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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서가 MBTI에 '과몰입'하게 된 이유

<기생충>의 피자집 사장은 사장 같지 않아서, <마인>의 신데렐라는 신데렐라 같지 않아서 고유하다. 정이서는 ‘같지 않은’ 고유함을 잔뜩 보여주고 싶다.

BYESQUIRE2021.06.25
 
 

고유한 사람

 
미국에서는 어디에 살았어요?
뉴저지에서도 살았고, 뉴욕에서도 살았고요. 산 곳은 그 정도인데 여행 다닌 곳은 정말 많아요. 텍사스, 미시시피, 플로리다,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미국 떠나서 멕시코랑 캐나다도요. 사막부터 도시까지 거의 전 미주를 다닌 셈인데, 차로 다녔다는 게 포인트예요.(웃음)
힘들긴 했겠지만, 가족들에게는 진짜 소중한 추억이겠네요.
어릴 땐 사실 고생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어른이 되어서야 부모님 덕분에 그 당시에 정말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미국에 살 때 다닌 여행이 전부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은연중에 넓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배운 게 많았던 것 같아요.
 
화이트 티셔츠 스튜디오 톰보이. 데님 쇼츠 레이 by 매치스패션. 화이트 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티셔츠 스튜디오 톰보이. 데님 쇼츠 레이 by 매치스패션. 화이트 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렇게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하겠어요.
맞아요. 어릴 때 살았던 지역도 다시 가보고 싶고요. 근데 여행을 자주 다니던 것과 별개로 원래부터 엄청난 ‘집순이’예요. 혼자 멍 때리면서 에너지 충전하는 시간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요즘은 집에 들어갈 시간도 없이 무척 바빠 보이던걸요.
맞아요. 거의 촬영, 집, 촬영, 집의 반복이에요.(웃음) 며칠 이렇게 달리다가 하루 쉬는 날 집에 누워서 에너지를 충전하면서 보내요. 수많은 사람들과 시끌벅적하게 열심히 일하고, 집에 왔을 때 느껴지는 적막함을 즐기면서요.
오늘도 에너지 충전 필요한 거 아니에요?
전 오늘 너무 좋아요. 매일 메이드 옷만 입다가 오랜만에 예쁜 옷도 입고요.(웃음)
〈마인〉 이야기를 해볼까요? 〈마인〉도 〈기생충〉처럼 오디션을 통해 참여하게 된 건가요?
오디션을 통해서 하게 된 거긴 한데, 거의 감독님과 일대일 미팅이었어요. 리딩을 해보면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어필을 강하게 했죠. 김유연이라는 역할을 반드시 하고 싶다고요. 2차 오디션에는 감독님이 작가님이랑 같이 나오셨더라고요. 오디션에서 작가님을 뵌 건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어 기뻤어요.
아까도 계속 긴장했다고 했는데, 오히려 대담해 보이는걸요.(웃음) 김유연이라는 캐릭터는 상황만 놓고 봤을 때에는 전형적인 신데렐라처럼 보여요. 그런데 성격을 보면 또 그렇지 않죠.
맞아요. 유연이는 자신만의 소신과 꿈이 있는 당찬 아이예요. 어마어마하게 큰 부잣집에 들어가서도 주눅 들지 않고, 할 말을 하고, 자존감도 높죠. 마냥 신데렐라처럼 표현하지 않으려 했어요. 이전에도 비슷한 배경을 가진 캐릭터들이 있긴 했잖아요? 하지만 유연이는 최대한 새로운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죠.
〈기생충〉에서도 그랬겠지만, 〈마인〉에서도 대선배들을 많이 만났잖아요. 부담스러웠을 것 같기도 해요.
엄청났어요.(웃음) 〈기생충〉 때는 대본 리딩 때부터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떨렸거든요. 심지어 제 대사가 끝나고 다른 분들의 리딩을 구경하는 동안에도 너무 긴장됐어요. 그래도 한 번 겪고 나서 그런지, 〈마인〉에서는 그때보다는 여유를 갖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한하준 역으로 나오는 정현준 배우는 〈기생충〉에 함께 출연했던 사이거든요. 그 덕분에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유연이와 사랑에 빠진 한수혁 역의 차학연 씨도 또래죠?
맞아요. 나이가 비슷해서 빨리 친해질 수 있었어요. 촬영 전에 감독님, 작가님 그리고 차학연 배우 이렇게 넷이서 자주 모이기도 했고요. 리딩을 하거나 어떤 식으로 준비할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아무래도 가장 자주 마주치게 되는 역할이기 때문에 서로 더 신경을 많이 썼다고 생각해요.
〈마인〉은 극 자체의 분위기나 다루고 있는 소재 자체가 좀 무거운 느낌이 있죠. 그 가운데 유연이와 수혁이가 등장하는 장면이 유일하게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장면이라는 의견이 많더라고요. 과연 그 둘의 사랑이 계속 순탄할까요?
과연… 계속 지켜봐주세요. 순탄할지 아닐지는.(웃음)
스포 방지.(웃음) 이서 씨라면, 사랑을 앞에 두고 유연이처럼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까지 대범하진 못해요. 그런 점에서 유연이랑 다른 것 같아요. 수혁이가 방을 바꾸자고 제안했을 때도, 저라면 ‘죄송한데 방을 바꿔서 자면 제가 잘릴 것 같거든요?’ 하고 거절했을 거예요. 아니, 애초에 청소를 할 때부터 좀 불안해했을지도 모르겠어요. 머리끈을 떨어뜨린 걸 진작에 깨닫고, 어떻게든 수혁이가 방에 들어오기 전에 반드시 치워뒀을 거예요.(웃음)
그럼 유연이와 이서 씨의 비슷한 점은 뭘까요?
저 역시 유연이처럼 저만의 생각과 소신이 있다는 점이요. 그런데 차이점이 더 큰 것 같아요. 저는 유연이만큼 대범하지 못하거든요. 그리고 제 MBTI는 INFP인데, 유연이는 절대 I(내향)는 아닐 것 같아요. E(외향)일 것 같아요.
 
톱과 데님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과 데님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사주는 안 믿는다더니 MBTI는 좋아하나 봐요.
MBTI 그 자체보다 특징을 찾아보는 걸 좋아해요. INFP 특징이 공상을 즐겨 하고, 현실과 조금 뒤떨어진 생각을 할 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저는 혼자 있을 때 상상의 나래를 많이 펼치거든요. 또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감정이입을 굉장히 많이 하고요. 뭘 하나를 보더라도 몰입하고요. 여러 가지로 INFP 특징과 너무 잘 부합해서 자꾸 설명을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감정이입을 많이 하는 건 배우로서 연기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는 기술일 것 같아요. 다른 작품을 보면서 이서 씨가 연기하는 상상도 해보곤 하나요?
이렇게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혼자 많이 하죠.(웃음) 해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가장 최근에는 넷플릭스 〈퀸스 갬빗〉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런 역할도 해보고 싶고, 〈라라랜드〉나 〈원스〉 같은 음악 영화도 좋아해서 기회가 된다면 도전하고 싶어요. 드라마를 한다면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고요. JTBC 〈멜로가 체질〉이랑 tvN 〈또 오해영〉 같은 작품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로코는 아니지만 〈나의 아저씨〉의 이지안(아이유 분)처럼 제 안의 어두운 면을 끌어내는 그런 캐릭터도 해보고 싶고… 아, 너무 쏟아냈네요.(웃음) 그만큼 하고 싶은 게 많아요.
2015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름을 알릴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그동안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이것도 좀 MBTI 과몰입이긴 한데,(웃음) INFP답게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난 언젠가 잘될 거야’, ‘난 할 수 있어’ 이런 생각을 하면서 버텼죠.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단편영화나 독립영화에 꾸준히 출연해왔고요. 그만두겠단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물론 부모님께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셨기에 가능한 부분이었고요.
숫기가 없는 편이라고 했는데,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한 거예요?
한국에 처음 와서 한창 방황하던 시절에, 〈각설탕〉이라는 영화를 혼자 보게 됐어요. 그때 펑펑 울었거든요. 큰 위로가 된 작품이었어요. 그 이후에 이게 영화가 가진 힘이고, 배우가 가진 힘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때를 계기로 배우의 꿈을 가졌지만, 소심했던 탓에 어디에 이야기하진 못했어요. 성인이 된 후에야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부모님조차도 ‘네가 할 수 있을까?’ 이런 반응이었을 정도로.(웃음) 그래도 부모님의 지원 덕분에 연기 입시 학원에 다니고, 방송연예과에 입학할 수 있었죠.
 
*정이서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7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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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이서가 말하는 〈마인〉과 〈기생충〉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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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현유
  • CONTRIBUTING EDITOR 최자영
  • PHOTOGRAPHER 박현구
  • HAIR 박상현
  • MAKEUP 조혜민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