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하다, 스윗하다, 유머러스하다는 반응에 대한 배우 박희순의 반응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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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하다, 스윗하다, 유머러스하다는 반응에 대한 배우 박희순의 반응

배우 박희순은 좀처럼 들뜨지 않는다고 했다. 굳이 염세적이고자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저 아집을 내려놓고 한층 더 신중하고자 다짐하고, 위트와 작은 욕심 하나를 챙길 뿐.

오성윤 BY 오성윤 2022.01.24
 
 
오늘 〈경관의 피〉 무대 인사 돌다가 바로 촬영장으로 오셨다고요.
네, 맞아요.
 
인기를 체감할 수 있는 기회였겠네요. 어땠어요? 직접 보니까?
정말 (팬들이) 많이 늘었더라고요. 연령층도 되게 넓어졌고요. 어린 친구들부터 나이 있는 분들까지 다양하게 있어서 좀 신기했어요.
 
라벤더 컬러 블레이저, 셔츠 모두 펜디. 바이크 글러브 벨앤누보.

라벤더 컬러 블레이저, 셔츠 모두 펜디. 바이크 글러브 벨앤누보.

최근에 유입된 분들이 많을 텐데, 원조 팬들의 텃세 같은 건 없나요?
(웃음) 원래 계셨던 분들이 다들 되게 조용하고 순한 분들이라서요. 낯도 많이 가리는 것 같고.
 
점잖은 분들이 많구나. 팬들의 성향도 배우를 따라가는 측면이 있나 봐요.
네. 그랬는데 이제 약간 열성적인 분들이 대거 유입된 거죠. 원래 계시던 분들은 ‘나는 (박희순의 매력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뭐 이 정도 내색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작품 촬영 외의 활동도 많이 늘었잖아요. 이런 화보 촬영 같은 건 좋아하는 편이에요?
저는 좀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이걸 그냥 ‘사진을 찍는다’ ‘패션 이미지를 만든다’ 그렇게 생각하면 피곤하고 하기 싫을 수도 있는데요. 저는 이것도 연기의 일부분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거든요. 제가 지금껏 해보지 못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의상과 콘셉트를 했을 때는 내가 어떤 느낌인지 보기도 하고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런 옷을 입어본 적이 없으니까. 포토그래퍼가 원하는 감정은 어떤 건가, 그런 부분에 집중하다 보면 재미도 있고요.
 
어쩐지 굉장히 잘하시더라고요. 어려운 활동은 없어요?
예능이 좀 어려운 것 같아요. 포맷이 관찰하는 형식으로 많이 바뀌어서, 카메라가 수십 대 있으니까 그냥 숨을 쉴 수가 없더라고요. 카메라 없는 곳이 있어야 숨을 돌리는데 정말 모든 곳에 카메라가 있으니까. 또 문제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눈이 마주쳐요 카메라랑.(웃음)
 
〈여름방학〉에서도 박예진 씨(박희순과 배우 박예진은 부부 사이다)한테 전화 올 때마다 자리를 뜨셨는데, 그렇게 방으로 들어가면서 통화하는 모습이 동선의 모든 카메라로 나왔죠.
그래도 방에 들어가면 얼굴은 안 나오잖아요. 그런데 거기서도 소리가 녹음되고 있다는 걸 몰랐어요. 통화 내용이 녹음되고 있을 줄 몰랐고, 그걸 내보낼 줄은 또 몰랐죠.
 
그런데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평상시에 얼마나 ‘스윗’한 사람인지 보였으니까.
(웃음)
 
굉장히 머쓱해하시네요. 요즘 배우 박희순의 매력에 대해 다양한 얘기가 나오고 있잖아요. 섹시하다, 스윗하다, 재미있다…. 어떤 게 제일 마음에 드세요?
섹시…는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건 작품이나 화보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저 자체가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좀 맞지 않는 얘기인 것 같고. 가끔 스윗한 것 같긴 하지만 항상 그런 사람인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섹시하다는 말은 요즘 굉장히 자주 듣지 않나요? 제가 인터뷰하러 오기 직전에 검색창에 ‘박희순’을 쳐보고 왔는데요. 처음 뜨는 헤드라인이 이랬거든요. “〈경관의 피〉 박희순, 섹시 카리스마 이어간다.”
못 이어갈걸요? 그냥 그런 아저씨로 나오기 때문에.
 
하하하. 스윗한 것도 잘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제작 발표회나 작품 홍보 활동 영상들 보다 보니까 함께 작업한 사람들과는 대부분 굉장히 친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최소한 꼰대는 아닌 것 같아요. 남자다운 척하는 그런 분위기를 되게 싫어하고, 남자든 여자든 선후배든 다 동등하고 평등하다고 생각하고, 상하 관계 안 따지고. 그런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무리해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 보였어요. 어떤 자리든.
오히려 약간 숨는 스타일이죠.
 
블랙 블레이저, 블랙 팬츠 모두 산드로 옴므. 자카르 패턴 재킷 레이블리스. 티셔츠 오클리. 블랙 더비 슈즈 프라다.

블랙 블레이저, 블랙 팬츠 모두 산드로 옴므. 자카르 패턴 재킷 레이블리스. 티셔츠 오클리. 블랙 더비 슈즈 프라다.

그러면서도 남들이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놓으면 그건 되게 잘 살려주는 것 같고.
네. 사람들의 분위기에는 잘 어울려요. 웃음이 많은 편이라.
 
그런데 또 워낙 경력이 오래됐잖아요. 굉장히 다양한 환경과 변화를 접하셨을 테고. 자기도 모르게 ‘꼰대 마인드’ 같은 게 생길 때가 있지 않나요? 소위 말하는 ‘나 때는’ 하는 식으로?
이상하게 저는 그런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아니, 나 때 고생했으면 한 거지 뭐 굳이 그런 얘기를 해.(웃음) 누가 ‘형 때는 이럴 때 어떻게 했어?” 물어보면 “우리 때는 이렇게 했었지” 얘기를 해줄 수는 있죠. 그런데 “야, 니들은 힘든 것도 아냐. 우리는 밤을 새웠어 인마!” 이런 소리를 뭐 하려고 하겠어요.
 
사실 좀 엉뚱한 질문이었는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 궁금해졌어요. 박희순 씨의 이런 목소리도 연기를 오래 하신 분들 특유의, 혹독한 훈련을 거쳐 만들어지는 발성이잖아요.
그건 그렇죠. 아무래도 연극을 오래 했으니까요. 지하 연습실에서 하도 소리 고래고래 지르면서 연습을 해서, 세월이 지나서는 이렇게 굵고 탁한 소리가 된 거겠죠.
 
최근에 공개된 애플TV 〈닥터 브레인〉 같은 경우에도 김지운 감독이 ‘이강무를 섹시한 배우가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박희순을 캐스팅했다고 했어요.
그 감독님이 그런 말을 하는 분이 아닌데… 약간 홍보용 멘트인 것 같아요.(웃음)
 
작품 보니까 어떤 뜻인지 알 것 같던데요. 후반부로 갈수록 갑자기 등장해서 이렇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가 의미심장한 말을 툭 던지고 또 홀연히 사라지곤 하잖아요. 다른 배우가 맡았다면 좀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졌을 것 같아요.
약간 김지운 감독님 스타일에 맞췄죠. “팔짱을 끼고 선글라스를 오른손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하는 식으로 아주 디테일하게 주문하는 편이니까. 그런데 그런 것들이 평소에 감독님이 자주 하는 포즈거든요. 그래서 저도 이강무의 롤 모델로 감독님을 따라 하게 됐고요. 보니까 결국 본인이 섹시하다는 걸 어필하고 싶은 거야.(웃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와 현장에서 느낌이 많이 달랐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강무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고, 그게 어떻게 표현되어야 할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테니까요.
맞아요. 저는 좀 더 한국적인 귀신이기를 바랐죠. 갑자기 ‘빵’ 나타나는 도깨비 같은 느낌으로. 말장난도 많이 하고, 진지한 상황에서도 농담을 할 수 있는 게 귀신이고 또 편안해진 상황에서도 놀라게 할 수 있는 게 귀신이잖아요. 저는 그런 의외성을 기대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감독님은 스타일리시한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다 보니까 주인공의 감정선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로운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하신 것 같고. 그래서 두 가지 버전으로 찍어보기도 했죠. 좀 더 풀어진 버전 하나, 그리고 세원의 감정선에 어드바이스를 하고 도움을 주는 버전 하나. 선택은 결국 이제 보신 것처럼 후자가 됐고요.
 
그런 조율 과정을 힘들어하는 배우도 있잖아요. 제가 옛날에 읽은 인터뷰 중에서도, 게리 올드먼이 연출자가 본인 연기의 호흡을 편집으로 조정하는 사소한 부분에까지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내서 놀란 적 있거든요.
그럼 연극을 하셔야지.(웃음) 영화는 어쩔 수 없이 감독의 예술인 것 같아요. 물론 그 안에서 배우가 잘 놀아야 하지만 판을 깔고 재단하는 건 감독의 영역이잖아요. 완전히 반대로 간다거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선택은 감독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방금 전에 얘기한 것처럼 배우에게 아이디어가 있으면 두 가지를 다 해보고 쓰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촬영 전에 얘기를 끝내고 촬영할 때는 최소한으로 하는 게 맞죠. 저는 감독을 따라가야 한다고 봐요.
 
 
*박희순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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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윤지용
    STYLIST 박선용
    HAIR & MAKEUP 이은혜
    ASSISTANT 송채연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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