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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혜영이 <로스쿨>의 강솔A 캐릭터를 애정하는 이유 part.1

배우 류혜영과 밤늦도록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의 막바지에 이르러 그녀가 말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BYESQUIRE2021.05.26
 
 

배우, 사람, 혜영 

 
아유,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시고.
혜영 씨는 어째 시간이 갈수록 기력이 넘치는 것 같네요.
(웃음) 저는 시간이 늦을수록 좀 좋아요.
야행성이에요? 아니면 현장에 녹아드는 데 시간이 좀 걸렸던 건가?
야행성인지는… 모르겠는데요. 그런가? 후자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아요.
낯가림도 좀 있어 보이긴 했어요.
낯가림 엄청 심해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몰라요,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그런데 또 데면데면한 채로 두는 성격도 못 되는 것 같았고요. 먼저 나서서 누그러뜨리려고 하시더라고요. 좀 귀엽고 쾌활한 느낌으로.
그런 것 같아요?
그런 말 많이 듣지 않아요?
‘쾌활한 성격이다’ 뭐 그런 이야기는 종종 듣는 것 같아요.
그럼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뭐예요?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보기보다 낯을 가리시네요’? (웃음) 오늘도 들었잖아요.
 
화이트 셔츠, 이너 톱, 팬츠, 이어링, 링, 시계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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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렇게 오래가진 않더라고요. 마지막 야외 촬영 컷에서는 거의 술 취한 사람처럼 춤까지 췄으니까.
일이니까요. 최선을 다해서 즐기려고 하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만 이해하기에는 제가 아까 좀 놀랐거든요. 세 번째 컷 촬영할 때, 나와서 딱 섰는데 굉장히 행복하게 웃고 계셔서.
하하하. 사실 제가 화보 촬영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사진 찍는 걸. 어색한 제 자신도 웃기고 재밌고, 예쁜 옷을 입는 것도 좋고, 예쁘게 화장하는 것도 좋아하니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촬영 중반 정도 되면 긴장도 조금 풀리고, 그러면서 제가 살아나는 것처럼 느끼셨던 것 같네요.
아마 이런 말도 자주 들었을 것 같은데요. 음… 실례가 될지 모르겠는데, 아까 스태프도 그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 예쁘시다고.
아 맞습니다. 네, 그런 말 자주 들어요.
기분 좋은 말일 것 같기도, 기분 나쁜 말일 것 같기도 해요.
그냥 ‘아 내가 그런가 보다’ 싶어요. 어느 한쪽도 아니고. 그런 건 있죠. 제가 어쨌든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사람인데, 화면이 더 예쁜 게 낫지 않나 하는 아쉬움.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있는데, 뭐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인가 보다 해요.
단단한 사람처럼 보이는 건 오해가 아니었네요. 외부의 평가나 시선에 별로 개의치 않는 사람일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었거든요.
단단함이라. 제 스스로한테 그런 어떤 종류의 기준이 있는 것 같긴 해요. 물론 단단한 면이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 다르기는 한데요. 어느 정도는 노력하는 거죠.
단단하기 위해서.
제 안의 어떤 면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여린 것 같거든요. 그런 걸 딱히 숨기지는 않지만, 다 보여줄 수는 없는 거죠. 그런 모습들을 다 보여주는 게 배우로서 살아가는 데에 좋지 않으니까. 제 연약한 부분이 저에게 불편하면 고치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고요.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면 그냥 연약한 채로 두는 것 같아요.
요즘도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실 것 같아요. 〈로스쿨〉이 방영 중이잖아요. 사전 제작 드라마라 피드백을 받고 맞춰서 반응할 수가 없고, 예전에 해놓은 게 몇 달에 걸쳐서 나가는 거니까요.
맞아요. 피드백이 안 되고, 그러다 보니 방영일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고… 근데 그래도 전 사전 제작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시간 여유가 있고, 그만큼 제가 준비하고 연습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더구나 이번 작품은 법정물이라서 대사량도 방대하고 생소한 용어도 많았거든요. 그런 게 입에 붙을 때까지 더 많이 연습하고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장르물, 그중에서도 법정 미스터리를 택한 것도 혜영 씨에게는 새로운 시도였을 것 같아요.
맞아요.
등장 인물도 워낙 많고 각 인물의 사고나 행동에도 객관적 당위가 있어야 하잖아요. 이전까지는 가상의 인물을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그리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면 이번에는 좀 다른 식으로 몰입해야 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좀 캐릭터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로스쿨〉 속 인물들이 특정한 캐릭터로 딱딱 그려지잖아요. 얘는 ‘로시오패스’, 쟤는 캔디, 또 쟤는 이런 사연이 있는 애. 저도 그래서 처음에는 그런 부분에 좀 더 변화를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실 (배우에게는) 그런 욕심이 있을 수밖에 없죠.
예를 들면요?
강솔A(류혜영의 극 중 캐릭터)가 혼자 감정적으로 날뛰는 구석이 있잖아요. 그래도 로스쿨 학생인데 바보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됐던 거죠. 그래서 제 나름대로 캐릭터 분석을 해서 가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보시더니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얘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게 맞는 캐릭터라고. 그래서 다시 이해를 했고, 지금의 강솔A가 만들어진 거예요. 결과적으로 보면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법정물이라는 장르를 처음 해봐서 잘 몰랐던 거죠. 클라이맥스인 재판 장면을 위해서 사건을 쌓잖아요. 범죄가 일어나고, 추리를 하고, 이런저런 혐의가 드러나고… 재판에서 풀기 위해 해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 거예요. 이 사람이 왜 여기에 피고로 자리했고, 어째서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지. 그런데 캐릭터 하나하나를 너무 심화하면 그 이야기를 다 할 수가 없는 거죠.
 
베이지 점프슈트 렉토. 벨트, 펌프스, 이어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베이지 점프슈트 렉토. 벨트, 펌프스, 이어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실제 세계의 인간은 굉장히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욕망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추리물에서는 그런 묘사가 오히려 설정의 붕괴나 개연성 없는 억지 연결로 보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 이런 부분도 있어요. 제가 〈로스쿨〉 댓글을 한 번씩 찾아보는데, 이게 법정 미스터리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기 때문에 이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보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분들은 강솔A의 성장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더라고요.(웃음) 이 작품의 큰 줄기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긴 한데, 그 안에서 강솔A가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수사에 도움을 주고, 자신도 성장하고 그러거든요. 제목이 〈로스쿨〉인 것처럼 결국 이것도 학교 이야기고, 그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가려 했던 작품인 거죠. 그런데 그런 댓글들이 있더라고요. ‘강솔A가 나오면 몰입도가 깨진다.’ 뭐, 그럴 수도 있겠다고 받아들였어요. 진지하고 심각한 사람들 사이에 통통 튀는 친구가 들어와서 이것저것 하니까. 법정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몰입에 방해가 될 수도 있었겠죠.
제가 법정물의 장르적 메커니즘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시청자가 마음 붙일 곳은 있어야 하지 않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웃음) 그래서 저는 강솔A를, 물론 제가 맡은 역할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되게 좋아했거든요. ‘시청자들이 이 캐릭터에 이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어요. 로스쿨이라는 공간도 그렇고 법률용어도 굉장히 생소한 부분이 많잖아요. 거기서 제가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아서 감독님이랑 같이 만들어갔던 것 같아요. 뭐 지금은 회차가 많이 지나서 좋아해주시는 분이 많아졌지만, 초반에는 그런 댓글도 있더라고요. 맞아요. 마음 붙일 곳이 있어야죠.
6화 엔딩 보니까 혜영 씨가 이 작품에서 1인 2역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어떨 것 같아요?
아니, 이게 스포일러가 아닐걸요. 잡지가 5월 20일쯤 발간되니까.
그때도 스포일러일 수 있죠.
설마. 예고편에서는 당장 다음 화에 나올 것처럼 해놓고는.
그게 예고편의 묘미랍니다.
 
*류혜영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6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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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김신애
  • STYLIST 최자영
  • HAIR 지희
  • MAKEUP 차니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