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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너머의 엄태구는 어떻게 순식간에 다른 사람이 되는 걸까? part. 2

카메라가 담아낸 엄태구는 좀 다른 사람이다. 이 조심성 많고 순박한 남자와는. 하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그는 멋쩍게 웃다가도, 특유의 거칠고 나직한 목소리로 답한다. “그것도 제 안에 숨겨진 일부이니까 그렇게 나오는 것 아닐까요?”

BYESQUIRE2021.03.25
 
 

그 너머의 엄태구 

 
영화 〈낙원의 밤〉에서 ‘태구’로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같은 태구라도 엄태구 씨와는 꽤 다르겠죠? 일단은 장르가 누아르니까.
박태구는 정통 누아르의 주인공에 가까운 인물인 것 같아요. 험난한 삶을 살았고, 영화가 시작되면서 이제 더 험난해지는. 그런 정통 누아르 느낌에 전여빈 배우가 맡은 ‘재은’이라는 캐릭터가 신선한 느낌을 더해 잘 어우러지는 것 같고요.
  
블랙 재킷, 프린팅 셔츠, 블랙 팬츠 모두 벨루티. 스니커즈 뉴발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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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누아르의 주인공 느낌.
감독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태구가 살아온 지난날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얼굴에서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거칠고, 지쳤고, 화가 나 있고, 그 모든 게요. 그래서 메이크업도 안 하고 선크림이나 립밤도 안 바르고 찍었어요. 체중도 9kg 정도 늘렸고요.
태구 씨의 멜로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 충족이 좀 되려나요?
글쎄요. 보는 관점에 따라서… 사실 멜로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몇 년째 듣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지금껏 했던 작품에도 다 멜로가 있었어요. 〈판소리 복서〉 〈안시성〉 〈구해줘2〉 〈시시콜콜한 이야기〉 〈차이나타운〉….
그러네요. 〈어른도감〉에는 베드신까지 있었고.(웃음)
맞아요. 생각해보면 멜로가 없었던 적이 없어요. 그런데 별로 멜로라고 생각을 안 하셨나 봐요.(웃음)
좀 더 애수가 흘러넘치는 정통 멜로를 기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건 없죠. 저도 해보고 싶습니다.
많은 분이 원하고 있고, 태구 씨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다 보면 작품이 들어오겠죠.
지금껏 계속 그렇게 인터뷰했어요.(웃음) 하지만 없었어요.
이번 작품에서도 좀 ‘센’ 캐릭터를 맡았네요. 태구 씨가 ‘반전 매력’으로 회자되는 게, 영화 〈밀정〉이나 드라마 〈구해줘2〉로 접한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거든요. 정말 지독한 악당과 안티히어로 연기를 했으니까.
네. 그런데 제가 다행히 생각보다 캐릭터를 다양하게 하고 있어서요. 앞으로 그런 캐릭터들을 많은 분이 보실 수 있는 작품으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태구 씨의 소시민 연기를 아주 좋아해요. 그냥 특정 표현으로 설명하기 힘든,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요. 〈잉투기〉의 태식이도 그렇고 〈어른도감〉의 황재민도 그렇고.
감사합니다.
 
블랙 레더 재킷 누마레. 블랙 데님 팬츠 아크네 스튜디오. 블랙 로퍼 디올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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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캐릭터가 입체적이다 보니까 상투적인 장면에서도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되는 것 같고요. 왜 〈어른도감〉에서 재민이가 결국 도망가서 횟집에서 일할 때 그런 장면이 있었잖아요. 혼자 손바닥에 ‘참을 인’을 새겨서 삼키고 있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재민이 뭐 먹냐?” 물어보고, 재민이가 돌아보면서 “외로움이요” 하는 장면. 자칫 너무 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설정인데 마냥 애잔하고 좋았어요.
제가 아니라 다른 배우가 했어도 잘 전달됐을 것 같아요. 저도 그 대사 좋았어요. 대본 볼 때부터 뭔가 짠하면서,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고요.
황재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겁을 먹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김인선 감독님이 형이랑 같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인데, 〈어른도감〉이 장편 데뷔작이었어요. 감독님께 정말 중요한 작품이잖아요. 혹여나 제가 누를 끼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겁이 난 거죠. 그 역할을 좀 더 잘할 수 있는 배우들이 있지 않을까 싶었고. 그래서 그런 마음이다,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는데 감독님이 그러더라고요. “전 이상하게 배우님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저한테도 도전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그 영화를 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출연 작품을 결정할 때 어떤 걸 더 많이 고려해요? 캐릭터와 작품성 중에?
저는 일단 작품입니다. 딱 그것만 보고 가진 않겠지만 작품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판소리 복서〉 같은 경우에는 정말 희한한 영화잖아요. 주연인 태구 씨가 그 영화의 메시지를 어떻게 이해했을지도 궁금했어요.
그 작품은 사실 이해한다기보다는 그냥 재미있으니까, 대본이 좋으니까 했던 것 같아요. 캐릭터나 대사들도 매력적이었고, 단편도 진짜 매력적이었어요(〈판소리 복서〉는 정혁기 감독의 단편 〈뎀프시롤:참회록〉을 바탕으로 만든 장편영화다). 그래서 감독님 믿고 하기로 한 거죠. 작품이 참 따뜻했어요.
단편과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권투 장면들이 실감 났다는 점인 것 같아요.
단편에서는 그냥 유머러스하게 처리하는 게 맞았는데, 장편으로 가니까 어느 정도 리얼 베이스가 없으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훈련을 진짜 열심히 했죠. 3개월 정도, 정말 선수처럼.
‘실제 권투 선수가 영화를 봐도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하고 싶었다’라고 했어요. 저는 그렇게 훈련한 게 이야기 자체에 끼친 영향도 있다고 생각해요. 단편과 달리 관객들로 하여금 ‘판소리 복싱을 시작하는 순간 이겨버릴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하잖아요.
그건 감독님의 능력이죠. 그리고 결국은 이기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대본을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느낌의 〈판소리 복서〉가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맞아요. 이겼으면 오히려 그 영화가 가진 묘한 분위기가 깨졌을 것 같아요. 병구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태구 씨의 실제 말투나 손동작 같은 걸 좀 확장시켰다고 했어요. 성격 면에서도 본인과 비슷한 부분이 있을까요?  
그런데 저는 모든 캐릭터가 다 저의 어느 한 부분이지 않나 싶어요. 어쨌든 제가 한 거니까 제 안에 있는 어떤 것들이 묻어 나왔겠죠. 그중 하나가 〈판소리 복서〉고, 또 하나가 〈잉투기〉고, 〈낙원의 밤〉이에요. 다 제 안에 있는 모습들인 것 같아요.
당연한 말씀인데 새삼스럽기도 해요. 태구 씨의 경우에는 아예 사람이 180도 바뀌어버리니까. 캐릭터 빌딩은 주로 어떤 식으로 해요?
답은 없어요. 시도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죠.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답이 없으니까요.
〈밀정〉의 하시모토를 연기하면서는 매의 이미지를 많이 떠올렸다고 했어요. 〈차이나타운〉의 우곤을 연기하면서는 늑대의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했고요.
네. 그때는 딱 동물의 이미지가 떠올라서 그렇게 했는데요. 요즘에는 그런 식으로 해본 적은 없어요. 딱히 떠오른 게 없어서. 캐릭터 빌딩을 하는 저만의 루틴이 있긴 한데, 아무튼 그때그때 다른 것 같습니다.
 
블랙 레더 재킷 누마레.

블랙 레더 재킷 누마레.

혹시 그런 건 꼽을 수 있을까요? 본인 출연작 중에 안타까운 작품? 좋은 작품이라서 더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하는 작품?
〈가려진 시간〉이랑 〈판소리 복서〉요. 〈가려진 시간〉은 사실 관객이 너무 안 들어서 안타까운 마음이고요. 〈판소리 복서〉는 제 피와 땀이 녹아 있는 작품이라서….
〈가려진 시간〉은 형인 엄태화 감독과 함께한 두 번째 장편영화였죠. 감독 엄태화의 장점을 꼽는다면 어떤 점을 높이 사요?
평정심? 음… 한결같은 모습이 감독으로서 좋은 것 같아요. 배우들이랑 소통도 잘하는 것 같고. 그리고 또 편집으로 작품을 한 단계 낫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 그런 거는 괜찮은 것 같아요.
장점이 많네요. 개인적으로는 〈잉투기〉나 단편들에서 특유의 유머 감각에 감탄했었는데. 각본에 끌렸던 적은 없어요?
물론 대본도 재미있죠. 그런데 형 작품 할 때는 그냥 ‘형 거’니까 했던 것 같아요. 대본은 저도 항상 좋다고 생각했었고, 그런 부분을 믿는 것 같기도 하고요.
‘형 거’라는 건 어떤 종류의 마음일까요?
말 그대로 형 거. 이걸 어떻게 풀어서…(웃음) 그냥 형 거니까 서로 좀 의지하고 도와준다? 그리고 서로 좀 배워간다?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스스로, 배우 엄태구에게서는 어떤 점을 높이 사요?
열심히 하는 거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물론 다들 다른 기준으로 열심히 준비하시겠죠? 저도 그중 하나로서 열심히 준비하는 것 같고… 아,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태구 씨가 스스로의 성격을 말할 때 ‘낯가린다’는 표현을 많이 썼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인터뷰하고 보니까 낯을 가리는 것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처음 보는 사람과 이야기하면서도 늘 눈을 마주치고 말씀하시니까. 그냥 조심스러운 게 많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조심스러운 게 많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눈은 이제, 인터뷰하시는 데 다른 곳 보고 있으면 안 되니까요.
 
*엄태구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4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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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너머의 엄태구는 어떻게 순식간에 다른 사람이 되는 걸까? part. 1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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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ASHION EDITOR 신은지
  • FEATURES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윤지용
  • HAIR & MAKEUP 이담은
  • ASSISTANT 이하민/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