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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부터 <파친코>까지, 이민호가 말하는 이민호 연대기

이민호가 미처 말하지 않았던 것들. 이민호가 이제 보여주려는 것들.

BYESQUIRE2021.08.19
 
 

I'm not there 

 
MBC 다큐멘터리 〈DMZ 더 와일드〉에 노 개런티로 출연하셨잖아요. 그 행보도 이제 와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아, 어쩌면 이민호는 예전부터 늘 뭔가 새로운 일을 만들고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은 사람이었구나 하는….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아, 그래요?(웃음)
그때는 그냥 제가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를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괜찮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꼭 한번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애석하게도 다큐멘터리 팀은 예산이 없기 때문에 노 개런티로 진행하게 됐던 거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그냥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고, 10년 넘게 필드에서 일해오면서 뭔가를 작업해볼 수 있는 여건이 생겼기 때문에 그걸로 개인적인 충족을 해나가는 거죠. 뭔가 새로운 걸 만들겠어, 앞서나가겠어, 그런 생각은 전혀 없어요.
 
LV 왁스 피시테일 파카, 티셔츠, 네크리스 모두 루이 비통.

LV 왁스 피시테일 파카, 티셔츠, 네크리스 모두 루이 비통.

새로움에 대한 강박은 전혀 없군요.
그런 건 오히려 제 본업에 항상 있죠. 배우로서 항상 뭔가 다른,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좀 더 새로운 뭔가가 나와야 한다는 강박이 있으니까. 오히려 그래서 그외 영역에서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드라마 〈파친코〉의 고한수 역을 선택한 이유에도 그런 측면이 있다고 들었던 것 같아요.
일단 제가 30대 중반이 되고 나니까, 이제는 ‘진짜’를 추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동의할 수 없고, 그러니까 점점 더 힘들어지는 거죠. 대본을 보는 선택 기준도 그렇고, 결과물인 영상도 그렇고, 그 안에 들어가서 뭘 하고 있는 제 자신도 그렇고. 이제 진짜가 아니면 힘든 거예요. 그래서 고민이 많던 찰나에 〈파친코〉 오디션을 제안받았고, 대본을 봤을 때 확신이 들었어요. 이 작품이라면 내가 진짜로 해볼 수 있겠다. 한번 해보고 싶다. 그렇게 오디션을 봤으니까 또 잘됐던 것 같고요.
민호 씨 정도 되는 배우가 오디션을 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우선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안 했어요. 오디션 보러 가는 차 안에서 갑자기 그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아니, 잠깐만. 내가 오디션 갔다가 떨어지면 소문 나나?’ “이사님, 이거 잘못 생각한 것 같은데요?” 막 이러고.(웃음) 그냥 그때는 그런 것보다, 대본을 봤을 때 이 안에 일어나는 게 있었어요. 복합적인 감정이었죠. 외국 사람들의 눈으로 우리나라의 뷰를 찍는다면 새로울 것 같기도 했고. 우리나라 역사를 이렇게 큰돈을 들여서 외국 자본으로 찍는다는 측면에서는 ‘이건 해야겠는데?’ 그런 마음도 들었고요.
 
모노그램 펠트 코트, 티셔츠, 키폴 XS, 네크리스 모두 루이 비통.

모노그램 펠트 코트, 티셔츠, 키폴 XS, 네크리스 모두 루이 비통.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원작 소설이 메시지 차원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작품이기 때문에(〈파친코〉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삶의 터전을 일군 재일 교포와 그의 후손들이 겪는 차별을 다룬 작품이다) 더 부담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제가 아까 영상 인터뷰에서도 얘기했지만, ‘한다면 한다’ 약간 이런 게 있어서요. 일단 꽂히면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아요. 꽂혔다면 어쨌든 저는 해야 되고, 하기로 했다면 최대한 제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는 그런 부분이 있어요.
그간 악역은 많이 안 했던 것 같아요.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허준재가 사기꾼이긴 했지만 로빈 후드 같은 이미지였고, 영화 〈강남 1970〉의 종대도 안티히어로이긴 했지만 야망 저변에 가족이라는 대의가 있는, 속내는 따뜻한 캐릭터였고요.  
그렇죠. 저도 10년 넘게 ‘선’의 위치에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기 때문에 이제 악의 위치에 있는 역할이 더 끌리는 시기인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작품을 볼 때도 빌런을 더 매력 있게 여기기도 하고요. 의미 있는 악역이라면 저도 당연히 언제든 하고 싶죠. 사실 함께 작업하는 분들이 저더러 그런 말씀도 많이 해주셨거든요. 악당, 살인마 같은 캐릭터 하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뭔지 알 것 같아요. 종대가 버건디색 레더 블루종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서 “내가 달리는 데까지 다 내 땅이야!”라고 외칠 때, 저 캐릭터가 이 혼란 속에서 더 미쳐버렸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되는 측면이 있었거든요.
맞아요. 제가 종대를 그렇게까지 미친 사람으로는 표현을 안 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의 이민호는. 그때도 제 나름대로는 최고치로 표현했지만 그보다 어떤 책임감 같은 게 있었던 거죠. 20대의 이민호는 사실 책임감 같은 걸 많이 느끼면서 살았고, 영화 안에서도 그런 책임감을 가졌던 것 같아요. 종대라는 인물을 통해서. 지금 종대를 다시 연기한다고 하면 아마 그 포인트부터 완전 미친 사람이 되게끔 연기를 할 것 같아요. 지금의 이민호가 표현을 한다면 책임감을 벗어던지고, 아예 악으로 가는 종대를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거죠.
 
스트라이프 셔츠, 모노그램 워크웨어 데님 팬츠, LV 트레이너 스니커즈, 소프트 트렁크 백, 네크리스 모두 루이 비통.

스트라이프 셔츠, 모노그램 워크웨어 데님 팬츠, LV 트레이너 스니커즈, 소프트 트렁크 백, 네크리스 모두 루이 비통.

사실 죄송한 게 제가 〈파친코〉 소설을 못 읽고 나왔어요. 인터뷰에서 그 작품 얘기를 많이 하면 안 된다고 들어서. 고한수 캐릭터는 어떨까요? 시놉시스로 보기에는 악과 선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인물일 것 같더라고요.
한수는 누가 봐도 악처럼 느껴지는 인물이죠. 악인인데, 그럼에도 계속 눈길이 가는 악인. 사정을 보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도 되지만 그럼에도 ‘나쁜 놈’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그런 캐릭터인 것 같아요.
우연찮게 질문이 절묘하게 연결됐는데요? 〈파친코〉 속 민호 씨가 굉장히 기대되도록?
(웃음)
전작인 〈더 킹: 영원의 군주〉 속 이곤에 대해 얘기한 인터뷰도 인상 깊었어요. ‘백마 탄 왕자 이미지가 있다면 끝까지 한번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맡은 거라고 했죠.
사실 제가 드라마 〈꽃보다 남자〉 전에는 항상 못사는 역할만 했었거든요.(웃음) 〈꽃보다 남자〉에서 처음 부자 역할을 했는데, 그것도 제가 어떤 이미지를 얻고 싶어서 한 선택이 아니었어요. 그냥 그때는 절박했고, 주연이라는 기회를 얻고 싶었고, 그래서 오디션을 보고 합격한 거죠. 의도치 않게 그 이미지를 갖게 된 거예요. 드라마 〈상속자들〉을 하게 되면서 또 그 이미지가 배가됐고요.  
 
타탄 체크 코트, 팬츠, 캐니언 앵클부츠 모두 루이 비통.

타탄 체크 코트, 팬츠, 캐니언 앵클부츠 모두 루이 비통.

그때는 기회를 좇은 건데, 그 기회가 우연히 다 부자 이미지였던 거네요.
그렇죠. 사실 〈꽃보다 남자〉 때만 해도 저한테 진짜 안 맞는 옷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실제로 잘사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있어 보이고, 재벌처럼 보이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젓가락질 하나까지 다시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어쨌든 그런 이미지를 갖게 됐고, 그렇게 한 10년을 살다 보니까 또 알게 되더라고요. ‘이런 이미지도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구나.’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그런 이미지에 종지부를 찍고 온전히 놓아줘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그때 만난 게 〈더 킹: 영원의 군주〉였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그 작품으로 ‘백마 탄 왕자’ 역할을 졸업하려고 생각한 거예요.
졸업. 배우 이민호의 커리어에서 그런 역할은 이제 더 없는 거군요.
20대 때도 했고 30대 때도 했잖아요. 30대 후반, 40대 때도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결이 좀 다르겠죠. 좀 더 현실적인, 그 나이대에 맞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처절한 사랑이라든지,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사랑이라든지. 여자 주인공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나타나서 구해주는 그런 이야기는 이제 없겠죠. 주인공들도 나이가 있으면 그런 위기에 잘 봉착하지 않기도 하고,(웃음) 또 요즘은 여성들이 남자를 구해주기도 하기 때문에. 사랑 얘기를 하더라도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싶어요.
 
*이민호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9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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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ASHION EDITOR 윤웅희
  • FEATURES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박종하
  • STYLIST 정혜진
  • HAIR 이민
  • MAKEUP 이이슬
  • SET STYLIST 다락
  • ASSISTANT 이하민/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