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팬데믹 세대'에게 물었다. 지금 여러분의 마음이 괜찮은가요?

팬데믹에도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다만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졌을 뿐이다. 모든 것이 비대면이 된 가운데, 20학번과 21학번 대학생들은 이전 시대 대학생들에 비해 더 비관적이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까? <에스콰이어 코리아>와 <코스모폴리탄 코리아>가 그들에게 직접 묻기로 했다. 팬데믹 세대, 지금 안녕한가요?

BYESQUIRE2021.09.02
 
 

PANDEMIC GENERATION 

 

팬데믹 세대가 궁금해 

스물이란 뭘까? 한국 사회에서 스물은 특별하다. 한 손에 컴퓨터용 수성 사인펜을 들고 무한 경쟁의 도로를 달려가던 다수의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해 잠시 한숨을 쉬는 시기이며, 합법적 경험의 다양성과 밀도가 특이점을 찍는 시기다. 우리는 이 시기에 팬데믹을 통과해야 했던 세대가 다른 세대와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가 없었더라면 음주가무의 세계를 탐험하고, 성인의 인간관계를 쌓으며 울고불고 난리 블루스를 쳤을 감정 격변의 시기를 겪어보지도 못한 대학생들, 여행부터 교환학생까지 더 넓은 세상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박탈당한 20대 초반 대학생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모든 언론이 궁금해했다. 일부 언론은 이들을 ‘코로나 학번’이라고 칭했다. 동기는 물론 선후배와 교수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접하지 못하고 비대면이 위주가 된 대학 생활을 경험했기에 향후 ‘고립된 세대’가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들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고, 한 지역 언론사는 이들을 향해 ‘저주받은 세대’라고까지 말했다. 그런 기사를 접한 한편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겉으로는 “동기들아 보고 싶다, 어서 대면 수업 했으면”이라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제발 비대면!’을 외치는 캐릭터 짤이 흥했다. 스스로를 20, 21학번이라고 칭하는 인터넷 세상 속 댓글러들은 “ㅋㅋㅋ 완전 공감”을 찍어냈다. 요즘 대학생들의 필수 앱이라는 ‘에브리타임’의 분위기도 비슷한 듯 달랐다.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의 에브리타임에는 ‘미개봉 중고 게시판’이 있는데, 여기 모인 20학번들은 자조하듯 서로를 ‘미개봉 중고’라고 불렀다.
 
그 해학을 보며 생각했다. 언론이 이름 붙인 ‘코로나 학번’들은 사실 잘 지내고 있는 건 아닐까? 정말 20학번, 21학번은 팬데믹으로 인해 정신 건강까지 고통받고 있는 ‘고립된 세대’일까? 아니면 그 나이대 특유의 긍정 에너지로 각종 문제점을 딛고 나름 즐겁게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는 걸까? 우리는 일명 코로나 학번보다 조금 넓게 이 감염병 유행의 시기에 대학을 다닌 2018년 입학 학번부터 2021년 입학 학번까지를 ‘팬데믹 세대’라 이름 붙였으며 그중에서도 아예 대면 대학 생활을 누려보지 못한 20, 21학번에 주목했다. 〈에스콰이어 코리아〉는 〈코스모폴리탄 코리아〉와 손잡고 다양한 방법으로 팬데믹 세대의 진짜 목소리를 살펴보기로 했다. 20, 21학번은 다른 세대에 비해 안녕하지 못할까? 만약 이전 세대의 대학생들에 비해 안녕하지 못하다면, 어째서일까? 그들은 또 자신의 세대에 대해 어떤 솔직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동아리가 없었으면 어쩔 뻔! - 가톨릭대학교 21학번 임소연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저희 학교는 거리두기를 꽤 강력하게 지켜요. 대면 수업 자체가 거의 없고 혹시 하더라도 널찍이 떨어져 앉는 건 기본이죠. 그걸로도 모자라 조를 나누어서 격주로 번갈아 대면 수업에 참여하는 수업도 있다고 들었어요. 입학한 지 고작 1학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제가 아는 대학교 인맥의 대부분은 동아리 사람들뿐이에요. 남자 친구도 동아리에서 만났고요. 다른 방법으론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니까요.
 
#미리 알고 있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 경희대학교 21학번 김예지
어차피 고3이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고3은 ‘집-학교-집’을 반복할 수밖에 없잖아요.  한 학년 선배들이 더 불쌍했죠. 대학생 된다고 엄청 들떴었는데 입학하자마자 코로나로 날벼락을 맞았으니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했겠어요. 근데 제가 막상 대학생이 되어보니 생각이 바뀌었어요. 21학번이 더 불쌍해요. 그래도 20학번은 삼삼오오 모이기도 했다고 들었거든요. 저흰 지금 2인 이상 집합 금지고요.
 
 

팬데믹 세대의 심리적 안녕감

코로나19 이후 대학생들의 심리 상태는 달라졌을까? 확인을 위해 객관적인 정서 상태를 수치화할 수 있는 사회과학적 툴을 살펴보다, 심리학자 캐롤 D. 리프(Carol D. Ryff)가 1989년 개발한 '심리적 안녕감' 척도를 선택했다. 호서대학교 산업심리학과 김명소 교수 등이 한국 상황에 맞게 이를 수정 개발한 척도가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었기에, 시간 차이를 두고 비교 분석할 자료를 찾기에 좋았다. 지난 8월 4일, 우리는 모바일 리서치 기관인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만 18세에서 22세 사이의 전국 대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심리적 안녕감 척도 46문항에 대한 답변을 받았다.
 
팬데믹 시대 대학생의 심리 상태가 다른 세대와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하려면 이들의 데이터만 있어선 될 일이 아니었다. 코로나19 이전의 대학생들에게 같은 조건으로 실행한 비교 자료가 필요했다. 가장 좋은 건 팬데믹 직전에 비슷한 대상을 두고 시행한 연구를 찾아, 거기에 포함된 로 데이터(raw data)와 우리의 서베이 결과를 분석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연구윤리 강령상, 로 데이터를 손에 넣기는 어려웠다.
 
“로 데이터가 없어도, 방법이 있긴 하거든요.” 우리 앞에 나타난 천사, 호서대학교 산업심리 대학원 소속 박원민 씨의 말이다. 박씨가 제시한 건, 우리가 실행할 2021년 대학생들의 심리적 안녕감 데이터의 평균값을 계산한 뒤 다른 논문에 나온 과거 대학생들의 심리적 안녕감 데이터 평균값과 단순 비교하는 것이었다. 다만 박씨는 이것이 ‘학술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혀 다른 과거의 연구와 현재의 서베이 내용을 비교하는 이런 방법은 학술 연구에서는 활용하기 힘들지만, 기사에 낼 정도의 유의미한 결과는 도출할 수 있을 겁니다.” 하긴 우리가 박사 논문을 쓰는 건 아니니까. 비교를 위해 우리는 2019년 7월에 공개된 〈사회 관계망 크기가 대학생들의 안녕감에 미치는 영향: 지각된 시간 압박감과 경제적 지위의 조절 효과〉(전혜빈, 박혜경)라는 논문에 담긴 대학생 292명의 심리적 안녕감 척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분석은 해당 연구에 나온 2019년 대학생들의 심리적 안녕감 평균 점수와 오픈서베이를 통해 얻은 2021년 대학생들의 심리적 안녕감 평균 점수를 사용해 일표본 t검정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어려운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간단히 말하면 모집단이 갖는 표본에 대한 평균을 검정하는 방법이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코로나19 이전에는 6점 만점에 평균 3.83점, 코로나19 이후에는 6점 만점에 평균 3.75점으로 점수가 미세하게 떨어지긴 했지만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죠.” 박씨의 설명이다. 즉 코로나19에도 막상 대학생들의 심리적 안녕감은 전반적으로 큰 흔들림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약간의 차이는 존재했다. ‘자율성’과 ‘삶의 목적’ 요인에서 2021년의 대학생들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하락한 것이다. “특히 대학생들의 ‘삶의 목적’은 제가 아는 한 2000년대 이후 연구부터 코로나19 이전까지는 꾸준히 4점대를 기록해왔거든요. 코로나19 이후 3점대로 떨어진 거예요.” 박씨의 말이다.
 
심리적 안녕감 척도에 포함된 여섯 요인의 설명에 따르면, 높은 자율성은 ‘결단력’과 ‘독립성’을 말한다. 삶의 목적 요인은 말 그대로 삶에 대한 의미와 태도를 말한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시대 대학생들은 전반적인 심리적 안녕감엔 큰 변화가 없지만, 독립성과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상태로 살고 있는 것일까?
 
결과가 나온 뒤, 우리는 이 툴을 개발한 김명소 교수를 찾았다. 김 교수는 우선 이번 비교에 심리적 안녕감 척도를 이용한 것이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심리적 안녕감 척도는 이론적 배경을 갖춘 좀 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분석이 가능한 척도입니다. 대학생들의 심리 변화를 심층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서였다면, 잘 선택하셨다고 생각해요.”
 
조사 결과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점에 대해 김 교수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심리적 안녕감 척도는 전반적인 점수로 보는 것보다는 요인별로 살펴보는 게 중요해요. 6개의 척도가 고루 갖춰져야 안녕감을 느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김 교수는 ‘자율성’과 ‘삶의 목적’ 요인이 하락한 데 대해 “이 결과를 보고,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변화의 흐름을 짚는 데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자율성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려고 하는 태도인데,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라든가 인원 제한 같은 규범은 학생들에게 굉장히 큰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어요. 학교에 가야겠다거나, 어떤 시험을 쳐야겠다거나 하는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없으니까요. 정부 지침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율성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건 굉장히 의미 있는 결과라고 봅니다.” 다만 김 교수는 ‘삶의 목적’ 요인이 하락했다고 해서 학생들이 삶의 목적을 잃어버렸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지금 코로나19 국면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삶의 목적’이 하락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점점 더 심해지고 있죠. 학생들 입장에서는 계획을 짜거나 실행하는 게 어려워졌고, 코로나 극복이 어렵다는 전반적인 사회적 불안감에도 영향을 받을 거예요. 그러다 보니 본인의 미래가 불투명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거죠.”
 
김 교수의 눈에 든 다른 부분도 있었다. “모든 요인에서 점수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는데, 유일하게 ‘환경에 의한 통제력’ 점수만 조금 올라갔어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지만요. 이건 책임감과 자기 관리에 대한 문항인데, 아마 코로나19 상황에서 자신의 모든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모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이렇게 말하며 김 교수는 유의미한 숫자가 없다고 해도, 그것을 ‘무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모든 면에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함께 존재한다며 두 가지를 함께 볼 것을 제안했다. “압박을 느끼기 때문에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고, 불안하기 때문에 자기 관리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요?”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이 어쩌면, 어느 정도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었다.
 
#수업은 역시 대면 수업. - 남서울대학교 20학번 박선우
1학년 1학기에 색체와 드로잉 수업을 들었어요.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됐었는데 담당 교수님이 외국인이라 혼돈의 카오스였죠. 제출한 드로잉 과제에 대한 피드백도 전혀 못 받았어요. 대학교 수업을 많이 기대했는데 실망이 컸어요. 그런데 2학기에 대면 수업으로 같은 교수님을 다시 만났는데 비대면 수업과 달리 학생 한 명 한 명 굉장히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더라고요. 역시 대면 수업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축제 해봤어요. 메타버스에서요. - 건국대학교 체육교육과 20학번 김정연
무슨 옷을 입어야 하나 한참 고민했어요. 가상현실일지라도 밉보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함께 수업 듣는 여학생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현관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게 이런 기분일까 싶었죠. 건국 유니버스는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어요. 킥보드를 타고 돌아다니며 몰랐던 캠퍼스 구석구석을 알 수 있었죠. 선배들이 저희를 불쌍하게 여기던데, 저흰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고 있다고 생각해요.
 
#미팅은 해봤고 엠티는 아직입니다. - 홍익대학교 21학번 백진희
동기 단톡방에 2 대 2 미팅 참가자를 구하는 톡이 올라왔었어요. 당연히 덥석 물었죠. 만나서 특별히 별다른 걸 하진 않았는데도 그냥 즐거웠던 것 같아요. 이런 게 미팅이고 대학 생활이구나 싶었어요. 예전엔 미팅도 소개팅도 자유롭게 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약간 부럽기도 했고요. 이제 해보고 싶은 건 MT예요. 둘러앉아 웃고 떠들며 친목 다지는 걸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인간관계의 폭이 너무 좁거든요.
 
 

팬데믹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심리적 안녕감과는 별개로 우리는 지금의 대학생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가 궁금했다. 17학번에서 21학번 사이의 전국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대학 생활 전반에 대한 서베이를 진행하고 약 20명의 대학생들에게 전화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다. 확연히 달라진 비대면 대학 생활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 커뮤니티와 SNS에서 흥하던 ‘비대면 짤’은 어느 정도 팬데믹 세대의 진심을 담고 있던 모양이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유지되었으면 하는 비대면 대학 문화를 묻는 질문에 학번을 가리지 않고 절대다수가 ‘비대면 수업’을 꼽은 것이다. 20학번만 유일하게 49.8%가 ‘비대면 수업’이라고 응답하며 과반수를 넘진 않았지만, 거의 절반에 가까운 건 부인할 수 없었다. 이유는? 통학 시간을 감축하는 등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83.1%에 달했다. 어쩌면 ‘비대면 문화’를 언급해서 이런 답변이 나온 게 아닐까? 아니었다. 현재 대학 생활에서 가장 즐거운 게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도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학번을 불문하고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로 못 하게 돼 오히려 다행이다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도 47%가 ‘대면 출석’을 꼽았다. 이렇게나 대면 수업을 미워하다니? 사실 모르는 바 아니었다. 아마 직장인들도 재택근무를 최고의 비대면 문화로 꼽을 터였다.
 
사실 직장인은 비대면 상황에서도 업무만 잘하면 장땡이다. 새로운 회사 사람들을 못 만난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안타까운 시선을 받지도 않는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비대면으로 수업만 잘 들어서 될 일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경험도 해봐야 하는 시기다. 20대 초반이라는 나이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비대면 수업을 사랑하는 학생들이지만, 이 의견엔 동의한 듯했다. 비대면 수업에 만족하는 동시에 막상 이뤄보지 못한 캠퍼스 로망을 묻는 질문에 절대적으로 ‘대면’이 필요한 것들을 꼽았다.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대학 축제였다. 특히 대표적인 ‘팬데믹 세대’라고 꼽히는 20학번의 경우 80.3%가 대학 축제를 선택했다. 대학을 3학기나 다니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축제를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그럴 만도 했다. 새터(새내기 배움터) 및 엠티, 미팅이나 소개팅 등 새로운 만남, 평일 술자리 번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다만, 모든 인간관계에 마냥 목말라 있는 건 아닌 듯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못 하게 돼 오히려 다행이라고 느낀 것이 있냐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는 69.1%가 ‘가기 싫은 술자리’를 꼽았다. 21학번의 41.8%와 20학번의 43.9%는 ‘굳이 밥을 사주겠다는 선배’를 택했다. 대면의 인간관계가 그립긴 하지만, 호감이 있고 편한 사람이 아니라면 비대면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부담스러운 선배나 불편한 사람을 포함하더라도, ‘팬데믹 세대’의 대학 내 인간관계가 다른 학번에 비해 좁은 건 맞았다. 같은 과 동기 중에 번호를 저장한 사람의 비율을 묻는 질문에 20학번의 52%, 21학번의 66.5%가 ‘10% 미만’이라고 답했다. 차이는 확연했다. 대학 생활 중 대면 라이프를 경험한 19학번 위로는 10% 미만이라고 응답한 수가 30%대로 뚝 떨어졌다. 또 다른 유사한 질문에도 답변 내용은 비슷했다. 실제로 당장 전화를 걸어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대학 동기나 선후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20학번의 41.3%, 21학번의 47.8%가 ‘없다’고 답했다. 19학번 이상부터는 그 비율이 22%, 14.2%로 떨어졌다. 한두 학기라도 대면 라이프를 보냈는가 여부에 따라 대학 생활에서의 인간관계 규모 차이가 벌어진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난 셈이다. 언론에서 이들을 ‘고립 세대’라고 칭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특별히 더 외로움을 느끼거나 고립감을 느껴도 이상하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이들의 자술 답변은 그와는 달랐다. 현재 스스로의 대인관계에 대한 만족감을 묻는 질문에 20, 21학번과 그 위 학번 사이의 답변 차이는 거의 없었다. 모든 학번이 거의 비슷하게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코로나19가 끝나면 더 좋아질 것 같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긍정적인 건 좋지만, 생각하지 못한 결과였기에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했다. “심리적 안녕감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유의미하게는 큰 변화가 드러나지 않았죠.” 용인정신의학연구소 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이정식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 중인 이정식 원장이 우리의 질문에 전한 답이다. “심리적 안녕감에는 개인의 특성인 자아탄력성과 긍정적인 반추 같은 개인의 인지적인 정서 조절 과정이 연관돼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물론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현재 대학생들은 적응유연성이나 자아탄력성 등이 높은 편으로 보입니다. 위협적인 상황에도 성공적으로 적응해나가는 힘이 큰 것이죠.” 즉 이른바 ‘Z세대’로 분류되는 20, 21학번들은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빠르고,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능력이 이전 세대에 비해 높은 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상황도 ‘고립’이 아닌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인간관계 이외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진 않았다. 대학 생활에서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을 묻는 질문에 학번을 불문한 다수가 ‘불안감’과 ‘무력감’을 꼽았다. 이것이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대2병’이라는 말도 있듯, 대학생들이 불안과 무력을 느끼는 건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에나 20대 초반은 진로 등의 문제로 불안감을 크게 느낍니다.” 이 원장의 말이다. “다만 팬데믹 상황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가 없고, 대부분의 경우 적절한 대처에 나서기도 어려우니 불안감이 이전 세대에 비해 더욱 증폭되었을 수 있죠. 심리적 안녕감 척도에서 ‘자율성’과 ‘삶의 목적’이 유의미하게 하락했다는 점과 연결해볼 수도 있겠네요.”
 
즉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자기효능감이 떨어져 무력감을 느끼고, 계획했던 일이 틀어지며 삶의 방향성을 잃어 불안감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닥쳐올 미래가 어떨 것이냐는 질문에는 63%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학점 인플레로 인한 역차별, 어학연수 기회 박탈로 인한 스펙 상실, 비대면으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 등이 이유였다.
 
이 원장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한 가지 짚어주었다. “임상에서는 최근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워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학생들에게서 불안감이 높게 나타나고요. 경제적인 건 당장 급한 거라서, 예측 불가능한 미래보다 훨씬 더 큰 불안으로 나타나지요.” 이 원장과의 대화 후, 아르바이트 여부에 대한 질문과 대학 생활에서 느낀 감정을 묻는 질문을 교차 분석했더니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구하지 못했다’고 답한 21학번의 70%가 ‘무력감’이나 ‘우울감’을 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학번의 답보다 1.5배에서 2배까지 높은 수치였다. 코로나19를 비롯해 다양한 이유로 현재 아르바이트 자리는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좁은 인간관계와 지겨운 비대면 생활도 나름의 긍정으로 이겨내고 있는 팬데믹 세대지만, 예측할 수 없는 앞날과 당장의 경제적 위기는 이들의 불안감과 무력감에 거대한 영향을 주고 있었다.
 
#다음은 없을지도 모르니까. - 동국대학교 20학번 최희서
사실 작년에는 별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워낙 ‘집순이’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올해 좀 ‘현타’가 오더라고요. 규제가 심해지기 전에 몇 번 만났던 동기들에게 지나가는 말로 ‘다음에 만나서 밥 먹자’고 했는데, 순식간에 1년이 지나버린 거예요. 그러다 보니 다시 연락을 하기도 애매해졌고요.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닌 사이? 원래 먼저 연락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먼저 연락해서 안부도 묻고, 만남을 갖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1학년 때 더 놀 걸 그랬다. - 홍익대학교 19학번 서윤아
아, 코로나 이전 대학 생활이 그리워요. 그땐 당연했던 것들이 이젠 당연하지 않으니까요. 동기랑 공강 시간 맞추어 밥 먹으러 가던 게 아득하게 느껴져요. 예전엔 출석을 전자 출결 앱으로 처리했었어요. 간편했죠. 근데 비대면 수업으로 바뀌면서 카메라 앞에서 손을 드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오히려 퇴화했어요. 요즘은 이렇게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게 과연 대학 생활이 맞나 의구심이 들어요.
 
#아예 빠르거나, 아예 느리거나. - 청주대학교 20학번 김성훈
20대 초반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에 대해 고민한다고 생각해요.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주위 친구들의 반응은 확연하게 갈렸어요. 어차피 제대로 놀지도 공부도 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하루빨리 군대에 가는 게 낫다는 쪽이 우세했죠. 근데 저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어요. 힘든 시기를 도약의 시간으로 바꾸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ROTC를 준비 중이에요. 원래 장교를 꿈꿨던 것도 있지만, 코로나 상황을 보며 마음을 굳혔어요.
 
#미팅이 없어도 될놈될, 안될안! - 강원대학교 21학번 박준석
춘천은 수도권 바깥 지역이라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서울만큼 심하진 않았어요. 대면 수업도 진행됐고요. 하지만 수업을 제외한 많은 것은 아직 ‘비대면’을 유지하고 있어요. 룸메이트 선배 말로는, 자기네들은 한 달에 몇 번씩 미팅을 나갔다더라고요. 근데 지금도 될 놈은 미팅을 안 나가도 되더라고요. ‘에브리타임’에 무슨 수업의 누구누구가 잘생겼다고, 쪽지 달라고 글이 올라오는 거죠. 그렇게 만나서 연애하던데… 하, 씁쓸하네요.
 
 

그들은 어떤 세대가 될까?

‘팬데믹 세대’라 불리는 20학번, 21학번의 전반적인 심리적 안녕감은 코로나19 이전의 대학생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진 않았다. 다른 세대에 비해 비교적 높은 적응유연성이나 자아탄력성을 가졌기에 답답한 비대면 생활을 나름대로 즐기며 스스로를 ‘미개봉 중고’라고 부르는 해학의 여유를 가질 줄도 알았다. 현재의 생활에도 어느 정도 만족하며, 코로나19가 끝나면 더 나아질 거라는 긍정적인 마음도 엿볼 수 있었다.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안은 크다. 비대면 수업으로 등하교에 드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건 좋지만, 당장 닥쳐온 경제적 위기 앞에서는 무력하다. 그렇기에 다른 세대에 비해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자기 관리와 계발에 애쓰고 있다. 대학생들에 대해 궁금해하는 어른들의 해갈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아직 남은 질문이 있다. 과연 언론에서 우려하는 대로 이들은 ‘고립된 세대’로 남게 될까? 이들 스스로도 걱정하는 것처럼 학점 인플레이션과 부족한 스펙, 그리고 부족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경쟁에서 밀리게 될까? 그야말로 ‘저주받은 세대’라고 두고두고 안타까움을 곱씹으며 계속 불안감에 쫓길까? 감히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싶다. 사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이들이 누구보다 발 빠르게 상황에 맞게 감정을 추스르고 자기 계발을 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의 말처럼 모든 면에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함께 존재한다. 팬데믹 역시 이들 세대에게 상처만 남긴 것은 아닐 것이다. 불안감과 함께 책임감이 자랐다는 건, 극한 상황에서도 더 나은 미래를 대비하는 이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어쩌면 전에 없던 강인하고 단단한 세대가 되어 있을지도, 시간이 흐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전화위복. - 반수생, 윤정현
대학 생활에 대한 로망은 애초에 없었어요. 고3 내내 코로나19를 경험했기 때문일까요? 연애는커녕 과 동기들을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으니 기대를 키울 여유도 없었고요. 그래도 이런 상황 때문에 반수라는 새로운 목표를 가질 수 있었어요. 코로나19가 없었더라면, 즐거운 대학 생활에 안주하며 반수를 할 마음이 안 들었을 수도 있겠죠. 술 마시고 놀면서 보냈으면 전혀 몰랐을 것들을 알게 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후회하진 않을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 하고 싶습니다! - 동국대학교 20학번 김인아
원래는 아르바이트를 여러 가지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부모님께서 말리시더라고요. 위험하다고. 아무래도 학생이 할 수 있는 알바는 서비스직이다 보니, 여러 사람과 마주해야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어차피 할 수 있었어도 알바를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보여요. 친구들 말로는 ‘알바몬’이나 ‘알바천국’의 공고는 거의 올라오자마자 지원자가 꽉 차고, 지원자 중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취준생, 40~50대 분들도 많다더라고요.
 

 
Q. 다음 중,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유지되었으면 하는 비대면 대학 문화가 있나요?
✔ 시작부터 예상 밖이다. 비대면 수업을 선호하는 응답자가 54.9%나 된다. 하긴, 침대에서 책상까지 3초 컷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Q. 위의 질문에서 '비대면 수업'에 답하셨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Q. 대학 생활에서 가장 누리고 싶었지만 해보지 못한 캠퍼스 로망은 무엇인가요?(복수응답 가능) 
61.2% 대학 축제39.8% 새터 및 엠티38.5% 과팅, 미팅 등 새로운 만남24.6% 평일 술자리 번개20.9% 교내 아르바이트
✔ 지역별 혹은 거리두기 단계와 관계없이 모든 대학 축제는 금지다. 오죽했으면 건국대는 메타버스 축제를 열었겠나. 부디 하루빨리 축제를 즐기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
 
 
Q. 코로나19로 인해 못하게 돼 오히려 다행이다 싶은 것이 있나요?(복수응답 가능)

3번째 보기 때문에 이 그래프를 넣었다. 선배들이 눈치를 좀 더 챙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3번째 보기 때문에 이 그래프를 넣었다. 선배들이 눈치를 좀 더 챙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Q.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가능해진다면 22학번 새내기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복수응답 가능) 
학번별 응답이 가장 극명하게 갈린 질문이다. 22학번 보고 있나? 선배들이 이렇게 착하다.

학번별 응답이 가장 극명하게 갈린 질문이다. 22학번 보고 있나? 선배들이 이렇게 착하다.

 
 
Q. 현재 대학 생활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무엇인가요? 
20학번의 비대면 수업 선호도가 가장 낮은 이유는 코로나 직후 체계적이지 못한 비대면 수업을 경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학번의 비대면 수업 선호도가 가장 낮은 이유는 코로나 직후 체계적이지 못한 비대면 수업을 경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Q.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나요? 
 
 
Q.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 않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많은 대학생, 특히 21학번이 알바를 구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알바를 구하지 못해 우울하다고도 했다.

많은 대학생, 특히 21학번이 알바를 구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알바를 구하지 못해 우울하다고도 했다.

 
 
Q. 휴학을 했거나 계획하고 있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코로나 때문에 휴학을 고려하는 학생은 10명 중 한 명꼴이다. 단, 코로나를 피해 군 입대를 선택하는 사례도 있다고.

코로나 때문에 휴학을 고려하는 학생은 10명 중 한 명꼴이다. 단, 코로나를 피해 군 입대를 선택하는 사례도 있다고.

 
 
Q. 대학 구성원 중 팬데믹으로 인해 가장 많은 불이익을 겪은 건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56.6% 새내기 시절 돌려줘!18% 제발 면접 기회라도 주세요!17.2% 2인 이상 집합 금지 실화?5.8% 이런 대학 생활은 처음이야
✔ 코로나 날벼락을 맞은 20학번이 압도적 1위(?)에 올랐다. 남의 큰 상처보다 제 손톱 밑 가시가 더 아픈 법인데도 모든 학번이 자신보다 20학번이 힘들 것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기타 응답으로는 17학번 편입생, 2년제 대학생 등이 있었다.
 
 
*모든 인터뷰이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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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S EDITOR 김현유/ 박호준
  • Illustrator 신연철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