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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국민타자’ 이승엽이 잊히는 날.

BY김현유2021.11.27
 
“야구장이요? 야구 해요?”
택시 기사의 물음에 순간 당황했다. 이날(11월 9일)은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일명 ‘라팍’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 간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삼성은 2015년 이후 6년 만에 가을 야구 무대에 올랐고, 라팍에서 가을 잔치가 치러지는 건 2016년 개장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제일 잘 아는 택시 기사님, 그것도 삼성의 연고지인 대구의 택시 기사님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후 지인이 들려준 얘기는 더 ‘뜨악’했다. “저는 택시 기사님께 ‘야구장 가자’고 했더니, 시민야구장으로 데려다주던데요.” 시민야구장은 삼성의 옛 홈구장이다.
 
야구를 아예 모르는 택시 기사도 아니었다. 지인은 야구선수 출신이었는데, 기사님이 먼저 그를 알아보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사님의 야구 이야기는 먼지를 켜켜이 품은 시계처럼, 과거 시대에 멈춰 있었다. 프로야구의 현주소가 이렇다. 과거의 영광에 기대 현재를 이어가고 있지만,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 언제부터인가 현장에서 만나는 야구계 원로들은 “한국 야구가 정말 큰일이다”라는 말부터 꺼낸다.
 
야구의 인기 하락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사다. 올해 프로야구는 정규리그 종료일 직전까지 1~6위가 정해지지 않은 역대급 순위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TV 시청률 수치는 그라운드 안의 뜨거운 열기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일례로 정규리그 종료 하루 전인 10월 29일의 경우, 이날 펼쳐진 4경기 중 단 1경기만이 시청률 1%를 넘겼다. 나머지 경기는 0.4~0.7%에 그쳤다. 당시 동시 생중계된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의 경기는 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시청률 1.099%를 기록했다. 한 방송 캐스터는 “여자배구 최악의 매치업도 1%가 넘는데, 야구 인기가 어쩌다 이렇게 됐느냐”며 한탄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31일, 프로야구는 단일리그가 된 1989년 이후 사상 최초의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을 치렀다. 케이블 프로야구 중계 3사는 이를 동시 중계했는데, 여기에 SBS 스포츠는 빠졌다. 같은 시각 열린 여자배구를 중계하기 위해서였다. SBS의 경우 11월 10일 있었던 플레이오프 2차전 중계도 포기했다. 자사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골 때리는 그녀들〉의 2주 결방 방지를 위함이었다고는 하지만, 중계 의지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조율은 가능했을 터다. ‘프로야구’가 더는 매력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앞서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 4사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과 10개 구단을 상대로 리그 중단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리그 중단과 일부 선수들의 일탈로 국민 여론이 악화됐고, 후반기 무리한 더블헤더 편성으로 시청률이 떨어지며 촉발된 광고 매출 급감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도쿄 올림픽 최악의 성적(4위)과 맞물려 프로야구 후반기 시청률은 1% 넘는 경기를 손에 꼽을 정도로 추락했다. 연장전까지 폐지되면서 경기 자체가 박진감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
 
방송 4사의 손해배상 요청은 일견 수긍 가는 면이 없지 않다. KBO와 10개 구단은 지난 7월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반기를 조기 종료했다. 그러면서 한 해 500억원 가까이 지불하는 중계사와는 전혀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KBO는 지난해 지상파 3사(KBS, MBC, SBS)와 4년간 총 2160억원(연평균 540억원)의 중계권 계약을 했고 지상파 3사는 다시 케이블방송 4사에 이를 재판매했다. 협회와 구단의 리그 중단 결정이 중개사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전 협의가 있어야만 했다.
가뜩이나 케이블방송 4사는 시청층이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몇 년째 시청률 하락을 겪고 있던 터. 그동안 쌓여 있던 불만이 야구 인기 하락과 맞물려 이번에 터져 나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앞으로 누가 프로야구를 중계하려고 하겠느냐”라면서 “1~2년 내 프로야구에서 손을 떼는 스포츠 케이블 방송사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로야구 일부 경기가 생중계되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프로야구는 2006년 세계야구클래식(WBC) 4강,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등에 편승해 전 경기 생중계 시대를 열었고, 이는 야구 인기 확산의 밑거름이 됐다. 한국 야구는 WBC에서 두 차례(2013년, 2017년) 1라운드 탈락의 충격을 겪고도 몇 년째 굳건한 인기를 자랑했다. 하지만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금메달을 따고도 일부 선수들에 대한 병역 혜택 탓에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올해 도쿄 올림픽에서는 미국 프로야구 트리플 A보다 못한 리그 수준을 드러내면서 신규 팬 유입에 실패했다. 국가대표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강백호(KT 위즈),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이의리(KIA 타이거즈) 등 전국구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많이 포진해 있었기에 더 아쉬운 결과였다. 올림픽 야구는 당분간 열리지 않고 향후 아시안게임 때는 리그가 중단되지 않기 때문에 1.5군급 선수들로 대표팀이 꾸려진다. 시즌 관중 800만 명이라는 수치에 한동안 도취해 있던 프로야구가 골든타임을 놓친 게 아닌가도 싶다.
 
라팍 외야 오른쪽 벽에는 삼성, 아니 한국 야구 레전드인 ‘국민타자’ 이승엽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언제이고 라팍을 찾은 누군가가 ‘저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하긴 야구에 관심 없는 중학교 1학년 아들도 골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승엽만 봤던 터라 맨 처음에는 그를 골퍼 혹은 예능인으로만 알았다.
 
그나마 관중 100% 입장이 허용됐던 포스트시즌에서 한 줄기 희망은 봤다. 만원 관중이 찼던 잠실야구장에서? 아니다. 와일드카드 1차전 때 ‘내일의 야구’를 원하는 이정후의 간절한 몸짓에서 요동치는 프로야구의 심장을 봤다. 야구가 진심일 때 얼어붙은 팬들의 마음도 해동되지 않을까. 겨울은 결국 봄을 부르니까.
 

 
Who's the writer?
김양희는 〈한겨레〉 스포츠 팀장이다. 만동화 〈리틀빅 야구왕〉과 야구 입문서 〈야구가 뭐라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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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현유
  • Illustrator VERANDA STUDIO
  • WRITER 김양희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