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워커 블루 고스트 앤 레어 피티바이크(Johnnie Walker Blue Label Ghost and Rare Pittyvaich) 한정판 30만원대 디아지오.
위스키의 세계에는 유령이 존재한다. 1970년대에 세계 유가는 요동을 쳤고, 글로벌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들었으며, 스코틀랜드의 새로운 세대는 그 이전 세대만큼 스카치 위스키를 마시지 않았다. 한 온라인 매체의 표현에 따르면 1980년대에는 줄어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아 ‘위스키 풀장에서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때 수많은 증류소가 문을 닫았다. 그러나 ‘문을 닫는다’는 건 증류를 그만둔다는 뜻이지, 이미 숙성에 들어간 위스키를 폐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시에 문을 닫은 위스키 증류소들은 남은 재고를 시장에 내놓거나 오크 통에 든 원액을 포함한 증류소 전체를 대형 회사에 넘겼다. 이때 가장 많은 증류소를 사들인 회사가 디아지오의 전신인 유나이티드 디스틸러스다. 흥미롭게도 1990년대 대부흥의 시기가 오자 이때 망한 메이커들의 위스키들이 컬트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증류소가 망한 위스키들을 ‘유령 위스키’라 따로 묶어 부르기 시작한 것 역시 이때부터다. 이에 가장 큰 관심을 쏟았던 영국의 위스키 전문가이자 역사학자인 필립 모리스는 유령 위스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짜 유령처럼 육신은 사라졌으나 그 영혼만은 살아남았다!” 스피릿이 증류주를 뜻하기도 한다는 걸 두고 한 재치 넘치는 표현이다. 디아지오가 2018년부터 매년 선보이는 ‘조니워커 블루 고스트 앤 레어’ 리미티드 에디션이 바로 이 유령 증류소의 원액을 블렌딩하고 키 몰트의 이름을 붙이는 시리즈다. 2018년의 조니워커 블루 고스트 앤 레어의 주인공은 브로라였고, 2019년의 주인공은 포트 엘런, 2020년엔 글레누리 로얄이 나왔다. 참고로 현재도 시장에서는 일부 고스트 위스키들이 거래된다. 12년산이 병당 50만원에 육박하는 일이 허다하고, 브로라처럼 컬트적인 인기를 얻는 위스키들은 22년산의 가격이 1000만원을 넘기기도 한다. 이번 에디션의 키 고스트는 피티바이크다. 디아지오의 김주환 과장은 “조니워커 블루의 특징 중 하나는 디아지오가 소유한 레어한 위스키들을 블렌딩해 균일한 최상급 위스키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라며 “조니워커 블루 고스트 앤 레어 시리즈 역시 이 콘셉트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에디션의 키 몰트인 피티바이크를 싱글 몰트로 마셔본 운 좋은 사람들의 평에 따르면, 이 유령 위스키는 ‘풍부하고 생기 넘치는 아로마와 비단결 같은 부드러움’이 특징이다. 이 원액 외에도 고스트 양조장인 포트 던다스와 칼스브리지의 원액을 포함해 5개 증류소의 ‘레어’ 몰트가 블렌딩되었다. 그러나 키 몰트인 피티바이크의 특성인 생기와 부드러움이 가장 선연하게 드러난다. 피트 향이 보통의 블루 라벨에 비해 꽤 옅고, 각종 과일 향과 벌꿀 향이 뿜어내는 청량감과 부드러운 우드 향이 완벽한 밸런스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