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배우 박지현이 '사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말한 이유

사람들은 박지현을 참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하고, 그녀는 사는 게 워낙 재미있는 일이라고 한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 그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조차도 흥미로운 자극이라고.

BY오성윤2021.09.24
 
 

박지현도 당신을 본다

 
차기작인 〈재벌집 막내아들〉의 모현민은 어떨까요?
재벌에다 자기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캐릭터예요. 지금껏 맡았던 캐릭터들과 다른 지점은 ‘걸크러시’적인 측면이 있다는 거고요. 드라마 배경이 1990년대라서 사람들이 남의 시선에 많이 신경 쓰고 좀 경직된 분위기가 있는데, 모현민은 주장도 강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하는 그런 사람이거든요. 1990년대 배경에 맞게 의상이랑 헤어, 메이크업 같은 것도 해보고 있는데, 엄청 기대돼요. 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대본이 너무 재미있고요.
이번 캐릭터도 본래 성격과는 거리가 머네요.
그쵸. 좀… 냉미녀죠.(웃음) 이걸 제 입으로 안 꺼내려고 해도 다르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화이트 셔츠 드레스 잉크.

화이트 셔츠 드레스 잉크.

특정 이미지를 잘 전달하는 효율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맡은 역할 중에 본래 성격과 가장 비슷한 건 아무래도 〈곤지암〉의 지현 역할이었겠죠?
제 생각에 그건 연기라고 하기에 애매한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페이크 다큐멘터리, 파운드 푸티지 장르 영화였잖아요. 아예 연기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배우들에게 계속 ‘연기를 하지 마라’고 디렉션을 주셨고, 극 중 이름이 지현인 것도 그래서고요. 연기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자세로 임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배우들은 카메라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작은 요소까지 컨트롤하는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측면에서 초반부 지현 씨 연기에 감탄하게 되는 측면이 있었어요. 얼굴 쓰는 방식이나 동작들이 홈비디오처럼 자연스러웠어요.
사실 그 현장에서 카메라가 잘 안 보였어요.(웃음) 너무 많아서 어떤 컷을 쓸지도 몰랐고. 카메라가 동시에 19대인가가 돌았거든요. 예뻐 보일 수도, 그럴 필요도 없는 영화였고 지현이도 외모가 중요한 캐릭터가 아니었고요. 그래서 되게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언제 다시 그런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 싶어요.
그런데 그냥 그렇게만 설명하기에는… 예를 들어 원장이 목매달아 자살했다는 소문을 이야기할 때 지현이가 턱을 이렇게 괸 포즈나 표정 같은 게 있었잖아요. 저한테는 그런 게 연기적인 표현 방식이 아니라 실제 인물이 자기도 모르게 표출한 꺼림칙함 같았거든요.
그건 의도한 거였어요. 제가 평소에 사람들 보는 걸 좋아해요. 예를 들어 기자님도 지금 이렇게 검지 마디로 턱수염을 만지고 있잖아요. 사람들은 어색한 동작을 자연스럽게 많이 하거든요. 누가 말도 안 되는 포즈로 앉아 있어도, 그게 그냥 보면 말이 돼요. 그런데 연기로 하라고 하면 그런 포즈를 못하죠. 이상하니까. 저는 그런 걸 관찰하는 게 되게 재밌어요. 그런 걸 연구하기도 하고, 그래서 다큐멘터리도 많이 보는 편이고요. 〈곤지암〉이 제 그런 호기심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어떤 얘긴지 알 것 같아요. 저도 최근에 본 다큐멘터리에서 어떤 사람이 화를 내다가 갑자기 맥락 없이 울기 시작했는데, 그게 되게 깊이 남았거든요. 자꾸 생각이 나고, 중요한 대목이 아니라서 짧게 지나갔는데도 자꾸 그 감정을 생각하게 되고요.
사실 사람들이 맥락 있게 말하고 행동하면서 살지 않잖아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포즈로 앉아 있기도 하고. 그래서 되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사는 게.(웃음) 특히 연기자로 살아가는 건 정말 재미있죠. 마주치는 사람이 다 어떤 자극이 되어주니까요.
〈곤지암〉 후반부의 빙의 연기도 많이 회자가 됐죠. 흔히 ‘샤바샤바 귀신’이라고 부르는 연기가.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난감하지 않았어요?
대본에는 그냥 ‘지현이가 빙의가 된다’ 이렇게만 적혀 있었어요. 오디션을 볼 때 감독님이 묻더라고요. 저라면 빙의를 어떻게 표현할 것 같냐고. 그때 제가 “지브라시(gibberish) 같은 걸 하지 않을까요?” 그랬죠. 의미 없는 소리, 언어가 되지 않는 소리를 계속 하지 않을까 하고. 그걸 이제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발전시킨 거죠.
〈곤지암〉은 점프 스케어(호러 영화의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도 많은 영화였지만, 그런 빙의의 방식 같은 요소들이 굉장히 내면 깊이 섬뜩하도록 만들어준 것 같아요.
감독님이 천재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공포 영화 연출을 워낙 잘 하시는 분이고.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에도 늘 기발한 아이디어를 주셨거든요.
〈사자〉의 빙의 연기는 성격이 달랐죠. 거의 동물적인 뭔가를 보여줬어요.
저는 그런 게 재미있나 봐요. 막 자유롭잖아요. 뭘 해도 괜찮고. 〈사자〉도 그래서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그게 사실, 영화 속에서 제가 구마를 당하면서 막 웃잖아요. 그런데 그게 중간에 진짜 빵 터진 거였거든요. 그래서 컷 하고도 계속 웃었고요.
 
화이트 셔츠, 블랙 스커트, 뷔스티에 모두 디올. 앵클부츠 지미추.

화이트 셔츠, 블랙 스커트, 뷔스티에 모두 디올. 앵클부츠 지미추.

하하하. 소름 끼칠 정도로 자지러지게 웃던데 그게 진짜 웃음이었다고요?
저는 얼굴에 피 칠갑이 되어 있고, 박서준 선배님이 제 목을 조르고 있고, 말 그대로 진짜 난리를 치고 있었잖아요. 그게 그냥 너무 웃겼어요. 물론 대본 지문에 ‘웃는다’라고 되어 있기도 했지만 그 상황이 웃겨서 진심으로 웃게 된 거죠. 정말 재미있게 찍었던 것 같아요.
아무나 못 해볼 경험이긴 하네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동물처럼 행동하고, 미친 듯이 웃고.
그쵸. 사실 배우 중에서도 누구나 하는 경험은 아닌 거죠. 그래서 되게 영광이었어요.
영광.
영광이었죠. 그걸 할 수 있어서.
‘진짜 재미있었다’와 ‘영광이었다’는 표현이 같이 나와서, 연기를 대하는 지현 씨의 마음이 새삼 궁금해졌어요. 굉장히 신기한 종류의 열정 같아서요.
재미있어요. 저는 사실 연기가 직업이 되고 일이 되면 좀 달라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똑같더라고요. 물론 책임감이 더 따른다거나 외적인 요소에서 더 신경을 써야 한다거나 하는 부분은 있지만 그것보다 그냥 너무 재미있어요. 그래서 저는 아직도 제가 연기를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나한테 왜 돈을 주지?’
(웃음) 아, 본인에게는 일 같지가 않은데?
영화든 드라마든 사실 굉장히 많은 분이 조력해서 만드는 거잖아요. 다들 힘을 합쳐 저를 예쁘게 찍어주고, 나중에 계속 볼 수 있도록 남겨주고. 너무 재미있기까지 하고요. 그런데 그게 제 직업인 거예요. 얼마나 좋아요.
부럽다. 천직인가 봐요.
그러게요. 좋아하는 일을 이렇게 재미있어 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특히나 연기는 정답이 없는 분야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스스로를 자꾸 몰아붙이게 되고,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배우도 많아 보이더라고요.
저도 되게 어렵다고 느껴요. 그런데 저한테는 그것보다 자유로운 부분이 더 큰 거죠. 오히려 현실 세계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그 상황에 집중하고 몰입하면 어느 순간 현실의 박지현이라는 사람은 잊혀요. 박지현이라는 틀 속에서 하면 안 됐던 것들을 할 수 있게 되고, 그간 익숙해진, 당연해진 것들을 무시하게 되고. 오직 그 상황에 몰입할 수 있는 거죠.
쉽게 사라질 종류의 재미도 아닌 것 같네요. 경험이 더해갈수록 커진다면 모를까.
맞아요. 저는 지금이 제일 재미있어요. 연기를 처음 할 때보다 지금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갈수록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요?
 
*박지현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0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배우 박지현은 그 어떤 악역이라도, 이해가 안 되는 캐릭터는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보러가기

Keyword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송시영
  • STYLIST 강이슬
  • HAIR 케이트
  • MAKEUP 최수지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