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을 가진 하이브리드 3대

단숨에 전기차 시대로 돌입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하이브리드가 선전하고 있다. 절대 전기모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던 브랜드들조차 하나둘 전기모터를 이식받는 중이다.

BY박호준2021.10.27
 

LAND ROVER

DEFENDER 90 D250 SE
맞다. 지난 9월 말 개봉한 007 시리즈 〈노 타임 투 다이〉에 등장해 오프로드를 붕붕 날아다녔던 바로 그 디펜더 시리즈도 하이브리드를 품었다. 랜드로버가 해당 자동차 추격 장면은 절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며 재차 강조했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군용 베이스로 제작되어 랜드로버의 오프로드 DNA를 가장 짙게 머금은 디펜더이기에 가능한 퍼포먼스였다. 작년 가을, 디펜더 110을 출시한 랜드로버 코리아가 약 1년 만에 디펜더 90을 선보였다. 110은 4도어, 90은 2도어다. 문짝 개수가 2개 줄어든 대신 실린더 개수는 2개 늘었다. 디펜더 90은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품었다. 차체가 짧아지며 힘이 강해졌다는 건, 오프로드에 더욱 적합한 체형이 됐다는 뜻이다. ‘이 차가 오프로더가 맞나?’ 싶을 만큼 매섭게 속도를 높인다.
 
디펜더 90에서 눈여겨볼 점은 6기통 디젤 엔진이 품은 마일드 하이브리드라는 시스템이다. 제조사에 따라 ‘48V 하이브리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혹시 방금 ‘하이브리드면 하이브리드지, 마일드는 또 뭐람?’이라고 생각했나? 힌트는 48V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엔 12V짜리 배터리가 들어간다. 시동을 걸고 어두운 밤길을 밝히는 데는 충분하지만, 전기모터를 돌리기엔 부족하다. 그래서 배터리 용량을 키우고 사용 전압을 높인 것이 마일드 하이브리드다. 자연스레 이어지는 질문이 있다. “그럼 60V나 72V짜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왜 없나요?” 답은 두 가지다. 첫째는, 유럽연합이다. EU는 인체에 해를 입히지 않는 마지노선을 48V로 규정했다. 다시 말해, 48V까지는 기존의 12V짜리 배터리를 취급하던 것과 동일한 장치와 규정으로 다룰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다.
 
둘째는, 효율이다.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모터와 배터리의 부피가 작아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엔진룸 구조를 재배치하지 않고도 출력 향상과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디펜더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적용을 통해 5~10%의 연료 절감과 보다 부드러운 초반 가속을 달성했다. 같은 효과를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 달성하려 했다면 최소 수백억의 투자가 필요하다. 단,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처럼 전기모터로만 달릴 수 없다. 전기로만 주행하기 위해선 48V가 아니라 270V는 넘어야 한다.
 
파워트레인 2996cc I6 디젤 트윈 터보+전기모터, 8단 자동
최고 출력 249마력
최대 토크 58.1kg·m
가속력(0→100km/h) 8초
가격(VAT 포함) 9290만원
 

 

JEEP

WRANGLER 4xe Overland
사막을 질주하고 암벽을 뛰어넘는 지프조차 거스를 수 없는 게 있다. 전동화다. 점점 높아지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전기모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포인트는 어떤 크기의 전기모터를 선택하느냐에 달렸다. 가장 작은 모터를 선택하면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길로, 가장 큰 모터를 선택하면 순수 전기차의 길로 들어서는 셈일 터다. 랭글러 4xe는 중간을 택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의 길이다. 가솔린과 전기 모두를 사용하며 달린다. 제동 에너지를 회생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도 있지만, 상용 전원으로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지프의 전동화 시작은 랭글러 4xe다. 참고로 4xe는 ‘포 바이 이’라고 읽는 게 옳다. 네 바퀴 굴림 차를 ‘4×4(포 바이 포)’라고 부르는 것에서 유래했다. 고작(?) 2개의 전기모터를 더했을 뿐인데 효과는 대단하다. 최고 출력이 103마력 늘었고 복합 연비가 1L당 9km에서 12.7km로 높아졌다.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기존 모델 대비 3분의 1 수준인 59g/km이다. 강력한 힘과 높은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얻은 것이다. 220V 충전기를 이용했을 때 완충까지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이때 전기로만(일렉트릭 모드) 최대 32km를 달릴 수 있다. 국내 출시된 랭글러 4xe 오버랜드 트림은 오프로드 타이어가 아닌 온로드 SUV용 타이어를 기본 장착해 승차감이 한결 부드럽다. 지붕도 자동으로 열리는 파워톱 모델이다.
 
진짜 매력은 지금부터다. 랭글러 4xe는 일렉트릭 모드일 때도 2H, 4H 오토, 4H 파트타임, 4L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달린다. 일반적인 전기차에서는 한 개의 모터가 한 개의 바퀴 축을 담당하지만 지프는 모터를 변속기와 결합했다. 덕분에 4개의 바퀴를 각각 분리해 달리더라도 동력 전달에 전혀 지장이 없다. 쉽게 말하면, 오프로드를 주파하는 데 사용되는 모든 기능을 일렉트릭 모드에서도 그대로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젠 오프로드를 즐길 때 환경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파워트레인 1995cc I4 가솔린 싱글 터보+전기모터, 8단 자동
최고 출력 375마력
최대 토크 64.9kg·m
가속력(0→100km/h) 6초
가격(VAT 포함) 8690만원
 

 

MASERATI

GHIBLI HYBRID
물러설 곳이 없다. 유럽연합의 강화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따라 2021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5g/km가 넘는 차는 1g당 95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를 195g/km 내뿜는 차가 1대 팔리면 제조사가 9500유로(약 1300만원)의 벌금을 내는 식이다. 이는 고배기량 엔진을 사용해 듣기 좋은 엔진 소리를 자랑하던 마세라티에게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플래그십 모델이었던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가 단종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일한 대안은 전동화다. 마세라티는 2025년까지 6개의 순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물론 기존 모델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극 적용한다. 포문을 연 건 기블리 하이브리드다. 4기통 가솔린 엔진에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맞물렸다. 마세라티 마니아라면 두 번 놀랄 일이다. 6기통 또는 8기통만 고집하던 마세라티가 4기통을 품은 것도 모자라 전기모터까지 장착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놀라야 하는 건 다운사이징을 하고도 여전한 달리기 실력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7초 만에 도달하는데, 이전 V6 디젤 모델보단 0.6초 빠르고 V6 가솔린 모델보단 0.2초 느리다. 또한 배터리 무게를 이용해 앞뒤 무게배분을 50 대 50에 가깝게 조절했다. 종이 위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장점도 있다. 4기통 가솔린 엔진의 상대적으로 부족한 초반 토크를 전기모터가 보완한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돌리면 배기음이 제법 귀를 스친다. 엔진 회전수를 시원시원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차가 잘 나가지 않는다고 느낄 일은 드물다. 센터페시아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약 2인치 더 커진 건 덤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대폭 수정했는데 사용자 편의성이 높아졌다.
 
파워트레인 1995cc I4 가솔린 싱글 터보+전기모터, 8단 자동
최고 출력 330마력
최대 토크 45.9kg·m
가속력(0→100km/h) 5.7초
가격(VAT 포함) 1억145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