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나가 <스물다섯 스물하나> 촬영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한 이유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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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가 <스물다섯 스물하나> 촬영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한 이유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펜싱 국가대표 고유림, 우주소녀 보나, 배우 김지연은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남들의 말에 흔들리고 싶지 않다는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하고 싶지 않은 건 뭔지, 즐거운 건 뭔지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오성윤 BY 오성윤 2022.03.19
 
 
스트라이프 원피스 알렉산더 맥퀸.

스트라이프 원피스 알렉산더 맥퀸.

 
5년간 연습생을 했어요. 노력하는 만큼 운도 따라야 한다는 사실이 더 혹독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네요.
연습생 당시엔 정말 힘들었죠. 하지만 저는 뒤를 돌아보는 편이 아니에요. 해야 할 것만 보고 앞만 보고 달리죠. ‘나는 왜 안 되지’ 하고 좌절하기보단 ‘뭘 어떡해, 그냥 뚫어야지’ 하고 나아가요. 노력한 만큼 운도 필요하지만, 저는 현실 직시형이라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어차피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건 신경 쓰지 말자는 주의거든요.
어린 나이에 많은 걸 알게 됐네요.
그만큼 깨달음의 상처가 있었겠죠?(웃음) 하지만 활동하고 나서부터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데뷔 초보다 훨씬 여유로워졌죠. 예전엔 해야 할 것들만 생각하고 달려왔다면, 지금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받아들이고,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도 하고. 저라는 사람에게 주체가 생긴 느낌이에요.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너무 좋은데요?
주어진 일들만 계속하던 직업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이젠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이 뭘까 생각했어요. 뭘 해야 즐겁고 즐겁지 않은지 지금도 찾아가고 있는 중이지만 적어도 태도는 바뀌었어요. 예전엔 목표가 있으면 ‘어떻게 저기를 빠르게 갈 수 있을까’만 고민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즐겁게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보나가 즐겁다고 생각하는 건 뭐예요?
우주소녀 더블랙은 정말 재미있게 활동한 유닛이에요. 사실 저는 그런 콘셉트로 데뷔할 줄 알았거든요.(웃음) 더블랙 멤버들 모두 멋있는 걸 하고 싶어 하던 친구들이라서 저희가 하고 싶은 거 다 때려 넣었어요. 의상부터 헤어, 메이크업까지. 다들 엄청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로망을 다 쏟아부었죠. 신나게 활동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연기가 즐거워요. 고민이 많아질 무렵에 좋은 작품과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팀 바깥에서 하는 활동들이 시야를 넓혀주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확실히 그래요.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생각이 바뀌죠. 또래 멤버들하고만 있다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 보이는 게 달라지니까요.
 
니트 톱 셋업 펜디. 옐로 슈즈 프라다. 삭스, 진주 링, 이어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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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원의 팀 생활을 한 건 지금의 당신을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멤버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얘기하곤 해요. 우리는 어떤 사회에 나가도 힘들지 않을 거라고.(웃음) 사실 어린 나이에 또래 애들 열 몇 명이 함께 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많이 배웠어요. 이런 성향의 사람도, 저런 성향의 사람도 있구나. 부딪혀도 보고 풀어도 보면서 서로 다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힘이 되나요?
같이 지낸 시간을 무시 못 하죠. 6주년이긴 하지만 오래 본 멤버들은 10년 본 친구들도 있거든요. 전우애가 이런 느낌일까, 얘기하곤 해요. 서로 좋은 자극이 되고, 누구 하나 좋은 기운이 있으면 나눠 받기도 하고, 안 좋은 일이 있는 친구는 끄집어내주려고 하고. 이번에 다영이가 드라마 현장에 커피차를 보내줬는데 이게 생각보다 되게 뿌듯하더라고요. 어깨가 이렇게 올라갔어요.(웃음)
멤버들은 드라마 보고 뭐라고 해요?
진짜 운동선수 같다고요.(웃음)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해주는 사이는 아니에요. 얼마 전에 만났을 때는 드라마 속 제 대사인 “등신 같은 소리로 들려”를 그렇게 많이 하더라고요.(웃음)
팀에서는 어떤 캐릭터예요?
뼛속까지 경상도 사람이라 대놓고 애정 표현을 하는 타입은 아니어서 애들이 ‘츤데레’ 같다고 해요. 그냥 저는 단단한 사람이에요. 항상 그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멤버. 무슨 일이 있어도 크게 동요하는 성격이 아니라 애들의 고민 상담도 자주 해주고요.
당신이 생각하는 단단함이란 어떤 건가요?
흔들리지 않는 것, 줏대 있는 것. 어떤 상황에서 어떤 소리를 들어도 “그런데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심지 있는 사람이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은 대개 호불호가 강하잖아요. 뭐가 좋고 뭐가 싫어요?
확고하죠. 제일 안 좋아하는 스타일은 ‘강약약강’이에요.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것,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 거짓말하는 것을 정말 싫어해요. 마음에 없는 말 하는 것도 안 좋아하고. 그게 설령 누군가를 위한 거라고 해도 솔직하지 못한 건 싫어요. 제가 좋아하는 건 정의롭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요. 저는 그냥 제가 떳떳한 게 좋아요.
오늘 한 마디 할 때마다 상당히 오래 고민하고 신중하게 답한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에 없는 말을 하기 싫어서였군요.
맞아요. 저는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싶지 않고, 그만큼 뱉은 말에는 책임을 지려고 해요. 한 번 한 말은 꼭 지켜야 하고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가끔 그런 의도가 아닌 말들이 과장되어서 나올 때도 있잖아요. 나중에 봤을 때 그런 게 참 싫더라고요. 한 마디를 하더라도 제가 한 말을 책임질 수 있도록, 진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카디건 YCH.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 로에베. 이어링 아프로즈 x 아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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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에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스타일인가요?
최소한 발을 물에 빠뜨리지 않도록 굉장히 노력하는 편이죠.
안 웃을 때면 다가가기 어려워 보인다는 말 듣죠?
되게 많이 들어요.(웃음) 막상 친해지면 첫인상과 정말 다르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요. 예민할 줄 알았는데 털털하다, 인간적이다, 신비주의일 줄 알았는데 전혀 신비롭지 않다.(웃음) 말씀하신 부분 때문에 오해도 종종 받는데, 제가 해명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둬요. 사실 이런 이미지가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아이돌로서의 즐거움과 배우로서의 즐거움은 어떻게 다른가요?
무대는 내가 이만큼 연습해서 준비한 무대를 완벽하게 해낸다는 것에 대한 쾌감이 커요. 연기는 좀 다른데, 제가 의도하지 않은 게 나올 때의 쾌감이 있어요. 의도하지 않았는데 눈물이 난다든지, 대본을 봤을 때는 생각지 못한 감정이 튀어나온다든지, 그럴 때면 너무 신기해요. 그렇게 연기한 테이크가 채택되기도 하죠. 나도 모르는 자신을 발견하는 게 연기의 매력인 것 같아요.
아이돌 연기자들에 대한 편견과 구분이 점차 없어지는 시대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견을 느낄 때도 있나요? “아이돌이라 이런 건 안 하실 줄 알았어요” 같은 거 있잖아요.
저는 요즘 이렇게 이야기해요. “아이돌 같아요”라고 하면 “저 아이돌이에요”라고. 편견은 제가 잘해서 깨면 되죠. 그냥 잘하면 되는 거예요.
데뷔 7년 차예요. 지금은 보나, 혹은 김지연에게 어떤 시기인가요?
행운 같은 작품을 만난 시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좋은 작품과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이제부터는 더 신중하게 무언가를 선택하게 되겠죠.
지금의 당신이 연습생 시절의 당신을 만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운이 따라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쨌거나 그 시절의 노력은 지금의 너를 만든다고. 계속 열심히 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열심히 살아온 데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 보여요. 그래서 보기 좋아요.
그래서 저는 후회가 없어요.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그 이상 열심히 할 수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거든요. 일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 건 아니었고, 승부욕이 강해서였어요. 그냥 이걸 못하는 내가 싫은 거예요.(웃음) 끝까지 한번 해보겠다, 이런 느낌이죠. 그건 지금도 그래요. 그러느라 놓친 학창 시절이 아쉽지만, 그걸 이번 드라마 촬영하면서 많이 채웠어요. 고등학생들만의 풋풋함, 우정, 교복, 반짝반짝 빛나는 그 시절의 추억들을 많이 갖게 됐어요. 잊지 못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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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오성윤
    FREELANCE FEATURE EDITOR 이예지
    PHOTOGRAPHER 김참
    STYLIST 박선용
    HAIR 심성은
    MAKEUP 오윤희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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