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잘나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자연흡기와 전기모터를 둘다 가진 스포츠카 브랜드는 포르쉐 밖에 없다.

BY박호준2021.10.26
 
제로백이 가장 빠른 건 누굴까? 놀랍게도 카이엔 터보 GT다.

제로백이 가장 빠른 건 누굴까? 놀랍게도 카이엔 터보 GT다.

포르쉐 코리아가 10월 19일부터 2박 3일간 인제 스피디움에서 미디어 시승회를 열었다. 시승 프로그램은 911 GT3를 비롯해 총 7개 모델을 전부 경험할 수 있도록 꾸려졌는데 “어떤 포르쉐를 고르더라도 항상 즐겁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짐카나 1등에게는 신형 GT3 모델카가 선물로 주어졌다. 부럽다.

짐카나 1등에게는 신형 GT3 모델카가 선물로 주어졌다. 부럽다.

니가 그렇게 운전을 잘해? 짐카나로 따라와!  
러버 콘을 이용해 코스를 만든 후 가장 빨리 주파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핸들링 능력은 물론 차의 무게중심과 타이어 접지력을 종합적으로 빠르게 판단하는 게 승리의 비결이다. 냅다 가속페달만 밟다가는 기록은커녕 코스 이탈하기에 십상이다. 넓은 공터와 러버 콘, 자동차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간단한 구성이라 자동차 시승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포르쉐를 번갈아 타는 재미!

포르쉐를 번갈아 타는 재미!

포르쉐는 조금 달랐다. 같은 짐카나 코스를 718 박스터 GTS와 911 터보 S 2대를 번갈아 경험하도록 마련했다. 미드십 엔진을 바탕으로 차체 밸런스를 강점으로 하는 박스터 GTS는 S자를 그리며 좌우로 정신없이 달릴 때 빛을 발했다. 반면, 911 터보 S는 662마력을 내뿜는 ‘911중의 911’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7초 만에 도달하는 폭발력으로 순식간에 출발선을 박차고 나간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바로 카레이서.

이 순간만큼은 내가 바로 카레이서.

결론부터 말하면, 911 터보 S의 기록이 조금 더 빨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자들은 물론 진행을 담당한 인스트럭터의 기록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911터보 S가 승리한 비결은 ‘마력’ 때문이 아니다. 뒷바퀴 굴림인 박스터에 비해 네 바퀴로 지면을 움켜쥐며 달린 덕이 컸다.  
이 차가 공도에 달리는 건 반칙 수준이다.

이 차가 공도에 달리는 건 반칙 수준이다.

포르쉐의 기술력은 GT에서 비롯된다
이번 서킷 시승 행사의 하이라이트다. 지난 14일 출시한 포르쉐 911 GT3를 비롯해 곧 출시 예정인 카이엔 터보 GT와 카이맨 GT4를 타고 인제 스피디움 풀 코스를 각각 2바퀴씩 달렸다. 옆자리엔 카레이서 출신 인스트럭터가 동승했다. 최적의 시트 포지션뿐만 아니라 제동 타이밍, 운전대 조향각도, 운전자 시야 등을 실시간으로 코칭 받으며 달렸다.  
SUV 맞아? 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SUV 맞아? 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시작은 카이엔 터보 GT였다. “현존하는 SUV 중 서킷에서 가장 빠른 모델입니다.” 인스트럭터의 말이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카이엔 터보 GT는 뉘르부르크링을 7분 38초만에 주파하며 SUV 랩타임 1위 타이틀을 차지했다. 주행을 시작하기 전 ‘앞서 달리는 GT3와 GT4를 따라가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SUV가 지닌 태생적 한계 때문에 코너에서 잠깐 차이가 벌어지더라도 직선 코스에서 무시무시한 가속 능력으로 금세 따라잡았다.  
작고 귀여운데 성능은 매콤하다.

작고 귀여운데 성능은 매콤하다.

서킷을 재밌게 즐기고 싶다면 카이맨 GT4가 적당하다. 다른 차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인 428마력을 발휘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GT4는 운전자와 한 몸이 된 것처럼 달린다. 상대적으로 콤팩트한 차체와 미드십 구조 덕분이다. 0.5초만 늦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서킷에서 차와 운전자가 한 몸처럼 느껴진다는 건 아주 큰 장점이다. 운전자 바로 뒤에 엔진이 위치하기 때문에 자연 흡기 6기통 박서 엔진이 연주하는 음악이 한결 또렷하다.  
GT3의 기어레버는 언뜻보면 수동 기어레버 같이 생겼다.

GT3의 기어레버는 언뜻보면 수동 기어레버 같이 생겼다.

911 GT3는 무섭다. 포르쉐 라인업에서 ‘GT’ 딱지가 붙었다는 건, 모터스포츠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어지간한 담력으론 적토마 같은 이 차의 고삐를 쥐기 쉽지 않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카레이서조차 “정신 바짝 차리고 타야 해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전 모델과 달리 주행모드를 ‘노말’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것 정도다.  
오해하지 말것. 저 날개는 날아오르는 용도가 아니다. 그 반대다.

오해하지 말것. 저 날개는 날아오르는 용도가 아니다. 그 반대다.

모든 브랜드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로 가는 시점에 자연 흡기 엔진을 고수한 GT3는 rpm을 9000까지 높인다. 앞서 말한 카이맨 GT4와 같은 6기통 자연 흡기박서엔진인데도 최고 출력이 약 200마력 차이 나는 건 그래서이다. 엔진회전수를 높게 가져가기 위해 엔진에 쓰이는 소재를 더 가볍고,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단언컨대, 이 차는 서킷에서 타야 한다. 서울 시내에선 차의 성능을 10%도 발휘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순간.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순간.

같은 타이칸, 다른 매력
여기 2가지 선택지가 있다. 출력이 높은 데 뒷바퀴 굴림인 차와 출력은 낮지만 네 바퀴 굴림인 차가 있다면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타이칸 터보S와 타이칸 4S를 두고 하는 말이다. 만약 당신의 운전 실력이 카레이서에 준하지 않는다면, 4S를 고르는 편이 현명하다. 이날 시승행사에 참여한 기자들 대부분도 4S를 탈 때 더 안정적인 레코드 라인(서킷에서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하는 최적 경로)을 구현했다.  
이젠 우리나라도 '왜건의 무덤'을 벗어날 떄가 됐다.

이젠 우리나라도 '왜건의 무덤'을 벗어날 떄가 됐다.

이 날 함께 하진 못했지만, 911 GT3와 함께 출시된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는 타이칸이 보여주는 또 다른 변주다. 타이칸의 왜건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존 타이칸에 비해 트렁크 공간과 2열 헤드룸이 50mm가량 넓어졌다. 국내에는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4와 4S로 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