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보가 루이 비통 워치 앤 주얼리 앰배서더가 되고 첫 촬영인 거죠?
네. 광고 촬영은 해봤는데, 매거진 화보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앰배서더가 되기 전에 약간 걱정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루이 비통이 요즘 굉장히 트렌디하고 힙한 느낌이더라고요. ‘이런 감성이 나와 매칭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있었는데, 막상 옷을 하나씩 입어보고 시계 촬영을 해보니까 저랑 어울리는 무드가 있는 것 같아요.
스포티 테일러드 재킷, 커피 컵 백, 네크리스, 땅부르 스트리트 다이버 워치, 모노그램 스케이트 보드 모두 루이 비통.
그런 걱정도 하는군요. 뭔가가 안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하죠. 그건 거부감이나 두려움 같은 건 아니에요. 제가 10여 년 동안 일하면서 제 모습이 어떻게 비쳐지는지에 대한 객관화 작업이 되어 있잖아요. ‘이 정도까지는 소화 가능해’, ‘이걸 넘어가는 순간 많은 것이 필요해’ 그런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거죠. 이젠 제가 하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파악하게 되는 것 같고요.
오늘은 착장도 많아서 힘들었을 것 같아요. 아까 보니까 컷 끊어서 갈 때, 선 채로 눈을 지그시 감고 있기도 하더라고요.
생각보다 오래 걸리더라고요. 한 다섯 컷 찍을 때쯤 고비가 한 번 왔는데요. 그 뒤로는 또 괜찮았던 것 같아요. 지금도 괜찮고요.
화보 촬영 끝나고 진행한 영상 인터뷰에서 ‘지금 생각나는 노래 있느냐’는 질문에 마이클 부블레의 ‘Home’을 말씀하셨잖아요. 순간 제 머릿속에 그 선율이 흐르는데, 아 집에 되게 가고 싶구나, 그 마음이 손에 잡힐 것 같았어요.
(웃음) 렛 미 고 홈~.(머리 위로 양팔을 저으며 흥얼거리면서)
오늘요? 지금 들어가면 일단 저녁 먹고 오늘 하루 올림픽 경기들 어떻게 됐는지 챙겨 보겠죠. 그리고 게임 잠깐 하다가, 또 찍어야 하는 것들이 좀 있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볼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새벽이 되겠네요.
찍어야 하는 것들이라면 〈이민호필름〉(이민호의 유튜브 채널)?
스트라이프 반팔 셔츠, 팬츠, 캐니언 앵클부츠, 타이, 벨트, 미러 캡, 땅부르 스트리트 다이버 워치 모두 루이 비통.
직접 자료 찾아서 빌드업까지 하는군요. 사실 편집까지 민호 씨가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거든요. 영상 편집은 안 해본 사람은 알 수가 없는, 정말 상상하는 몇 배의 시간과 체력이 소모되는 작업이잖아요.
촬영하다 보면 현장에서 ‘아, 이건 꼭 써야지’ 하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막상 결과물을 보다 보면 놓치는 컷이 생겨요. 그런 걸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한 번 쭉 보는 거고요. 또 그걸 제가 순서대로 편집해서 나열해야 도와주시는 분들이 이해할 수 있더라고요. 제가 뭘 원하는지. 백번 얘기하는 것보다 그렇게 하면 더 명확히 설명이 되잖아요. 제 성격이 워낙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말로 설득하고 설명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딱 ‘이런 느낌이에요’ 하는 게 더 편한.
다른 누군가가 편집을 전담했다면 지레 뺐을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민호 씨가 피곤해서 식당에 앉자마자 눈을 껌뻑거리는 모습이라든지, 밤 산책을 하는 중에 어느 집 개가 짖어서 깜짝 놀라는 장면이라든지.
그쵸. 그런데 제가 그렇다고 제 것만 고집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일단 편집하는 분한테 그분만의 감성으로 편집을 해달라고 하고, 저도 제 나름대로 쓸 것들을 정리해서 편집해놓는 거죠. 그래서 두 편집의 좋은 점을 찾고 잘 섞으려고 해요.
영상들에서 특유의 일관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직접 관여를 많이 하는 데에서 나오는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초반 영상에는 즐겁고 화사한 영상에도 어떤 종류의 비애감이 감돌았던 것 같거든요. 기쁜 건지 슬픈 건지 모호한 에너지 같은 게.
사실 모든 일에 그런 양단의 감정이 공존하니까요. 저도 일할 때 좋은 것도 있지만 불편한 부분도 있고, 정말 행복할 때도 있지만 서글플 때도 있고. 제가 그렇게 양쪽 감정들을 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항상 그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테크니컬 미러 푸퍼 재킷, 팬츠, LV 트레이너 스니커즈, 네크리스, 땅부르 스트리트 다이버 워치, 모노그램 스케이트보드 모두 루이 비통.
(웃음) 저는 메시지가 명료하다고 느꼈는데요. 이민호가 차에서 내려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는 상승의 이미지가 있고, 그 사이사이에 지금껏 활동했던 모습들이 겹치고, 마지막에는 어두운 방 안에 이민호가 실루엣으로만 남아 있고.
모르겠어요. 팬들은 그걸 좀 잘 이해해주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 밖에서 수년간 쌓아온 나의 모습들이 있지만 집에 오면, 샤워를 하면서 내 몸을 씻어내면 나는 진짜 나로 돌아간다. 그런 의미였거든요.
영상에 나오는 집은 실제로 민호 씨 집인가요?
저번 주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올라오면서 카테고리가 세 개로 늘었더라고요. ‘무비로그’, ‘콜라보 로그’, ‘브랜드 필름’ 이렇게.
처음 시작할 때 카테고리는 네 개였어요. 단편영화 같은 것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랬는데… 지금은 일단 모르겠어요. 게을러서. 제가 1990년대 뮤직비디오 같은 단편영화의 감성을 좋아해서, 그런 걸 해보고 싶어도 요즘 시대에는 그런 기회가 많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요즘 감성으로 한 10분짜리 단편영화 같은 포맷으로 만들면 재미있겠다, 그 정도 생각은 하고 있어요.
이건 처음 듣는 얘기인 것 같은데요. 이렇게 저희가 독점으로 이민호 씨가 단편영화를 만들 거라는 소식을…
아니야, 아니에요!(웃음) 그렇게 거창해지면 안 되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너무 게을러서 언제 나올지도 몰라요. 1년 뒤에나 나올 수도 있고요.
네. 확장…. 그런데 사실 제가 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확장을 하겠다는 그런 마음은 없어서요. 요청이 들어오는대로 이것저것 해보면 사실 단시간에 많은 것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지금은 그냥 개인 작업 색깔이 강한 것 같아요.
역시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군요. 영상에서는 각 프로젝트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던데.
제가 이민호필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쨌든 ‘인물’이거든요. 주변 사람의 인간적인 매력, 좋은 어른이라는 측면, 혹은 제가 바라본 친구의 건강함, 성실함, 우리가 10년 넘게 각자의 길에서 해온 것들에 대한 책임감. 그런 것들에 대해 제가 느끼는 게 있으니까 시작되는 거죠. 마침 새 컬렉션이 나왔고, 또 신곡이 나왔으니까 같이 해볼까, 그렇게.
퍼 트리밍 스웨터, 네크리스, 땅부르 스트리트 다이버 워치 모두 루이 비통.
가장 중요한 건 인물이다. 그렇군요. 민호 씨가 워낙 가식이 없잖아요. 마음에 없는 소리를 잘 못하고. 그래서 예상치 못한 맥락에서 덜컥 그런 표현을 꺼내놓을 때 울림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 행복, 사랑’ 같은 이야기를 할 때.
제가 그런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야지, 잘해야지, 의도적으로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제 스스로 생각해봐도 의아하고요. ‘내가 왜 이렇게 됐지?’ 아마 많은 것이 조금씩 섞여서 생긴 자아가 아닐까 싶어요. 일단 배우라는 직업의 영향이 있었을 거고요. 진정성, 내가 어떤 인물이나 감정을 표현할 때 그건 진짜여야 하잖아요. 또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 한 컷, 한 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10대 때부터 접하다 보니까 거기서 배운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뭔가 계산하고 상업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그냥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각자 최선을 다하자, 그런 게 우선이 된 거죠. 그게 인간관계에도 자연스럽게 대입이 된 것 같고요.
*이민호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9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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