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최첨단 터치 시대에 물리적인 버튼을 생각했다

최첨단 터치 시대에 버튼을 생각하다

BYESQUIRE2021.02.01
 
 

최첨단 터치 시대에 버튼을 생각하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사람이 죽었다. 용산구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테슬라 모델X가 벽에 충돌했다. 운전자는 대리 기사였다. 차주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급발진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다. 급발진 사고가 급발진으로 인정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동차업계의 공공연한 비밀 중 하나다. 운전 미숙을 급발진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차는 벽에 충돌했다. 기사는 살았다. 차주는 죽었다. 전기차 배터리가 불탔다. 차주도 살 수 있었다. 문만 열고 나오면 될 일이었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문제는 문손잡이였다. 테슬라의 문손잡이는 터치 팝업형이다. 사람이 터치를 하면 그걸 감지하고 손잡이가 튀어나온다. 꽤 SF 영화적으로 근사한 기능이다. 근사한 기능은 악몽이 됐다. 충돌을 목격한 주차장 직원이 문을 열려고 했다. 열리지 않았다. 전력 공급이 끊긴 탓에 손잡이가 튀어나오지 않았다. 차가 불타는데 사람이 내릴 수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 일간지에 ‘운전자 편의를 위한 첨단 사양이 오히려 악재가 됐다’고 말했다. 테슬라코리아는 ‘현재는 논평할 내용이 없다’고 했다. 죽은 사람도 말이 없다.
 
2020년 5월 인류 역사상 최초 민간기업 유인 우주선이 우주로 발사됐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이었다. 우주선 내부가 공개되는 순간 나는 입을 쩌억 벌렸다. 익히 보던 나사의 우주왕복선과는 달랐다. 여객기처럼 수많은 계기판과 버튼이 달려 있던 과거의 우주선과는 모든 게 달랐다. 정면에는 거대한 터치스크린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기능이 컨트롤 센터의 통제로 이루어졌다. 나는 테슬라 자동차를 타본 적이 있다. 거대한 아이폰에 타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었다. 차량 조작을 위한 버튼들은 사라졌다. 대신 테슬라 자동차에는 터치스크린밖에 없었다. 이건 놀라운 일이다. 테슬라는 자동차와 우주선이라는 인류 최고의 기계를 단숨에 스마트폰 같은 전자제품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이 전자적으로 보기 좋은 진화는 과연 전적으로 안전할까?
 
아폴로 13호는 1970년 달 착륙 미션을 수행하던 중 산소탱크 폭발로 우주에 고립됐다. 당신은 아마 이 사건을 톰 행크스가 주연한 1995년 영화 〈아폴로 13〉으로 봤을 수도 있다. 산소탱크가 폭발하자 산소 공급이 끊겼다. 컨트롤 센터는 별도의 산소 공급 장치가 있는 착륙선으로 이동해 귀환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착륙선은 2인승이었다. 산소호흡 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처리 기기는 2인 호흡량에 맞춰져 있었다. 모두 살 수는 없었다. 우주비행사들은 결국 살아남았다. 메인 우주선 이산화탄소 제거기의 필터는 사각형이고 착륙선 이산화탄소 제거기의 필터는 원통형이었다. 비행사들은 덕 테이프, 종이 책, 양말 등 우주선에 있는 물품들을 이용해 사각형 필터를 원통형 홀에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숨을 쉴 수 있게 된 그들은 컨트롤타워의 지시에 따라 착륙선으로 갈아타고 무사히 귀환했다. 만약 그들이 테슬라의 우주선에 타고 있었다면 이 같은 임기응변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기계장치는 물리적으로 고치면 된다. 단 모든 게 전기적으로 제어되는 제품은 힘들다.
 
테슬라 자동차에도 물리적인 버튼이 거의 없다. 크루즈 컨트롤이나 오토파일럿 같은 기능은 물리적으로 기능을 켤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나 후방 카메라, 온도 조절 등 대부분의 기능은 17인치 터치스크린으로 통제한다. 이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물리적 버튼이나 레버를 작동할 때 운전자들은 몸의 기억력을 사용한다. 전면 유리창을 보고 달리면서도 몸이 기억하는 버튼을 손으로 작동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은 다르다. 작동하려면 눈으로 보아야 한다. 사용하려는 기능이 메인 스크린에 나와 있지 않다면 몇 번의 터치를 통해 기능을 찾아야만 한다. 테슬라의 UI는 완벽하지 않다.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지나치게 많다. 테슬라를 운전한다는 것은, 전방을 보며 운전을 하는 와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얼마나 많은 실수를 하는가. 켜야 할 앱이 아니라 옆에 있는 다른 앱을 실수로 누르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스와이프를 하려다 버튼을 잘못 누르는 일은 얼마나 비일비재한가. 지난해 11월 미국교통안전국은 테슬라 터치스크린 먹통 문제를 조사했다. 테슬라 모델S의 몇몇 차량에서 터치스크린이 멈추는 일이 발생했다. 그게 먹통이 되면 치명적인 사태가 발생한다. 내비게이션, 후방 카메라 등 대부분의 기능이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된다. 결국 테슬라는 무상 수리를 고객들에게 제안했다.
 
집도 전자제품이 됐다. 나는 4년 전에 지은 신축 아파트에 살고 있다. 거실에는 거대한 대시보드가 있다. 방범 기능뿐만 아니라 보일러, 에어컨, 환기 기능까지 모든 것을 이것으로 설정하고 조절한다. 큰 방 베란다는 일종의 다용도실이다. 빨래 건조대가 천장에 설치되어 있다. 천장에는 건조기가 거대한 에어컨처럼 붙어 있다. 이 빨래 건조대는 큰 방에 딸린 작은 리모컨으로 높낮이를 조절한다. 처음 이 집에서 빨래를 한 날, 나는 리모컨으로 건조대를 내 키에 맞게 내리며 감탄했다. 캬. 이게 바로 신축의 묘미지. 손으로 레버를 당겨 조절하던 지난 아파트의 건조대와는 차원이 다르군. 어느 날 리모컨이 사라졌다. 건조대는 내 키가 닿지 않는 높이에 매달려 있었다. 빨래를 널려면 이걸 내려야 했다. 내리려면 리모컨이 필요했다. 리모컨이 없었다. 나는 건조대를 손으로 당겨보려고 애썼다. 건조대가 끼익거리며 망가지는 소리가 들렸다. 불가능하다. 무조건 리모컨이 있어야만 한다. 나는 큰 방의 모든 구석과 서랍을 뒤졌다. 없었다. 거실장을 뒤졌다. 거기에도 없었다. 막창 뒤집듯이 부엌을 뒤집어엎었다. 거기에도 없었다. 리모컨은 이틀 후에야 옷방 구석 어딘가에서 발견됐다. 고양이가 갖고 놀다가 거기에 집어넣었을지도 모른다. 빨래는 1차 대전 참호 속 시체처럼 축축하게 늘어져 썩은 내를 풍기기 일보 직전이었다.
 
나는 벤타라는 가습기를 쓴다. 독일 제품이다. 한때 맘카페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 제품이다. 나는 이 무뚝뚝하게 못생긴 가습기를 정말 좋아한다. 계기판은 없다. 터치스크린도 없다. 터치로 작동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가습기의 어디를 뜯어봐도 전자 기판은 나오지 않는다. 전기로 작동하긴 하지만 이것은 기본적으로 기계장치다. 물리적 버튼을 아주 세게 꾹 누르면 그제야 내부의 모터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 외에 당신이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간단하고 믿음직하다. 나는 전자장치보다는 물리적인 기계장치를 더 선호한다. 누구는 이걸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는 레트로 취향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맞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어차피 대부분의 가습기는 전자제품이다. 자동차도 전자제품이 되어간다. 우주선도 전자제품이 되어간다. 집도 전자제품이 되어간다. 스마트폰의 홈 버튼도 사라진다. 고색창연하게 작동하는 기계장치를 선호한다고 말하는 것은 꽤나 시대착오적인 취미가 되어버렸다. 혹은 오토매틱 시계처럼 값비싼 취미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시대의 혁신적인 변화에는 언제나 맹점이 있다. 아파트 다용도실의 빨래 건조대를 직접 손으로 당겨서 내릴 수만 있었어도 나의 빨래들은 살아남았을 것이다. 주차장 벽에 부딪힌 테슬라의 문을 손으로 잡아당겨 열 수만 있었어도 차주는 살아남았을 것이다. 세상 모든 기계에 터치 버튼을 달려고 이르게 애쓸 필요는 없다. 아직 인간에게는 누르고 당기는 물리적 기계가 필요하다. 터치는 지난주 데이트를 했던 그 사람과의 물리적(육체적) 관계에서 더욱 아름답게 작동할 것이다.
 
Who`s the writer?
김도훈은 글을 쓰는 사람이다. 〈씨네21〉, 〈GEEK〉과 〈허프포스트〉에서 일했고 에세이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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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현유
  • WRITER 김도훈
  • Illustrator 노준구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