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가을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줄 컨버터블 3대

전혀 다른 3대의 컨버터블과 함께 가을을 즐기는 방법.

BY박호준2021.10.05
 
 

Fall in Convertible 

 

JAGUAR F-TYPE R CONVERTIBLE

컨버터블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여유롭게 선선한 바람과 맑은 햇살을 만끽하며 달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섭게 질주하며 엔진과 배기구가 뿜어내는 폭발음에 전율하는 것이다. 재규어 F타입 R은 후자다. 지붕을 열어젖히면 운전자와 5000cc V8 엔진을 가로막는 건 아무것도 없다. 흔히 스포츠카의 배기음을 두고 ‘팝콘을 튀긴다’고 표현하는데 F타입의 배기음은 그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다. 재규어 F타입 R보다 목소리가 크려면 대형 록 페스티벌의 스피커 정도는 가지고 와야 한다. 드라이브 모드를 다이내믹으로 바꾸면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액티브 스포츠 배기 시스템’은 배기음을 걸걸하게 만든다. 한번 그 즐거움에 맛을 들이고 나면 지붕이 열리는 14초가 140초처럼 느껴진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F타입은 헤드램프 크기를 날렵한 형태로 바꾸면서 보닛 라인을 좌우로 넓혔다. 덕분에 차의 전면부가 한결 낮고 넓어 보인다. 잠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7초 만에 도달하는 575마력짜리 재규어 등에 올라타기 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이 차는 운전석에 앉았을 때 엉덩이가 앞바퀴보다 뒷바퀴에 더 가깝다. 앞바퀴 접지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뜻이다. 운전이 능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차가 거칠고 무섭다고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재규어는 4기통, 6기통 모델과 달리 8기통 F타입에만 네 바퀴 굴림 방식을 적용했다. 평상시엔 뒷바퀴로만 달리다가 높은 접지력을 요하는 주행 구간에 진입하면 앞바퀴로 출력을 배분한다. 나를 짐이 있다면 동승석을 비워두길 바란다. ‘2도어-2시트’ 구성인 데다가 트렁크가 매우 좁기 때문에 부피가 있는 짐을 놓을 곳이 동승석뿐이라서다.
 
파워트레인 5000cc V8 가솔린 슈퍼차저, 8단 자동
최고 출력 575마력
최대 토크 71.4kg·m
가속력(0→100km/h) 3.7초
가격(VAT 포함) 2억127만원
 
 

LEXUS LC500 CONVERTIBLE 

2018년 개봉한 영화 〈블랙팬서〉에서 LC500이 부산을 질주했던 게 벌써 3년 전이다. 3년이면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오고도 남을 시간이지만, 렉서스는 지난 4월 LC500 컨버터블을 출시하며 얼굴에 손을 대지 않았다. 굳이 손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렉서스 스핀들 그릴을 ‘메기 입’ 같다고 놀리던 사람조차 LC500 컨버터블 앞에선 입을 꾹 다문다. 부메랑처럼 위아래로 길게 뻗은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곡선과 직전이 공존하는 보닛과 측면 볼륨은 어느 다른 브랜드와도 닮지 않았다. 거기에 4중 구조 소프트 톱까지 더했으니 눈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 흔히 컨버터블을 꺼리는 사람들은 ‘지붕을 열었을 때 쳐다보는 시선이 낯부끄럽다’고 말한다. 오해하지 말자. 그들은 당신이 아닌 LC500 컨버터블의 인테리어에 시선을 빼앗긴 것이니. 같은 계열의 색을 적용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내부를 나파 가죽과 알칸타라 같은 여러 소재의 조합과 질감 차이를 이용해 근사하게 다듬었다. 패션에서 이야기하는 ‘톤온톤’ 스타일링이다. 운전석으로 들이치는 바람이 미미해서 지붕을 열어도 매무새가 망가질 염려가 적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자연흡기 V8 엔진 컨버터블은 LC500 컨버터블이 유일하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총알같이 튀어 나가진 않는다. 귀가 찢어질 것 같은 배기음도 없다. 그렇게 타는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흡기 V8은 낮은 RPM에서 폭발적인 토크를 내기 위한 심장이 아니다. 울컥거림 없이 고요하게 속도를 올리기에 적합한 엔진이다. 마크 레빈슨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한가롭게 달릴 때 빛이 난다. 자동으로 에어컨과 히터를 작동시키는 ‘오픈 에어 컨트롤’과 차체 안에 숨어 있다가 차가 뒤집히려고 하면 0.15초 만에 튀어나오는 ‘액티브 롤 바’의 비호를 받으며 말이다.
 
파워트레인 4969cc V8 가솔린 자연흡기, 10단 자동
최고 출력 477마력
최대 토크 55.1kg·m
가속력(0→100km/h) 5초
가격(VAT 포함) 1억7800만원
 
 

MINI JCW CONVERTIBLE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등 뒤에 선풍기를 틀어놓은 것 같았다. 별생각 없이 미니 JCW 컨버터블의 지붕을 열고 시속 80km로 달릴 때 벌어진 일이다. 다른 차와 달리 유독 미니 컨버터블에 바람이 많이 들이치는 이유는 여느 컨버터블에 으레 장착되어 있는 ‘윈드 디플렉터’가 없기 때문일까? 틀렸다. 당연히 윈드 디플렉터를 마련해 놓았다. 다만 트렁크에 있었을 뿐이다. 꺼내어 1열과 2열 사이에 설치하니 효과가 탁월하다. 2열을 사용하지 않는 운전자라면 윈드 디플렉터를 상시 장착한 채로 운행하는 게 편하다. 다른 컨버터블 모델과 구분되는 미니만의 특징은 또 있다. ‘선루프 모드’다. 지붕을 아예 열거나 닫는 극단적인(?) 선택 외에 일반 차량에 달린 선루프처럼 운적석 위 지붕을 40cm만 열 수 있다. 사실 미니 JCW 컨버터블의 진짜 매력은 언제 어디서나 지붕을 열고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차체 덕에 북촌 한옥마을같이 좁은 골목길도 잘 빠져나가며, 오버행(앞바퀴 축부터 앞범퍼까지의 길이)이 짧고 핸들링 감각이 직관적이라 ‘고카트(Go-kart)’ 감성을 만끽하며 와인딩 코스를 돌아 나가기 충분하다. 1405kg밖에 되지 않는 차를 밀어내기에 231마력은 차고 넘친다. 다른 컨버터블에 비해 지상고가 높아 가벼운 오프로드 진입도 문제없다.

 
파워트레인 1998cc I4 가솔린 싱글터보, 8단 자동
최고 출력 231마력
최대 토크 32.6kg·m
가속력(0→100km/h) 6.5초
가격(VAT 포함) 564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