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 '앤톤'이 데뷔 3주년에 멤버들과 한 것은? [2]
라이즈 앤톤은 도전을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다고 말할 때 그가 보여준 눈빛은 어느 때보다 우직하고 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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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페이스 울 롱 코트, 코튼 포플린 스트라이프 셔츠, 실크 자카르 타이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저였으면 피곤해서 계속 침대에 누워 있었을 것 같아요.
(웃음)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죠. 근데 또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어’ 하는 마음이 더 커서 결국 길을 나서게 돼요. 기회를 놓치고 나서 후회하는 것보다 조금 피곤하더라도 우선 도전해보는 편이 낫다고 믿거든요. 어르신들이 왜 ‘그래도 바쁜 게 행복한 거다’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팬들에게 디깅한 플레이리스트를 자주 소개하고 있어요. 곡을 고르는 나름의 기준이나 철학이 있나요?
일부러 사람들이 잘 모를 법한 곡들을 골라보려고 해요. 그러면서 저도 새로운 음악을 많이 알게 되고요. 기준이라면 그냥 제가 들었을 때 ‘좋다’ ‘분위기 있다’ ‘느낌 있다’ 하는 거예요. 모두가 좋아하는 곡이 아니어도 제가 그 순간 좋다고 느끼면 추천하는 편이에요.
주로 어떻게 곡을 찾아요? 알고리즘을 활용하나요?
알고리즘의 도움도 많이 받고, 거기에 더해서 아티스트를 직접 검색해보기도 해요. 그렇게 검색하다 보면 또 다른 아티스트나 음악을 알게 되면서 점점 그 안에 빠지게 되죠. (웃음)
더블 페이스 울 롱 코트, 울 헤링본 스트라이프 재킷, 코튼 포플린 스트라이프 셔츠, 실크 트윌 라발리에르 스카프, 실크 자카르 타이, 메탈 패브릭 스트랩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그럼 찾은 곡들을 따로 적어두는 노트 같은 게 있어요?
노트는 따로 없고,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편이에요. 아니면 꽂힌 앨범이나 곡을 반복해서 듣기도 하고요.
근데 좋아하는 일도 반복해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숙제처럼 느껴질 때도 있잖아요.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게 부담이 됐던 적은 딱히 없어요. 어차피 음악 디깅은 자연스럽게 하는 저의 루틴 중 하나니까요. 제가 장르를 안 가리는 편이라 그런지, 한 장르에 빠져 있다가도 다른 장르를 들으면 또 신선하고 재밌게 느껴져요.
그랑 드 뿌드르 재킷, 그랑 드 뿌드르 팬츠, 페이턴트 레더 코너 몽크 스트랩 슈즈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아직 라이즈의 음악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라이즈 입문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Odyssey’를 첫 번째 트랙에 넣고 싶어요. 저희 첫 정규 앨범의 첫 곡이기도 하고 여정을 시작하는 느낌을 잘 담은 곡이거든요. 가사에도 ‘시작’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나오죠. 그다음엔 곡의 분위기가 비슷하면서 라이즈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Combo’와 ‘SOAR’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리고 데뷔곡 ‘Get a Guitar’도 빼놓을 수 없고요. 이 정도 듣고 나면 그다음엔 알고리즘이 알아서 저희 노래를 추천해주지 않을까요?(웃음)
라이즈가 추구하는 ‘이모셔널 팝’은 감정과 경험을 음악에 잘 녹여내는 게 중요한 장르잖아요. 최근에 앤톤 씨가 느낀 감정이나 경험은 뭔지 궁금해요.
최근엔 다양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끼고 있어요. 데뷔 3주년이 주는 무게와 책임감도 있고, 저의 커리어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히 가지고 있어요. 여러모로 바뀌는 것들이 많아서 신경 쓸 일도 많은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램스킨 레더 벨트 코트, 코튼 포플린 셔츠, SL 963 선글라스, 실크 트윌 라발리에르 스카프, 실크 자카르 타이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음악 말고도 최근 관심 있게 파고 있는 분야가 있을까요?
예전부터 영화나 사진, 필름 같은 비주얼 아트에 관심이 있었어요. 시간이 된다면 언젠가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요.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오디세이>는 보셨나요?
그럼요. 재미있게 봤어요.
라이즈의 첫 정규 앨범 이름도 <ODYSSEY>였잖아요. 그래서 생각난 질문인데요. 만약 영화 <오디세이>의 어떤 한 장면에 라이즈 곡을 삽입곡으로 넣는다면 어떤 곡을 넣고 싶어요?
오, 재미있는 상상이네요. 저 이런 거 좋아해요.(웃음) 음, 당연히 저희 첫 정규 앨범의 첫 트랙인 ‘Odyssey’가 먼저 떠오르고요.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나는 ‘Something’s in the Water’도 어울릴 것 같아요.
더블 페이스 울 롱 코트, 코튼 포플린 스트라이프 셔츠, 코튼 포플린 스트라이프 쇼츠, 페이턴트 레더 밀튼 옥스퍼드 슬립온, SL 890 베티 씬 선글라스, 실크 자카르 타이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다른 인터뷰에서 인생 영화로 <인터스텔라>와 <어바웃 타임>을 꼽은 적이 있어요. 둘은 서로 꽤 다른 장르의 영화 같은데, 어떤 점에서 두 영화를 좋아하는 걸까요?
어릴 때부터 SF 영화를 좋아했어요. 조금 더 커서는 로맨스 영화도 좋아하게 됐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두 영화는 장르나 작품 속 배경이 전혀 다르지만, 비현실적인 요소나 장치를 이용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선 결이 비슷한 것 같아요. 어쩌면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주제로 둘을 묶을 수도 있고요.
최근에 새롭게 좋아하게 된 영화도 있나요?
<라이크 크레이지>라는 로맨스 영화가 좋았어요. 그 영화를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보게 됐거든요.스케일이 큰 영화는 아닌데, 마냥 달콤하기보단 씁쓸한 내용이라서 그런지 더 좋더라고요.
앞서 비주얼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혹시 라이즈의 뮤직비디오를 앤톤 씨가 연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만들어보고 싶어요?
일단 곡에 맞는 스토리와 이미지가 제일 중요하겠죠. 가능성을 완전히 열어두고 고민해본다면, 역시 애절하거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뮤직비디오로 남겨보면 어떨까 싶어요. ‘Love 119’라는 곡의 뮤직비디오가 살짝 사랑 이야기이긴 한데, 그건 고등학생의 풋풋한 짝사랑에 가깝거든요.
헤링본 울 스트라이프 재킷, 코튼 포플린 스트라이프 셔츠, 울 슬림 핏 팬츠, 실크 자카르 타이, 메탈 패브릭 스트랩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앤톤 씨가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여러 가지더라고요. 어릴 때 피아노, 첼로를 배웠고 작년부턴 베이스도 배우고 있다고 들었어요. 여러 악기를 다루는 게 음악적으로 많이 도움이 되나 봐요.
맞아요. 본격적으로 베이스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Boom Boom Bass’라는 곡을 준비하면서였어요. 뮤직비디오와 무대 위에서 직접 베이스를 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죠. 아까 음악 디깅을 하는 것처럼, 베이스도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렇게 혼자 배우다가 연말 무대에선 직접 연주를 하기도 했고요. 그 뒤엔 어쿠스틱 기타랑 일렉트릭 기타까지 관심이 번져서 꾸준히 배우는 중이에요.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앤톤 씨를 악기에 비유한다면 어떤 악기를 고르고 싶어요?
첼로와 피아노 둘 다 떠올라요. 어릴 때 배운 악기들이라 그런지 제 감정을 표현한다면 이 두 악기로 가장 잘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피아노는 건반에 따라 정해진 음이 나는 반면 첼로는 현을 짚는 손가락의 위치와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음정이 달라지는 악기예요. 앤톤 씨는 정확하면서도 미묘한 음을 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일까요?
그렇게 봐주신다면 정말 감사하죠.(웃음) 그렇게 깊게 생각하고 답한 건 아니었고요. 첼로는 사람 목소리나 음역이랑 톤이 비슷하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매력적이에요. 피아노는 모든 곡 작업의 기초 같은 느낌이라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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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작업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요?
곡이 주는 감정이나 분위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요. 가사보다 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먼저 와닿는 편이라서요. 가사를 떠나서 멜로디에서 느껴지는 감정이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코드가 대칭을 이루도록 하면 곡의 밸런스가 잘 맞는 것처럼 들리거든요.
마지막으로 오늘 촬영과 어울리는 곡을 하나 추천한다면요?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한 적 있는데, 제가 자연경관을 바라보는 걸 좋아해요. 보통 화보 촬영을 하면 실내 스튜디오에서 많이 진행하는데, 오늘은 시외 한적한 곳에 나와서 촬영을 하니까 기분 전환도 되고 좋았어요. 날씨도 맑고 선선했고요. 저의 선택은 비토리오라는 가수의 ‘Beacon’입니다. 오늘 혼자 커버 촬영을 했는데, 이 곡이 제가 혼자 있을 때 많이 듣던 곡이거든요. 아까 푸른 하늘을 보면서 이 노래가 딱 듣고 싶어졌어요.
처음 듣는 곡이네요. 이따 혼자 있을 때 들어볼게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웃음)
Credit
- CONTRIBUTING EDITOR 윤웅희
- FEATURE EDITOR 박호준
- PHOTOGRAPHER 방규형
- STYLIST 지세윤
- HAIR 오지혜
- MAKEUP 이준성
- ASSISTANT 박예림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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