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희순이 최근 촬영장과 대본 리딩 현장에서 펑펑 울었던 이유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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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희순이 최근 촬영장과 대본 리딩 현장에서 펑펑 울었던 이유

배우 박희순은 좀처럼 들뜨지 않는다고 했다. 굳이 염세적이고자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저 아집을 내려놓고 한층 더 신중하고자 다짐하고, 위트와 작은 욕심 하나를 챙길 뿐.

오성윤 BY 오성윤 2022.01.24
 
 
〈마이 네임〉의 최무진도 조직 보스 캐릭터였잖아요. 그런데 큰 주목을 받았어요. 박희순이라는 배우가 아예 재조명될 정도로.
페이소스가 있는 악역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사실 무조건적인 악당은 나보다 잘 소화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순히 악인을 보여준 게 아니라 그 악인의 심정, 이 사람이 왜 이래야만 했을까를 공감시키려고 했죠. 눈물의 서사가 있고 비록 그게 객관적으로는 옳지 않을지라도 이 사람 안에서는 타당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악당인데 죽어도 뭔가 속이 안 시원한(웃음), 불쌍한 측면이 있는 인물이었고.
 
〈마이 네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동훈의 장례식장 신을 꼽으셨어요. 그 장면에서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촬영 진행을 못 할 정도였다고. 사실 거의 초반 장면이라 거기서는 최무진의 감정을 숨겨야 했잖아요. ‘이렇게 표현해야지’ 계산한 게 아니라 아예 그 인물의 마음에 동화되어 감정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연기를 했구나, 감탄하게 되는 대목이었어요.
관객들이 얘가 범인인지 어떤 인물인지 몰라야 하는 장면이었죠. 거짓으로 슬픈 표정을 짓는다거나 아니면 냉정한 표정을 지어야 했을 텐데, 저는 그 두 가지를 분리하고 싶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무진에게도 친구(동훈)를 죽였다는 죄책감이 있었을 것이고, 이 친구가 배신을 했다는 것에 대한 미움도 있었을 것이고, 또 차기호라는 작자가 조직 내에 언더커버 경찰을 심었다는 노여움도 있었을 것이고, 여러 가지가 있었을 거잖아요. 그렇게 끊임없이 배신을 당하면서 ‘난 뭐지’ 하는 공허한 마음도 있었을 거고.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다 들어가 있을 때 시작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무진이 범인이라고 의심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건 관객의 몫이고 어쨌든 저는 그것들을 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그 신이 가장 어렵기도 했어요. 제가 한소희 (배우 한소희가 맡은 지우는 극 중 동훈의 딸이다) 얼굴을 봐야 했는데 일부러 안 봤거든요. 감독이 “한번 보는 게 어때요” 해서 보는데, 그 순간 눈물이 나더라고요. 동훈이 얼굴이 너무 겹쳐 보여서.
 
그 정도로 몰입해서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작품이 공개되고 난 후에는 또 무진에게 쏟아지는 사람들의 애정에 대해 우려의 말씀을 하셨던 것 같아요. 농담 섞어서.
작품에 누가 될까 봐 그랬던 것 같아요. 〈마이 네임〉은 여성 원톱 작품이니까요. 그리고 악인이 미화되면 안 될 것 같다고 감독님이 걱정을 좀 하기도 했고요. 감독님이 공중파 출신이셔서.(웃음) 저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답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배우의 말 한 마디에 여러 가지가 우르르 무너지기도 하기 때문에 조심한 부분이 있죠. 또 나중에 보니까 이게 미성년자 관람불가 작품인데도 어린 친구들이 다른 경로를 통해 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최근에 나이 어린 팬이 많이 늘었잖아요. 방금 얘기한 것처럼 〈마이 네임〉의 무진을 깊이 있게 표현한 덕분이겠지만, 반응을 찾아보면 인간 박희순의 매력도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요.
최무진을 좋아했는데 최무진을 연기한 사람은 영 다르니까.(웃음) 그런 의외의 측면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좀 나쁘지 않은 사람 같아서.
 
그런 분위기가 마음가짐에 끼친 영향이 있을까요?
없는 것 같아요.
 
전혀?
네. 제가 그런 거에 의외로 무덤덤한 편이에요. ‘아싸~’(팔을 휘두르며) 뭐 이런 면이 없었죠, 어릴 때부터. 그래서 들뜨는 부분은 전혀 없는 것 같고, 그냥 행보 측면에서 좀 더 신중해야겠다, 그런 생각은 해요. 물론 작품을 고를 때는 늘 신중했지만 이제는 거기서 또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고.
 
〈히치하이크〉를 보면서 그런 상상을 했어요. 지금껏 맡은 캐릭터 중에 현웅이 가장 박희순 씨 본래 성격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조용해서 속내를 알 수 없고, 정의감이 넘친다거나 자기주장이 있다거나 하지 않지만 그냥 기본적으로 따뜻함과 다정함을 갖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사실 제 성격이 좀 고정된 편이 아니라서요. 어떨 때는 진짜 한도 끝도 없이 한 마디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데, 어떨 때는 또 막 〈썬키스 패밀리〉의 준호처럼 집에서 춤추고 돌아다니기도 하거든요. 조울증인가?(웃음) 〈아름다운 세상〉의 박무진도 또 나름 저와 비슷한 지점이 있었던 것 같고….
 
어떤 지점이었을까요?
제가 뭐든 혼자 참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그래도 나이를 먹으면서 이제 어느 정도 할 얘기는 하고 사는데, 옛날에는 진짜 참는 거 1등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잘못하면 마음의 병이 된다는 거, 참지 않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거, 그런 걸 이제야 조금 알았죠.
 
배우 박희순의 파격 연기 변신으로 〈올레〉의 장수탁이 자주 꼽히는데 사실 저는 〈아름다운 세상〉의 박무진을 보면서 제일 놀랐거든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뭐든 감내하는 인자한 아버지였잖아요. 제가 박희순 씨의 그런 연기를 상상해본 적이 없었나 봐요.
캐릭터가 너무 좋았어요. 그동안 발산하는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렇게 누르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죠. 저랑 비슷한 지점이 있기 때문에 공감도 잘할수 있겠다 싶었고요. 무엇보다 〈아름다운 세상〉은 작가님 글이 정말 좋았어요. 읽어보기만 해도 인간으로서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반성이 되고, 힐링이 됐으니까요. 사실 겁이 좀 나기도 했는데요. 그 감정을 네다섯 달 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게. 그래도 대본이 너무 좋으니까 그냥 다 감수하고 해보자 했던 거죠.
 
그레이 블레이저 프라다. 오렌지 컬러 실크 재킷 토즈. 패턴 반팔 셔츠 셀린느 by 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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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들어가기도 전에 대본 리딩 때부터 펑펑 우시더라고요.
(웃음) 미치겠어요 아주. 옆 사람이 슬프면 제가 그걸 못 참는 것 같아요. 추자현이 너무 슬프게 리딩을 하니까 거기서 확 동화가 되어서. 리딩하다가 그렇게 바보같이 울 줄은 저도 몰랐죠. 〈마이 네임〉 장례식장 장면에서도 한소희가 너무 슬퍼 보여서 운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때도 진짜 펑펑 울었어요.
 
공감 능력이 굉장히 높은가 봐요.
그렇게 딱 두 번 그랬던 것 같아요.(웃음)
 
저는 그 부분도 신기했어요. 추자현 씨가 맡은 강인하는 아들의 비극 앞에서 그야말로 모든 감정을 쏟아내는 캐릭터였잖아요. 남편인 박무진은 서서히 변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뭐든 묵묵히 감내하고 이해하는 캐릭터였고요. 둘이 함께 나오는 장면이 많아서 자칫하면 박무진의 존재감이 희미해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밖으로 표출되는 부분이 많지 않은데도 박무진이 끌고 가는 감정의 축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건 눈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죠. 소리나 동작으로 할 수가 없으니까. 내재된 마음이 눈에서 어떻게 표현되느냐 하는 건데, 사실 그걸 해석해주는 관객의 몫이 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최대한 표현이 되게끔 할 수밖에 없고요.
 
대본에서 감명을 받아 택했다고 하신 작품도 있고, 캐릭터가 좋아서 택했다고 하신 작품도 있어요. 농담처럼 ‘작품을 택할 때 학연, 지연, 혈연을 많이 따진다’고 한 적도 있고요. 우선순위는 그때그때 달라지는 거겠죠?
어릴 때는 캐릭터를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좀 새로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 했을 때 그런 역할이 들어오면 작품이 조금 모자랄 것 같아도 선택했던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바뀌더라고요. ‘아, 제발 잘 되는  작품을 좀 해봤으면’ 하고. 역할이 작더라도 상업적으로 좀 잘될 수 있는 작품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고, 마침 그때 들어온 게 〈남한산성〉 〈1987〉 이런 작품들이었던 거죠.
 
상업적으로 좀 잘될 수 있는 작품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솔직한 말씀이네요.
저는 흥행에 너무 목말라 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마이 네임〉이 고마운 작품이에요. 덕분에 이제 작품도 좋고 상업적으로도 잘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거든요.
 
박예진 씨는 박희순 씨가 50대에 잘될 줄 알았다고 했어요. 중후한 섹시함이 생기고, 좋은 작품을 만나고, 지난 작품들이 다시 주목받고, 인간성이 재조명되고, 이렇게 될 거란 걸 예측하셨던 걸까요?
글쎄요. 그건 제가 집에 가서 물어볼게요.
 
이유는 안 물어보셨군요.
네. 그냥 걔가 하는 말은 다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웃음)
 
 
*박희순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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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윤지용
    STYLIST 박선용
    HAIR & MAKEUP 이은혜
    ASSISTANT 송채연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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