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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나라는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권나라는 연기를 통해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이제 그녀는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BY김현유2021.10.21
 

긍정의 나라

 
부담감이 컸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한 작품들이 모두 좋은 결과를 낸 덕분에 작품 선구안이 좋다는 평가를 받아요.
운이 좋았던 거죠. 사실 저는 극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제가 하고 싶었던 캐릭터, 욕심나는 캐릭터를 감사하게도 맡을 수 있었던 거거든요. 그리고 다른 배우들과 모든 스태프의 노력 덕분에 시청률이 좋게 나왔고요. 그러니까 운이 좋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어요.(웃음)
대본을 보면 이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감이 오는 건가요?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그려지는 대본이 있어요. 좀 더 관심이 가는 대본이요. 보다 보면 그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나죠. 그런데 막상 드라마가 나왔을 때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른 그림이 나오기도 하는 걸 보면, 전문적인 시선은 아니고 지극히 독자이자 시청자 입장에서 보는 거죠.(웃음)
 
핑크 원피스 롱샴. 크리스털 귀고리 스와로브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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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극이 〈수상한 파트너〉였는데 여기서는 검사 역이었고, KBS2 〈닥터 프리즈너〉에서는 의사였죠. 전문직 연기가 부담되진 않았어요?
그러게요. 시작부터 무슨 용기였을까요?(웃음) 생각해보면 차례대로 검사, 망한 연예인, 아나운서, 의사 역할을 맡았어요. 전문적인 용어를 자주 쓰는 캐릭터를 줄곧 맡은 거예요.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전혀 못 했어요. 그저 해보고 싶은 캐릭터라서 한 건데, 부담은 됐지만 역할을 통해 많은 걸 배운 것 같아요. 선배님들께서 많이 챙겨주시기도 했고요.
‘망한 연예인’이라면 tvN 〈나의 아저씨〉의 유라 얘기죠?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상태에서 배우를 연기하는 건 어떻게 다가오는지 궁금하네요.
유라의 심정이 크게 와닿았어요. 처음 대본을 볼 때부터요. 감사하게도 그 역할을 맡을 수 있었고, 연기를 하면서는 같은 직업군으로서 좀 더 이해가 잘 됐던 것 같아요. 아직 기억에 남는 게, 극 중에 기훈(송새벽 분)이 유라를 찾아와서 “사실 내가 작품을 잘 못 만든 건데, 네 탓을 한 거야”라고 하는 부분이 있어요. 제게는 그런 경험이 전혀 없잖아요? 그런데 뭔가 이해가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때 리허설 하다가도 눈물이 났어요. 감독님이 지금 울면 안 된다고 하는데도 눈물이 쏟아졌어요. 그때 기억이 많이 나요.
나라 씨가 경험하지 못한 걸 유라는 많이 경험했죠. 연기할 때도 그런 부분에 더욱 신경을 썼을 것 같아요.
유라는 그 당시 저보다 나이가 많았어요. 좀 더 어른스러운 행동이나 말투에 대한 고민이 있었죠. 그런데 감독님께서 유라는 ‘순수의 결정체’라고 하시더라고요.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크게 겪었어도, 유라는 본인 마음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순진무구한 캐릭터라고요. 성숙해 보이려 하지 말고 오히려 어린 시절의 마음을 생각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그게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외형은 어른인데, 마음은 그렇지 않으니까. 감독님이나 함께 촬영한 선배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다음 작품인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서는 아나운서가 됐죠.
역할을 위해 아나운서분들 옆에서 많이 배웠는데, 그 직업에 대해 존경심을 느꼈어요. 정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쉴 새 없이 공부하시더라고요. 스케줄도 빡빡한 와중에 쉴 틈을 쪼개가면서 사회 이슈부터 예능 트렌드까지 챙기셨어요. 끝나고 나서 도움 주셨던 아나운서분들께 그런 얘기를 했어요. 저는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버겁고 힘들었는데, 정말 존경스럽고 대단하시다고요.
연기를 하면서, 내가 배우가 아니라 아나운서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제가 아나운서였다면 감정에 호소했을 것 같아요.(웃음) 아나운서는 중립을 지켜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화면 안에서 어떤 감정도 드러내선 안 되는 건데, 저는 그게 안 됐을 거예요.
배우가 천직인 걸로.(웃음) 다음 작품인 〈이태원 클라쓰〉는 아까 얘기한 대로 나라 씨가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찾는 데에도 도움을 줬고 배우 권나라의 커리어에도 큰 역할을 했죠. 극 중 ‘수아’ 역할이 나라 씨에게 일종의 힐링이 돼줬던 걸까요?
연기를 할 때는 사실 수아의 감정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어요. 수아는 저랑 정말 다른 성향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끝나고 나니까 알 것 같더라고요. 수아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꿋꿋하게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그런 캐릭터였어요. 저는 늘 다른 사람들을 위해 좀 더 희생하는 편이었는데, 수아를 만나고 난 뒤에는 나를 좀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해왔는데, 이제는 일도 열심히 하면서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더 많이 찾아보고 시도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한 거에요. 제 안의 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게 된 계기인 것 같아요. 저에게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준 캐릭터인 셈이죠.
 
퍼플 러플 드레스 블루마린. 누드 사이하이 부츠 지안비토로시.

퍼플 러플 드레스 블루마린. 누드 사이하이 부츠 지안비토로시.

그런데 〈수상한 파트너〉도 그렇고,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전 여친 역할이었고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첫사랑 역할이었어요. 사실 얄미운 역이잖아요. 연달아 그런 역할을 맡다가 이미지가 고정될 수도 있겠단 걱정이 되진 않았어요?
전 여친, 구여친. 조금 얄미울 수 있는 그런 캐릭터들이었죠.(웃음)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차가워 보이는 인상 때문인가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태원 클라쓰〉는 그런 우려보다도, 수아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도전하게 됐어요. 여태껏 한 번도 못 해본 학생 역할을 해볼 수 있다는 것도 컸고요.
그렇게 하게 된 〈이태원 클라쓰〉가 갑자기 일본에서 대박이 났죠.
정말 몰랐어요. 한참 나중에야 알았는데, 때마침 코로나19가 터지고 말았죠.
해외 활동을 못 한 부분이 아쉽진 않았어요?
아쉽지만 시국이 시국이었으니까요. 그래도 굉장히 감사했어요. 일본 매체와 서면 인터뷰도 진행했고, 당장은 못 갔지만 나중에 또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긍정적으로.(웃음) 나라 씨의 연기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라면 아무래도 〈이태원 클라쓰〉겠죠?
처음으로 감독님께 제 생각을 얘기해보기도 했고, 한 신을 위해 선배님이나 또래 배우들과 함께 이것저것 만들어보기도 한 작품이라 〈이태원 클라쓰〉가 마음에 남죠. 그런데 〈나의 아저씨〉도 저에게 굉장히 감사한 작품이라, 터닝포인트라면 그 두 작품이지 않을까요.
지금껏 맡았던 역할 중 나라 씨의 원래 모습과 가장 가까운 캐릭터는 누구였다고 생각해요?
오, 처음 받는 질문이네요.(웃음) 〈나의 아저씨〉의 유라일 것 같아요. 유라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가장 쉽기도 했고요. 옛날엔 유라처럼 무너졌던 때도 있지만, 흐르는 대로 넘기며 살자는 생각을 늘 했거든요. 유라처럼 순수한 건 아닌데, 긍정적으로 앞만 보고 살아가는 면이 비슷하달까요. 혹시 실수하더라도 금방 털고, 대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지금 촬영 중인 〈불가살〉에서는 어떤 역할인가요?
〈불가살〉은 600년 전부터 죽음과 환생을 반복하는 한 여자와 또 복수를 하고자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예요. 더 나은 모습, 더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려 열심히 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무렵 인터뷰에서 ‘좋은 눈빛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얘기를 했어요. 눈빛만으로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였는데,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온 것 같아요?
아직 한참 멀었어요. 머나먼 얘기라고 생각해요. 눈빛만으로 자연스럽게 슬픔이나 행복을 표현하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가진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그런 눈빛은 아직 제가 갖지 못하는 경지이기 때문에, 당장은 좋은 배우도 되고 싶지만 그만큼 좋은 사람도 되고 싶어요.
 
*권나라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1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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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현유
  • PHOTOGRAPHER 박현구
  • STYLIST 박선희/ 박후지
  • HAIR 이혜영
  • MAKEUP 권연재
  • ASSISTANT 송채연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