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유태오가 말하는 <로그 인 벨지움>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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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유태오가 말하는 <로그 인 벨지움>

유태오는 말했다. 연기에 대한 자신의 진심이 재밌다고.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ESQUIRE BY ESQUIRE 2021.05.20
 
 

“진심은 재밌어요”

 
〈에스콰이어〉에서 유태오를 커버 모델로 섭외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유태오라는 이름의 가치가 불과 1년 사이에 엄청나게 달라졌어요. 본인은 잘 못 느끼죠?
솔직히 물리적 혹은 심리적인 변화를 느끼지는 못했어요. 개인으로 보면 저는 그냥 지금까지 해온 일을 해왔을 뿐이니까요. 조금 다른 건 사람 많은 곳에 나갈 때면, 예전보다 많은 분이 저를 알아보시더라고요.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도요. 지나가면서 ‘안녕하세요’라며 먼저 인사해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제 정말 달라질걸요. 배우와 ‘스타’는 다르거든요.
제가 워낙 상상을 잘하는 성격이거든요.(웃음) 전부터 저는 스타가 되는 상상을 해왔어요. 그래서인지 제가 이렇게 〈에스콰이어〉의 표지 모델로 서고 점점 더 유명한 스타의 자리에 다가가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지만은 않아요.
아! 상상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군요. 저도 그런 성향이라 잘 알아요.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 소감도 연습해본 적 있죠?
어, 있죠. 당연하죠.(웃음)
 
그래픽적인 스크루 장식이 돋보이는 18K 옐로 골드 러브 링 까르띠에. 티셔츠 코스.

그래픽적인 스크루 장식이 돋보이는 18K 옐로 골드 러브 링 까르띠에. 티셔츠 코스.

(웃음) 상상 속에서 아카데미 수상 소감으로는 어떤 얘기를 해요?
처음 시작은 어떤 영화로 상상했느냐에 따라 달라요. 일단 그 영화가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고마웠던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전해요. 그다음에 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죠. 제가 자라온 다국적인 문화와 제가 가지고 있는 한국적인 특성에 대해 말해요. “이런 제가 이 자리에 섰다는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입니다”라는 식으로요. “전 제가 스스로 아웃사이더라고 느껴요. 어떤 문화에서도 전 아웃사이더거든요.” 결론도 정해져 있어요. “아웃사이더로, 사회의 소수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이 저를 보고 함께 꿈을 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한다 니키야”도 해야죠.
니키가 (공적인 자리에서) 그렇게 표현하는 걸 싫어해서 안 하기로 약속했어요. 저는 하고 싶거든요. 근데 니키가 안 좋아해서 못 해요. 하지만 아카데미상 정도면 그 약속도 어기고 장난을 치든 진지하게 말하든 니키를 향해 한 마디는 할 것 같아요.(웃음)
해야죠. 근데 남들이 보면 좀 재밌겠어요. 다 큰 남자 둘이 꽤 진지하게 아카데미 수상작 역할극 놀이에 빠져 있으니까요.
그러니까요.(웃음)
최근작인 〈대리인간〉을 봤어요. 70분짜리 단막극인데 꽤 회자가 됐더라고요.
그랬어요? 다행이네요. 저도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시리즈가 옛날 단막극과는 좀 다르잖아요. 근미래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블랙미러〉가 생각나죠.
맞아요. tvN의 〈드라마 스테이지 2021〉의 전체 구성이 한국판 〈블랙미러〉의 느낌이 있죠. 개중 〈대리인간〉은 극적 몰입력도 상당했다고 봐요.
제가 그 시나리오를 고른 이유도 근미래적인 소재와 설정이 좋아서였거든요. ‘내가 느끼기 싫은 감정을 대리인간을 통해 대신 느끼게 하고 상황에 대한 경험은 메모리칩으로 전달받아 객관화해볼 수 있는 서비스’라는 콘셉트가 정말 재밌었죠. 몰입력은 사실 작가님의 몫이고 저야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에요.
지금 제가 보는 태오 씨는 정말 순수 그 자체인데, 맡은 배역 중에는 현실 유태오의 이 청량감이 드러나는 역할이 잘 없었던 것 같아요. 〈대리인간〉도 그렇고, 〈버티고〉에서도 그렇고요. 밝게 사랑하는 모습은 근작 중엔 〈새해전야〉가 유일해요.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순수함에 집중하면서 연기를 해보진 않은 거 같아요.
유태오의 강점을 살리려면 로맨틱 코미디(‘로코물’)를 한번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게…반은 제 바람이기도 해요. 아직 못 보여준 모습이 있거든요. 그런데 로코물이라고 해서 꼭 순수한 모습만 보여줄 필요는 없잖아요? 로코물 중에는 까칠한 남자 캐릭터와 사랑에 빠지고, ‘왜 저 사람이랑 사랑에 빠졌을까?’라며 여자 주인공이 분해하는 갈등 구조도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요소들이 들어간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부드러운 원형의 절제된 디자인이 특징이며 18K 화이트 골드 소재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저스트 앵 끌루 네크리스 까르띠에. 티셔츠 코스.

부드러운 원형의 절제된 디자인이 특징이며 18K 화이트 골드 소재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저스트 앵 끌루 네크리스 까르띠에. 티셔츠 코스.

〈로맨스가 필요해 2〉의 이진욱 씨 캐릭터가 떠오르네요. 전 유태오 씨가 해외에서 교육을 받고 한국에서 일하는 전문직 남성으로 출연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일은 정말 잘하는데, 한국의 기업 정서에서 어쩔 수 없이 묻게 되는 직장인의 때는 덜 묻어서 순수한 마음을 가진 남자 역할.
그런 게 될 수도 있죠. 사실 그런 맥락은 해외 영화에도 있어요. 대부분 다른 곳에서 살다가 국내로 들어온 사람을 순수하고 새롭게 느끼거든요. 이런 게 정말 잘 드러난 미국의 로코물이 〈블래스트〉(1999)라는 작품이에요. 1960년대에 한 과학자 부부가 (비행기 추락을) 소련의 수소폭탄 공격으로 잘못 알고 지하에 있는 거대한 방공호로 대피를 해요. 이 과학자 부부가 방공호에서 낳은 아이가 1990년대에 처음으로 지상에 나오게 된다는 설정의 영화예요. 착한 부모님 밑에서 교육받은 이 아이가 1990년대 여성들의 눈에는 ‘올드 스쿨 젠틀맨’으로, 너무도 순수한 남자로 보이는 거죠. 또 다른 작품으로 보면 〈포레스트 검프〉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어요. 75의 아이큐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니까요. 인공지능(AI)이 사랑을 하는 이야기를 쓴다면 그 작품 역시 비슷할 수 있죠.
지금 말할 때 또다시 그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 나왔네요. 상상을 말할 때 즐거운 눈빛으로 변하네요.
그런가요? 좀 다른 역할을 상상하면 또 다른 눈빛으로 변하겠죠?(웃음)
〈대리인간〉 이후에 크랭크업한 작품도 있다고 들었어요. 〈더 윈도우〉에서 조재연 역할을 맡았다고요.
해외 드라마인데, 아직 얘기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일단은 제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구단주 역할로 나와요. 장르는 누아르고요. 축구를 하는 장면보다는 프로 축구라는 비즈니스가 돌아가는 이면의 이야기, 그림자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어요. 영국 프로축구 협회와 협회장, 구단주와 에이전트, 그리고 축구선수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들이죠.
축구를 스포츠가 아닌 비즈니스로 다뤘다니, 정말 재밌겠어요.
정치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해요.
그라운드 이면에서 벌어지는 일을 꽤 자세히 다룬 〈죽어도 선덜랜드〉라는 다큐멘터리가 생각나네요. 한 구단이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며 한없이 추락하는 과정, 그리고 그 추락을 받아들이는 열성적인 팬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엄청나게 파워풀해요.
제목만 읽고 보고 싶은 작품 리스트에 올려는 뒀는데, 봐야겠네요. 유럽에서의 축구가 가지는 의미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제가 겪어본 영국과 독일의 경우를 보면 축구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요. 지역에 관한 자부심도 정말 강하고요.
독일도 그렇군요.
왜 그런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성이 있던 나라들이 그렇게 지역으로 묶이는 감정이 강한 건 아닐까 생각해요. 축구의 엠블럼이 예전 유럽 성에 걸린 가문의 깃발에 있는 상징처럼 보이잖아요? 곰, 늑대, 독수리 같은 상징들이 현대 축구의 엠블럼에도 그대로 사용되니까요.
그래서 축구를 현대사회가 벌이는 전쟁 시뮬레이션이라고도 하지요. 국가 대항전은 더하잖아요?
그렇네요. 맞아요.
드라마 촬영 차 갔던 해외에서 우연한 기회에 직접 찍었다는 다큐멘터리 〈로그 인 벨지움〉 소식도 들리고 있어요. 일단 축하해요. 〈로그 인 벨지움〉의 배급이 확정됐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감사해요. 사실 제가 2019년 11월부터 한국과 벨기에를 오가며 드라마를 찍고 있었어요. 중간에 〈머니게임〉도 찍고, 영화 〈새해전야〉도 찍었으니 3개 작품을 오간 셈이죠. 한국 스케줄을 다 소화하고 남은 해외 드라마 촬영분을 찍기 위해 1월에 벨기에로 넘어갔어요. 거기서 촬영을 하던 중에….
코로나 사태가 터졌군요.
맞아요. 3월에 한창 촬영하던 중에 코로나가 번지니까 감독을 포함한 모든 스태프가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죠. 저는…홀로 숙소에 남겨졌어요. 당시 벨기에의 상황이 어땠냐 하면, 호텔의 로비도 하루에 2시간만 오픈하고, 거의 모든 식당이 문을 닫고, 어디를 가더라도 누군가 물어보면 도착지를 밝히고, 중간에 멈춰 서면 안 되는 상황이 됐죠. 니키가 한국에서 제가 있는 호텔로 오려했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었죠. 하필 그때 히스 레저의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만약 내가 코로나에 걸린다면? 이 나라의 말도 못하는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타지에서 홀로 있다가 죽는다면 히스 레저만큼 유명하지도 않은 나의 존재 뒤에는 뭐가 남지?’라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 상상을 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가 이런 이상한 생각을 이미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기록을 해두자’고 마음먹었어요.
 
대담함과 우아함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18K 옐로 골드 러브 링 까르띠에. 티셔츠 코스.

대담함과 우아함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18K 옐로 골드 러브 링 까르띠에. 티셔츠 코스.

설마 상상하는 버릇에서 시작된 기록이 이번 영화의 정체인가요?
맞아요. 어차피 제 일상을 이미 제 휴대폰으로 찍고 있었거든요. 그전부터 다이어리를 쓰듯 계속 찍고 있었어요. 그게 상상과 맞물려 습관이 되었고, 그렇게 지난 1년간 있었던 일들을 쭉 찍었어요. 사실 목적은 없었죠. 그냥 영상물을 하나 남기려는 생각이었고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저녁 먹으며 보여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편집해서 관계자들한테 보여주니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어떤 반응이었나요?
배급사인 엣나인필름 쪽에서 ‘이 정도면 극장 개봉을 노릴 수 있다’는 반응도 있었고, ‘코로나에 대한 이슈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찍었다는 게 놀랍다’는 반응이었죠.
그냥 다큐가 아닌가 봐요?
실제로 있었던 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도 있긴 하지만, 픽션 요소를 집어넣기도 했거든요. 일종의 ‘다큐 픽션’이라고 할까요?
어떻게 픽션적인 요소가 엮여 들어갔죠?
제가 1인 2역을 해요. 
 

 

LOVE 러브

1969년 까르띠에가 발표한 'LOVE(러브)' 브레이슬릿. 전용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여 착용하는 콘셉트로 출시되어 전 세계의 연인들에게 충실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브레이슬릿으로 사랑을 받았다. 시대적 디자인에 파격을 가져온 러브 브레이슬릿은 주얼리 혹은 액세서리의 착용과 예술적인 의미에 있어서 혁신적인 존재였다. 한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다른 한 사람의 마음으로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 그리고 자신에게 전하는 신념의 메신저로 역할한 LOVE 컬렉션. 까르띠에를 통해 소중한 감정을 봉인하기 위해 탄생되었으며,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합, 영원한 사랑의 맹세 그리고 성공의 약속을 상징한다.
 
 

Juste un Clou 저스트 앵 끌루

1971년 탄생한 '네일 브레이슬릿'을 디자인한 알도 치풀로는 종종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진 집 두 채 중 두 번째 집은 철물점이다." 1971년의 네일 브레이슬릿에서 영감을 받아 2012년 론칭한 저스트 앵 끌루 컬렉션은 단순하고 평범한 ‘못’ 모티브에서 독특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주얼리로 거듭났다. 주얼리의 테마로는 상상을 초월한 이 오브제는 강한 개성과 뚜렷한 의지를 가진 여성 또는 남성의 손목 위에서 강렬하고 시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타원형의 절제된 디자인이 특징인 솔리드 골드 주얼리의 끝은 어디론가 뻗어 나가기를 기다리는 듯 보이며, 우아함과 강인함, 길들일 수 없는 에너지가 뿜어 나온다. 또한 리드미컬한 곡선과 대범함으로 개성과 자유를 상징하고 있다. 까르띠에 저스트 앵 끌루는 독특한 개성을 추구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한 주얼리다.
 
*유태오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6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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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ASHION EDITOR 고동휘
    FEATURES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김신애
    STYLIST 권수현
    HAIR 김건형
    MAKEUP 엄지
    ASSISTANT 이하민/ 윤승현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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