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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묻은 가구에 대하여

우리 모두는 그 어떤 가구에 대해서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BYESQUIRE2021.12.21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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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우리는 몇 개의 가구를 사용하며 살고 있을까. 플라스틱부터 아크릴, 원목 그리고 금속이나 대리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의 가구들은 우리 삶을 홍익하게 만들어준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면서 가구란 떼려야 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오히려 가구가 30퍼센트 이상의 디자인 범주를 차지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생각한다. 설계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신발장과 싱크대 그리고 수납장 같은 가구의 위치를 정하고 그 위치에 따라 소재, 컬러를 정하게 됨이 일반적인 방향이라 말하는 것이 편하겠다.
 
'가구' 라는 단어 자체를 알고 살면서도 가구가 무엇이냐라는 물음에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가 조금 애매하다. 우리는 '가구'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인터넷 어학사전 검색을 해보니 가구의 사전적 정의는 '집안 살림에 쓰는 기구. 주로 장롱ㆍ책장ㆍ탁자 따위와 같이 비교적 큰 제품을 이른다.' 라는 결과가 나온다.  
 
우리가 사는 문명사회가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지구의 인구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만큼 필요에 따른 가구의 형태나 물성에 따른 특성도 다양하다고 보는 시각이 맞다. 개인적으로 사전적 의미처럼 비단 집안 살림에 쓰는 기구라고 취급 하는 것은 편협한 시선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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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공정 선상에서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을 하다보면 반드시 필요 구성에 따른 미팅을 동반하게 되는데 유난히 인상 깊었던 클라이언트가 있다. 어릴 적 함께 살던 조부께서 유품으로 물려주신 손때 묻은 원목 수납장이었다. 미송으로 만들어진 원목의 수납장은 몇 년의 세월을 살았는지 곳곳이 파손되어 자칫 폐가구로 오인할 법한 외관의 컨디션 이였는데도 인테리어에 관한 미팅을 진행하는 내내 그 수납장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애정 어린 마음을 인상 깊게 전달 받았다.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공정을 진행하는 도중 계속 애정어려있는 그 수납장에 마음이 쓰여 클라이언트에게 동의를 구한 후 직접 샌딩하고 오일링 과정을 거쳐 나름의 리폼으로 현장에 배치하여 인계 해주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적지 않은 평수의 꽤나 큰 현장 공정이 이루어졌는데 화려한 조명이나 열심히 설계한 디자인의 현장 제작 가구들보다 조금 손 봐드렸던 수납장에 너무나 감동해 눈물을 흘리신 것이다.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달받았고 그때 나는 그 클라이언트가 인간적으로 참 멋져보였다. 남들이 보기엔 볼품없는 컨디션의 가구라도 그 가구를 사용했던 사람은 그 가구에 애정이 있을 수 있다는 넓은 시각을 갖게 된 계기였던 것 같다. 그런 프로세스 안에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체득하다보면 진중한 자세로 가구를 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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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사용하는 가구를 떠올려보자. 그 가구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의해 디자인 되어졌고 누군가에 의해 제작되어서 또 누군가에 의해 결정과 배송이 이루어졌고 결국 당신이 사용하는 공간 안에서 당신이 직접 사용을 하고 있다.
 
이케아의 1만원짜리 PVC선반부터 USM의 1,000만원짜리 선반까지 다양함이 공존하는 가구의 세계에서 당신만의 사연을 소중히 담고 있는 가구를 발견하는 소확행을 느껴보는 소중하고 포근한 마음의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