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한국으로 출발했다, 드디어

아마존이 대한민국으로 출발했습니다. 드디어.

BYESQUIRE2021.01.05
 
 

아마존이 대한민국으로 출발했습니다. 드디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의 한국 진출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유통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몇 주 전 일이다. 뉴스를 보던 중 앵커의 말에 모처럼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11번가’를 자회사로 둔 SK텔레콤이 아마존과의 지분 제휴 및 투자 등 포괄적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발표를 내놓은 것이다. 수년간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며 나선 대형 이커머스(e-Commerce) 사업자들에게 큰 압박감을 줄 만한 소식이었다.
 
나는 아마존 – 정확한 명칭은 ‘아마존닷컴’ - 의 아주 오랜 고객이었다. 아마존을 통해 온라인 서점과 앞서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배웠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2012년에 이미 아마존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아마존의 전략이나 사업구조, 성과에 대한 책을 내기도 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이곳저곳에서 아마존과 관련된 수많은 질문을 받아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이라면 단연 이것일 터다. “아마존은 한국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출할까요?”
 
책을 쓰기는 했지만 그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아마존의 경영자가 아니고서야 알 수 없는 것이었기에 매번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짓곤 했다. “그동안 아마존이 보여준 행보를 보면 여러 방식이 예상되지만, 결국 아마존의 경영진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확답하기 힘든 일입니다”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었다. 이제는 그 질문과 그 이후에 대한 답을 알려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존이라는 이름이야 워낙 유명하지만, 사실 국내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점이 더 많은 듯하다. 1994년 7월 미국 시애틀에서 창업한 아마존은 1995년 아마존닷컴(amazon.com)이라는 인터넷 서점으로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The Everything Store(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회사)’, ‘Customer Obsession(고객최우선주의)’, ‘Get Big Fast(빠르게 성장하기)’, ‘To be Amazoned(아마존에 의해 파괴되다)’ 등 아마존의 기업 철학과 전략을 상징하는 이야기들은 업계에 유명하다. 아마존은 미국 외에 18개 국가에 전용 이커머스 사이트를 운영 중이며, 유통·미디어·IT 분야 등 전방위적인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강력한 비즈니스 제국을 확장했다.
 
아마존에 대해 또 다른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이미 아마존은 한국에 진출해 있었다. 2006년부터 시작한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인 AWS(Amazon Web Services)와 해외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셀링(Global Selling) 사업이 한국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 이번 SK텔레콤과의 파트너십이 ‘최초’의 한국 진출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의 인식에는 아마존 하면 세계 최고의 이커머스와 플랫폼(Platform) 사업으로 유명하니 넘어가자.
 
아마존과 함께할 11번가는 앞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한국 시장 내 아마존의 이름 알리기도 본격화될 것이다. 아마존은 고객 기반과 각종 데이터, 물류 시스템 등 전반적인 사업 인프라를 활용해 11번가를 점점 ‘아마존코리아’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단독 진출이 아니었던 중국 진출과 확장 사례가 이와 유사했다.
 
일각에서는 파격적인 가격 할인이나 당일 배송 등이 일반화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존의 강점이 무력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두가 미워하는 공인인증서로 인한 원클릭(One click) 결제 적용의 어려움, 노동 기준 조건, 각종 규제 등도 아마존의 한국 진출을 막는 큰 제약 요소로 꼽혔다. 이 모든 문제를 뚫고 좀 더 쉽게 안착하기 위해 아마존은 SK텔레콤이라는 든든한 파트너를 선택해 ‘우회 진출’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막강한 자금과 사업 기반을 갖춘 한국의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진출하는 방식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결정이긴 하다. 시장 위험을 줄이는 최상의 요소인 셈이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 쿠팡, 이베이코리아의 3강 체제를 뚫으려면 소비자를 위한 더 큰 그림이 필요하다. 아마존이 한국 시장과 소비자를 위해 보여줄 카드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아마존의 이커머스 운영 역량이다. 맞춤형 개인화 추천, 최저 가격의 수시 변경, 물류 지원을 위한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 등을 활용해 기존 사업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온라인 비즈니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멤버십으로 평가받는 아마존 프라임(Prime)도 큰 역할을 할 듯하다. 상품·콘텐츠·배송 등 가성비 높은 혜택을 제공하는 프라임 멤버십의 기본 정책과 SK텔레콤의 콘텐츠 서비스가 결합된 ‘한국형 프라임’이 단기간에 경쟁자를 공략하지 않을까? 이미 아마존은 한국에서 99달러 이상 ‘직구’하는 사람에 대한 무료 배송을 제공하면서 아마존의 ‘달콤한 맛’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 아마존은 전자책 이리더(e-Reader) 킨들(Kindle), 태블릿PC 파이어(Fire),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Echo) 등 자사의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국내 출판·음원·OTT(Over The Top) 콘텐츠와 결합된 미디어 서비스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으로 채널 확장을 위해 만든 아마존 북스(Amazon Books, 서점), 아마존 고(Amazon Go, 무인 매장) 등 O4O(Offline for Online) 모델 실현 가능성도 충분하다. 신선 식품 판매, 스마트 홈, 드론 배송, 중소기업 대출, 온라인 약국, 페이와 캐시 결제 서비스, 고급 패션 사업 등 아마존은 세상에 보여줄 게 너무 많은 회사다.
 
팬데믹으로 거의 모든 시장과 회사들이 생존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지만, 아마존은 온·오프라인 유통과 IT 비즈니스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도 아마존은 시장을 파괴하며 수많은 고객을 얻고, 다시 시장의 규칙을 만들고 판을 키워간다. 대한민국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어떤 얼굴로 한국 시장과 고객들에게 나타날 것인가. 스마일 마크가 찍힌 배송 박스가 문 앞에 도착할 그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Who`s the writer?
류영호는 ㈜교보문고 NEXT프로젝트추진실 부장이다. 〈아마존닷컴 경제학〉, 〈출판혁명〉 등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