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BMW 키드니그릴이 세대를 거듭하며 커진 이유는?

강산이 여러 번 변해도 고집스럽게 지켜온 신념이 있다. 그 신념은 작은 부품 하나에서 시작된다.

BYESQUIRE2021.09.03
 
 

GLORY ROAD 

 

AUDI A6

1세대. 아우디 100이 페이스 리프트를 거치며 A6로 이름을 바꿈.2세대.3세대. 발터 드 실바의 싱글 프레임 그릴이 적용된 첫 A6.4세대.5세대.
A6는 ‘AUDI 100’ 모델을 이어받아 아우디 라인업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그게 이 자리에 A6를 부른 이유는 아니다. 강박에 가까울 만큼 비례를 중시한 디자인 때문도 아니다. 아우디 디자인의 변곡점이 됐던 발터 드 실바(Walter de Silva)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그는 1994년에 출시된 후 10년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A6를 단숨에 전 세계에 알린 전설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다. 비결은 ‘싱글 프레임 그릴’이었다. 싱글 프레임 그릴은 보닛에만 있던 그릴을 범퍼의 하단까지 확장한 형태로 A6에 최초로 적용됐다. 뒤에 나오는 예전 세대 BMW의 키드니 그릴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획기적인 디자인은 출시 직후 각종 자동차 디자인 어워드를 휩쓸었다. 대중의 반응도 좋아서 아우디는 A6가 아닌 모델에도 싱글 프레임 그릴을 순차적으로 적용했으며 현재는 아우디의 간판 디자인이 됐다. 여담이지만,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 현대의 헥사고날 그릴이 같은 싱글 프레임 그릴에 속한다.
 
발터 드 실바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중요한 이유는 후발 주자였던 아우디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의 반열에 드는 계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2000년대 초반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을 뛰어넘은 적도 있다. 비록 아우디가 전신인 아우토유니온의 역사를 더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고 말하긴 하지만, 1990년대까지도 아우디는 ‘언더독’에 가까웠다. 그래서 아우디는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두 거대 브랜드의 정중앙을 노렸다. 스포츠 세단을 필두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전파하는 BMW와 럭셔리 세단의 대명사 S클래스를 가진 메르세데스-벤츠의 중간 지점 말이다.
 
‘기술을 통한 진보’와 ‘심플 이즈 더 베스트’를 모토로 삼은 아우디는 로고부터 다르다. 가문의 문장이나 동물 문양을 넣은 브랜드와 달리, 아우디는 원 4개가 끝이다. 네 바퀴 굴림으로 유명한 아우디의 ‘콰트로’ 시스템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4개의 회사가 모여 아우디가 탄생했다는 걸 의미한다. 3D에서 2D로 브랜드 로고를 바꾸는 최근 자동차 브랜드의 추세 역시 아우디가 가장 빨랐다. 단차가 없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매끈하게 다듬는 걸로 소문난 대목은 디자인의 화려함 대신 단순함과 품질로 승부하려는 정체성을 드러낸다. 얼마 전 아우디는 A6의 전기차 모델인 ‘A6 e-tron concept’를 공개했다. 그릴이 막혀 있을 뿐 A6가 지켜온 반원 형태의 옆 창문과 비스듬한 리어 루프 라인은 그대로다. 주춤했던 아우디가 A6 이트론으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MERCEDES-BENZ S-CLASS

1세대. 세계 최초로 ABS가 적용된 양산차.2세대.3세대.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난 차로 유명.4세대.5세대.6세대.7세대. 내연기관 엔진이 들어간 마지막 세대일 것으로 예상됨.
‘감각적 순수미(Sensual Purity)’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느낌적인 느낌으로는 감이 오지만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미디어 아트 갤러리에서 마주칠 법한 이 말의 주인공은 고든 바그너다. 그는 다임러 그룹 역사상 가장 이른 나이에 수석디자이너에 오른 인물로 2008년 이후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감각적 순수미란,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하되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자동차의 본질은 이동성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까진 아니지만 움직이는 물체로서의 차는 공기저항, 에너지 효율, 안전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해치지 않으면서 고유한 디자인을 녹여 내는 게 묘미인데 메르세데스-벤츠는 선 대신 면을 택했다. “주름의 시대는 끝났다(The days of creases are over)”라고 공표한 고든 바그너는 자동차 디자인의 공식처럼 여겨지던 여러 캐릭터 라인을 들어내고 완만하게 부풀린 면과 면의 연결을 이용해 차를 만들어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올해 출시된 7세대 S클래스(W223)를 보는 게 가장 빠르다. 참고로 W223은 경우에 따라 10세대로 또 7세대로도 불린다. 기준점을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첫 고급 세단인 W180(1953년)에 두면 10세대, S클래스라는 이름이 처음 붙었던 W116(1972년)에 두면 7세대다. 7세대(W223)는 바로 이전 모델인 6세대(W222)와 같이 생김새가 젊다. 신형 S클래스는 올록볼록한 잔근육을 가지고 있던 6세대(W222)보다 조금 더 곡선을 많이 담아 둥글둥글하다. 약 50년 전 등장한 1세대(W116)와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는 더욱 도드라진다. 이 차가 같은 모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르다. 하나의 세로선과 다수의 가로선을 이용한 익스클루시브 그릴의 형태만 빼면 닮은 구석이 전혀 없다. 특히 헤드램프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왕눈이 같은 1세대(W116)의 직사각형 헤드램프가 얄팍하고 가느다랗게 바뀐 건 기술적인 이유가 크다. 조명 기술의 발달로 크기는 작아도 밝기는 대폭 향상됐기 때문이다. 헤드램프가 차지하는 면적이 줄어든다는 것은 디자이너가 고려해야 할 기술적 제약이 줄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The best or nothing)’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신념이자 자존심이다. 잘난 체를 하는 것 같아 보일 수 있겠지만 실은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의지가 담긴 표현이다. 최초로 ABS(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을 적용한 1세대(W116) S클래스를 시작으로 충돌 직전 안전장치를 작동하는 ‘프리-세이프’ 기술, 전방 노면 상태를 확인해 서스펜션을 조절하는 ‘매직 보디 컨트롤’이 모두 S클래스를 통해 공개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미래가 궁금하면 S클래스를 보라고 하는 이유다.
 

 

BMW 3 SERIES

1세대.2세대. 래퍼 개코를 비롯해 수많은 올드카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모델.3세대. 세로였던 키드니 그릴이 가로로 바뀜.4세대.5세대.6세대. 6세대를 마지막으로 쿠페와 컨버터블은 4시리즈로 독립.7세대. 언뜻 보면 5시리즈라고 믿을 만큼 커 보임.
만약 BMW를 대표하는 모델을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3시리즈’다. 스포츠 세단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3시리즈가 처음 등장한 1970년대엔 그렇지 않았다. ‘엔진룸-캐빈룸-트렁크’로 엄격하게 구분된 3박스 디자인의 세단은 쿠페나 해치백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루한 차로 여겨졌다. 그러니까 스포츠와 세단을 한 단어로 결합한다는 건 ‘럭셔리 경차’처럼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3시리즈는 50 대 50으로 조절한 앞뒤 무게 배분, 탄탄한 서스펜션, 직관적인 핸들링 감각을 선보이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그 후 수 많은 브랜드가 3시리즈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원조를 넘진 못했다.
 
BMW를 대표하는 모델이 3시리즈라면, BMW 디자인의 시작은 ‘키드니 그릴(Kidney grille)’이다. 그릴은 자동차의 인상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얼마 전 BWM 신형 4시리즈가 커다란 키드니 그릴 때문에 ‘뉴트리아 같다’는 놀림을 받은 것도 그래서다. 뒤집어 말하면, 그릴 디자인의 변화를 살펴보면 차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다. 오랫동안 BMW 디자인은 ‘심플한 차체에 키드니 그릴로 포인트!’ 같은 느낌이었다. 시작은 193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BMW는 303 리무진을 출시하며 처음으로 키드니 그릴을 적용했다. 계기는 경쟁 모델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게 탄생한 키드니 그릴은 3시리즈에까지 이어졌다. 초창기 모델(E21)은 세로로 뻗은 직사각 모양의 키드니 그릴을 가지고 있는데, 두 손바닥으로 가려질 만큼 작다. 세로 모양이었던 키드니 그릴이 지금의 가로 형태로 바뀐 건 3세대(E36)부터다. 바뀐 이유는 7시리즈에 있다. BMW는 1987년 2세대 7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기존의 6기통 모델 외에 8기통과 12기통을 장착한 모델을 추가했다. 럭셔리 시장에 진입하려는 야심 찬 시도였다. 이때 사람들이 12기통 모델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키드니 그릴을 가로로 크게 늘렸다. 그 결과 ‘가로 모양 키드니 그릴=고급 모델’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이를 1990년 3세대(E36)가 물려받았다. 이후 키드니 그릴의 크기는 야금야금 커졌다. 최신 모델은 그릴과 헤드램프가 한 덩어리로 아예 붙어 있다.
 
“중요한 건 비례다.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크기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BMW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임승모의 말이다. 50년 전 3시리즈와 지금의 3시리즈의 크기를 비교하면 최신 모델이 길이 355mm, 너비 215mm 더 길다. 이는 투싼과 팰리세이드의 차이보다 더 크다. 비율의 관점에선 차가 커졌으니 그릴도 커지는 게 맞다. BMW는 그릴이 필요하지 않은 전기차에도 여전히 키드니 그릴 디자인을 넣었다. 앞으로도 분명 그럴 것이다. 콩팥은 BMW의 심장이다.
 

 

PORSCHE 911

1세대. 약 60년간 이어진 포르쉐 헤리티지의 시작.2세대.3세대.4세대. 공랭식 엔진을 얹은 마지막 911.5세대. 동그란 헤드램프를 벗어나보려 했지만 실패.6세대.7세대.8세대. 리어 그릴의 갯수에 비밀이 숨어 있다. 9+9+2.
알고 있다. 포르쉐 911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건 골치 아프고 복잡하며 민감한 일이다. 911이라는 이름 아래엔 이름만 들어도 동공이 확장될 것 같은 수많은 모델이 있다. 카레라, 타르가, 터보, GT3 같은 것들 말이다. 여기에 4S, 쿠페, 카브리올레 같은 세부 트림까지 더하면 경우의 수는 더욱 늘어난다. 오죽했으면 옆 나라 일본에선 911 단일 모델만 다루는 자동차 잡지가 나올 정도다. 그만큼 이야깃거리가 많다.
 
911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면 미리 머릿속에 넣어두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첫 번째는 코드명이다. 어느 911 마니아가 “이젠 997을 팔고 992로 넘어가야 할 것 같아. 개인적으로 993 시절이 무척 그립긴 해”라고 말했다고 예를 들어보자. 이때 993은 공랭식 엔진을 사용한 마지막 911의 코드명이고 997은 6세대, 992는 가장 최근 출시된 8세대 911의 코드명이다. 가장 최근 출시된 911의 코드명 정도만 알고 있어도 포르쉐 관련 정보를 접할 때 이해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두 번째는 911의 구조다. 911은 볼륨감 넘치는 뒤태를 가진 것으로 유명한데 그 이유가 ‘RR(Rear engine, Rear wheel drive)’에서 비롯됐다. 쉽게 말하면 엔진이 뒷바퀴 축보다 더 뒤에 위치한다는 뜻이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일반 승용차(Front engine, Front wheel drive)와 정반대라고 이해하면 된다. 볼륨감 있는 뒤태는 사실 엔진을 넣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다.
 
워밍업이 끝났다면 911 곳곳에 숨어 있는 디자인 요소를 살펴볼 차례다. 1964년형 1세대 포르쉐와 2019년형 8세대 포르쉐는 자동차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 보더라도 같은 차다. 911은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철저하게 디자인 헤리티지를 고수해왔다. 물론 잠시 옆길로 빠진 적은 있다. 5세대 포르쉐가 기존의 동그란 헤드램프 대신 타원형의 헤드램프를 달고 나왔다가 포르쉐 팬들의 원성을 샀다. 결국 포르쉐는 6세대 911에 다시 동그란 헤드램프를 넣었다. A필러가 끝나는 지점부터 리어 범퍼까지 매끈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 역시 911을 상징한다. 덕분에(?) 2+2 구성의 2열 시트는 머리 위 공간을 포기해야만 했다. 루프 라인은 옆에서 볼 땐 풍만한 곡선이지만 뒤에서 볼 땐 직선에 가까워 보는 각도에 따라 매력이 다르다. 911의 루프 라인은 파나메라와 마칸에도 적용됐다. 변하지 않은 건 하나 더 있다. 헤드램프 뒤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좌우 펜더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더해져 ‘개구리’라는 별명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펜더가 치솟아 있다기보단 보닛이 지나치게 낮다고 봐야 한다. 과거 보닛을 낮게 설계한 건 공력적인 측면에서의 성능 향상을 위해서였다. 결국 볼록한 뒷모습과 개구리 같은 앞모습은 철저히 기능에서 비롯된 디자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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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박호준
  • PHOTO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