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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서가 MBTI에 '과몰입'하게 된 이유
<기생충>의 피자집 사장은 사장 같지 않아서, <마인>의 신데렐라는 신데렐라 같지 않아서 고유하다. 정이서는 ‘같지 않은’ 고유함을 잔뜩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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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한 사람
」미국에서는 어디에 살았어요?
뉴저지에서도 살았고, 뉴욕에서도 살았고요. 산 곳은 그 정도인데 여행 다닌 곳은 정말 많아요. 텍사스, 미시시피, 플로리다,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미국 떠나서 멕시코랑 캐나다도요. 사막부터 도시까지 거의 전 미주를 다닌 셈인데, 차로 다녔다는 게 포인트예요.(웃음)
힘들긴 했겠지만, 가족들에게는 진짜 소중한 추억이겠네요.
어릴 땐 사실 고생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어른이 되어서야 부모님 덕분에 그 당시에 정말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미국에 살 때 다닌 여행이 전부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은연중에 넓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배운 게 많았던 것 같아요.

화이트 티셔츠 스튜디오 톰보이. 데님 쇼츠 레이 by 매치스패션. 화이트 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렇게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하겠어요.
맞아요. 어릴 때 살았던 지역도 다시 가보고 싶고요. 근데 여행을 자주 다니던 것과 별개로 원래부터 엄청난 ‘집순이’예요. 혼자 멍 때리면서 에너지 충전하는 시간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요즘은 집에 들어갈 시간도 없이 무척 바빠 보이던걸요.
맞아요. 거의 촬영, 집, 촬영, 집의 반복이에요.(웃음) 며칠 이렇게 달리다가 하루 쉬는 날 집에 누워서 에너지를 충전하면서 보내요. 수많은 사람들과 시끌벅적하게 열심히 일하고, 집에 왔을 때 느껴지는 적막함을 즐기면서요.
오늘도 에너지 충전 필요한 거 아니에요?
전 오늘 너무 좋아요. 매일 메이드 옷만 입다가 오랜만에 예쁜 옷도 입고요.(웃음)
<마인> 이야기를 해볼까요? <마인>도 <기생충>처럼 오디션을 통해 참여하게 된 건가요?
오디션을 통해서 하게 된 거긴 한데, 거의 감독님과 일대일 미팅이었어요. 리딩을 해보면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어필을 강하게 했죠. 김유연이라는 역할을 반드시 하고 싶다고요. 2차 오디션에는 감독님이 작가님이랑 같이 나오셨더라고요. 오디션에서 작가님을 뵌 건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어 기뻤어요.
아까도 계속 긴장했다고 했는데, 오히려 대담해 보이는걸요.(웃음) 김유연이라는 캐릭터는 상황만 놓고 봤을 때에는 전형적인 신데렐라처럼 보여요. 그런데 성격을 보면 또 그렇지 않죠.
맞아요. 유연이는 자신만의 소신과 꿈이 있는 당찬 아이예요. 어마어마하게 큰 부잣집에 들어가서도 주눅 들지 않고, 할 말을 하고, 자존감도 높죠. 마냥 신데렐라처럼 표현하지 않으려 했어요. 이전에도 비슷한 배경을 가진 캐릭터들이 있긴 했잖아요? 하지만 유연이는 최대한 새로운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죠.
<기생충>에서도 그랬겠지만, <마인>에서도 대선배들을 많이 만났잖아요. 부담스러웠을 것 같기도 해요.
엄청났어요.(웃음) <기생충> 때는 대본 리딩 때부터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떨렸거든요. 심지어 제 대사가 끝나고 다른 분들의 리딩을 구경하는 동안에도 너무 긴장됐어요. 그래도 한 번 겪고 나서 그런지, <마인>에서는 그때보다는 여유를 갖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한하준 역으로 나오는 정현준 배우는 <기생충>에 함께 출연했던 사이거든요. 그 덕분에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유연이와 사랑에 빠진 한수혁 역의 차학연 씨도 또래죠?
맞아요. 나이가 비슷해서 빨리 친해질 수 있었어요. 촬영 전에 감독님, 작가님 그리고 차학연 배우 이렇게 넷이서 자주 모이기도 했고요. 리딩을 하거나 어떤 식으로 준비할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아무래도 가장 자주 마주치게 되는 역할이기 때문에 서로 더 신경을 많이 썼다고 생각해요.
<마인>은 극 자체의 분위기나 다루고 있는 소재 자체가 좀 무거운 느낌이 있죠. 그 가운데 유연이와 수혁이가 등장하는 장면이 유일하게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장면이라는 의견이 많더라고요. 과연 그 둘의 사랑이 계속 순탄할까요?
과연… 계속 지켜봐주세요. 순탄할지 아닐지는.(웃음)
스포 방지.(웃음) 이서 씨라면, 사랑을 앞에 두고 유연이처럼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까지 대범하진 못해요. 그런 점에서 유연이랑 다른 것 같아요. 수혁이가 방을 바꾸자고 제안했을 때도, 저라면 ‘죄송한데 방을 바꿔서 자면 제가 잘릴 것 같거든요?’ 하고 거절했을 거예요. 아니, 애초에 청소를 할 때부터 좀 불안해했을지도 모르겠어요. 머리끈을 떨어뜨린 걸 진작에 깨닫고, 어떻게든 수혁이가 방에 들어오기 전에 반드시 치워뒀을 거예요.(웃음)
그럼 유연이와 이서 씨의 비슷한 점은 뭘까요?
저 역시 유연이처럼 저만의 생각과 소신이 있다는 점이요. 그런데 차이점이 더 큰 것 같아요. 저는 유연이만큼 대범하지 못하거든요. 그리고 제 MBTI는 INFP인데, 유연이는 절대 I(내향)는 아닐 것 같아요. E(외향)일 것 같아요.

톱과 데님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사주는 안 믿는다더니 MBTI는 좋아하나 봐요.
MBTI 그 자체보다 특징을 찾아보는 걸 좋아해요. INFP 특징이 공상을 즐겨 하고, 현실과 조금 뒤떨어진 생각을 할 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저는 혼자 있을 때 상상의 나래를 많이 펼치거든요. 또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감정이입을 굉장히 많이 하고요. 뭘 하나를 보더라도 몰입하고요. 여러 가지로 INFP 특징과 너무 잘 부합해서 자꾸 설명을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감정이입을 많이 하는 건 배우로서 연기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는 기술일 것 같아요. 다른 작품을 보면서 이서 씨가 연기하는 상상도 해보곤 하나요?
이렇게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혼자 많이 하죠.(웃음) 해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가장 최근에는 넷플릭스 <퀸스 갬빗>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런 역할도 해보고 싶고, <라라랜드>나 <원스> 같은 음악 영화도 좋아해서 기회가 된다면 도전하고 싶어요. 드라마를 한다면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고요. JTBC <멜로가 체질>이랑 tvN <또 오해영> 같은 작품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로코는 아니지만 <나의 아저씨>의 이지안(아이유 분)처럼 제 안의 어두운 면을 끌어내는 그런 캐릭터도 해보고 싶고… 아, 너무 쏟아냈네요.(웃음) 그만큼 하고 싶은 게 많아요.
2015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름을 알릴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그동안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이것도 좀 MBTI 과몰입이긴 한데,(웃음) INFP답게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난 언젠가 잘될 거야’, ‘난 할 수 있어’ 이런 생각을 하면서 버텼죠.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단편영화나 독립영화에 꾸준히 출연해왔고요. 그만두겠단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물론 부모님께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셨기에 가능한 부분이었고요.
숫기가 없는 편이라고 했는데,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한 거예요?
한국에 처음 와서 한창 방황하던 시절에, <각설탕>이라는 영화를 혼자 보게 됐어요. 그때 펑펑 울었거든요. 큰 위로가 된 작품이었어요. 그 이후에 이게 영화가 가진 힘이고, 배우가 가진 힘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때를 계기로 배우의 꿈을 가졌지만, 소심했던 탓에 어디에 이야기하진 못했어요. 성인이 된 후에야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부모님조차도 ‘네가 할 수 있을까?’ 이런 반응이었을 정도로.(웃음) 그래도 부모님의 지원 덕분에 연기 입시 학원에 다니고, 방송연예과에 입학할 수 있었죠.
*정이서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7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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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현유
- CONTRIBUTING EDITOR 최자영
- PHOTOGRAPHER 박현구
- HAIR 박상현
- MAKEUP 조혜민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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