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이진욱이 차기작을 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행복'이라고 했다

읽는 사람. 잘 쓰고자 하는 사람. 끓는 에너지에 대해 말하는 사람. 그럼에도 행복이 최우선이라는 사람. 여전히 재미있다며, 신기하다며, 오랜 직업에 새삼 감동하는 사람. 짧은 대화에도 비치는 이진욱의 깊은 면면들.

BYESQUIRE2021.08.24
 
 

What He's Made of

 
장르나 캐릭터보다는 작품을 많이 본다고 했어요. “작품이 좋으면 당연히 캐릭터도 좋아질 것이다” 그렇게 얘기했는데, 여전히 유효할까요?
그렇기도 하고요. 어떤 때는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하게 될 때도 있죠. 뭔가를 표현하고 싶다거나, 내가 이런 캐릭터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보고 싶다거나, 아까 말한 것처럼 어떤 에너지를 쏟아붓고 싶다거나.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죠.
그때그때 다르군요.
행복이 제일 중요하고.
 
마이크로 펜디 패턴의 블루 실크 셔츠, 웨이스트 라인에 마이크로 펜디 로고 패턴을 더한 블루 울 팬츠, 블루 나일론 로톱 스니커즈 모두 펜디.

마이크로 펜디 패턴의 블루 실크 셔츠, 웨이스트 라인에 마이크로 펜디 로고 패턴을 더한 블루 울 팬츠, 블루 나일론 로톱 스니커즈 모두 펜디.

갑자기 그렇게 따뜻한 표현을?(웃음)
다 제가 행복하려고 하는 거니까요. 이 캐릭터로 내 부족한 부분을 채우자, 그러면 작품이 잘 안 돼도 저는 행복한 거예요. 물론 작품이 잘되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지만, 잘 안 되더라도 지나치게 실망하지는 않는 거죠.
필모그래피는 많이 신경 쓰는 편일까요?
그렇게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아요. 제가 필모가 되게 중구난방인 배우인데.
‘중구난방’이라고 하면 좀 그러니까 ‘갈지자 행보를 그렸다’ 정도로 할까요?
(웃음) 네. 예측할 수 없는? 필모의 흐름을 신경 쓴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제 남은 시간은 좀 가져야 할 것 같기는 해요. 좋은 작품으로 대중에게 좋은 배우로 남고 싶으니까요. 신뢰할 수 있는 배우. ‘저 배우가 택하는 작품은 그래도 뭔가 있다’는 느낌을 주는 배우.
 
마이크로 펜디 패턴의 블루 실크 셔츠, 웨이스트 라인에 마이크로 펜디 로고 패턴을 더한 블루 울 팬츠, 블루 나일론 로톱 스니커즈 모두 펜디.

마이크로 펜디 패턴의 블루 실크 셔츠, 웨이스트 라인에 마이크로 펜디 로고 패턴을 더한 블루 울 팬츠, 블루 나일론 로톱 스니커즈 모두 펜디.

그렇게 다양한 작품을 하신 것치고는 멜로 이미지로 많이 남은 것 같다는 말씀도 한 적 있어요.
맞아요. 다른 작품들도 많이 했는데, 제 경우에는 멜로를 많이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좋아하는 모습으로 많이 기억된 것 같고. 그런데 이제 장르물을 좀 많이 한 후로는 장르물만 하는 줄 알기도 하고. 이제 그만해야 할까 봐요.(웃음)
드라마 〈보이스〉에서 더 이상 진욱 씨를 못 본다는 걸 아쉬워하는 팬이 많은 것 같던데요.
그건 제가 시즌2 시작할 때도 그랬어요. 저 별로라고, 장혁 형(시즌1 주연) 데리고 오라고. 그건 시즌제 드라마의 주인공이 바뀌면 초반에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승헌이 형(배우 송승헌)이 너무 멋있게 잘하고 계신 것 같고요. 저도 물론 아쉬움이 있지만,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거죠.
멜로 이미지는 진욱 씨가 워낙 잘하셔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는 정말 짧게 출연했는데 그 신이 희대의 명장면으로 남았잖아요.
배우가 본인이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의 차이를 명확히 알고 잘하는 것에 주력할 필요가 있죠. 저도 어쩌면 멜로에 좀 더 집중을 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뷰티 인사이드〉의 경우에는 그렇게 생각하기도 해요. 제가 러닝타임 내내 나왔으면 별로 안 좋아했을 것 같다는.(웃음) 잠깐 나왔기 때문에 임팩트가 있었던 것 아닐까요?
 
옐로 파이핑 디테일의 베이지 울 재킷, 니들 펀치 자수로 장식된 모헤어 니트, 마이크로 펜디 로고 패턴의 그레이 실크 셔츠, 옐로 파이핑 디테일의 베이지 울 팬츠, 골드 톤의 엠보싱 FF 바게트 모티프 장식 링 모두 펜디.

옐로 파이핑 디테일의 베이지 울 재킷, 니들 펀치 자수로 장식된 모헤어 니트, 마이크로 펜디 로고 패턴의 그레이 실크 셔츠, 옐로 파이핑 디테일의 베이지 울 팬츠, 골드 톤의 엠보싱 FF 바게트 모티프 장식 링 모두 펜디.

그런데 저는 이번에 진욱 씨 SNS나 인터뷰를 돌아보고, 다시 그 장면을 보니까 달리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그냥 잘생겼다 멋있다가 아니라, 이진욱이라는 사람이 가진 매력이 그 순간에 아주 잘 뿜어져 나온 것 같았달까요. 아주 남성적이면서 개구쟁이 같은 면이 있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그래요? 배우는 평소에 뭘 생각하고 사느냐가 드러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뷰티 인사이드〉의 그 신에서는 뭔가를 많이 담아내려고 하면 잘 담기지도 않고 복잡해지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단순하게, 대본에 쓰여 있는 느낌만 잘 표현해도 됐던 것 같아요.
BH 엔터테인먼트에서 이것저것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고 있기도 하고, 최근에는 진욱 씨가 어떤 사람인지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 같아요.
회사가 요즘 워낙 분위기가 좋고, 저한테 편안한 느낌도 잘 찾아줘서요. 저도 나이가 들면서 예전보다 좀 편안해진 것도 같고.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법도 그동안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그렇게 느꼈을 것 같아요).
편해져서. 우리가 모르는 이진욱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얘기처럼 들리네요.
그럼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배우가 개인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데에 딜레마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배우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를 때는 연기를 보면서 ‘아 저 캐릭터가 저런가 보다’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거든요. 하지만 개인적인 부분이 너무 많이 노출된 상태에서 연기를 하면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 왜 친구가 TV에 나오는 걸 보면 이상한 것처럼. 안 그래도 제가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제가 대외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게 팬들한테는 좀 서운할 수 있겠죠. 그래도 배우로서는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게 돼요.
어떤 얘긴지 알 것 같아요. 제가 감명 깊게 읽은 크리스천 베일의 인터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자기는 이런 홍보 인터뷰가 싫다고. 이걸 읽고 영화를 보면 다들 ‘저기 30kg을 뺀 크리스천 베일이 있네’ 할 거라고 말이죠. 트레버 레즈닉이라는 캐릭터를 보는 게 아니라.
맞아요. 제가 크리스천 베일처럼 메소드 연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100% 공감해요. (연기를 하면) 관객의 시선을 어떤 방향으로 몰아서 물꼬를 트는 느낌이거든요. 통로를 만드는 거죠. 그런데 배우의 개인적인 면이 너무 많이 드러나면 그게 어려워져요. 제가 친구들이나 회사 사람들과 있을 때는 웃기고, 말도 잘하고, 재미나거든요? 그런데 과연 그런 걸 대중이 알아야 할까 싶은 거죠. 그건 배우인 저뿐만 아니라, 작품을 보는 대중에게도 마이너스인 거니까.
 
마이크로 펜디 로고 패턴과 퀼팅 디테일의 멀티컬러 리버서블 코트, 오버사이즈 FF 로고가 장식된 화이트 캐시미어 니트 톱, 마이크로 펜디 로고 패턴의 퀼팅 버뮤다팬츠, 퍼 장식의 펜디 포스 바이커 부츠, 펜디 레터링 메탈 네크리스, FF 모티프 장식 실버 링 모두 펜디.

마이크로 펜디 로고 패턴과 퀼팅 디테일의 멀티컬러 리버서블 코트, 오버사이즈 FF 로고가 장식된 화이트 캐시미어 니트 톱, 마이크로 펜디 로고 패턴의 퀼팅 버뮤다팬츠, 퍼 장식의 펜디 포스 바이커 부츠, 펜디 레터링 메탈 네크리스, FF 모티프 장식 실버 링 모두 펜디.

배우가 곧 연예인인 시대라서, 딜레마가 있겠군요.
제가 연예인이랑은 안 맞아요. 언제나 하는 얘기지만, 진짜 안 맞아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랑은.
네. 제가 주목받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누가 지나친 관심을 가지면 불편해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연예인 할 성격은 아닌 것 같거든요. 배우는 좋죠. 작품 활동 하고, 드라마 만들고, 영화 만들고 이러는 건 되게 재미있어요. 오늘 같은 이런 작업도 되게 재미있고요.
15년 동안 한 분야에서 일해온 사람이 이렇게 막 팔을 휘둘러가면서 ‘되게 재미있다’고 하는 광경에도 좀 감동적인 요소가 있네요, 저한테는.
신기해요. 제가 아직 연기를 하는 게. 현장에 가거나 배우를 보는 것도 다 신기하고요. 아마 평생 신기할 것 같아요.
 
*이진욱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9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진욱이 수염을 잔뜩 길렀던 이유, 그리고 말끔히 정리한 이유 보러가기 

Keyword

Credit

  • FASHION EDITOR 고동휘
  • FEATURES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김희준
  • STYLIST 이하정
  • HAIR 이에녹
  • MAKEUP 이봄
  • PROP STYLIST 이선화
  • ASSISTANT 이하민/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