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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가 '인생 3번의 터닝 포인트'에서 직접 느낀 것

우리가 함께한 기분 좋은 시간이 끝나갈 때쯤, 그녀는 사랑할 거라고 말했다. 어제의 혜리도, 오늘의 혜리도, 내일의 혜리도.

BYESQUIRE2021.08.20
 
 

오늘의 혜리도,

내일의 혜리도

 
이제 연예계 생활 11년 차인 혜리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확연한 터닝 포인트들이 보여요. 3개를 꼽자면 〈진짜 사나이〉, 〈응팔〉 그리고 〈놀라운 토요일〉(이하 〈놀토〉)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고 보니 예능, 드라마, 예능 순이네요. 이제 드라마가 터질 차례네.(웃음) 예능과 드라마에서 모두 큰 사랑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제는 알거든요. 그래서 ‘난 정말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진짜 사나이〉 전에도 그전까지의 가수 커리어 중 정점에 다다르던 시점이었어요. ‘여자대통령’, ‘기대해’, ‘Something’ 등이 큰 사랑을 받고 있을 때, 〈진짜 사나이〉까지 엄청난 인기를 끈 거죠. 그때 검색창을 들여다본 게 다 기억나요. 3일 동안 검색어 1위를 했거든요. ‘이런 일이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너무 재밌었죠. 인터넷이든 티브이든 제 얘기가 계속 나왔으니까요. 당시 이미 아이돌 4~5년 차였지만, ‘유명해진다는 게 이런 기분인가’라는 생각도 했고요. 〈진짜 사나이〉를 찍을 때는 정말 힘들었거든요. 말로 못 할 정도로 힘들어서 카메라가 켜져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했으니까요.(웃음) 그러나 그 고통에 비해서도 제가 받은 사랑은 훨씬 크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화이트 셔츠, 블랙 재킷 모두 디올. 이어링 페르테.

화이트 셔츠, 블랙 재킷 모두 디올. 이어링 페르테.

더 큰 사랑을 받는 일이 벌어졌죠.(웃음)
사실 〈응팔〉 전에도 한 세 작품 정도 출연하긴 했어요. 다만, 〈응팔〉의 반응은 그때와 비교할 수가 없었죠. 전 사실 응답하라 시리즈에 오디션을 보러 가는 줄도 몰랐어요. 오디션 미팅을 갈 때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그게 그 시리즈가 아닌 줄 알았죠. 아니 알긴 했지만 제대로 알진 못했다고 하는 게 정확하려나요. ‘내가 응답하라 오디션을 본다고? 그 응답하라 시리즈? 조연 자리라도 비었나?’ 정도의 마음이었거든요. 제가 맡을 역할도 메인 스토리의 주인공이 아닌 서브 스토리의 주인공 정도인 줄 알았어요.
성보라 역할의 류혜영 씨와 비슷한 포지션인 줄 알았군요.
그 역할이 작다는 건 아니지만, 딱 그 느낌의 역할이 제게 올 줄 알았던 게 사실이에요. 아, 지금 질문을 받고 그때를 생각하니까 정말 그때의 저는 정말 순수했고, 세상에는 고마운 일이 넘쳤던 것 같아요. 〈진짜 사나이〉에서 〈응팔〉까지 20대 초반의 저는 열정도 넘치고, 정말 귀여웠어요.
그 나이 때에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가 있잖아요.
맞아요. 너무 귀엽죠.
그 나이 때는 자신들이 뿜어내는 귀여움과 에너지가 얼마나 큰지 모르거든요. 또 그 당시에 그걸 모르니까 그런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는 거기도 하고요.
 
블랙 재킷 미우미우.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 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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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귀여움? 혹은 에너지에 온 국민이 반응한 거죠. 경험이 쌓이면 카메라에 본인이 어떻게 찍히는지 다 알 텐데, 그땐 전혀 모르는 상태였죠.
맞아요. 카메라를 의식할 수 없을 때 한 작품이죠. 〈진짜 사나이〉도, 〈응팔〉도요. 어떠한 의식도 하지 않을 때의 모습이 정말 순수한 모습이니까.
〈놀토〉의 혜리는 어떻게 기억하세요?
사람들마다 인생의 특정한 시기를 지나잖아요? 원하는 만큼 뭔가를 채우는 시기가 있고, 욕심은 있지만, 그 욕심만큼 채우지 못하고 지내는 시기가 있고요. 〈놀토〉를 하기 직전은 제 나름대로 고민이 정말 많은 시기였어요.
뭐에 대해서요?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뭘까, 그런 생각?
아, 그렇게 원점으로 돌아오는 때가 있죠.
한 인간으로서 또 직업인으로서 그런 고민이 많은 때였어요. 저만 그 시기에 고민이 많았다고 하는 말은 아녜요. 누구나 고민이 있고, 또 고민을 하는 게 좋을 때도 있지만, 당시의 저는 고민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놀토〉는 어떤 의미에서 ‘너의 그 고민 다 쓸데없어’라는 걸 깨닫게 해준 예능이에요.
그 프로그램을 2년 6개월 가까이 이끌어왔죠. 그래도 그렇게 주기적으로 스케줄이 잡히는 프로그램을 하면 생활에 리듬이 생기죠.
맞아요. 그게 2주에 한 번씩 찍는 거였지만, 생활 리듬이 뭐랄까, 좀 건강해지는 면이 있더라고요. 게다가 〈놀토〉는 2주에 한 번 찍어서 부담도 적었어요.
전 〈놀토〉의 혜리가 바르셀로나 FC의 리오넬 메시처럼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봤어요. 정말 자기 마당처럼 마음껏 놀았으니까요.
제가 그렇게 길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말하고 싶어요. 그건 함께하는 패널들과 그걸 만들어주는 제작진들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에요. 신뢰하지 않으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마음껏 놀 수가 없어요. 그만두면서도 ‘내가 다시 이런 판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으니까요. 하면서 불만이나 걱정, 누군가를 못 믿는 순간이 전혀 없었거든요. 근데 그게 쉽지 않은 거더라고요. 특히 예능에서는요. 
 
블랙 재킷, 블랙 스커트, 슈즈, 이어링 모두 알렉산더 맥퀸.

블랙 재킷, 블랙 스커트, 슈즈, 이어링 모두 알렉산더 맥퀸.

맞아요. 예능은 시청률만 노리고 편집하다 보면 큰일이 나는 수가 있지요.
피디님들 얘기 들어보면 “안 돼! 이건 우리 배우에게 흠집 나는 일이야”라며 시청률의 유혹을 뿌리쳐야 하는 경우가 있긴 하대요. 그것도 제작진 입장에서는 정말 내리기 힘든 결정이죠 사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놀토〉 제작진이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너무 고마운 제작진이네요. 잠깐 아까 답변 때문에 생각났는데요, 스물에서 스물세 살의 혜리. 귀엽고 에너지 넘치고 순수한 〈진짜 사나이〉부터 〈응팔〉까지의 혜리보다 지금의 혜리가 더 좋은 면도 있죠?
그럼요. 그때의 ‘나’도 좋고, 지금의 ‘나’도 좋고, 내일의 ‘나’도 좋을 거예요.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돌이켜본다는 게 전 좀 어렵더라고요. 그럼에도 늘 객관성을 가지고 저를 보려 노력해요. 지금 잠깐 객관적인 입장이 되어보자면, 지금 한 인터뷰를 5년 후에 본다면 ‘어? 내가 스물여덟 살 때 이런 말을 했어?’라며 어이없어 하겠죠?(웃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라며 
서른세 살의 저는 ‘참 내, 누굴 보고 귀엽대. 지금 그 말을 하는 스물여덟 살의 너도 충분히 귀여워’라고 생각할 게 뻔해요. 이건 누구나 다 그럴 거예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누구나 ‘지금의 나’가 누구인지 모른 채 그냥 살아가고 있는 셈이죠.
 
*혜리의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9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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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박종하
  • STYLIST 최자영
  • HAIR 소희
  • MAKEUP 이명선
  • ASSISTANT 윤승현/ 강슬기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