이 하는 부분도 있어요. 고여 있으면 썩고 증발되잖아요. 지금은 10대, 20대 때처럼 뭐든 영감이 되고 저절로 순환이 되고 성장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아니니까요. 물론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전에 했던 것만 또 하게 되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음악감독 같은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반복이라는 느낌이 들면 뭘 하기 어려워지나 보네요.
고이는 느낌이 들어요. ‘재즈박스’도 뉴스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콘텐츠라고 소개됐는데, 사실 코로나가 먼저가 아니었거든요. 저는 20대의 대부분을 재즈클럽에서 매일 노래했던 사람이에요. 매일 모르는 사람들, 잘 듣지도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순간 순간 내가 부르고 싶은 걸 즉흥으로 불렀죠. 그러다 제가 만드는 음악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서 재즈 보컬 활동을 접었는데, 그런데 이게 고이는 거예요. 항상 다르게 부르던 애가 정해진 멜로디만 부르니까. 제 노래를 다양하게 편곡하는 방식으로 해소해보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서 ‘봄처녀’도 7가지 버전이 있거든요. 공연에서 다 한 번씩 한 거예요. 그렇게 안 하면 못 견디겠더라고요. ‘재즈박스’를 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예요. 일단 저를 예전처럼, 피가 제일 활발하게 돌 때처럼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얼마 전에 어느 평론가가 그렇게 썼던데. 선우정아는 늘 예전의 자기 자신을 뛰어넘으려고 하는 뮤지션이라고요. 그게 그런 강박에서 비롯된 장점일 수도 있겠네요.
네. 그런데 그런 게 저만의 특성은 절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존경하는 동료들, 선배들, 후배들… 살아간다는 것과 자신의 예술을 연결시킨 분들은 당연히 그걸 해야만 하는 거잖아요. 그러지 않으면 자신의 연속성을 지킬 수가 없으니까. 물론 제가 그걸 잘 해내는 편이라고 평해주시면 너무 감사하고 힘이 나죠. 그게 안 되면 고이고 끝나는 거니까.
음악감독 일을 하고 있잖아요. 영화나 드라마 작업을 주로 하고, 옛날에는 뮤지컬 음악감독도 했고. 뮤지션으로서 작업하는 것과는 또 다른 고충이 있지 않아요?
물론 있죠. 수정 요청. 끝도 없는 수정 요청. 그런데 그게 오히려 마음은 편해요. 최종 책임은 제가 지는 게 아니니까요. ‘나는 끝까지 이거 구리다고 했어, 근데 제작사에서 이거 하라고 했어’ 이렇게 여길 수 있잖아요. 평소에 워낙 제가 모든 걸 능동적으로 진행하고, 일일이 고르고 최종 결정을 하고, 그 책임도 제가 진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클라이언트가 되면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신기하네요. 상상하기로는 자기 작업을 하던 사람이 그렇게 더 커다란 작품의 일부로 귀속되어서 의도가 계속 조금씩 깎여나가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데.
너무 재미있어요. 저는 제 콘서트를 할 때나 촬영할 때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아 나도 저 스태프 중 한 명이면 좋겠다.’ 머리 산발인 채로 떡이 되어서 일에 몰두하는 게 제일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음악감독일 때든, 외부 작업 프로듀서일 때든, 제 음악 만드는 작곡가일 때든. 좀 웃긴 표현인데, 저는 제 자신도 선우정아라는 브랜드의 스태프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만져주고 입혀주면 멋진 척을 해야 하잖아요. 제가 비주얼이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멋진 척을 한다 한들 그것도 한계가 있는 건데. 그래서 음악감독 일이 좋아요. 영화의 스태프, 구성원인 거잖아요. ‘우리가 함께 노력해서 하나의 결과를 만든다’ 하는 그 사실이 너무 뿌듯해요.
사실 저는 예전에 왠지 모르게 선우정아 씨한테 좀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거든요. ‘심드렁한 천재’ 같은….
꼭 그런 인식이 있더라고요. 제 이미지가.
그래서 방송 나왔을 때도 마음 한편에는 그런 의혹이 남아 있었어요. ‘원래 성격은 안 저렇지 않을까? 약간 머쓱해하는 제스처가 오히려 사람 대하기 편하니까 저러는 거 아닐까?’
그런데 정말 완전 머쓱 머쓱.(웃음)
그러게요. 직접 만나니 의심이 싹 사라졌어요.
저도 사람들을 여유 있게 대하고 싶어요. ‘난 뭐 이렇게 생겼어. 나 이런 음악 하는 애고, 안 맞아도 상관없어.’ 이런 마인드면 좋겠는데, 안 돼요 그게.
음악들이 너무 확신에 차 보여서 그런 이미지가 생긴 것일 수 있죠.
음악 할 때만, 그리고 제 입에서 노래가 나올 때만 확신이 생기는 것 같아요. 왜 어릴 때는 건너 건너 아는 사람들이 모이는 술자리 같은 데 가게 되잖아요. 그런 자리에서는 어쩔 줄 몰라서 혼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기도 했어요. ‘아, 제발 누가 술 취해서 나한테 노래 시켜라.’
술자리에서 모르는 사람이 노래를 시켜주기 바랐다고요?
네. 말이나 태도로 저를 표현하는 게 너무 불편하니까요. 노래를 부를 때에야 자신이 생기고, 그 이후에는 좀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거든요.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음악을 통해서 보여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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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