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에 자리 잡은 지 이제 두 달 남짓 밖에 되지 않은 만천재는 무심코 한 입 먹었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맛있다는 쌀 호두과자로 한창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글루텐 프리로 만들어 누구나 마음 놓고 실컷 먹을 수 있고, 고소한 호두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달콤하면서도 촉촉한 팥 앙금이 이곳 소개처럼 작은 호두과자에 가득 담긴 ‘진심’과 정성’을 느끼게 한다. 호두과자만 보면 전통 장인이 운영해온 오랜 가게를 떠올릴 법도 하지만, 만천재의 반듯한 직선형 건물 외관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유명 아트 갤러리로 착각할 만큼 멋스럽다.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내다보이는 아담한 초록빛 테라스, 매끄러운 대리석 인테리어와 곳곳에 전시해둔 진귀한 포슬린 티웨어까지. 만천재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한국식 프라이빗 티타임을 제안한다.
숙명여대와 신광여중·고 사이 한 골목에 있는 블랙버드커피는 위치적 특성에 맞게 여심을 사로잡을 감성적 포인트를 두루 갖췄다. 입구 옆에 나란히 놓인 초록색 의자 세 개는 옛 영화 속에 나오는 버스정류장을 보듯 낭만적 풍경을 연출하고, 내부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는 통통한 키위새 모양 귀여운 블랙버드는 가게 마스코트다운 앙증맞은 매력으로 남녀 손님 모두의 취향을 저격한다. 달달한 시그니처 아포가토와 상큼한 애플 웨이브, 숯가루를 넣어 만든 까만 블랙버드 라떼 등 블랙버드커피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갖가지 메뉴들은 저마다 다른 특유의 색과 맛을 뽐낸다.
문을 열기도 전부터 화제를 모으는 몇몇 인기 레스토랑이나 카페들은 일찌감치 가오픈을 먼저 해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곤 한다. 청파동 주민센터 맞은편에 위치한 슬로우슬로우 역시 작년 이맘때쯤 가오픈 기간을 거친 다음, 정식 오픈을 하자마자 많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각자의 ‘최애 카페’로 손꼽히게 된 곳이다. 이름따라 여유롭고 차분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슬로우슬로우에서는 아무리 바쁘고 바쁜 현대인이라도, 아무리 성격이 급한 뼛속까지 한국인일지라도 다들 평소에는 없던 느긋함이 생긴다. 그도 그럴 것이 부드러운 크림을 올린 아인슈페너 한 잔, 온몸을 토닥여주는 것만 같은 진한 향의 치즈 바스크 케이크 한 조각 등 가게에는 나만의 휴식시간을 천천히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가게 이름만 들으면 고양이 애호가가 운영하는 식당인가 싶겠지만, 이곳의 라멘을 맛보고 나면 틀림없이 라멘 애호가의 식당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무려 51시간을 푹 끓인 진한 육수는 물론, 두툼하게 썰어 얹은 차슈의 딱 알맞은 짭조름한 맛이 라멘을 오래도록 연구한 사람이 아니고는 결코 낼 수 없는 환상적 풍미를 전한다. 츄르츄르의 또 하나 유명한 메뉴 연어스시도 마찬가지. 기어코 한 그릇을 전부 비워버린 뒤 더 이상은 못 먹겠다 내뱉은 말이 무색하게 자꾸만 입에 넣고 싶은 희한한 마력을 지녔다. 과연 고양이에게 츄르가 이 정도 맛있는 간식일까 상상을 하면서 가게를 나설 때쯤, 근처를 누비는 얼룩 길고양이가 나타나 츄르 대신 주인이 챙겨 놓은 밥을 먹는 정겨운 광경도 목격할 수 있다.
_프리랜서 에디터 박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