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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바디 프로필'을 또 찍기로 결심한 이유

보디 프로필을 또 찍기로 결심한 이유.

BY김현유2021.12.11
 
인스타그램에서는 적나라하게 몸을 드러낸 수많은 사람의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얇은 속옷 아래 근육으로 봉긋한 어깨와 단단한 가슴, 커다란 히프를 여과 없이 드러낸 사진들이 넘쳐난다. 운동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보통의 사람들, 직장인이나 학생들도 있다. 그야말로 ‘보디 프로필’ 대유행의 시대다.
 
물론 유행에는 이면이 있다. 보디 프로필 촬영을 위해 이뤄진 단기간의 급격한 다이어트가 불러오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로 보디 프로필 촬영 후 요요 현상이나 생리불순을 겪었다는 이들이 많고, 폭식증이 생겼거나 전에는 없던 무언가에 대한 강박적 집착이 생겼다는 얘기도 들어봤다. 그런 위험성을 알고 있는 나 역시 이미 보디 프로필에 도전해본 경험이 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네 번이나!
 
첫 보디 프로필은 서른 살을 기념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매 끼니 단백질을 챙기고 정량의 탄수화물만 섭취했으며, 출근 전 새벽, 퇴근 후 저녁 혹은 밤에 틈이 날 때마다 혹은 틈을 내 운동했다. 3개월간의 준비를 마쳤을 때 몸무게는 53kg에서 46kg까지 줄었고, 30년 인생 처음으로 숨어 있던 복근과 인사를 나눴다. 얼굴이 야위었다며 주변에서는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지만, 나는 뿌듯했다. 해냈으니까.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서 오랜만에 나는 뭔가를 해냈으니까. 그 누구의 강요도 없이 혼자만의 의지로 이 모든 과정을 완주해내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지.
 
부작용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배가 부른데도 음식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백설기를 세 덩어리씩 먹었다. 탄수화물에 대한 열망과 음식에 대한 집착, 그리고 밀려드는 죄책감이 동시에 나를 짓눌렀다. 먹으면서도 운동을 멈추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한동안은 강박적으로 운동을 하면서도, 보디 프로필 촬영 때보다 훨씬 늘어났을 몸무게 생각에 체중계에 오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 달 정도 지나서야 마음을 가다듬고 체중계에 올랐을 때, 놀랍게도 내 몸무게는 촬영 때보다 겨우 3kg밖에 늘어나 있지 않았다. 그간 먹은 음식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무거웠을 나의 죄책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작은 숫자였다. 안도감이 몰려왔다. 그 숫자 덕에 몸도 마음도, 꽤 빠른 시간에 제자리를 찾았다.
 
첫 번째 보디 프로필에 찾아온 부작용은 약한 편이었다. 두 번째 보디 프로필은 찍기도 전에 부작용이 시작됐다. 이전보다 더 나은 사진을 얻고 싶은 욕심에 운동과 식단 조절의 강도를 높였던 게 문제였을까? 새벽부터 운동을 하고 ‘닭고야(닭가슴살, 고구마, 야채)’로만 속을 채우던 어느 날, 나는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충동적으로 생크림 소보로빵을 사 그 자리에서 바로 먹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 이거 왜 먹고 있는 거야?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손에는 반쯤 먹은 빵이 들려 있었다. 결국 나는 두 번째 보디 프로필 준비를 그만뒀다. 스스로의 모습에 너무도 놀랐던 것이다.
 
음식에 대한 집착이나 운동에 대한 강박, 죄책감과 요요 현상 외에 보디 프로필에는 또 다른 부작용이 존재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 ‘야하다’거나 ‘관종’이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성 상품화에 일조했다는 듯한 비난과 불쾌하고 야릇한 시선을 동시에 견뎌내는 건 쉽지 않았다. 성적인 발언이 담긴 다이렉트 메시지(DM)가 날아든 것은 덤이었다.
 
당연하지만,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건, 인정받고 싶어서다. 잘했고, 최선을 다했고, 노력 끝에 멋있는 결과물을 내놨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다. 그러나 내 노력과 과정보다는 ‘속옷만 입고 사진을 찍었다’는 부분에 모두의 관심이 쏠리는 듯 보였다. 나는 내가 스스로 당당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로 만난 사람들, 그저 지나치다 이름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툭툭 던지는 이상야릇한 뉘앙스의 말들에서 어쩔 수 없이 모욕감을 느꼈다.
 
이 모든 일을 겪고도 나는 세 번째 또 네 번째 보디 프로필을 찍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부작용을 뛰어넘을 만큼 값진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그건 비단 ‘멋진 몸’만은 아니었다.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을 만큼 거대한 성취감이 밀려온다. 사고방식이 긍정적으로 또 건강하게 바뀐다. 그런 의식 위에 내 삶이 ‘진정으로 건강’해지는 것이 보인다.
 
보디 프로필을 준비하며 14%까지 체지방률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멋진 어깨와 선명한 복근을 강조하는 포즈를 잡고, 세 차례 카메라 앞에 섰다. 가장 최근에는 누가 봐도 ‘운동 좀 했다’ 싶은 보디 프로필을 손에 넣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세 번의 촬영 후 돌아보니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23%의 체지방률일 때 찍은 컷이라는 점이다. 복근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지 않고 팔뚝 지방 등의 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 누군가에게는 ‘실패작’으로 보일 수도 있을 컷이다. 그럼에도 그 컷이 나의 최고인 이유는 신경 써서 만든 히프와 허리 라인 그리고 꽤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보디 프로필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과정이었다. 보디 프로필을 통해 내 몸의 단점을 받아들이고, 또 장점을 깨달았다. 체지방이 없는 몸에서도, 체지방이 남아 있는 몸에서도 예쁜 구석을 찾아낼 수 있었고, 그렇게 스스로에 대한 긍정을 키웠다. 꾸준한 노력 끝에 만든 몸, 평소보다 신경을 쓴 헤어와 메이크업, 오직 나만을 위해 쏟아지는 조명 그리고 약간의 사진 기술(?)을 더해 기록한 내 모습을 보면 자신감이 샘솟았다.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건강한 음식을 선호하게 되며 얻은 건강은 덤이다. 성취는 자기효능감으로 이어졌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습관 삼아 성취감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교훈적으로 들리는 건 당연하고 뻔하다. 뻔하지 않은 건 뭐냐고? 예쁘게 기록된 나를 보는 즐거움은 뻔하지 않다. 한 번도 뻔한 적 없이 볼 때마다 짜릿하다. 뻔하지 않은 다른 장점은 ‘몰입’으로 잡다한 감정이 정돈된다는 사실이다. 멋진 몸을 만들어 카메라 앞에 서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내달리는 동안은 삶이 미니멀해진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이별의 아픔 따위는 덤벨에 ‘몰입’하는 순간 저 먼 곳, 의식의 쓰레기통으로 사라진다.
 
이제는 보디 프로필 고수라 부작용 없이 보디 프로필을 찍는 노하우도 생겼다. 별것 없다. 보디 프로필을 위해서가 아니라, 습관 삼아 열심히 운동할 것. 단기간에 적게 먹으려 애쓰기보단 평소에도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고, 촬영일에 가까워질수록 그 양을 조금씩 줄여나갈 것. 간단한 진리를 깨달은 이후로는 더 이상 부작용이 두렵지 않다. 누군가의 노골적인 시선도 언젠가부터 큰 문제가 아니다.
 
“어쩌라고?”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그만이다. 그런 시선과 말에 갇혀 있기에 보디 프로필을 통해 얻은 나의 경험은 너무나도 멋지고 소중하니까. 나는 또다시 보디 프로필을 준비할 것이다. 늘 하던 대로 건강하고 꾸준하게,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멋진 내 모습을 기록할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Who's the writer?
손한빈은 웰컴어소씨에이츠 등을 거친 8년 차 마케터로 지난해 자신의 홍보대행사 ‘디루트’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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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현유
  • Illustrator VERANDA STUDIO
  • WRITER 손한빈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