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볼보의 인기 비결은 '사람 중심' 디자인

볼보 디자인은 스칸디나비아에서 왔고,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정수는 ‘인간 중심’이다.

BYESQUIRE2021.07.14
 
 

HUMAN CENTRIC

 
‘1만 대 클럽 입성’, ‘10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 ‘코로나19에도 판매량은 상승’, ‘독 3사 다음은 볼보’ 검색창에 볼보를 검색했을 때 함께 걸려 올라오는 기사 제목이다.
굳이 기사를 읽지 않더라도 볼보의 달라진 존재감은 도로 위에서 드러난다. ‘손흥민 효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S90이 많이 팔린 곳이 우리나라다. XC 시리즈 역시 판매량을 톡톡히 견인한다. V60 크로스컨트리를 구매한 어느 포토그래퍼는 “차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짐도 많이 실리고 디자인도 예쁘고요. 진즉 살 걸 그랬어요”라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묻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러자 다른 에디터도 거들었다. “맞아. 주변에 자녀가 있는 친구들을 보니 전부 볼보를 선호하더라고.” 문득 궁금해졌다. 볼보의 인기 비결은 과연 뭘까?
 
가장 찾기 쉬운 답은 ‘안전’이다. 1959년 최초로 3점식 안전벨트를 고안한 후 모두가 기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특허를 공개한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볼보의 자랑이자 정체성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최근 5년간 부쩍 늘어난 인기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시기를 곰곰이 따져보니 ‘토르의 망치’로 비유되는 볼보의 새로운 ‘패밀리 룩’ 디자인이 등장한 것과 볼보의 인기가 우상향한 것이 얼추 비슷하다. 유레카. 인기 비결은 디자인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조금씩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던 그때 볼보자동차 디자인 센터장 로빈 페이지(Robin Page)와의 화상 라운드테이블 인터뷰에 참가하겠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디자인 작업을 거쳐 2013년 볼보에 합류한 인물로 그 누구보다 지금의 볼보 디자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외관 디자인 총괄 티 존 메이어(T. Jon Mayer)와 인테리어 디자인 총괄 리사 리브즈(Lisa Reeves)도 함께했다.
 
예습이 필요했다. 스칸디나비아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볼보가 지향하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에 대해 뭐라도 물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볼보의 고향인 스웨덴을 비롯해 노르웨이와 덴마크가 스칸디나비안 문화권에 속한다. 지리적으로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 침엽수림이 넓게 펼쳐져 있고 인구밀도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추운 날씨를 피해 실내에 오랫동안 머물기 때문일까? 유독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발달했다. 디자인적으로도 우수한 ‘뱅앤올룹슨’ 오디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하기에 적합한 ‘레고’의 고향이 스칸디나비아다.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 역시 스웨덴에서 시작됐다.
 
XC40과 닮은 듯 닮지 않았다. C40가 조금 더 다부지다.

XC40과 닮은 듯 닮지 않았다. C40가 조금 더 다부지다.

“항상 사람을 향합니다.” 어느 통신사의 광고 카피도 어느 대선 후보의 선거 유세 문구도 아니다. 볼보 디자인의 지향점을 묻는 질문에 대한 로빈 페이지의 답이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언젠가 이정현 디자이너의 책에서 읽은 문구가 떠올랐다. “볼보 디자인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휴먼 센트릭(Human Centric)’입니다. 직역하면 인간 중심이죠.” 참고로 그는 볼보 최초 한국인 디자이너다. 이어서 로빈 페이지는 이렇게 덧붙였다.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았을 때 느껴지는 모든 것은 직관적이고 간결해야 합니다. 우리는 운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요소를 끊임없이 덜어냅니다.” 과연 볼보 오너라면 고개를 끄덕였을 만한 대목이다. S90(혹은 XC90)의 시승기를 살펴보면 디자인에 관해서는 ‘심플하다’, ‘깔끔하다’는 표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승차감도 이를 따른다. 디자인 언어에 어울리게 동양화가가 그린 난초처럼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움직인다.
 
덜어냄의 미학은 운전대 옆 터치스크린 컨트롤러에서 엿볼 수 있다. 센터페시아를 가득 채운 터치 스크린은 수십 개의 버튼을 대체했다. 혁신적이었다. 초기에는 “지나치게 큰 화면이 운전 시야를 흩뜨린다”, “터치식 조작은 버튼식 조작보다 다루기 까다롭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으나 2021년 지금, 볼보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모두가 안다.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태블릿 PC와 같은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있다. 따라 하지 못한 것도 있다. 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곡선 형태의 우드 트림이다. 풍부한 침엽수림을 바탕으로 발달한 스웨덴의 목공 기술을 그대로 차 안에 옮겨다 놓았다. ‘내 집 거실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추구하는 볼보답다.
 
로빈 페이지는 전동화와 친환경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전기차를 선보이고 친환경 소재를 적극 차에 사용하는 것 역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근원인 ‘인간 중심’에서 비롯됩니다. 볼보가 생각하는 안전의 범위엔 환경까지 포함되니까요.” 볼보는 2025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50%를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엔 리사 리브즈가 거들었다. “순수 전기차 C40의 경우 헤드 라이너(천장), 필러(기둥), 도어 트림(문 안쪽)에 100% 재활용 페트 소재를 적용했어요. 스웨이드처럼 보이는 시트도 사실 전부 재활용 소재이고요.” 하지만 전기차 인테리어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건 이미 다른 브랜드도 장려하고 있는 방식이다. 썩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을 눈치챘는지 인터뷰를 가만히 지켜보던 볼보 코리아 담당자가 쓱 하고 자료를 하나 들이밀었다. 셰브데 엔진 공장에 이어 토슬란다 공장이 ‘기후 중립’을 달성했다는 내용이었다. 기후 중립이란, 공장에서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인테리어를 차에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인테리어를 차에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내친김에 C40의 디자인에 대해서도 물었다. C40는 지난 3월 볼보가 선보인 첫 전기차 전용 모델이다. 티 존 메이어는 C40의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내연기관에선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기차에서는 그렇지 않은 전면 그릴을 제거한 게 그 예다. 콘스탄틴 브랑쿠시(추상조각가)에게서 많은 디자인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C40의 ‘비율’을 강조했다. 엔진 및 변속기가 존재하지 않는 전기차 특성상 차의 전면부를 매우 낮게 디자인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커다란 바위처럼 부피감이 느껴지는 연출이다. 동시에 옆모습은 쿠페형 SUV처럼 날렵하다. 티 존 메이어는 “작지만 당당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원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했습니다”라며 “지붕 색깔을 다르게 설정한 것도 기존의 볼보 라인업과 구분되는 C40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옐로, 그린과 같은 화려한 색깔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예전에 노란색 볼보를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 다시 등장할 수도 있고요. 다만 지금 볼보의 디자인과는 원색 계열 색상이 어울리지 않다고 여겨집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긴 노란색 S90은 상상하기 어렵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인테리어를 차에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인테리어를 차에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퍼즐을 맞출 시간이다. 인기 비결이 궁금해 시작한 탐구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거쳐 ‘인간 중심’까지 닿았다. 아주 오랫동안 볼보의 이름표와 같았던 ‘안전’조차 사람을 향한다는 대원칙에 포함된다. 사고 발생 시 보행자의 안전까지 염두에 두고 차를 만드는 걸 보면 그들의 범성애적 사랑은 꽤 진심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 더 여유로운 삶을 살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차의 모든 요소가 숨 쉬듯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믿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로빈의 말이다. 혹시 마음속에 떠오르는 문장이 하나 있지 않나?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 이래서 어른들 말씀은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