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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혜영이 <로스쿨>의 강솔A 캐릭터를 애정하는 이유 part.2

배우 류혜영과 밤늦도록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의 막바지에 이르러 그녀가 말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BYESQUIRE2021.05.26
 
 

배우, 사람, 혜영 

 
대본이 얼마나 재미있는지가 작품 선택의 최우선 요소라고 하셨죠.
네. 대본을 읽고 ‘이걸 하고 싶은가’와 ‘이걸 내가 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죠. 그래서 그 중간 지점의 작품을 선택해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어느 정도 내가 하고 싶고 어느 정도 내가 할 수 있는 거. 그래야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할 수 없는 거’라는 영역도 존재한다는 말이네요.
그럼요. 당연하죠. 제가 아직 어리잖아요. 삶의 연륜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열연을 해도 그 안의 감정을 알지 못하면서 그러고 있으면 보는 사람도 힘들 거고요.
배우 류혜영은 노력파인가요?
세상에 노력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정말 대충 사는 사람이 없죠.
그래도 ‘노력파’라는 말이 생긴 이유는 있겠죠. 상대적으로 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반면에 그냥 쓱 와서 힘 안 들이고 대충 하는 것 같은데 뭐가 만들어지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그것도 그렇게 보일 뿐, 엄청난 노력일 수도 있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여쭸어요. 혜영 씨는 어떤 사람일까 하고. 제가 혜영 씨를 처음 본 작품이 〈잉투기〉인데, 그때 놀랐었거든요. 너무 자연스러워서. 영자는 분명히 엄청 ‘센’ 캐릭터인데 그걸 보여주려고 애쓰는 것 같지가 않고, 그냥 실제로 센 사람의 평범한 순간들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 같았어요.
감사합니다. 자연스러움은 제가 그 캐릭터에 얼마나 공감하는가에 달려 있기도 한 것 같아요. 표현하는 건 노력을 해서 만들어야겠지만, 그 캐릭터에 공감하면 저절로 자연스러움이 커지고 분위기도 좋아지는 것 같거든요.
 
폴로 스웨터 메종 마르지엘라. 와이드 팬츠 코스. 골드 브레이슬릿, 펌프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폴로 스웨터 메종 마르지엘라. 와이드 팬츠 코스. 골드 브레이슬릿, 펌프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응답하라 1988〉의 영상 클립에 이런 댓글도 있었어요. 보라(극 중 류혜영의 캐릭터)가 객관적으로 따지고 보면 정말 성격이 안 좋은 사람인데, 결국 정이 가는 캐릭터라고. 그건 류혜영의 연기 덕분이라고. 공감의 문제라고 하시니까 그 말이 생각났어요.
와…. 그건 정말 좋은 댓글이네요. 물론 보라가 정이 가는 건 후반으로 갈수록 진심이 드러나게끔 각본이 잘 짜여 있어서 그런 것 같긴 한데요. 너무 감사한 말씀이다.
그전에도 독립영화 쪽에서는 유명했지만, 〈응답하라 1988〉로 그야말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잖아요. 그게 혜영 씨에게 끼친 영향이 있었을까요?
책임감이랑 부담감이 많이 생겼어요. 엄청 크게. 갑자기 작품 하나로 유명해졌으니까요. 그런데 나쁜 뜻은 아니고 그게 맞다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책임감과 부담감을 더 가지고 연기를 하는 게요. 옛날에 마냥 재밌어서 연기를 했던 때를 생각하면 확실히 달라지긴 했죠. 그리고 이런 것도 있어요. 뭐랄까.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런 생각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인지도가 높아지고 유명세를 타면 어쨌든 누군가는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거잖아요.
〈응답하라 1988〉이 끝난 뒤에 1년 넘게 쉬었어요. 그건 어떤 의미였을까요?
음… 글쎄요? 어떤 의미였을까요?(웃음)
좀 이상한 질문인가요?(웃음) 작품이 잘됐을 때 배우들이 통상적으로 택하는 길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요. 그래서 여쭸어요.
제 자신을 좀 더 알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너무 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고. 물론 그 기간 전체가 오롯이 그런 의미인 건 아니었겠죠. 어떤 때는 내가 준비가 되었는데 원하는 작품이 없어서 못 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때는 제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작품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요. 그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가 하는 건 제가 정한 게 아니었어요.
그렇구나. 이렇게 뭘 큰 선택을 했다는 듯한 질문이 오히려 새삼스러울 수 있겠네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 시간 동안 뭘 했는지. 답을 하긴 하는데, 저는 그때마다 할 말을 지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사실 뭐 ‘존버’하고 있었겠죠.(웃음) 열심히 버티고 있었을 거예요. 그러면서 느낀 것도 많았을 거고, 또 그러면서 성장했을 거고.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거죠. 나의 그 시기가 그런 시간이었구나 하고.
복귀작이 드라마 〈은주의 방〉이었죠. 저는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뒤늦게 봤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혜영 씨의 상황과 좀 겹쳐 보이는 측면이 있더라고요. (〈은주의 방〉은 이직 과정 중에 본의 아니게 실직자가 된 주인공 심은주가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생활을 추스려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맞아요. 사실 그래서 그 당시에 제가 그 작품을 할 수 있어서 되게 감사했어요. 대본을 읽으면서 은주의 상황에 너무 많이 공감했고, 그래서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제가 관심 있어 하는 인테리어까지 한다고 하니까 안 할 이유가 없었던 거죠. 그런데 또 막상 촬영을 하다 보니까, 제가 은주를 연기하면서 위로를 되게 많이 받는 거예요. 류혜영이란 사람이. 그래서 〈은주의 방〉을 촬영하면서 그런 바람을 많이 가졌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은주의 방〉 끝나고 〈로스쿨〉 하기 전까지 또 1년 정도 쉬었어요. 그것도 마찬가지로, 의도한 게 아니었겠죠?
그런데 그때의 저는 정말, 〈로스쿨〉을 기다린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굉장히 로맨틱한 표현인데요. 예식장에서 신랑의 영상 편지 같은 데에 나올 법한….
(웃음) 타이밍이 진짜 신기했거든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특정 직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딱 들어왔어요. 이 작품 덕분에 후속작인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도 더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지금 촬영하면서 되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로스쿨〉에.
비하인드 영상 보니까 촬영 현장 분위기도 굉장히 좋았던 것 같더라고요.
네. 저는 되게 즐거웠어요, 〈로스쿨〉 현장이. 다들 친해졌고요. 배우로서 개인적으로 ‘그 작품 하길 잘했다’ 하고 판단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동료와의 관계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도 늘 현장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노력해요. 어떤 작업에 참여할 때 그 결과는 바꿀 수 없을 때가 많지만, 과정은 제가 충분히 더 좋게 만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블루 재킷, 팬츠 렉토. 화이트 톱, 벨트, 이어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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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인터뷰들 보다 보니까 그런 취지의 말씀을 많이 하셨더라고요. 촬영 현장의 즐거움이나 연기 자체의 재미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은.
맞아요. 그런데 사실 저는 결과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심리 테스트 같은 데에 과정과 결과에 대한 가치 판단 문항이 나와도 꼭 ‘결과가 더 중요하다’에 체크해요. 하지만 이 일을 하다 보면 결과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무력감 같은 게 생기는 것 같아요. 모든 배우가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죠.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하지만 모든 게 때와 운이라는 게 있고, 성적이 꼭 그에 비례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결과는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고, 그렇다면 과정에 집중해서 더 좋게 만들어보자.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뭘 허투루 말하는 법이 없는 것 같아요.
일단 제가 거짓말을 잘 못해요. 기본적으로 진실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배우 류혜영의 가장 큰 장점은 뭘까요?
글쎄요. 뭐가 있을까. 아까 처음에 저한테 말씀해주신 게 되게 좋았어요. 단단해 보인다고 하셨던 거. 저는 제가 저다워서 좋은 것 같아요. 생각이 외부 요인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면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혜영 씨가 스스로 ‘여리다’고 했던 게 뭔지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은데요.
아, 그렇죠? 저는 착한 사람이에요.(웃음)
갑자기?(웃음)
갑자기 스스로 규정해.(웃음) 착한 사람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역시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저는 저답다는 점인 것 같고요. 앞으로의 시간도 계속 스스로를 탐구하는 식으로, 그렇게 만들어가고 싶어요. 자신을 잘 알아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으니까요.
개인의 인격적 성장이 좋은 연기로 연결될 수 있다고 믿는군요.
네. 무조건 그렇다고 생각해요, 저는.
 
*류혜영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6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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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김신애
  • STYLIST 최자영
  • HAIR 지희
  • MAKEUP 차니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