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이열치열 부글부글 끓는 부대찌개 맛집 4

열은 열로써 다스리는 것이라 했겠다.

BY남윤진2021.07.23

이나경송탄부대찌개

@tanizz._.zz@tanizz._.zz@tanizz._.zz@tanizz._.zz
맛집의 영험한 기운은 메뉴판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가짓수만 채우려 하는 번잡스러운 메뉴판이 아닌, 스페셜 부대찌개 딱 한 가지 메뉴만 쓰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나경송탄부대찌개는 틀림없는 전문 맛집이다. 게다가 주인 이름 석자를 자랑스레 내건 간판은 부대찌개와 결혼했다는 ‘미국에서 온 대한사람’이 괜히 추천한 게 아니라는 확신이 들게 한다. 먹신을 소환하는 마법진처럼 가장자리를 따라 가지런히 놓인 소시지, 고기 더미 위에서 서서히 녹으며 제 운명을 다해가는 노오란 치즈를 본 순간 누구라도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다. 한소끔 찌개가 끓어오를 때쯤에는 직원이 테이블까지 찾아와 다진 마늘 한 숟갈을 직접 넣어주는데, 이는 마침내 먹신이 오셨다는 신호 같은 셈이다. 이미 홀린 채 그분을 받아들이기로 한 손님들은 자세를 고쳐 앉고 겸허히 수저를 든다. 때론 친절하게 끓이는 방법을 써놓은 포장 봉투를 들고 각자의 집으로 가 편안한 마음으로 맛있는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대창옥

@mingming.eat@mingming.eat@mingming.eat@mingming.eat
남양주에 위치한 대창옥은 설렁탕, 도가니탕, 수육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다시 말해 ‘육수’라는 전공 분야가 있다는 이야기다. 가게 입구 문턱을 지나자마자 풍겨오는 고소한 고기 향은 꽤 먼 길을 달려오느라 가뜩이나 허기가 진 배를 더욱 요란스럽게 만든다. 서둘러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고 나면 깍두기와 콩나물, 단출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두 가지 기본 반찬에 이어 커다란 냄비에 담긴 시뻘건 부대찌개가 등장한다. 전공 분야답게 진한 사골육수로 끓여 한층 부드러운 맛을 내는 이곳 부대찌개에는 따로 추가 주문을 하지 않아도 라면과 당면 사리가 넉넉히 들어있다. 그 덕분에 어째 조금 크다 싶었던 ‘스뎅’ 밥그릇은 뷔페라도 온 것 마냥 쓸어 담은 온갖 건더기로 빈틈없이 가득 차고, 너무 많다 싶었던 조밥 한 그릇은 순식간에 모자랄 지경이 되어버리고 만다.  
 

오뎅식당

@odengsikdang@odengsikdang@odengsikdang
부대찌개 맛집이라더니 웬 ‘오뎅’이냐며 의아해할 만도 하지만, 얽힌 스토리를 설명하자면 196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부대찌개의 본고장인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 한가운데서 무려 40여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오뎅식당은 처음엔 가게명 그대로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였다. 그러다 끼니를 거른 단골손님들을 위해 밥과 함께 먹을 국물 요리로 부대찌개를 끓여 내었고, 몇 대에 걸쳐 부대찌개의 명맥을 잇는 지금의 역사적 가게로 탄생했다. 옛 포장마차 시절의 뜻깊은 이름을 본뜬 이곳 음식들은 하나같이 그때 그 깊고 정겨운 손맛을 간직하고 있다. 쿰쿰하게 잘 익은 김치는 갓 지은 하얀 쌀밥을 절로 생각나게 하고, 칼칼한 부대찌개는 시원한 소주 안주로 안성맞춤이다. 아쉬운 마음에 한 번 더 맛본 마지막 국물은 걸쭉하게 졸아들어 한 그릇 더 비벼 먹거나 마무리 한 잔에 곁들이기 딱 좋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밀키트로도 판매하니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히 추억 속 포장마차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남산터

@namsanteo@namsanteo@namsanteo@namsanteo
강남, 그것도 럭셔리의 중심지라는 청담동에 자리한 남산터는 무언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곳이다. 모름지기 찌개는 허름한 가게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기존 관념을 보란듯이 뒤엎고, 바로 그 ‘제맛’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했다. 반짝이는 금빛 간판이 달린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외관 너머로는 레트로 무드를 한껏 살려 트렌디하게 꾸민 내부가 펼쳐져 손님들을 맞이한다. 오리지널 메뉴 격인 남산터 부대찌개를 비롯해 직접 만든 베이컨을 넣은 수제 베이컨 부대찌개, 궁금증을 유발하는 한우곱창 부대찌개,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이베리코목살 부대찌개까지 확실히 이곳은 새로운 느낌의 찌개집이다. 부대찌개와는 공생관계나 다름없는 소주 역시 남산터에서 제안하는 짐빔하이볼, 짐빔버번콕 같은 위스키로 대체해 색다른 조합을 시도해보고 난 다음엔, 이제껏 알지 못했던 신세계에 번쩍 눈을 뜨게 된다. 아무리 도전을 거듭해온 퓨전 찌개집이라도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불변의 법칙을 무시할 순 없다. 부대찌개 맛집엔 반드시 있다는 모듬소시지, 폭찹이 인기메뉴로 손꼽히는 걸 보면, 남산터는 온고지신의 가르침을 결코 잊지 않았다.
 
 
_프리랜서 에디터 박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