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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체스 드 부르고뉴의 더블 매그넘이 아트와 만났다

섬세한 맥주의 끝 ‘듀체스 드 부르고뉴’의 더블 매그넘이 아트와 만났을 때.

BYESQUIRE2021.08.03
 
 

Spatium Spiritus

 
듀체스 드 부르고뉴 아트 컬렉션 세트 240만원.

듀체스 드 부르고뉴 아트 컬렉션 세트 240만원.

듀체스 드 부르고뉴의 복잡하고 섬세한 향미가 같은 가격대의 와인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보통의 애호가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딱 하나 밀리는 게 있다면, 그건 취기다. 6.2%의 알코올 도수 750ml로는 두 사람의 취기를 책임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3L짜리 ‘더블 매그넘’ 사이즈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문자 그대로, 1.5L인 매그넘 사이즈의 두 배인 이 보틀은 두 명을 흠뻑 취하게 하기엔 매우 충분하다.
 
압도적 위용의 ‘더블 매그넘’이 아트와 만나니 더욱 숭고하다. 듀체스 양조장의 대표 칼 페어헤게가 직접 나서 이 더블 매그넘에 추상예술의 옷을 입혔다. 자신의 친구인 추상예술가 로드 라페레에게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양조업계의 활성화를 위해 맥주를 주제로 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라페레는 친구를 위해 맥주의 기본 성분인 물, 맥아, 홉, 효모를 주제로 4개의 작품을 만들어주며 ‘스파티움 스피리터스(Spatium Spiritus)’라는 제목을 붙였다. 라틴어로 ‘마음을 위한 공간’을 뜻한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그 이름이 생각났습니다. 좋은 대화와 맥주, 그리고 예술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은 잃어버린 생기를 다시 찾을 수 있으니까요.”
 
라페레의 설명이다. 그의 작품 원본으로 장식한 듀체스 드 부르고뉴는 벨기에 맥주 마니아인 중국인에게 한화 약 1000만원에 판매됐고, 수익금은 세계보건기구에 기부돼 코로나19 극복에 쓰일 예정이다. 물론, 원본만 판매하는 건 아니다. 국내에서도 제품화된 이 거대한 컬렉터블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 원본이 붙은 건 아니지만, 인고의 시간을 버텨낸 듀체스 드 부르고뉴의 특별함은 똑같다. 혹시 당신이 듀체스 드 부르고뉴와 친하지 않다면, 보틀을 따고 나서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지금껏 한 번도 접한 적 없는 맥주의 향과 맛일 테니까.
 
‘와인 맥주’라는 이름답게, 잘 익은 포도향과 풍부한 체리향, 말린 자두의 달콤함과 살구씨에서 느껴지는 씁쓸한 맛이 입안을 맴돈다. 맥아와 홉만으로 이런 마법 같은 맛을 내는 비밀은 바로 효모다. 오크 배럴 안에 있는 자연 효모들이 부르고뉴의 공작부인 같은 섬세함을 조각한다. 자연이 만들어낸 비정형적인 맛은 인간의 수고로 다잡는다.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 18개월 숙성시킨 에일을 8개월 숙성시킨 비교적 젊은 에일과 블렌딩해 일정한 맛으로 조율한 뒤 2차로 숙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시큼한 첫맛을 뚫고 올라오는 과실의 달콤함과 풍성한 홉의 향취는 마시고 난 뒤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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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현유
  • PHOTOGRAPHER 정우영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