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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가 신작 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를 찍으면 생각한 것들

우리가 함께한 기분 좋은 시간이 끝나갈 때쯤, 그녀는 사랑할 거라고 말했다. 어제의 혜리도, 오늘의 혜리도, 내일의 혜리도.

BYESQUIRE2021.08.20
 
 

오늘의 혜리도,

내일의 혜리도

 
오늘 촬영 내내 매니지먼트며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들이랑 친구처럼 장난 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웃었어요. 주변에 있는 사람을 정말 기분 좋게 하는 마력이 있어요.
다행이에요. 야외 촬영인데 날씨가 우중충하니까 스태프분들 기분이라도 좋아졌으면 했거든요.
사실 촬영장에 도착할 때만 해도 기운이 좀 없어 보였어요. 그러나 웬걸, 메이크업을 마치고 슈팅에 들어갈 때가 되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더라고요.
메이크업을 하고 얼굴이 달라졌다는 말인가요?(웃음)
아뇨. 아름다운 건 똑같죠. 텐션이 바뀌었어요. 엄청난 하이 텐션으로요.
제가 차에서 정말 잘 자거든요. 촬영장에 오기 직전까지 차에서 자느라 깨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블랙 니트 톱, 블랙 스커트 모두 디올. 실버 이어링 르이에. 실버 이어 커프 페페쥬.

블랙 니트 톱, 블랙 스커트 모두 디올. 실버 이어링 르이에. 실버 이어 커프 페페쥬.

요새 신작 촬영이 한창이라 피곤할 텐데, 바뀌는 모습을 보고 살짝 존경스러웠달까요?
솔직히 시간에 쫓겨 피곤하진 않은데, 더워요.
아! 게다가 한복을 입잖아요.
맞아요. 요새 촬영장에선 한복을 입어야 하는 데다가 거의 다 실외 촬영이라… 더워요. 밖에서 정말 열심히 뛰어다니는 중이랍니다. 오늘도 야외 촬영이 잠깐 있었잖아요. 스타일링 스태프가 “너무 더워서 어떻게 해요?”라며 걱정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러나 오늘 촬영 정도는 전혀 무리가 아니라서 걱정 마시라고 답해드렸어요. 지난 한두 주는 35℃를 넘나드는 땡볕에서 슈팅을 했으니까요.
촬영 중인 신작 제목이 참 좋아요. 〈꽃 피면 달 생각하고〉라니.
저도 제가 지금까지 촬영한 드라마 제목 중에 가장 서정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하다고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드라마다운 제목은 〈그들이 사는 세상〉, 〈괜찮아, 사랑이야〉 이런 식이거든요. 제가 출연한 드라마들은 이런 작품들보다는 좀 더 발랄한 제목이 많았죠. 그런데 주변 분들이 이번 작품 제목을 많이 헷갈리시더라고요. ‘꽃피는 봄이 오면’이라고 하신 분도 있고, ‘달 뜨면 술 생각하고’로 기억하시는 분도 있었어요.(웃음)
‘달 뜨면 술 생각하고’는 말이 딱 들어맞아서 헷갈리더라도 이해해줘야겠어요. 달 뜨면 술 생각 꼭 나니까요.(웃음) 실은 그 제목이 조선의 시인 이정보의 시구 일부지요?
맞아요. 시놉시스를 받고 바로 작가님께 제목에 대해 여쭤봤더니 그 시를 알려주셨어요.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 꽃 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 생각하네. 언제면 꽃 아래 벗 데리고 완월장취 하려뇨.’ 정말 좋더라고요. 우리 드라마 분위기와 이 시가 품은 느낌이 너무 잘 어울려요. 연기할 때 시의 분위기를 마음에 품고 계속 상기하며 연기해요.
 
드레스 미우미우. 이어링 페페쥬.

드레스 미우미우. 이어링 페페쥬.

소설이나 영화의 첫머리에 전체의 분위기를 아우르는 시 등을 제사(題詞)로 쓰곤 하죠. 이 작품은 제목이 그런 역할을 하네요.
연기를 하다 보니, 드라마 전체에 이 시가 녹아 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어요.
작품 콘셉트도 재밌어요. 금주령 시대에 밀주를 파는 젊은 처자의 역할이죠.
술 빚는 여자 ‘강로서’ 역으로 등장해요.
심청이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을 던졌지만,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는 강로서는 집안 빚을 갚겠다고 술을 빚어 팔아요. 능동적이고, 독립적이고, 모던한 캐릭터라는 예상을 해봅니다.
일단 로서는 굉장히 씩씩하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데다, 똑똑한 아이예요. 그리고…맞아요, 정말 용감해요. 저는 로서가 제게 와서 참 감사했어요. 촬영을 하면서도 (지금까지 연기자 이혜리의 모습과는 다른) 뭔가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설렘이 있어요.
예전에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내가 맡은 캐릭터들에선 모두 혜리가 보인다고들 하지만, 사실 나는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그 캐릭터들에게서 배운다’라는 대답을 한 게 인상 깊었어요.
(웃음) 그렇게 들으니 말을 참 멋들어지게 정리해주신 것 같아요.
제가 이렇게 쓴 건 아니고요. 당시에 인터뷰한 기자가 잘 써놨는데 축약을 했을 뿐입니다.(웃음)
사실 전 감사하게도 자연인 혜리의 품성을 투영해서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런데 사실 연기를 하다 보면 나와 캐릭터의 차이점이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예를 들면 〈간 떨어지는 동거〉에서 이담의 역할을 연기하면서 ‘어, 이담은 나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참 여러 번 했거든요. 그럴 때 이담에게 배워요. 담이는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친구거든요. 담이와 마주치는 누구든, 담이를 만나든 누구든 솔직하고 편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죠. 그럴 때 저는 이담을 연기하면서 그 캐릭터의 성품을 배워요.
 
하운드투스 패턴 재킷, 화이트 셔츠, 팬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골드 이어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운드투스 패턴 재킷, 화이트 셔츠, 팬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골드 이어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럼 지금 로서한테는 어떤 배울 점이 있나요?
로서는 저도 이제 막 공부하는 중이에요. 뭘 배워야 할지는 좀 더 있어봐야 알 것 같아요.
많은 정보가 없지만,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종합해보자면, 백 냥 빚을 갚아보겠다고 술을 빚어 파는 가난한 양반 처자가 혜리 씨가 연기하는 강로서이고, 그녀에게 술을 사는 사람 중 하나가 왕세자 이표(변우석 분)인 거죠. 이런 밀주 거래를 잡아야 하는 역할이 사헌부 감찰 남영, 곧 유승호 씨의 역할이고요. 그리고 우연히 엮이는 조선의 귀족 가문 무남독녀 외동딸이 한애진(강미나 분)이고요.
맞아요. 그 네 명의 청춘 남녀가 얽히고설키며 이야기를 만들어요. 이 드라마가 참 재밌는 점 중 하나가 장르를 특정하기 힘들다는 점인 듯해요. 주변에서 ‘무슨 장르냐’고들 물어보시는데, 딱히 답할 수 있는 장르가 없어요. 무척 복합적이에요. 눈을 즐겁게 하는 사극의 볼 재미 외에도 드라마, 코미디, 로맨스 등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재미도 풍성하거든요. 게다가 네 명의 청춘 남녀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너무 촘촘해서 한 번 보면 반드시 빠져들 겁니다.
배경은 ‘조선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주령의 시대’죠. 찾아보니 영조가 사도세자 때문에 강력한 금주령을 내린 게 18세기 중반이더라고요.
그건 맞아요. 그런데 그때만이 아니라, 조선시대에는 쌀 수확량이 적을 때면 금주령을 내리고 수확량이 회복되면 풀고를 반복했다고 해요. 저희 작품은 ‘가장 강력한 금주령이 있었던 때입니다’라는 설정만 따왔을 뿐이라, 정확히 어느 시기라고 특정할 수는 없어요.
로서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힘을 쏟는 점은 무엇일까요?
로서는 단편적으로 해석하면 자칫 단순하게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해요. 저는 이 친구의 세계와 사고를 좀 확장시키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실제로 로서를 표현하는 텍스트만 놓고 보면 제 이미지와 비슷한 면도 있어서, 배우 혜리의 이미지에 로서가 갇히지 않도록 열어두는 작업이기도 하죠.
 
튜브 톱 드레스 포츠 1961. 슈즈 프라다.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 르이에.

튜브 톱 드레스 포츠 1961. 슈즈 프라다.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 르이에.

결국 두 남녀 주인공들이 어떻게든 만날 텐데, 남자와 여자 사이의 긴장감이 어떻게 표현되느냐 또 배우들 간의 케미스트리가 중요할 것 같아요.
저는 영화로는 사극을 한 번 해보긴 했지만, 드라마에선 처음이거든요. 사극이라고 하면 남녀의 긴장감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 반대로 ‘더 팽팽해야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연기를 하면서 극에서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생각해보면 현대에는 남녀 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양하고, 더 적극적이잖아요. 조선시대는 그래서 그런 절제된 장면 속에 더 팽팽하게 그 긴장감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해석이 맞네요. 지금은 ‘포차’에서 옆 자리에 있는 이성에게 말을 거는 게 일상의 사건이지만, 조선시대 주막에서 낯선 이성과 합석해 술을 마셨다면, 어마어마한 사건이죠.
맞아요. 딱 그런 점에서 긴장감을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영화 사극은 〈물괴〉가 첫 번째였죠. 〈간 떨어지는 동거〉는 첫 번째 로맨틱 코미디였고요. 이번 작품은 첫 번째 드라마 시대극이죠. 어떤 차이가 있나요?
사실 ‘사극이라서’, ‘로코라서’ 다른 점은 생각보다 크지 않아요. 어떤 작품이든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있거든요. 그게 배우가 작품을 구체화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혜리의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9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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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가 '인생 3번의 터닝 포인트'에서 직접 느낀 것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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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박종하
  • STYLIST 최자영
  • HAIR 소희
  • MAKEUP 이명선
  • ASSISTANT 윤승현/ 강슬기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