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주문을 마치면서) 바닐라 라테를 시키셨네요. 캐러멜 마키아토가 아니라.
(웃음) 제가 캐러멜 마키아토를 굉장히 좋아했죠. 그런데 그것도 계속 마시다 보니 너무 달더라고요. 그래서 순화됐달까, 여전히 달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덜한 거로 찾게 된 게 바닐라 라테 같은 메뉴예요.
사실 궁금했어요. 드라마 〈커피 한잔 할까요?〉를 하면서 커피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했을 텐데, 그게 성우 씨 취향에 영향을 끼쳤을까 하고요.
확실히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커피 맛으로 유명한 곳에 가면 드립 커피를 시키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금은 또 잘 모르는 카페에서 맛있는 드립 커피를 기대하기는 힘드니까, 상황에 따라 다른 거죠.
그런데 또 그 드라마가 커피에 대해 심도 깊게 다루면서도 오렌지 카푸치노, 아포가토 같은 메뉴까지 포괄했잖아요. 이른바 ‘순수령’ 같은 기조를 가진 작품이 아니라서 좋았어요.
맞아요. 실제로도 요즘은 커피 마니아들 중에 드립 커피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달콤한 커피 좋아하는 분들도 굉장히 많더라고요.
블랙 하프 셔츠, 블랙 데님 팬츠 모두 에비너.
그런 게 더 세련된 태도가 되는 시대인 것 같아요. 왜 귀하다는 위스키로 대수롭지 않게 하이볼을 만들어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더 멋있어 보이는 것처럼.
그렇죠. 그런데 커피도 각 메뉴에 어울리는 원두가 따로 있잖아요. 그것처럼 위스키도 하이볼로 마시기에 어울리는 게 있는 것 같긴 해요. 좋은 위스키는 향이나 풍미가 강하니까 저도 최대한 스탠더드한 위스키로 먼저 시작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요.
좋아하는 것까진 아닌데요. 그냥 마시다 보니까 (위스키도) 좀 먹게 되더라고요. 다음 날 숙취도 적고 깔끔해서. 제가 술을 맛으로 즐긴다기보다는 분위기로 즐기는 편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위스키를 선호하게 됐죠. 위스키로 뭐 술 게임을 하지는 않잖아요. “야, 잔 비워” 그런 식으로 마시지도 않고. 위스키를 마실 때의 그 차분한 분위기를 좋아해요.
사실 우리 2년 전에도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네. 지하에 스튜디오 있는 건물 2층에서 인터뷰했었잖아요. 경치 좋은 테라스 있는 데에서.
기억하시네요. 제가 머리도 많이 길었고 마스크도 끼고 있어서 못 알아보실 줄 알았는데.
기억나죠. 그때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얘기도 하고, 앨범 〈LAYERS〉 활동 막바지일 때라 앨범 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요.
제가 그때도 나름 옹성우 씨에 대해 많이 찾아봤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자꾸 몰랐던 측면을 발견하게 되네요.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위스키를 좋아할 줄이야.
(웃음) 계속 새로운 걸 받아들이면서 나름 진화해가고 있습니다.
저는 정말 촬영만 하면서 보낸 것 같아요. 그렇다고 딱히 바쁘게 보낸 것도 아니지만요.
꾸준히 하긴 했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한 작품 한 작품 연기에 온전히 에너지를 쏟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그래서 다른 것들에 신경 쓰지 않고 작품에만 집중했거든요. 또 이렇게 말하려면 결과물이 좋아야 할 것 같은데.(웃음) 어쨌든 제가 원래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집중이 도움이 됐어요.
바깥에서 보기에는 바빠 보일지 몰라도 성우 씨는 예전부터 해온 게 있으니까.
네. 상대적인 거죠. 앨범 활동을 할 때는 그로 인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잖아요. 그걸 소화해야 하고요.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경우에는 한 작품을 위해서 함께 한 걸음씩 달려가는 느낌이 있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 바쁘게 느껴지기보다는 편안하고 좋았어요.
베이지 트러커 재킷, 화이트 니트, 화이트 데님 팬츠 모두 에비너.
맞아요. 〈인생은 아름다워〉 〈정가네 목장〉 〈서울대작전〉. 특별출연 한 넷플릭스 영화까지 합하면 4편이에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우연히 시기가 맞아떨어지고, 미뤄진 것도 있고.
〈인생은 아름다워〉는 2년 전 인터뷰할 때도 곧 개봉할 거라고 얘기 나누고 그랬었죠.
제작 발표회까지 했잖아요. “다음 주에 극장에서 만나요~” 그랬는데 (웃음) 아직도 못 나왔네요.
그런데 그 영화는 또 작품이 좋아서 못 내고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적당히 타협해서 공개해버리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라서?
네. 그렇게 알고 있어요 저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거든요. 일단 뮤지컬 영화잖아요. 사방에서 채워지는 사운드로 감상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상황이 좀 나아지고, 극장 분위기가 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해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휴대폰 속의 요만 한 옹성우가 노래 부르며 춤추는 걸 보는 거랑 극장에서 배우들이 나를 에워싸고 춤을 춘다는 느낌을 받는 거랑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겠죠.
물론 제가 제작진의 의도를 다 알지는 못하죠. 그런데 선배님들이 녹음을 얼마나 열심히 하시는지, 춤을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시는지, 그런 걸 봤잖아요. 개인적으로는 큰 극장의 대화면과 사운드로 압도하면서 몸과 마음을 탁 감싸주는 순간을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 많았어요. 그래서 첫 공개는 극장에서 좋은 시기에 잘 해야 하지 않나, 자꾸 안타까워하게 되는 것 같고요.
〈정가네 목장〉은 어땠어요? 시놉시스로 보기에는 배우 옹성우가 처음으로 극의 배경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숲이 되어주는’ 역할을 맡은 것 같던데요.
맞아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 제게 너무 좋은, 너무 필요했던 경험이었어요. 사실 제가 부족하지만 연기를 주연 배우로 시작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물론 주연 캐릭터만 작품을 이끌고 가는 건 아니지만 주연이 그 캐릭터성을 가지고 분위기를 입체적으로 표현해내지 못하면 생명력이 없는 인물이 되어버리잖아요. 그러지 않기 위해 호흡을 만들고 캐릭터를 창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가네 목장〉에서 정훈을 연기하는 게 좋은 경험이었죠.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같이 호흡해볼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도, 인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캐릭터를 연기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필요했던 경험’이라는 표현이 귓가에 남네요.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요. ‘에너지를 뱉는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하는 방향성을 좀 잡게 되기도 했고요. 제가 말을 할 때 소리가 안으로 먹는 편이잖아요. 뱉어내는 게 아니라. 배우로서는 안 좋은 습관인데, 그게 사실 어떤 캐릭터에는 도움이 되기도 했었어요. 준우(〈열여덟의 순간〉)나 이수(〈경우의 수〉) 같은 캐릭터를 표현할 때 유리한 측면이 있었던 거죠. 둘 다 막 발산하기보다는 자기 안의 상처나 마음에 집중한 채 표현해야 했던 캐릭터였으니까. 그런데 정훈이는 막 뱉어내고,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전달하는 인물이거든요. 처음으로 그런 걸 해본 거죠. 어렵기도 했지만 그래서 진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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